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량
1. 개요
排水量, displacement.
배가 밀어낸 물의 양을 말한다. 물체가 밀어낸 물의 무게는 물체에 작용하는 부력과 같으므로 배수량은 배 자체의 무게와 같다. 실제로 측정할 때에는 물의 양을 측정하기는 어려우니, 배가 얼마나 깊이 잠기는가를 측정한다. 선체 아래쪽에는 배가 잠기는 정도를 나타내는 흘수선이 그려져 있는데, 이를 통해 배가 얼마나 깊이 잠기는 가를 알아낸 후, 계산을 통해 배수량을 계산한다.
중세 영국이 해상운송에 매긴 세금에서 유래했다. 당시에 나무통(와인통)은 현대의 컨테이너처럼 쓰였는데, 이 나무통을 선박에 얼마나 싣을 수 있느냐인 톤수(Tonnage)로 세금을 부과했고 이게 배수량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2. 종류
배에는 화물이나 탄약, 연료 등이 실리게 되는데, 배수량 산정 시에 이들을 포함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배수량이 몇 종류로 나뉜다. 따라서 선박의 배수량을 서로 비교해보려면 먼저 배수량을 적은 수치가 동일한 기준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심하면 만재 배수량과 경하 배수량의 경우 1만 톤 이상의 차이가 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2.1. 만재 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
최대 흘수선 까지 잠겼을 때의 배수량을 의미한다. 즉 안전하게 승조원, 연료나 화물 등을 모두 적재했을 때의 배수량이다. 선박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배수량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며, 다른 기준을 사용할 경우에도 따로 병기되는 등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미해군은 주로 만재 배수량을 사용한다.
2.2. 기준(표준) 배수량(standard displacement)
과거 해군 군함의 크기를 규제하기 위한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에서 사용된 배수량 기준이다. '''연료와 보일러용수를 제외하되''', 탄약이나 승조원 보급품까지 모든 물자를 적재했을 시의 배수량이다. 빈 배의 무게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재한 배의 무게도 아닌, 어찌보면 어정쩡한 기준의 배수량이다.
이렇게 이상한 배수량이 만들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당시 원양 작전을 하는 영국이나 미국은 연료를 많이 실었고, 특히 미국은 식민지가 적어서 자주 보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연료를 실었다. 이 때문에 이들 나라가 군축 조약 등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고, 따라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이상한 배수량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배수량을 기준으로 배수량의 제한 등을 두었기 때문에 기준배수량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즉 역으로 관리 감독하던 영국 입장에서는 인원을 줄이면서 자원을 더 실을 수 있는 허위서류만 있다면 이에 대해 정해진 기준치 이상을 적재할 능력이 있고 또한 정책상 페널티가 배수량 기준이었기 때문에 자원이 필요한 영국 등 식민지 경영국가들의 경제적 이익은 표면적으로는 자국 내 규정을 지키면서 타국은 제어할수 있도록 내로남불격 자원 수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3. 경하 배수량(light displacement)
화물, 연료, 밸러스트, 승객 등을 제외하고 보일러 구동용 물은 포함시키는 배수량이다. 즉, 고정적이고 기본적인 선체의 중량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해군은 경하배수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2.4. 공시 배수량
배를 준공한 다음 성능시험을 할 때의 배수량이다. 배의 성능을 자랑하는 기준 중 하나기 때문에 국가에 따라서 기준이 다 다르다. 그래서 타국과 비교하기가 힘들다.
일본의 자위대에서는 승무원과 탄약, 전투소모품은 만재상태로, 비전투소모품과 연료와 보일러용수는 2/3을 유지한 상태를 뜻하며, 명칭도 상비 배수량으로 다르다.
2.5. 상비 배수량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 이전에 그럭저럭 표준에 가깝게 쓰인 배수량. 적을 수색하다가 전투에 돌입한 것을 전제로 하므로 승무원만 만재상태이고, 탄약은 3/4, 소모품과 보일러용수는 1/2, 연료는 1/4인 복잡한 기준으로 구성된다. 기준이 복잡하지만 나름대로 현실성이 있었으나, 군축조약 이후에는 기준 배수량이라는 것이 새로 탄생했으므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2.6. 수상/수중 배수량
잠수함에서 쓰이는 배수량. 잠수함은 잠수하는 배이므로 일반 수상함과는 다른 배수량을 사용한다. 수상 배수량이 기준 배수량, 수중 배수량이 만재배수량처럼 표기하는데 매우 큰 밸러스트 탱크를 사용하며 선체가 모두 잠길 수 있는 잠수함의 특성상 실제로는 전혀 다르며 오히려 민간 여객선의 톤수와 더 유사한 점이 있다. 특히 수중 배수량은 그냥 배 전체의 부피를 나타내는 값이다.
3. 기타
배 무게 + 배가 최대로 적재할 수 있는 양은 만재 배수량 이상을 넘어갈 수 없다. 물론 그런 것을 싹 무시하고 갑판에 물건을 적재하는 등 배 무게가 만재 배수량이 넘도록 물건을 실을 수는 있으나, 그렇게 할 경우 배의 속도가 느려지고 무게중심이 상승하며 무엇보다도 건현이 위험할 정도로 줄어드는 등의 악재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파도가 약간 심해진다든지, 사소한 침수가 생겨도 배가 전복되거나 그대로 침몰하는 막장사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목숨이 아깝다면 안 하는 것이 좋다.
배수량 총합이 같을 경우 '''큰 배 한 척'''이 작은 배 여러 척보다 효율이 높다.[1] 배가 크면 그만큼 멀리 항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함의 경우 마찬가지로 큰 배 한 척이 작은 배 여러 척보다 단순 전투력은 더 우월하다. 배가 크면 그만큼 구경이 큰 함포를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관련 문서
[1] 물론 작은 배 여러 척을 소유할 경우 작은 배 여러 척을 각기 다른 업무에 투입할 수 있고 큰 배 한 척은 고장나면 아무것도 못 하지만 작은 배 여러 척은 한 척이 고장나도 평소보다 조금씩 더 업무를 분담하는 형태로 어느 정도 감당이 가능한 등등 작은 배 여러 척을 가지는 것이 큰 배 한 척보다 효율이 높은 경우도 매우 많다. 그렇기에 여기서 말하는 효율은 항속거리와 항해 안정성, 그에 따른 적은 보급정박 및 군용함에서의 두꺼운 장갑과 큰 함포 등 실 사용보다는 상대적으로 이론적인 효율을 의미한다. 군함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작은 배 여러척이 각기 다른 전략목표를 가지고 서로 다른 곳에 투입되면 큰 배 한척은 그중 어느 한곳에만 투입될 수 있을 뿐이며 작은 배 여러 척도 한번에 잡아낼 수 있는 그 높은 전투력은 단지 작은 배 한 척보다 강한 수준의 효율밖에 보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큰 배 한척과 작은 배 여러 척은 서로 효율성에서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는 보통 장거리 운항 시에는 큰 배 한척을 쓰고 그보다 짧고 잦은 운항에는 작은 배 여러 척을 쓴다. 결론적으로 민간이든 군이든 실사용에서는 큰 배와 작은 배를 목적에 맞게 혼합한 구성이 소수의 큰 배만 쓰거나 다수의 작은 배만 쓰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