라플라스의 마녀
1. 개요
일본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 기념작.
제목은 이공계 생이라면 유체역학 시간에 한번쯤은 들었을 라플라스의 악마에서 따온 것이다. 작중에 나비에 스톡스 방정식이 언급되는 등 공대생 출신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부분. 이 소설의 프리퀄 스토리로 <마력의 태동>이 있다.
이를 원작으로 2018년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다.
2. 줄거리
평범한 소녀 우하라 마도카는 엄마와 둘이서 외가집을 방문했다. 원래는 아빠 젠타로도 함께오기로 했지만 중요한 수술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모녀끼리만 오게된것이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도중 외할아버지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지인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는데 술을 마신채로 운전을 하겠다는것. 옆에서 듣게된 미나는 절대 안된다며 자전거로 마중나갈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마도카는 자기도 자전거를 타고싶다고 떼를 썼고 결국 둘이서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길, 갑자기 하늘에서 자잘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금세 토네이도임을 직감한 미나는 가던길을 멈추고 도로옆에 보이는 어느 건물안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토네이도의 힘으로 건물은 완전히 무너졌고 바람에 떠밀려 미나의 몸이 붕 떠올랐다. 한참뒤 정신을 차린 마도카는 무너져내린 잔해속에서 엄마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그녀는 '다행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현재. 다케오 도오루는 상관이 부하 여경을 성추행하는걸 고발했다는 이유로 파출소로 발령내는 상부에게 환멸감을 느껴 사직서를 낸후 재능을 살려 경호 보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체에서도 요산 수치가 규정보다 높게 나왔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해주지 않아 반백수가 되었는데 '기리미야 레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경호업무 제안을 받았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그는 곧바로 수락했고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위해 레이를 만나러 갔다.
다케오의 경호대상은 바로 마도카. 그런데 레이는 계약에 대해 이야기할때 이상한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바로 마도카에 대해 궁금해 하지 말라는 것. 또한 그녀에 대한 질문도 일체 허용되지 않는것이었다. 하지만 다케오는 까다로운 일일거라는건 이미 처음 레이로부터 의뢰를 받았을때부터 예상했기에 그냥 경호 대상이 복잡한 사정을 가진 인물인가 보다 하고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도카를 경호한 직후부터 다케오는 그녀에게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걸 느낀다. 3층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을 보자 1층에서 풍선을 날려보냈는데도 정확히 그의 담뱃불에 풍선이 닿게 해 깜짝 놀래킨다거나, 평범하게 종이비행기를 날리는데도 너무 완벽한 비행을 한다던가, 날씨를 분 단위로 정확히 예측한다던가. 하지만 계약조건을 떠올리며 신경쓰지 않는다.
그 시각, 아카쿠마 온천지에서 영화 영상 프로듀서 미즈키 요시로가 황화수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을 맡게된 나카오카 형사는 사건이 벌어지기 몇달 전, 요시로의 젊은 아내 치사토 앞으로 다수의 생명보험이 들어져 있는걸 발견하고는 그녀를 의심하고 비밀리에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자연과학 교수인 아오에 슈스케는 전문가 자격으로 화산가스에 대한 검증을 맡게된다. 현장을 둘러보던 그는 처음에는 불행한 우연이 겹쳐서 벌어진 사고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도마테 온천이라는 곳에서도 같은 사고가 벌어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도마테 온천에서 죽은 사람은 영화배우 나스노 고로. 연이은 영화 관계자의 사망에 의구심이 생긴 아오에는 두 현장에서 마도카와 마주친다. 어찌어찌 소녀와 얽히게 된 그는 소녀에게 사건의 정보를 넘기는 대신 정체를 밝혀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소녀가 가르쳐 준건 우하라 마도카라는 이름이 전부였고 다른것은 알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하며 떠나버렸다. 마도카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귀환한 아오에는 웹에서 혼자 검색으로 정보를 찾던 중 아마카스 사이세이라는 영화감독의 블로그를 찾게 되는데, 이 감독도 황화수소 사고를 겪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 심상치 않은 연결고리가 있다는걸 느끼고 그의 블로그 글을 정독해나갔다.
오래 전, 영화촬영을 위한 취재차 홋카이도 히다카에 온 사이세이는 영화의 메인 소재인 아이누 문화에 대해 취재하던 도중 경찰로부터 집에서 황화수소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충격을 받은 그는 모든걸 중단하고 곧바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탑승했지만 애석하게도 아내 유카코와 딸 모에는 손쓸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하지만 아들 겐토만은 유일하게 생명반응이 있어서 급히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의식 불명인'''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좌절한 사이세이는 뇌과학 분야 최고 전문가인 우하라 박사를 찾아가고 거기서 수술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단, 겐토가 손상된 뇌세포 부위는 현대 뇌과학으로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인지라 어떻게 될지 모르나, 어차피 이미 최악이고 더 떨어질 것도 없다는 생각하에 두말할것도 없이 수술을 받아들인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겐토는 의식을 회복했으나, 안타깝게도 기억 상실증에 걸려 과거를 전부 잊어버려 아버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덕분에 사이세이는 겐토에게 '모르는 아저씨'인 자신이 걸림돌이 될까봐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는 글을 끝으로 블로그의 업데이트는 멈춰있다.
아오에 교수는 이 일련의 이야기를 나카오카 형사에게 들려주게 되고, 이윽고 나카오카는 블로그에 나온 뇌과학 수술자 '우하라' 박사 -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서성거리는 '우하라' 마도카의 연결고리가 사건을 푸는 열쇠라는 판단하에 우하라 박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짐짓 모르쇠로 일관하는 우하라 박사덕에 별다른 소득없이 연구소를 나서고, 오히려 나카오카가 그 정보를 어디서 들었을지를 역추적한 우하라와 기리미야 레이는 아오에 교수와 접촉한다.
아오에 교수는 기리미야 레이와 우하라 박사의 심상치않은 태도에 마도카의 전화번호는 의도적으로 숨기고 둘러댄 뒤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마도카와 접촉한다. 이윽고 볼링장에서 만난 마도카는 아오에에게도 자신의 신비한 능력을 보여준다. 볼링장에서 볼링공을 던지기도 전에 볼링핀이 몇개가 남을지를 예언한다거나, 인형뽑기에서도 한번만에 원하는 인형을 낚아챈다던가. 하지만 마도카는 되도록이면 외부자인 아오에 교수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했고, 결국 공원에서 드라이 아이스의 기체를 조종하는 묘기를 선보이고는 다시 아오에 교수의 앞에서 사라진다.
우하라 박사와 기리미야는 이미 아오에 교수에게 미행을 붙여뒀었고, 아오에 교수는 기리미야에게 비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마도카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거래를 받게된다.
2.1. 진상
8년 전 수술로 기적적으로 생환한 겐토라는 소년은 그 수술 이후 신비한 능력이 생겼다. 새로운 신경 회로를 형성하는 속도가 현격히 빨라져, 남아도는 부분으로 전혀 다른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것. 그 덕에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분석하고 그 다음 순간에 어떻게 될지를 순식간에 계산해낼 수 있는, 먼 옛날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가 제창한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계산해 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 존재는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 는 존재. 즉, 라플라스의 악마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 일은 즉각 후생노동성이나 문부과학성에 전달되었고, 높으신 분들은 겐토만으로는 샘플이 부족하니 임상실험을 해 볼 새로운 실험체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라플라스 계획을 담당하는 소장에게 마도카가 찾아와 뇌실험에 자원하겠다고 한다. 그녀가 자원을 한건 겐토가 가진 신비한 능력으로 토네이도를 예측해서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라플라스 계획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가족에게도 정보를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했던지라 소장은 놀란 목소리로 누구에게서 그 계획에 대해 들었느냐고 묻는다. 마도카에게 이를 귀띔해준건 바로 겐토였다. 그리고 아빠에게도 알리지 말고 바로 소장에게 가서 직접 이야기하라고 한것도 그였다. 젠타로가 알게되면 무슨 수를 써서든 딸아이가 실험을 못하게 막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즉시 관계자들이 소집됐고 젠타로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 딸아이를 설득시켰지만 마도카는 수술이 잘못된다고 해도 아빠가 고쳐줄것이라고 말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의 의견은 똑같았다. 최종적인 결정을 젠타로에게 맡긴다는 것이었다. 젠타로 역시 자원자를 찾기 쉽지않은 상황에서 나타나준 자원자가 고맙기는 했지만 딸아이를 실험대상으로 삼아도 되는건지 말지 고민을 한 끝에 결국 아이의 뜻대로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직후 마도카는 일주일 동안 의식이 없었고 절망한 젠타로는 딸아이가 의식을 영영 찾지 못하게 되면 아이를 안락사 시키고 자신도 죽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래서 여드레만에 아이가 의식을 되찾았을때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이렇게 마도카 또한 겐토처럼 ''''라플라스의 마녀''''로 태어나게 된다.
마도카와 겐토는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하던 사이였으나, 어느날 갑자기 겐토가 행방을 감춘다. 마도카는 겐토가 뭘 할지를 눈치챈듯이 겐토를 찾아야한다고 했지만, 극비리에 진행되던 실험체가 행방불명되면 안되니까 다케오 도오루를 고용해 호위라는 이름하에 마도카를 감시케 한 것.
한편 나카오카 형사는 블로그의 주인 사이세이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기묘한 사실을 듣게 되는데, 이 블로그에 적힌 내용에 엉터리 내용이 섞여있다는 것이었다. 블로그에선 짐짓 아내가 자신을 잘 내조해주고, 딸과 아들이 아빠를 존경하는 듯이 서술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딸과 아들 모두 아빠를 끔찍히 싫어했고, 아버지가 만든 영화는 본적조차 없었다. 또한 아내의 친정에서 듣기로는 사이세이의 아내는 사이세이를 미친듯이 싫어했다. 이를 수상케 여기던 나카오카는 사이세이의 동창 우노에게 결정적인 정보를 듣게 되는데, 사이세이는 극도의 완벽주의자였고, 자신의 애인에게는 자신의 완벽주의를 강요하며 수많은 여자를 갈아치웠다는 것이다. 점차 실마리가 좁혀오던 중, 나카오카는 윗선의 압박으로 갑자기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를 듣게 된다.
한편, 사건의 피해자 요시로의 아내 치사토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데, 기무라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겐토였다. 알고보니 연구소에서 도망친 겐토는 치사토에게 접근하여 연인 관계로 발전한 뒤[1] , 치사토를 설득하여 요시로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황화수소가 퍼지는 움직임을 계산한 뒤, 치사토가 피해자 요시로를 황화수소의 경로에 데려다 주면 황화수소를 살포하여 살해한 것'''. 치사토는 자신이 당신을 도와 요시로를 살해해줬으니, 당신도 '자신의 복수'에도 협력할 것을 강요하는 기무라(겐토)의 말에 나스노 고로 또한 마찬가지 방법으로 살해했고, 겐토의 마지막 복수 대상인 사이세이에게 연락한다.
겐토를 찾아다니던 마도카는 겐토가 사이세이를 살해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한 뒤, 자신의 핸드폰을 개조하여 치사토가 사이세이에게 연락하면 자신의 핸드폰에 알람이 오게 했다. 치사토가 사이세이에게 연락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켜자 알람을 받은 마도카는 즉각 치사토의 뒤를 미행하려고 했으나, 자신이 탑승한 다케오 도오루의 차는 이미 문부성의 높으신 분들이 장착한 GPS 추적기가 붙어있었고, 제 3자를 끌어들이는 건 죽기보다 싫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마도카는 결국 아오에에게 연락하여 그의 차로 치사토의 뒤를 쫒게된다.
치사토는 아마카스의 영화 폐허의 종 촬영지인 폐허로 안내하고, 거기서 아마카스와 겐토는 재회한다. 이윽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사실 아마카스의 가족은 아마카스가 살해한 것이었다.''' 선천적으로 부성애가 결여된 채로 태어난 아마카스는 영화 제작 자금때문에 억지로 결혼하긴 했으나 자신의 '완벽함'에 걸맞지 않은 가족을 지독히 싫어했고, 결국 '완벽한 아마카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실패작'인 가족을 처분하기로 결심, 자신은 요시로와 함께 온천 여행을 가서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고 그 사이에 나스노를 시켜 집에 황화수소 가소를 살포해 일가족을 살해한다. 그 후 블로그에 '자신을 내조하던 아내, 자신을 존경하던 아들 딸, 가족을 순식간에 잃은 비극적인 자신' 등으로 최대한 감동적인 가족사를 연출, 포장하여 나중에 그 글들을 자신이 영화화함으로서 자신의 역작으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마카스가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겐토는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이 아닌 '의식은 살아있는채로 몸만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아마카스는 겐토가 누워있는 병실에서 전화로 요시로에게 연락하고, 통화 내용을 듣고 자신의 아버지가 범인임을 들은 겐토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 후 우하라 박사가 '겐토는 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아마카스가 입막음으로 자신까지 살해할까봐 겁난 겐토는 필사적으로 기억상실을 연기했고, 8년이 지난 후 현재 공범인 요시로와 나스노를 살해한 후, 아마카스에게 연락해 그를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면, 자신에 대한 나이도 기억하지 못해야 정상이지만 자신의 나이를 기억한다고 말한 실수때문에 의아하다고 생각한 우하라 박사와 아마카스에게 꼬리가 잡힌다.
결국 겐토를 살해할 목적으로 아마카스는 총을 꺼내들지만,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걸 계산한 겐토는 곧 이곳이 다운 버스트가 내려친다는 것을 예측한 상태였고, 아마카스와 함께 집째로 생매장 당한 뒤 '자신이 식물인간일때의 기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게 해줄 생각이었다' 고 밝힌다. 모든 목적을 이룬 뒤 자신 또한 죽을 생각이었던 것. 하지만 뒤를 밟은 마도카 또한 다운버스트를 예측하고 '아오에의 자동차가 날아가서 집 벽을 부숴 집안의 기압을 외부와 동일하게 만들 수 있는 위치'를 계산해 자동차를 날려보내 겐토와 아마카스 둘 다 다운버스트로부터 생존한다.
이윽고 겐토는 아마카스를 비웃어준 뒤 사라지고, 온천에 자신이 일부러 황화수소를 퍼뜨렸으니 온천은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는 익명의 편지를 보낸다. 아오에는 전문가로서 온천은 안전하다고 출입금지 해제를 선언한 뒤, 아마카스 사이세이는 병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는다. 에필로그에서 다케오는 마도카에게 "네 눈에 보이는 이 세상에 미래는 어떻냐"는 질문을 하고, 마도카는 "모르는 편이 낫다"고 답해주며 소설이 끝난다.
[1]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예측해 신문지를 던져 차의 앞유리를 가린 뒤, 차 앞에 몸을 던져 정확히 안다칠 정도로만 치여서 치사토의 동점심을 산 것. 사람의 마음까지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라플라스의 악마답게 치사토의 마음을 파고드는 언행을 한것도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