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1979년 영화)
1. 개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1979년작 영화. 1960년대 일본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연쇄살인범 니시구치 아키라(작중 이름은 에노키즈 이와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키 류조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1]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영화 《신들의 깊은 욕망神々の深き欲望》의 흥행 실패 이후, 10여년간 작품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하였으나, 이 작품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주인공의 행보가 압권인 영화다. 하드보일드 범죄 영화 장르중에서도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
영화 자체가 계속해서 시간축을 바꿔가며 진행하다보니 처음 한번 봤을 때는 은근히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다. 능수능란한 편집으로 관객의 시간감각을 교란시키는 기법이 놀랄만큼 뛰어난 영화.
다만 후카사쿠 킨지와 얽힌 판권 문제로 제작 당시 조금 골머리를 썩였던 적이 있다. 이마무라 쇼헤이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2. 줄거리
시작하고 얼마 안가서 주인공 연쇄살인범 에노키즈가 이미 체포되어 있다. 에노키즈가 진술을 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알려주는데, 이게 은근히 일관성이 없다. 우선 시간순으로 되어 있는 것이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에노키즈의 개인시점도 아니라 언뜻언뜻 에노키즈의 아버지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그런다. 따라서 각 부분의 시점이 궁금할 때는 에노키즈의 머리카락이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 첫 살인으로부터 앞머리가 점점 길어지고 헤어스타일 또한 변하기 때문에 짐작하기 쉬워진다.
최초의 사건으로 공사 노동자 둘을 죽인다. 돈을 챙기고 도망 나오고, 이 영화의 명장면인 '''자신의 소변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하드 보일드의 정점을 달리는 장면이 등장.
에노키즈는 어린 시절, 가톨릭 신자이자 어부였던 아버지가 기독교 박해로 무력하게 자신의 배를 빼앗기는 것을 본 이후 반항아가 되었고 소년 형무소에서 자라 그대로 어른이 된다. 아버지는 방황하는 그가 가정을 가지면 철이 들 것이라 생각해서 맞선을 준비하지만, 맞선 당일에 덜컥 임신한 여자친구 카즈코를 데려왔고 둘은 결혼한다.
결혼생활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에노키즈는 사기죄로 징역살이를 하고 카즈코는 이에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 시즈오가 카즈코와 손녀들을 데리러 산으로 들어왔고, 간절한 부탁끝에 카즈코는 다시 시댁으로 돌아온다. 카즈코는 두 딸과 시부모를 돌보며 일하지만 점점 외로워질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시아버지인 시즈오에게 희미한 연정을 품는다. 시즈오는 그런 카즈코의 속내를 알아차리지만 가톨릭 신자로써 아들의 처를 품을 수는 없었고, 계속해서 자신을 억누른다.
한편 살인사건을 저지른 이후 지명수배자가 된 에노키즈는 대학교수와 변호사를 사칭,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망생활을 한다. 그 과정중에 만난 여관 여주인 하루는 에노키즈와 사랑에 빠져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을 안 후에도 에노키즈를 경찰로부터 숨겨준다. 에노키즈 또한 그런 하루를 사랑했지만, 전국구급 유명 범죄자인 자신이 체포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에노키즈를 숨겨준 하루에게도 화가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결국 에노키즈는 하루가 절임채소를 담그고 있을 때 하루에게 술을 먹이며 목을 졸라 죽인다. 여관에서 하루와 같이 살던 하루의 어머니 히사노도 죽인 얼마 뒤, 에노키즈는 체포된다.
아버지 시즈오는 그 소식을 듣고 에노키즈를 면회하러 가고, 시즈오는 병든 어머니가 끝내 죽었으며 에노키즈는 신부와 상담한 끝에 가문에서 파문당했음을 알린다. 또, 며느리인 카즈코를 품고싶었지만 계속해서 내면의 짐승의 마음을 억눌러 왔고 결국 자신 또한 스스로 파문하여 에노키즈 가의 무덤에 묻히기를 포기하겠다고 전한다.
엔딩 장면이 정말 특이하다. 5년후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에노키즈가 죽어 뼈만 남은 후에, 에노키즈의 아버지와 아내 둘이서 에노키즈의 뼈를 던지러 간다. 아버지가 에노키즈의 뼈를 던지자 황당하게도 뼈가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머무른다.[2] 계속해서 뼈를 던지지만 뼈는 공중에 속박되어 떨어지지 않고 뼈가 담긴 항아리째로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뼈가 공중에 떠있는 장면에 대해서 평론가들끼리도 논쟁이 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리얼리즘으로 일관한 영화가 갑자기 공중부양 뼈를 보여주니까...[3]
참고로 하루의 어머니 히사노는 살인죄로 감옥에서 15년을 살았고, 출소한 것은 최근이다. 자신 또한 살인을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에노키즈가 등 뒤에서 자신을 죽이려고 했을 때 멈춰세우고, 진심어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또 이런 어머니 탓에, 하루는 인생이 꼬였다고 하고 있으며 살인범과 그 딸을 거두어줬다고 생색을 내는 남편의 폭언을 들으며 여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에노키즈가 여관에 도착한 시점에서 이미 준이라는 다른 남자와 내연관계였고, 에노키즈가 살인귀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대만이든 오키나와든 멀리 도망쳐 살자고 제안한 것을 보아서는 여관생활이 정말 지긋지긋했던 모양.
3. 링크
평론가 류상욱의 복수는 나의 것 평론
4. 관련 문서
[1] 원작은 2017년 모비딕에서 출간되었다.[2] 프리즈 프레임 기법을 썼다.[3] 그런데 이 영화를 본 몇몇 평론가 및 네티즌들은 이렇게 해석한다. 영화를 보면 에노키즈의 아버지와 아내가 에노키즈 존재 자체를 빨리 떼어내려는듯,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뼈를 던지는데 에노키즈의 뼈가 땅에 떨어지는게 아닌 공중에 떠있게 연출한 것은 마치 에노키즈의 원혼이 너희가 아무리 날 떼어내려 하더라도 난 절대 너희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뜻에서 에노키즈의 '''복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석해서 본다면 웬만한 공포영화 뺨치는 섬뜩한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