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국가별 룰
1. 개요
바둑에서 국가별로 룰 차이가 나는 부분을 설명하는 문서.
2. 상세
중국과 일본, 한국이 모두 바둑을 두고 있으나 각 국가에서 정한 바둑의 룰, 정확히 말하면 계가 방식이 각각 다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순장바둑을 따르다가, 해방 후 1950년대 부터 일본식 룰을 따랐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룰이 거의 유사하지만 중국은 한국/일본과 약간 차이가 있다. 세계대회에서는 보통 대회가 열리는 국가의 룰을 따르거나 대회 자체에서 어떤 룰을 따를 것인지 정한다.
이렇게 룰이 다른 이유는 승부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나타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자기가 가진 '집'의 양으로 승부를 결정하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자기가 가진 '집'과 바둑판에 살아있는 '돌'의 수의 합으로 승부를 결정한다. 여기서 중국식의 룰을 채택하는 경우 사석이 승패에 무관하기 때문에 상대편에게 주게 된다. 여기에 황금의 분쟁이 발생하는 계기가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중국식 룰은 간명하다. 모든 경우를 '''실전해결'''로 한다고 해도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바둑을 다 둔 후에 자신의 집을 메워도 전혀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일본식 룰에서는 수많은 상황에 따른 해결방안을 룰에 계속 추가해야만 한다. 대신 일본식 룰은 중국식 룰에 비해 계가(집을 계산하는 것)가 훨씬 쉽다.
3. 내용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좀 있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일본 룰/한국 룰 - 대국이 끝나면 자기 집의 영토와 사석을 센다. 기본적인 집과 함께 자기 집에 있는 남의 돌과 사석은 자신의 집으로 세거나 상대 집을 메우는 데 쓰인다. 현재 한국기원에서 사용하는 룰과 거의 동일하다.
- 중국 룰 - 대국이 끝나면 자기 집과 함께 살아있는 돌들도 세서 집에 더한다. 잡은 돌은 상대에게 돌려주며 집으로 세지 않는다. 덤이 8점으로 되어있는데, 백에게 살아있는 돌 8점을 추가로 주는 방식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결과가 같을 경우 흑승으로 취급하므로 일본식으로는 덤 7.5집이 된다.
- 대만 룰 - 응씨배에서 유래한 룰로 응씨룰이라고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중국 룰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데, 흑백이 각각 181개, 180개의 돌을 갖고 시작하며, 계가를 할 때는 사석을 돌려주고 바둑통에 남은 바둑돌들로 자기 집을 메우고 계산한다. 따라서 백이 착수 포기를 하는 등의 일이 생기면 일본 룰과 비교해서 두 집이 차이나는 경우도 생긴다.
- 과거 한국 룰 - 순장바둑에서 사용되었던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룰. 중국 룰과 비슷하게 잡은 돌은 계가에 세지 않지만, 경계선을 제외한 안쪽의 자기 돌들을 전부 들어내고 자기 영토의 집만 센다. 단, 들어냈을 때 경계선의 돌이 단수에 몰리면 안된다.
3.1. 자기 집을 메울 때
일본 룰에서는 자기 집을 메우면 한 집 손해가 된다. 그래서 과거에 자기 집에 난 패의 형태를 보고 잇냐 안 잇냐로 분쟁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패를 해소하면 반집패이고, 패를 안 해소한 채로 계가하면 반집승인 상황에서, 상대가 팻감이 하나도 없으니 패를 해소하지 않고 그냥 계가하겠다고 버티는 것.
중국과 대만 룰에서는 자기 돌도 집으로 치므로 자기 집에 두는 것이 손해가 아니고, 한국(古) 룰에서는 자기 집에 두어도 어차피 들어내고 계산하므로 역시 손해가 아니다. 그래서 일본 룰에서는 분쟁이 발생하지만 다른 룰에서는 그냥 공배를 다 메운 다음 패를 해소하고 계산하면 된다. 결국 일본 룰에서도 저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패를 해소하고 계가를 하도록 규정이 신설되었다.
또다른 문제는 귀곡사와 관련한 것이 있다. 통상적으로 귀곡사는 죽은 것으로 취급하는데, 항상 패를 통해 잡아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의가 생각나는 형태이다. 문서에도 나와있지만 귀곡사가 죽은 것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패를 걸 권리가 일방적으로 한쪽이 유리해서 그런데, 판을 다 둬서 팻감을 전부 없애고 패를 들어가면 꼼짝없이 잡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집을 메워서 팻감을 없애면 일본 룰에서는 한 집이 줄어드므로 이쪽에서 또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일본 룰에 비해 이쪽은 다른 계산법이 더 합리적인 면은 있다.
3.2. 공배에 대한 취급
이런 특징 때문에 공배에 대해서도 취급이 서로 다르다. 일본 룰에서는 공배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머지 중국, 대만, 한국(古) 룰에서는 공배도 끝내기가 된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반상 위의 살아있는 돌도 세기 때문이고 한국에서는 공배를 메우면 공배 근처의 돌을 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룰로 경기를 진행할 때 반패를 잇지 않고 먼저 공배부터 메우려 한 다음에 반패를 진행하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공배로 인해 계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그 이유.
그런데 빅에 발생한 공배의 경우 얘기가 좀 달라진다. 중국과 대만 룰에서는 공배를 무조건 다 메워야 하는데 빅으로 인해 서로 둘 수 없을 경우 소유권은 절반으로 나누어 갖는다. 과거 대만 룰에서는 1/3이나 1/4 등으로 토막내서 분배하는 것으로 해결하기도 했으나, 중국 룰과 동일하게 변경되었다.
3.3. 덤 관련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덤 7.5집인 중국 룰과 응창기룰[2] 에서는 백이 유리하다고 결론이 난 상태이다. 그리고 알파고 이전 시대에도 상위권 프로들간의 경기에서는 덤 7.5집일 때 백의 승률이 52% 내외로 조금 더 높은 것이 확인이 되었는데, 어느정도 불합리한 사항인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이지만 딱히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현재 사용되는 형태의 중국룰과 응창기룰에서는 덤을 한집씩 바꾸는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둑판 위의 전체 점의 개수는 361개이므로 흑이 한 점을 더 차지하면 백이 한 점을 덜 차지할 수밖에 없어 집 차이가 두 집씩 옮겨 다니게 되고 덤을 두 집씩 바꿔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있게 된다.[3] 이런 이유로 6.5집의 덤을 사용할 수 없어 현행 덤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흔히 얘기하기는 하지만 Button Go 등 현행 중국룰과 거의 유사하면서도 한집씩 유의미하게 덤을 바꿀 수 있는 대안들도 오래 전부터 제안되어 왔다.
반면 한국룰/일본룰에서는 그냥 간단하게 덤을 하나 늘이거나 줄이면 해결된다. 이쪽은 그래서 한국룰/일본룰이 중국룰과 응창기룰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
3.4. 패 관련
모든 바둑 규칙에는 패 관련 규칙이 존재한다. 이를 일반화한 규칙도 있는데, 다음과 같다.
- 미국 룰: 패를 일반화하여, 이전에 바둑판에 나타났던 모양이 다시 나타나게 하는 수를 둘 수 없다. 즉 동형반복이 차단된다.
- 티베트 룰: 이전에 상대가 돌을 따낸 곳에 돌을 둘 수 없다. 환격이 다른 규칙과 다르게 되는 룰이다.
미국 룰에서는 판빅의 여지가 없다. 대만도 초기에는 같은 패 규칙을 채택했지만, 이제 복잡한 자체 규칙으로 바꾸어, 팻감을 써야 모양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응씨룰에서는 장생과 삼패로도 무승부가 불가능하고, 응씨룰에서 무승부를 낸다면 상금을 준다는 조항까지 있다.
다른 국가의 룰에서도 이 규칙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장생과 삼패가 워낙 드물게 등장하는 형태라 예외로 계속 두자는 의견도 있다.
4. 기타
왜 국가별로 다른 방식의 승부방식이 선택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은 간결한 계산, 중국은 인구(돌), 한국은 집의 넓이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나왔다는 추측이 있다. 물론 응씨룰의 경우는 창시자가 있으므로 제외.
이러한 룰의 차이 때문에 대회 도중 사건사고가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사석(死石) 1개 때문에 1집 차 승부가 실제로 일어난 경우도 있었다. 일명 황금의 분쟁이 그것. 대한민국에서는 그리 크게 조명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측에서는 제법 말이 많았었고 그 후에 일어났던 김은선 四단과 루지아 二단간의 룰에 관한 논쟁 등이 있다.
[1] 다른 경우는 대부분 빅으로 인한 것인데, 빅에 한 쪽의 돌이 많이 포함되었을 경우 중국룰에서는 그 쪽이 더 유리하다.[2] 공식적으로 8집이라고 주장하긴 하지만, 비기면 백승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7.5집으로 보면 된다.[3] 반상에 빅이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상황에서는 드물게 한 집의 덤 변화가 의미를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