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대홍포(테이스티 사가)
1. 개요
[image]
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대홍포.잊혀진 신. 인간이 도움을 청하면 항상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와주는 자비로운 신이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세상으로 나오길 꺼린다.
2. 초기 정보
3. 스킬[3]
4. 평가
5. 대사
6. 배경 스토리
6.1. 1장. 산
산천에 가득한 단풍이 온 산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구름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린다.
얽매이지 않은 생활은 늘 예상치 못한 작은 일로 깨져버린다. 산 아래에서 신나게 소리치며 달려온 아이들이 익숙하다는 듯 내 집으로 들어왔다.
사냥꾼과 약초꾼은 이 깊은 산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다.
주변의 다른 산과 달리 이 산은 나와 용정 덕분에 낙신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때문에 인간들도 이곳에서 약초와 사냥감을 찾곤 한다.
나는 약초꾼에게서 물건을 받고 감사를 표했다.
「대홍포 씨, 말씀하셨던 조미료와 생활용품입니다.」
「고마워요.」
깊은 산에 오래 사는 것은 평화롭지만, 뭔가를 사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산을 오르는 약초꾼과 사냥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대홍포 님, 대홍포 님, 왜 저희 마을에 살지 않으시는 건가요? 저희랑 같이 살면 매일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혹시 지낼 곳이 없어서 그러세요? 그럼 우리 집에 와서 지내세요!」
「앗! 억지 부리지 마! 나도 대홍포 님이랑 같이 살고 싶단 말이야!」
「제집으로 오세요!」
「제집에 오세요!」
떼쓰는 아이들 때문에 약초꾼에게 미안해지려던 찰나, 그가 주먹을 쥐고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에게 꿀밤을 한 대씩 쥐어박았다.
「대홍포 씨 방해하지 말고 여기 얌전히 있어라. 약초 캐러 갔다가 저녁에 데리러 오마!」
「네 」
햇빛이 점차 옅은 주황색으로 물들어갔고, 활발하던 아이들도 하나둘 하품하더니 서로에게 기대 잠들었다.
방에 있던 얇은 담요를 아이들에게 덮어준 뒤 잠든 아이들의 발그레한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던 중 갑자기 누군가 옷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 보니, 붉은 여우가 반짝이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우는 어디론가 몇 걸음 걸어가더니, 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며 복슬복슬한 꼬리를 흔들었다. 마치 내가 따라와 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여우는 얼지 않은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풀숲엔 여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는데 다리의 상처가 심각해 보였다. 나는 그 여우를 안아 들고 집으로 돌아가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지혈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사발에 넣고 짓이긴 뒤, 그 즙을 여우의 상처에 조심히 바르고 깨끗한 천으로 잘 묶어주었다. 여우는 고개를 들어 내 손바닥을 따뜻하게 핥으며 구슬프게 울었다.
나는 여우를 부드럽게 안아 긴 꼬리를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는 처마 밑에 앉아 해가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나를 감싸는 은은한 차향을 느꼈다.
이런 생활은 영원할 것 같았고,
또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
6.2. 2장. 산을 떠나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마지막 남은 햇빛이 구름에 가려질 때 즈음, 약초꾼과 사냥꾼이 돌아와 곤히 잠든 아이들을 깨웠다.
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고개를 돌려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와 제집인 것 마냥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는 녀석을 쳐다봤다.
「차 좀 줄게, 용정.」
털이 부드러운 여우를 용정의 품에 안겨주었다. 동물들과 친밀하게 살을 맞대는 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무릎에 앉은 여우를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는 용정을 보곤 등을 돌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서호용정. 나는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호숫가에 있는 그 사원이 아직 다 지어지지 않았을 때, 호수 바닥에 숨어 조용히 사람들을 구경하는 이 녀석을 알게 되었다.
원래 세상에 신이라는 건 없지만, 인간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소원을 위해 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서호용정은 인간들의 희망 속에서 비바람으로부터 그들을 막아줄 용신이 되었다.
그에게 익숙해진 여우가 조용히 손바닥에 기대오자, 차갑게 굳었던 서호용정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귀엽지?」
내가 손에 든 쟁반을 내려놓고 뜨거운 차를 그의 앞에 내어주자, 서호용정이 여우를 쓰다듬던 손을 치우며 괜스레 헛기침했다.
「말해 봐. 왜 갑자기 조용히 지내던 나를 찾아온 거야?」
「대홍포, 나랑 같이 내려가 줘야겠어.」
「응?」
「또 전염병이 창궐했어. 웅황주 덕분에 가라앉긴 했지만 네가 와서 좀 봐줬으면 좋겠다. 웅황주 혼자서는 역부족이야.」
나는 아무 말 없이 약상자를 빠르게 준비했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던 이 깊은 산을 서호용정과 함께 떠났다.
6.3. 3장. 사원
환주의 한 마을에 거울과도 같은 호수가 하나 있는데, 어느샌가 이 호수에 사원이 하나 지어졌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엔 전설의 용신, 서호용정이 산다고 한다.
처음에는 서호용정뿐이었고, 그때의 서호용정은 자신만의 세상인 호수 바닥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그를 모시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호숫가에는 원래 있던 용신상말고도 화원 같은 사원이 하나 더 생겼다.
「용신님」 이 정원에 살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추막, 나중에는 용수소와 용봉탕이 들어오더니, 근래 들어 웅황주까지 함께 했다.
사원에 도착해보니, 정원은 약초 냄새로 가득 했다. 얼굴에 땀이 흥건한 웅황주의 뒤에 용봉탕이 약상자를 들고 있었고, 용수소도 팔을 걷어붙인 채 아픈 사람들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찬 수건으로 갈아주고 있었다.
아직도 정원에 줄을 선 환자들을 본 나는 다급하게 약상자를 들고 웅황주를 도왔다.
나와 웅황주는 고생 끝에 모든 환자를 겨우 자리에 눕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 돌렸다.
「최근 들어 전염병이 생기는 곳이 점점 많아지는군요.」
「대홍포 씨, 저들이 걱정된다면 잠시 이곳에 머무르는 게 어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고, 그들에게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애쓰는 그들을 보니, 하고 싶었던 말이 목에 걸렸다.
저들은 저렇게나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이 착하다고 믿으며, 진심을 다해 인간을 도왔다.
머웃거리는 나를 발견한 용정은 웅황주 일행에게 다른 일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위로하듯 내 어깨를 다독였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마.」
나는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을 느끼며,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을 억누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밤이 되자,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버드나무의 가늘고 긴 나뭇가지가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호숫가 마을은 방 안의 따스한 등불을 조금씩 밝히기 시작했다.
사원 창가에 앉으니 집집마다 약초 달이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곧 발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쟁반을 차 탁자에 내려놨다.
고개를 돌려보니 자추막이 옷깃을 잡고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선선한 날씨와는 달리 하얀 찻잔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슨 걱정 해요?」
찻잔을 집으려던 내 손이 흠칫했다. 나는 곧 쓴웃음을 지으며 자추막을 쳐다봤다.
「티 많이 나요?」
「용정이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자추막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의 호숫가에서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는 용정을 가리켰다.
「......」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감사하다는 말을 못 했네요.」
「저한테요?」
「용정에게 약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때 용정이 급히 구하려던 사람이 당신이 었군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별말씀을.」
갑자기 창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우리는 고개를 내밀고 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봤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술을 잔뜩 마신 용봉탕이 용정의 어깨를 감싸고 술잔을 높이 든 채 이상한 시를 읊으며 혼자 신나있었고, 용정은 술 냄새가 나는 용봉탕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너무 열정적인 탓에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평온했던 창밖이 소란스러워지면서, 불안감으로 초조했던 마음이 그들의 웃음소리에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6.4. 4장. 변고
나는 마을의 역병을 잠재운 후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산속의 생활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약초꾼과 사냥꾼들은 늘 내 이야기를 들으러 아이들을 데려왔고, 가끔 자신의 중요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진찰을 받기 위해 먼 길을 달려 나를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산속의 작은 동물들도 종종 나를 찾아왔는데, 전에 내게 치료를 받았던 여우는 열매를 물어다 주기도 했다.
이런 평화로운 생활이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이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사냥꾼이 자추막을 업고 다급하게 산에 올라왔던 그 날, 붉은 피로 얼룩진 하얀옷을 입고 정신을 잃은 자추막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악몽을 꾸고 있었다.
「대홍포 님! 산 아래에서 정신을 잃고 계속 대홍포 님을 찾길래 바로 데리고 왔습니다! 아마 용신님의 사원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내가 다급하게 붕대로 상처를 묶자, 자추막이 악몽에서 깨어나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는 찢어진 상처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내 손을 붙잡았다.
「대홍포 님! 용정을 구해주세요!」
일단 자추막을 집에 눕히고 난 뒤, 달밤을 맞으며 사냥꾼을 따라 다급히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에는 낯선 얼굴이 있었다.
외알 안경을 낀 사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문 밖에 서 있었다.
그들은 나를 발견하고 놀란 듯 물었다.
「당신은?」
「저는 용정의 친구인 약사입니다. 자추막이 제게 도와달라고 하던데,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다들 그 사람들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어요. 제가 급히 왔을 땐 겨우 구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자추막은 분명 그때 당신에게 도움을 구하러 간 거겠죠. 그는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남자는 손에 진 담뱃대를 꽉 쥐었다. 그의 옷 자락에는 담뱃재가 묻어있었고, 얼굴의 상처는 미처 치료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서 산매탕을 좀 도와주세요, 상처가 깊습니다.」
방문을 열자 진한 약초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용정과 용봉탕은 정신을 차린 상태였지만, 상처가 깊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이 대홍포군요! 어서 도와주세요, 피가 멎질 않아요!」
웅황주에게 다가가 보니, 옆구리를 관통한 상처가 매우 심각해 보였다. 강한 회복 능력을 지닌 식신이라 해도 쉽게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침이 밝아오자 웅황주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와 산매탕은 바닥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어향육사는 우리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었다.
옆에 있던 용봉탕은 침대에서 힘겹게 내려와 자신의 상처를 움켜진 채 웅황주를 바라보았다.
「웅황주는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이제 빨리 회복하도록 영력을 써 주면 됩니다.」
안색이 창백한 응황주를 본 뒤 의아한 눈빛으로 용봉탕과 용정을 쳐다봤다. 그들이 있는 한 누구도 사원 동료들을 해칠 수 없었다.
「나를... 구하려다가...」
옆에 있던 용정이 주먹을 꽉 쥐며 미간을 찌푸렸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상처를 자극해 피를 토해냈고, 나는 다급히 그를 부축하여 뒤에 있는 베개에 기대도록 했다.
다행히 그들은 식신이었기 때문에 잘 관리하면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이 사원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외알 안경을 낀 카오야라는 사내와 알아가기 시작했다.
굉장히 똑똑한 이 사내가 내 신분을 알아차린 날,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대홍포. 당신이 과거에 있었던 일 때문에 속세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압니다.」
「......」
「하지만, 우리 같은 존재들이 이미 세상을 위협하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돕는 게 어때요? 전에 그를 도와줬던 것처럼.」
6.5. 5장. 무이대홍포
7. 코스튬
8. 기타
- 모티브가 된 차인 대홍포의 이름은 명나라의 황후가 이 차를 마시고 병이 낫자 황제가 차나무에 붉은 비단옷을 하사한 데에서 유래했다. 그 이름에 맞게 붉은 옷을 뒤집어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