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아 데이어

아키에이지 연대기의 등장인물.
전나무와 매 시점에서 데이어 성의 성주. 한때는 전나무 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남편 제임이 전쟁에서 죽은 뒤로 냉혹한 성주가 되어 성을 다스리고 있다. 데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로지아를 두려워하며 동시에 존경한다.
데이어 성의 차기 성주로 여겨지던 란드리 데이어의 연인이었지만 란드리는 실수로 로지아의 오빠를 죽이고 그녀를 남겨둔 채 도망쳤다. 그리고 란드리의 동생인 제임 데이어가 그녀를 아내로 맞아주었다.
제임의 아들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로지아는 전 연인 란드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기에 제임과 결혼한 뒤 그 아이 레이븐 데이어를 낳았고, 이후 남편 제임과의 사이에서 둘째 시어드릭 데이어와 셋째 덴 데이어를 낳았다.[1] 하지만 남편인 제임이 전쟁에서 죽은 뒤로 데이어 성의 성주가 되었고 일로 바빠 자식들에게는 애정을 쏟지 못했다. 특히 자신을 떠난 란드리를 많이 닮은 레이븐에게 가차없었던 모양이며 이로 인해 모자의 사이는 엇나가기만 했다.
둘의 사이는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어져서 레이븐은 결국 광인이 되어 성을 떠났고, 어머니의 짐을 들어주려던 둘째 아들 시어드릭은 성주 자리를 이어받고 치른 첫전투에서 전사하였으며, 어머니를 두려워하던 막내 아들 덴은 시녀와 눈이 맞아서 패물을 챙겨 성에서 도망쳤다. 그로 인해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어드릭이 죽고나선 다시 성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으며 시어드릭의 아들인 제임 데이어[2]가 자신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냉혹하고 잔인한 듯 보이지만 혹독한 환경의 데이어 성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성주가 필요하다. 손자 제임이 "할머니. 상냥함으로 존경받는 지휘자란 없는 것인가요?" 라고 묻자 "그런 것은 없다."고 대답했지만 손자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그런 지휘자가 왜 없겠느냐.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라면 왜 그런 영주를 원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하며 씁쓸해 하기도 한다. 성 내부를 다스리는데에 있어선 군주론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군주이기도 하다. 두려움의 대상임과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고 로지아를 증오하는 사람도 없다.
전나무와 매 마지막에 왼쪽 다리가 불편한데도 데이어 창병 전군을 이끌고 출병하는데, '루키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결국 전쟁터에서 저 왼쪽 다리를 잘랐으며 이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한다.
데이어 성에서 일어난 일이 반대로 일어나는 그림자의 성에서는 남편 제임이 죽지 않았고 그럼으로 성주가 되지 않아 자상한 할머니가 되어있다. 키프로사를 곁에 앉히고 '''"우리 손녀가 어찌 이리 고우냐"'''라고 할 정도인 것을 보면 성주가 되기 전에는 인간적이고 자상했을지도 모른다. 성주가 된 뒤에 아들들마저 잃으면서 점점 냉정한 인물로 변했다고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와 여성으로서의 행복을 희생해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다.

란드리가 건달이었던 자신의 오빠를 죽이고 도망친 사건이 있었을 때 사실 란드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로지아를 찾아와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로지아에게는 데이어 성이 온 세상이었고 그런 성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거절했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답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평소 데이어를 떠나고 싶어했던 란드리는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홀로 데이어 성을 떠났다.
반면에 제임은 로지아가 형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남은 그녀에게 청혼했고 뱃속의 아이를 자신의 맏아들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로지아의 부모도,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 아들을 두게 된 데이어 영주 부부도, 그리고 연인이 졸지에 원수가 되어버린 로지아도 모두 제임에게 구원받았다. 그래서 로지아는 평생을 제임에게 충실하고자 하였고 제임이 전사하고 나서는 제임이 남긴 모든 것을 지켜내고자 한다.
로지아는 결국 성을 떠난 란드리와 이 란드리를 닮은 아들 레이븐에게 애증을 품고 있다. 같이 집을 나갔어도 덴은 돌아오면 용서해줄 수 있으나, 레이븐은 돌아오더라도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수십년이 지난 현재는 애증보다는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끼기에 용서하지 못하는 듯하다. 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지키는 자'로서 '떠나는 자의 피'를 타고난 란드리, 레이븐을 용서하지 못하며 키프로사 데이어 또한 성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더욱 모질게 굴었다. 즉, 키프로사도 역시 란드리와 레이븐처럼 떠날 거라는 걸 생각하면 화가 난다는 것.
키프로사의 성주로서의 자질이 궁금했는지 겨울의 신, 네베에게 바치는 제사에서 역할을 줘보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하는 지 보았는데 완벽하게 수행해내자[3] '''뺨을 후려갈겼다'''(...). 데니에게 고백하길, 키프로사한테 잘못이 없는 건 알지만 얼굴만 보면 란드리와 레이븐이 생각나서 화가나 어쩔 수 없다고. 사실 손자인 제임보다 손녀인 키프로사가 성주로서 더 재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떠나는 자의 피'를 타고 난 란드리의 핏줄에게 그 자리를 줄 수는 없으므로 '지키는 자'인 제임의 핏줄에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도 있다. 아직 제임이 어리지만 자신이 시간을 벌어주면 제임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훌륭한 성주가 될 거라고 여기고 있다.
란드리가 델피나드에서 성으로 돌아오면서 데이어 성의 수호신으로 삼아 잡아온 눈새가 강국인 북 메어의 사신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났고 끝내 눈새를 죽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다행히 키프로사가 몰래 눈새를 철창에서 풀어주어 성의 명예가 지켜졌고 북 메어의 사신은 노발대발하지만 출병 약속을 지키라는 말만을 남기고 돌아갔다. 데니 왈, "로사가 그럴 줄 알고 사신 놈한테 새를 죽인다고 약속했던 게지? 할미와 손녀가 눈 감고도 손발이 척척 맞는구먼. 그런 애를 왜 그리 모질게 다뤄? 내 얼굴 닮은 꼬락서니가 더 밉다더니 딱 그짝이네." 내색을 안할 뿐 손녀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애정도 있기는 있기 때문에 비스코니아 왕국에서 로지아의 손녀 키프로사와 왕의 조카 모레인의 결혼을 요구했을 때 제임이 혼약을 맺어서라도 사촌동생을 보호하겠다고 하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4] 당시 로지아는 키프로사에게 처음으로 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데니스트리오스는 그녀의 전 연인이라고 쓰고 웬수라고 읽는 놈의 친구이긴 해도 자신을 잘 안다는 것과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 때문에 현재로선 로지아가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 이유에서 데니의 무례한 언행을 모두 묵인하기 때문에 성 사람들은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고 로지아와 데니가 그렇고 그런 관계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로지아가 두려워서 절대 입 밖에 내놓지는 못한다.

[1] 루키우스의 기록에서는 제이마 데이어라는 딸도 있었던 것으로 나오는데, 딸이 자신처럼 힘든 길을 밟는 것을 바라지 않아서 멀리 남부로 시집보냈다고 한다.

[2] 남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3] 이 제사는 제단에서 여러 짐승의 목을 따고, 그 짐승들의 피를 그릇에 담아 차례대로 마신다. 어른들도 이 피를 역하게 생각하지만 로지아가 두려워서 눈 딱감고 마신다. 키프로사의 경우 일단은 성주의 손녀라 제사에 참가만 할 뿐 이 피를 마신 적은 없는데 로지아가 그릇에 담긴 피의 양을 늘려서 평소와는 달리 키프로사에게도 차례가 돌아가도록 만들었고 키프로사는 남은 피를 남김없이 모두 마셨다. 로지아 왈, "잘하더군. 계집애가 독해가지고."

[4] 북 메어 왕국과 비스코니아 왕국 사이에 평화협상을 맺자며 나온 조건 중 하나인데, 그렇지 않아도 북 메어 왕국에서 비스코니아로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거 때문에 소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키프로사가 비스코니아로 가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에 제임이 자신과 키프로사가 약혼하고 '이미 약혼자가 있으니 혼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거절할 생각이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