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네거트
1. 개요
미국의 소설가.
2. 상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헌터 S. 톰슨등과 함께 20세기 마지막의 굵직한 대문호 중 하나이자,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과 함께 최후의 본격 SF 작가 중 하나였다.[2] 미국 본토에서는 20세기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릴 만큼 명망이 높았지만, 그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허무주의적, 염세주의적인 내용 때문에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작가다.
80대 중반까지 매일 담배 두 갑 이상을 피우면서도 잘만 살다가 지붕을 수리하러 올라가던 중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후유증으로 별세했다. 본인은 "흡연은 격조 있는 자살 행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말년에는 자신이 평생 피우던 팔몰 담배 회사에 직접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걸 피우다 보면 죽을 거라고 했으면서 본인은 80 넘도록 창창하다고. 팔몰 회사가 죽을 때까지 공짜 담배를 보내 주는 걸로 합의를 봤다고 한다(...). 물리학자인 그의 형은 이그노벨상 수상 경력도 있다. 유머가 넘치는 소설들을 쓰지만, 가족사를 보면 좀 충격적인 것이 어머니가 자살했고 우울증이 집안 내력이다.
코넬 대학교 생화학과에 다니던 중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기고하고, 성적도 개판이라 학교에서 경고를 먹고 미 육군으로 입대한다. 그 후 자주포 운용병으로 복무하다 오버로드 작전으로 인해서 주특기를 바꿔 정찰병 교육을 받는다. 이 시절 휴가를 받아 집에 오니 어머니가 수면제 중독으로 자살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수색대에서 구르다가 벌지 대전투 중 독일군에게 잡혀 하필이면 드레스덴에 가고 제5도살장이란 도살장을 개조한 포로 수용소에 갇혀 있었는데, 드레스덴 폭격으로 인하여 아군의 손에 타 죽고 살아남은 독일인들에게 멱살 잡혀 죽을 뻔했다가 겨우 살아남았다. 때문에 그는 평생 PTSD에 시달렸으며, 이 경험은 보네거트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허무주의적 세계관의 기반이자 소설 "제5도살장(Slaughterhouse-Five, 1969년작)"의 뿌리가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로 인해 퍼플 하트 훈장과 전쟁 포로 훈장을 받은 보네거트는 1967년에 전우와 같이 드레스덴에 다시 가게 된다.
종전 이후 시카고 대학교의 인류학과에 석사로 들어갔지만 논문을 인정받지 못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었으며, 고양이 요람 같은 작품을 써내며 작가로 등단한다. 그리고 시카고 대학교 인류학과는 이 '고양이 요람'을 석사논문으로 인정해 그에게 석사학위를 준다(...).
보네거트의 글은 본인의 인본주의적 사상, 유년기 때부터 관찰해온 인디애나 지방의 노동 운동의 경험 등이 섞여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넘치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대부분 결말들이 꿈도 희망도 없어서 그렇지... 이러한 면이 보네거트 본인의 사상적 핵심이기도 하다. 때문에 보네거트는 1960년대 미국 카운터컬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사실 보네거트의 이런 보헤미안 이미지는 그가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개발해낸 모습이며, 보네거트는 사실 매우 합리적이고 계산에 밝은 인물이었다. 당시 시대 조류였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반자본주의 정신("히피" 및 "비트닉" 등으로 대표되는)에 편승하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재발명하고, 작풍 역시 그에 걸맞게 바꾼 것. 실제로 그의 문학적 스타일은 1969년 "제5도살장"을 써내기 전과 후가 너무나 다르다. 특히 변신 후 첫 작품인 "제5도살장"은 당시 시대조류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보네거트를 일개 SF 작가가 아니라 미국 문학계의 거두로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해 준 중요한 작품이다. 1952년작인 "자동식 피아노(Player Piano)"와 1969년작인 "제5도살장" 및 그 이후 작품을 비교해 보자. 같은 작가가 썼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스타일이 다르다. 자기 자신의 외모 또한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바꾸었는데, 보네거트는 이 문서의 맨 위에 나오는 사진의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제5도살장 전에는 말쑥한 느낌의 평범한 외모였다(아래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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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네거트가 서명에 곁들이는 자신의 캐리커처 역시 변신 후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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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보네거트의 중기 이후 작품을 깎아내리는 비평가나 독자는 없으며, 오히려 성공적인 이미지 변화를 거쳐 작가로서 완성되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중기 이후 작품들은 극도로 단순 명료한 문장만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기교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주제에 핵심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뛰어난 글이다. 때문에 영어 소설을 읽으며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마더나이트 서문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세상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도덕적인 충고라는 말이
즉,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절망과 모순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지성에서 비롯되는 체념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최대한 감사히 누리는 것이라는 말이다. 아래에 수록된 어록과 명대사를 읽어보면 "그래도 웃어라"라는 생각을 느낄 수 있다.When you're dead, you're dead. Also, make love when you can. It's good for you.
"당신이 죽었으면, 죽은 거다(= 때가 오면 이미 늦었다). 또, 당신이 할 수 있을 때마다 사랑을 나눠라. 그게 당신한테 좋은 것이다."
3. 저서
3.1. 소설
- 타이탄의 미녀들(원제:The Sirens of Titan)
-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원제:God Bless You, Mr. Rosewater)
- 제5도살장, 혹은 어린이 십자군: 죽음과 함께 의무로 추는 춤(원제:Slaughterhouse-Five, or The Children's Crusade: The Duty-Dance with Death)
- 자동 피아노(원제:Player Piano)
- 챔피온들의 아침식사(원제:Breakfast of Champions)
- 제일버드(원제:Jailbird)
- 갈라파고스(원제:Galapagos)
- 고양이 요람(원제:Cat's Cradle)
- 마더 나이트(원제:Mother Night)
- 타임퀘이크(원제:Timequake)
3.2. 에세이
- 나라 없는 사람
-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4. 특징
작품 대부분에 트랄팔마도어 행성과 그곳의 외계인, 그리고 SF작가 킬고어 트라우트가 등장한다. 킬고어 트라우트는 친하게 지냈던 동료 SF 작가인 시어도어 스터전(Theodore Sturgeon)을 모델로 삼았다. 작중에서는 미국 SF작가들이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얼마나 사회에서 홀대받는지를 묘사하는데 자주 써먹는 캐릭터다.
또한 2차대전 때 자신이 포로로 잡혀왔던 드레스덴이 폭격당한 일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역시 몇몇 작품에서 언급된다.
5. 어록 & 명대사
예술이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지 때때로 궁금하다. 예술에서 '탄광의 카나리아'[6]
학설이라 부르는 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다.
- 1969년 6월 22일, 시카고 트리뷴이라는 잡지 중 "물리학자여, 스스로를 속죄하라"에서.
'''그런 식이다. / 그렇게 가는 거지.[7] / 그래, 그런 거지. / 뭐 그런 거지.[8] (So it goes.) '''
- "제5도살장(1969년작)"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 누군가 죽을 때마다 나온다. 다분히 관조적이며 보네거트의 사고관을 잘 드러내 준다. 등장하는 부분 중 로버트 케네디와 마틴 루터 킹이 죽었다고 언급하는 대목도 있는데, 여기서도 "그런 식이다."라고 말하여 초월한 듯한 느낌까지 준다.
'''사람은 죽는다. 모두 죽는다. (Things die. All things die.)'''
- "생일 축하해, 완다 준(Happy Birthday, Wanda June, 1970년작)"에서. 참고로 작중 등장인물인 완다 준은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죽은 여자아이이다.
장미는 빨개, 꺾을 때가 됐지. 너는 열여섯, 고등학교 갈 때가 됐지. (Roses are red, And ready for plucking. You're sixteen, And ready for high school.) [9]
- "챔피언들의 아침식사(Breakfast of Champions, 1973년작)"에서.
'''1. 당신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찾아라.''' 2. 다만 두서없이 쓰지 마라. 3. 간단히 써라. 4. 근성있게 편집해라. 5. 당신의 경험처럼 들려야 한다(Sound like yourself). 6.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해라. 7. 독자들을 동정해라.
- 1995년 "SF학(Science Fictionisms)"에서.
'''농담을 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예술이며, 늘상 감정적 위협으로부터 떠오른다. 매우 훌륭한 농담은 위험한데, 그것이 어느 의미에선 사실이기 때문이다. (The telling of jokes is an art of its own, and it always rises from some emotional threat. The best jokes are dangerous, and dangerous because they are in some way truthful.)'''
- 2002년 9월, 맥스위니가 쓴 "최고급 농담은 위험하다(The Best Jokes Are Dangerous)"에서 J. 렌틸리와 인터뷰하던 중에. 킬링 조크가 생각나는 대목.
내 말하건대, 우리는 방귀나 뀌고 돌아다니려고 이 지구에 있는 거요. 그 누구도 당신만큼은 다르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테고.
- "국적없는 사람(A Man without a Country, 2005년작)"에서.
'''변치 않는 좌절과 공포 등등이 없다면, 숱한 농담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범죄와 같은 불쾌한 사건에 대한 반응입니다.'''
- 2006년 10월, 퍼블릭 라디오 인터내셔널에서 인터뷰하던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