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1. 설명
작가 곽재식의 2014년 출간 소설로, 곽재식의 첫 장편 소설.
처음에는 모나코를 배경으로 국제 범죄물처럼 시작되지만, 진행되면서 SF물스럽게 흐르기도 했다가 뜬금없이 금오신화 이야기를 했다가, 봉이 김선달 이 매우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 등, 소재나 목차만 보면 약빨고 쓴 것 같이 황당해 보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흡인력 있게 전개되는 것이 재미.
2. 내용
처음에는 몬테카를로에서 일하는 대사관 직원이 주인공인 것처럼 시작한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관찰자일 뿐으로, 이 사람이 대사관으로 잡혀온 주인공 남명식과 인터뷰를 하면서 남명식의 이야기를 듣는 형태로 진행된다.
남명식은 첫사랑 이야기, 직장 이야기, 암시장에서 옛날 문서를 본 이야기 등등을 늘어 놓는데, 그런 이야기가 서서히 진행되다가 남명식이 뭘 어쩌다 잡힌 신세가 되었는지가 밝혀진다.
범죄, 도박 같은 소재가 자주 나와서 기존의 밝은 연애 이야기가 많았던 전작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보다는 조금 어두운 편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의 재미와 비슷한 편.
사실 남명식은 봉이 김선달이 남긴 봉이비결이라는 전설적인 사기수법, 도박수법이 집대성된 문서를 우연히 발견해서 거기에 나온 수법대로 도박을 해서 거액을 벌어 들였던 것. 남명식은 룰렛을 했는데, 일이 점점 꼬여서 수법을 터득한 뒤에도 더 많은 소동을 겪게 된다.
3. 여담
- 짧은 장으로 이야기들이 나뉘어져 있는데, 작가 트위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커트 보네거트 소설을 따라한 것이라고. 그렇지만 커트 보네거트처럼 유머러스하면서도 허무주의적인 느낌을 잘 살리는 것과는 다르고, 그냥 재미로 그런 듯.
- 장마다 붙여놓은 소제목들이 정신이 나간 수준이다. 직접 살펴 보자 8장 제목 <어떻게 공간과 시간의 적절한 평형이 평범한 공간에서 특이한 시간을 발생시키는가>처럼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있고, 21장 제목 <어떻게 피곤과 쇠약을 극복하고 밤을 새고 깨어 있을 수 있는가>처럼 말은 되지만 내용을 읽어 보면 헛소리에 가까운 것이 대부분이다.
- 57장 <어떻게 하나의 문장만으로 57장을 채울 수 있는가>는 필견.
- 원래 몇 년전에 거울(웹진)에 실렸던 작가의 중편 소설을 개작한 것.[1] 장편으로 개작된 것도 몇 년 전이라, 그 사이에 장편 소설인 이 이야기에 잠깐 잠깐 나오는 소재가 그 새 전혀 다른 별도의 단편 소설이 되어 나온 것도 있다.
[1] 지금은 내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