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슈피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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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등장인물(1917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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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모습. 출처
블라덱 슈피겔만의 후처이자 아트의 계모. 이 사람 역시 아우슈비츠의 생존자[1][2][3]로, 아냐의 옛 친구. 하지만 블라덱과 달리 큰 정신적 문제는 없다… '''블라덱한테 들들 볶이지만 않으면'''.
전처 아냐 슈피겔만이 자살한 후 슈피겔만 가문의 일을 돌봐주다가 둘 다 나이든 독신인 것도 있고,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해서[4] 블라덱과 재혼한다. 그러나 노랭이인 블라덱은 (말라의 말에 따르면) 말라를 '하녀간호사 내지는 더 심하게 취급'했고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5] 심지어 결혼한 직후에 옷이 필요하다고 하니 아냐의 옷을 보여주며 "이게 다 당신거야"라고 했다고.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부부가 같이 슈퍼마켓을 갔는데 블라덱이 말라의 개인용품 값을 지불하려 하지 않아서 머리빗을 목록에서 지워야 했다고 한다.
결국 히스테리가 조금씩 심해지다가,[6] '숨통 좀 트려고' 미용실(동네 아줌마들 사교장으로서의 성격도 있었다)에 가는 문제 등으로 작중에서 블라덱과 종종 싸운다. 결국에는 그의 재산을 갖고 도망치기에 이른다.[7][8] 그래도 돈 욕심만으로 결혼한 것도 아닌지 결국엔 돌아와서 위독한 블라덱을 돕게 된다. 돌아가자마자 내가 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며 후회하지만.[9]
사실 돈욕심이 진짜 강한지는 미지수. 블라덱은 작중 내내 말라가 재산을 털어가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티는 딱 잘라 '말라는 안 그래요.'라고 말한다. 블라덱이 현재 시점에선 워낙에 노랭이인지라, 블라덱 사후 생계를 위해 적정한 선을 요구하는 것도 욕심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군다나 상술했듯 머리빗 하나 사는 것도 용납을 안하니 돈문제에 더더욱 한이 맺힐만도 하다(...).[10][11]
아티와의 관계는 좋고 서로를 이해하는 편. 작가의 서문에 말라에게 감사한다는 글도 쓰여져 있다. 아티는 자기가 아버지한테 시달리면서 자라서인지 가출한 말라를 되려 이해한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자신의 아내인 프랑소와즈가 '말라가 도망간 것 때문에 아버지 신경이 예민해지신 것 같다'고 하자 하는 말이 '그 반대야. 아버지가 너무 신경질적이라 말라가 도망간거지.'라고 할 정도. 말라도 예술을 쓸모없는 일로 평가 절하하는 블라덱과는 달리 지옥 혹성의 죄수를 비롯한 아티의 작업을 높이 평가하는 등, 이해심 많은 모습을 보여준다. 말라의 친척이 만화를 좋아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고. 책 서문에 나오듯 (폴란드어로 추정되는) 자료들을 번역, 전달하여 아티를 돕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아티는 말라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쓰지 않았다.[12]
블라덱 사후 한참 뒤인 2007년에 사망했다. 향년 90세.

[1] 때문에 의붓아들인 작가 아트 슈피겔만에게 블라덱의 생활에 대해 불평할 때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아우슈비츠를 겪었지만 누구도 자네 아버지 같진 않아!"라고 단정짓는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실제로 경험해 본 장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 하지만 후유증이란 것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블라덱이 이상한 것이라곤 할 수 없다. 같은 전쟁에 나갔다 와서도 누군가는 평범하게 살고, 누군가는 일상생활도 못할 정신병을 얻는 것처럼.[2] 또 쥐를 보면 블라덱의 경험이 사실 일반적인 생존자들과는 꽤나 다르다. 보통은 그냥 죽었을 고비도 여러 번 살아나오고, 같이 온 자들이 대부분 곧 죽은 수용소에서 기술을 이용해 오래 살았으니 역설적으로 가스실이 있는 곳도 가보는 등 온갖 꼴을 다 보았다.[3] 원칙적으로 말하면 앞에 서술된 내용처럼 같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라 해도 저마다의 처지와 경험이 다르고, 비슷한 경험이라 해도 사람마다 그 후유증이 다르므로 말라의 이 발언을 단순히 '블라덱이 이상하다, 엄살 피우는 것이다' 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완전히 틀린 소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작중 말라의 발언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본작의 주제중에는 '피해자로써의 과거를 가진 블라덱이 이제는 자기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가해자가 되어' 자식인 아티조차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우리 아버지는 반유대주의자들이 말하는 부정적인 유대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블라덱의 과거에 대해 공감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현재의 블라덱이 보여주는 모습은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블라덱의 참혹했던 과거가 현재의 블라덱에게 아주 강력한 영구까방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아주 심성이 독한 사람이 아니라면 '홀로코스트에서 거의 모든 가족을 잃고 자신도 온갖 고난끝에 겨우 살아남았으며, 겨우 함께 살아남은 아내마저도 우울증에 시달리던 끝에 자살로 잃은 노인' 이 무경우한 행동으로 자신을 화나게 한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화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블라덱 자신도 이를 아주 잘 알고, 슈퍼에서 먹다남은 시리얼을 억지로 환불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같은 사소한 행동에까지 이 까방권을 써먹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블라덱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부담없이 지적할 수 있는 인물은 '블라덱과 같이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했고, 현재는 블라덱의 억지와 비정상적인 행태를 참아내며 블라덱을 돌봐주고 있는' 말라 정도밖에 없다. 세부적인 부분에서야 어쨌건 블라덱과 동급의 경험을 가진 말라이기에 블라덱의 까방권을 뚫고 "그가 겪은 고통은 나도 알지만, 그것이 지금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해도 좋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라고 비판할 수 있는 것. 본작은 블라덱의 증언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나도 아우슈비츠를 겪었고 내 주변 사람들도 겪었다" 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말라의 시선을 더함으로써 블라덱의 경험이 단지 그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시대적 참극이었다는 것, 그리고 블라덱이 겪은 과거의 고통이 지금 블라덱의 잘못을 가려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드러내어 이야기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 외적으로 해석하면 이는 과거 나찌의 피해자들이 이주한 이스라엘이 현재 중동에서 보이고 있는 행태에 대한 비판을 은유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등, 보다 폭 넓은 독해 역시 가능하다.[4] 블라덱의 변호사 말에 따르면 돈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물론 이 대사는 순전히 블라덱의 시점.[5] 블라덱이 식료품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비를 주지 않아 자신의 저금을 까먹기도 한다.[6] 아티가 어머니 일기를 찾는 와중에 서재를 어지르자 하나도 빼놓지 말고 본디 자리로 돌려두라고 빽 소리지른다. 안 그러면 끊임없는 잔소리를 듣게 된다고 말했다.[7] 하지만 블라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심지어 아들인 아티마저도 '그럴 만도 하지'라는 반응이었다.[8] 이 때 아티는 아내에게 '난 두 사람이 대충 화해하고 다시 서로에게 불행을 안겨주길 바래.'라는 후레자식 발언을 한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같이 살기 싫어서... 그래도 사정을 보면 어지간히 시달렸는지 블라덱을 매우 싫어하는 아티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9] 아티의 후레자식 발언도 아마 이 지점을 의미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말라는 저 얘기 외에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날 꽉 붙잡던걸.'''"이라고 이야기한다.[10] 작중 언급을 보아하면 블라덱은 부동산을 제외해도 재산이 2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나중에 블라덱 자신의 거동이 불편해지고 나서야 유산을 10만 달러로 '올려' 준다고 언급한다. 블라덱 말대로 돈 욕심이 있었다기보단 애초에 진짜로 적은 액수만 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11]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70년대의 20만 달러는 2020년 기준으로 6배 이상이며, 구매력과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그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 즉, 블라덱은 현대기준으론 백만장자면서도 머리빗 하나 안 사주는 천하의 노랭이다. 게다가 고작 시리얼 한 상자를 자기 못 먹는다고 '''개봉된 걸''' 환불해달라며 가게에서 난리를 치는 인간이다. 이런 작자와 같이 사는것만으로도 대인배.[12] 앞서 말했듯이 말라 역시 생존자였고, "쥐"에 대해서 의견을 많이 냈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블라덱과 아냐이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를 별로 쓰지 않았다. 다만 아예 없는 건 아니고 블라덱이 장인어른이 죽음에 처해지던 분류의 과정에서 말라가 뇌물을 써서 어머니를 간신히 빼돌린 에피소드가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