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은

 

1. 소개
2. 전개
3. 평가
3.1. 희곡 '인형의 집'과 비교할 때


1. 소개


MBC 주말 드라마 마마의 여자 주인공이다. 배우 문정희가 연기한다. 문태주의 아내이다.
얼굴 예쁘고 성격 좋고 가정에 헌신적인 그야말로 완벽한 현모양처. 거기에 소녀적인 성격으로 인한 애교까지. 작중 언급으로는 '''유부녀계의 넘사벽'''. 거기에 별명은 '''지교동 여신'''. 주변 평판은 남편 회사 동료와 엄마들한테도 싹싹하고 예절바르게 대해 묻기만 하면 칭찬이 쏟아지는 수준.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현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한승희와의 캐미스트리를 뽐내며 이 드라마를 우먼스 끝판왕으로 몰고 가는 주범 2(...). 제작진이 이 부분을 적잖이 노린 듯, 작중 모습을 보면 남편인 문태주보다 한승희와의 관계가 더욱 애틋하고 절절하게 그려진다.[1][2] 모든 것을 알아버린 후에 보여주는 승희에 대한 태도는 실로 '''애증.'''
첫 등장부터 마지막회까지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캐릭터. 첫 등장씬의 모습과 끝 등장씬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 하다.

2. 전개


중소기업 사장의 딸로 어려움 없이 자랐다. 부모의 소개로 문태주와 결혼하였다. 문태주와의 사이에서 딸 문보나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가정적이고 내조에 열심인 모습, 딸 보나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아 주위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산다. 별명은 '''지교동 여신'''. 단지 시어머니 박남순으로부터 아들 낳으라는 잔소리를 듣는 것이 흠인 것 처럼 보인다.
..는 '''페이크'''. 행복하고 아무 걱정이 없는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형편이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허영을 자제할 수 없어 몰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허세스런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부자동네에서 부자인 남들과 같아 보이려고, 또한 딸 보나의 사교육을 위해서 비상식적인 지출을 계속하며 지속될 수 없는 인생을 이어간다. 결국 대출만기가 다가오고 2금융, 심지어 사채를 써야 할 순간이 다가와 동생인 서영진네 집에 손 벌려 겨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동창이자 손아래 올케인 나세나와 갈등을 빚는다. 이 사태가 지속된 나머지 올케마저 돈을 빌려주기를 거절하고, 궁지에 몰린 지은은 빚을 갚기 위해 모델 출연 제의에 응했으나 알고보니 누드모델 촬영이었다. 지은은 이에 경악하여 촬영장을 도망쳐나오다 처음으로 한승희와 만나게 된다. 승희에게 살려달라 애원하여 위기를 모면한 지은이었지만 빚은 해결되지 않고 돈을 구할 곳이 없었다. 이 때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임(아사모)에서 다시 만나게된 승희에게 얼굴만 아는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돈을 빌려달라 울며 부탁한다. 그 결과 한승희 덕에 빚 문제를 해결하였다.
빚을 갚아준 승희에게 감사한 나머지, 같은 동네에 있는 아파트에 펜트하우스에 산다는 정보와 이름만으로 승희의 집을 찾아가며 무엇이든 돕겠다고 한다. 승희는 이런 지은에게 학습도우미 역할을 맡기며 아들 그루를 보살펴달라고 한다. 이때부터 서지은은 한승희의 집을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며 요리, 청소 등 집안일과 한그루의 뒷바라지를 담당하게 된다. 이후 한승희와 친구가 되어 서로 말을 놓게 되었다.
한편, 결혼기념일에 갑작스레 지은과의 약속을 못 지키게 된 문태주 대신 자신과 승희, 보나, 그루와 영화관에 간 날 문태주도 누군가와 같은 영화관에 간 사실을 알게 되고, 한밤 중에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남편의 불륜을 의심한다. 그리고 문태주가 강래연과 내연 관계인 사실을 알게되고 만다. 지은은 문태주를 원망하며 한편으로 초라한 자신을 탓하지만, 한승희는 그런 지은에게 문태주는 돌아올 것이며, 불륜관계가 지속되면 자신이 어떻게든 해주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승희에게 지은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비밀을 지켜줄 것을 부탁한다. 그런데 동네 방송국이라는 별명이 있는 진효정에게 남편의 불륜 사실을 전해듣게 되자, 지은은 승희가 이 사실을 진효정에게 말했다고 생각하여 한승희에게 네가 문태주의 불륜을 말한 것이냐며 폭언을 내뱉고 헤어진다.
그러나 진효정을 통해 문태주와 강래연의 불륜 이야기를 말한 게 한승희가 아닌 권도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권도희에게 그녀의 남편 김문호의 비밀들을 알고 있냐며 협박해준 뒤, 한승희에게 폭언을 한 사실을 후회하며 승희에게 사과한다. 또한 문태주가 강래연과의 관계를 정리하자 일단 단편적으로나마 해피엔딩. 이를 계기로 한승희를 진심으로 믿고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다.
극이 진행될수록 한승희문태주 사이에 접점이 늘어가고, 문태주와 서지은을 갈라놓고 싶었던 강래연이 문태주와 한승희 사이에 불륜이라며 증거를 들이밀자 그 둘의 사이를 점점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한그루와 가까워진다는 사실에 대해 시한부 인생인 한승희가 섭섭함을 느낀다는건 알아채지 못한다(...)
강래연은 문태주와 서지은을 헤어지게 하기 위해 불륜설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압박해온다. 이걸 보다 못한 한승희가 약속대로 강래연을 '''보내버리'''기 위해 문태주와 강래연의 회사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게 되고, 지은도 한승희가 스텔라 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문태주와 한승희가 만나는 이유가 회사일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처음의 빚을 갚아준 일을 비롯해 임신인 줄 알았더니 자궁경부암 증세라던가, 친정 엄마가 치매라던가 하는 우울한 일이 다발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옛 꿈을 잠시나마 이루어주고[3], 강래연이 압박해올 때 자신을 지켜주겠다던 한승희에게 크게 감사하고 감동 받아 승희를 자신의 30대 끝자락에 찾아온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걸로 한승희에 대한 의심을 모두 풀게 되...나 싶었는데, 우연히 문태주의 친가에서 과거 문태주와 한승희가 연인이었던 시절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한승희가 과거 문태주의 연인이었다는 사실, 한그루가 문태주의 친자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한승희에게 속아왔다고 생각하며, 한승희에게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승희에게 이제까지 너를 친구로 생각했던 자신을 뒤에서 비웃었던거냐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너에게 배웠던 대로 이제는 참지 않을꺼다, 자신이 받은 배신감을 모두 되돌려주겠다, 지옥이 두렵지 않을꺼라며 결별을 선언한다. 시청자들의 평은 '드디어 흑화했구나'(...) 한승희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품고 용서하지 못한다며 여러가지 폭언을 내뱉었으나, 정작 한승희를 완전히 잊지 못한다.[4] 한승희의 과거 및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아마 다시 갱생(?)할 듯 하다.
한승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한그루를 통해 한승희를 압박하려 한다. 한그루가 친구들 모두를 불러서 생일 파티를 하려는 것을 알게 되자, 엄마들에게 과외 선생이 온다는 핑계로 애들을 모두 불러모아서 그루의 생일 파티에 가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한그루에게 친아빠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려 한다!
18회. 한그루에게 부친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을 결국 포기한다. 한승희가 아니라 한그루를 생각해서 포기했다고....[5] 한승희에게 나는 이제 그루에게 상처밖에 주지 못하는 사람이니 이제 나에게 그 무엇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한승희와 문태주가 내연관계라는 소문을 듣고 그토록 남들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알려졌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한승희의 작업실에 처들어가서 깽판치기 시작. 끝내, 한승희가 한그루에게 마지막 선물로 남겨두려한 연화도를 부수어 버린다. 그러나 충격받는 승희를 보고 자신 또한 힘들어한다.[6] 그리고 혼자 호텔 로 도망왔다가, 천둥번개가 치자 그루가 걱정돼서 다시 그루 집으로 찾아가나, 거기서 한승희를 만나게 된다. 한승희에게 너를 미워할수록 내 마음이 아프다며, 이제 그만 좀 눈 앞에서 사라져달라고 말한다.[7]
한승희와 한그루가 캐나다로 떠날 짐을 챙기는 것을 보고, 어떤 결심을 한 모양. 문태주에게 이혼하자고 말한다. 그 후에도 이혼을 할까말까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 였다. 그러다가 나세나에게 한승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드디어''' 듣게 되었다.[8] 이에 한승희의 병실에 찾아가서 죽지 말라며 오열했다.
그리고 결국 승희의 시한부 선고를 듣고 한승희를 자신의 남편의 옛 여자가 아닌 친구로 보겠다고 선언하고 문태주와 이혼하고 한승희를 간호한다. 한승희는 잠시 서지은을 밀어내지만 결국 지은을 받아들이고 의지한다. 또한 자립하기 위해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감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자신이 블렌딩한 커피에 한승희의 영어이름인 스텔라를 따 '''스텔라 샷'''이라 이름 짓는다. 시험을 보러 들어가기 전 찾아온 승희를 만나고, 승희에게 나는 네 덕분에 꿈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승희가 죽기까지의 2년 동안 그녀를 간호한 것으로 보인다.
한승희 사후에도 그루의 엄마 노릇을 계속 하며, '''스텔라'''라는 카페를 차린다. 그녀의 목에는 한승희가 한그루에게 선물받은 나무 목걸이를 걸고 있으며, 카페에 한승희의 영정을 둔 지정석을 만들어둔다. 엔딩 장면에서는 그루가 잠그고 들어간 문을 몽키 스패너를 들고 억지로 뜯으려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모습을 본 그루는 속마음으로 '엄마랑 똑같아졌다'라고 평했다.

3. 평가


흑화한 뒤로 행적이 거의 열폭 비슷한 수준이라서 점점 비호감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는 짓거리가 아직도 선악을 오락가락 하는지라 이전에는 너무 착해서 답답했던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라서 답답해진 수준. 거기다 한승희에 대한 감정이 순 열폭에 하는 짓거리가 '''집에 무단 침입해서 물건 뽀개기(...)'''. 서지은의 흑화를 기대하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특히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화풀이로 연화도를 박살낸건 심하다며 평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정작 문태주와 그 집안 사람들에게는 심심한 반응이다. 문태주에게는 '이제 우리 사이는 끝난 것 같다'라며 말하나, 한승희에게 대했던 태도와 비교하면 굉장히 잠잠한 수준. 오히려 만악의 근원인 문태주 집안 사람들 보다 한승희에게 더 큰 적대감을 갖고 있다. 어째 입장이 거꾸로 되지 않았나? 사실 문태주는 한승희에게 어떤 일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서지은이 한승희에게 다소 배신감을 느꼈다 손 치더라도 그 배신감은 한승희의 과거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9]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존재한다. 우선, 승희는 병만 얻지 않았어도 한국에 돌아올 일이 없었다. 이후의 언급을 보면 여기는 쳐다보기도 싫었다고 하는 대사도 있다. 이를 악물고 노력해서 어마어마한 명성과 부를 얻었으니 이제 아쉬울 것 하나 없었을 것이며, 정작 승희를 떠났던 문태주는 한심한 인생을 살고 있었으니 한국에 돌아왔다 해도 그런 처지의 문태주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승희도 문태주에게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다소 감정이 남아 있는 모습이 보이나, 이후의 행보를 보면 점점 지은이 쪽으로 주의가 기울어지는 것이 보인다. 게다가 승희는 자기 입으로 너에 대한 원망으로 13년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승희는 문태주를 떠났기에 자신의 꿈도 이루고, 화가로써 명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문태주의 가족과 승희의 관계도 의심스럽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까이 지냈다는 언급이 있긴 하나, 그 정도의 신뢰가 쌓였는지도 알 수 없고 문태주 모친의 성격에 교제할 때도 승희를 가만 놔두었을 리 만무하다. 또한 문태주의 친가가 만악의 근원이기는 해도 태주에게 아무 말 없이 떠나기로 결정한 건 다름아닌 승희 본인이다. 지은이 승희를 원망한 이유 또한 승희가 모든 진실을 숨기고 자신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위의 시각으로 본다면 지은이는 친가에 가서 깽판을 놓아야 하는데, 결혼 전 남편이 정리한 임신 상태의 애인을 쫓아내었다고 문태주의 모친에게 가서 지은이가 따지는 걸 상상해보자.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지은이의 승희에 대한 태도를 단순히 열폭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는 지은을 단지 '문태주의 아내'로 바라본 경우에 나올 법한 평. 작중 그녀는 직접 자기 입으로 남편에 대한 배신보다 한승희에게, 자신의 친구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아냐며 눈물까지 흘렸다. 서지은 본인이 말했듯이 남편이 불륜관계를 맺은 상황에서도 한승희를 믿고, 어려울 때도 자신 곁에 있어준 한승희였기에 더욱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10] 모든 걸 알고 승희가 선물해 준 옷과 비행기표를 찢으며 지은은 정말 괴롭게 운다. 울면서 승희에게 자신이 얼마나 너를 좋아했는지 아냐고 말한다.
실제로 승희와 지은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만나면 둘 다 정말 힘들게 서로를 마주보며 안 우는 장면이 없다. 그녀가 연화도를 박살낸 것도 그토록이나 승희와 태주 모두에게 당부[11]를 했는데도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 솔직히 이 상황에서 지은 정도의 패악은 합당하다는 평도 많다. 가장 믿고 가까웠던 두 사람에게 감쪽같이 속고, 배신당한 지은의 심정은 애초에 모든 것을 각오했던 승희 이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은은 승희를 괴롭히면서도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며 최후의 최후에는 결국 한 발 물러서고 만다. 그루의 일에 특히 그러하다. 이 부분이야말로 그 착하던 지은이가 승희에게 심한 짓까지 할 정도로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는지 말해주는 동시에 결국 승희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다고 말해주는 셈이다.
마마를 정주행하는 사람이라면 본작은 지은이가 성장해가는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작중 많은 변화를 겪은 인물. 남의 시선을 신경쓰면서 전전긍긍하던 지은이 승희를 만나며 차츰 그런 가식에서 탈피하고, 그저 가정에 충실한 것만이 전부였던 그녀가 꿈을 떠올리고 스스로 설 수 있게 되어간다. 팩트만 보면 승희도 지은도 서로로 인해 상처만 얻은 것 같지만, 우정으로 인해 둘 모두 그 이상의 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3.1. 희곡 '인형의 집'과 비교할 때


이래저래 여성의 자아찾기와 정신적 성장을 묘사한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 주인공 '''노라'''와 유사점이 많은 인물이다. 극중 사건 전에는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로만 살았다는 점이 그렇고 주변에서 하나의 주체적 인간으로서 봐주지 않았다는 점, 극중 사건을 겪으며 자아를 발견하고 주체적 인간으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물 하나하나를 비례식처럼 맞춰보면 '''서지은=노라, 헬머(남편)=문태주, 사교계 사람들[12]=아사모''' 정도로 비교할 수 있다. 그러면 노라가 돈을 빌렸던 크로구스타, 노라의 유일한 마음의 친구 린데부인, 노라를 짝사랑했고 병으로 죽은 랑그박사 캐릭터가 비는데, 설명을 보고 대충 눈치깠겠지만 이 '''세 사람 한승희가 몰빵'''받은 거다.[13] 서지은은 한승희한테 돈을 빌린 적이 있으며, 서지은과 한승희는 서로 유일한 마음의 친구로 이런저런 속사정을 털어놓게 된다.
한 인간에게는 여러 개의 페르소나가 존재하지만, 혈연이나 가족적 의무에 의한 페르소나가 아닌 온전히 주체로서 맺는 관계는 친구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승희는 서지은이 누구의 엄마, 아내, 딸이 아닌 그냥 '인간 서지은'으로서 맺는 유일한 인간관계다.[14] 그만큼 서지은의 세계가 좁다는 의미이면서 한승희가 서지은에게 커다란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
'인형의 집'에는 크게 두 가지의 극적 진실이 숨겨져있다. 한 가지는 대사를 통해 공지된 노라의 크로구스타에 대한 채무다. 두 번째는 남편 헬머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암시되는, 헬머가 노라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하고 대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극적 파국을 불러오는 두 가지 진실이며 비밀이다. 채무관계는 '마마'에서도 비슷하게 결국 밝혀지며, 남편(헬머=문태주)과 잠시 갈등을 빚지만 결국 크로구스타(한승희)가 채권을 포기하며 어느 정도 무마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비밀, 서지은(노라)이 주체적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는 '마마'에서 한국적 상황에 맞춰 더욱 심화 발전되어 제시된다. 설정상 한승희는 서지은의 존재 가치를 대체할 수 있는, 연극적으로 표현한다면 '''박두한 파멸적 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지은은 한국 지교동[15]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자아로 살기 보다 문태주의 처, 문보나의 엄마를 자아로 삼고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 인물 앞에 어디 가서 깽판 놓을 데도 없는 충격적 진실, 한승희가 사실은 10년 넘게 연애하고 자기보다 먼저 문태주의 아기까지 낳은, 자기보다 더 문태주의 조강지처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은 서지은의 존재 근거, 존재 가치를 소거해버리는 사실이다.
서지은의 충격이 남보다 유별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것이고, 서지은의 흑화가 한승희에게 집중되는 이유도 이것이다. 마치 도플갱어처럼, 서지은에게 한승희는 그의 존재를 부정해야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상대인 것이다. 이를테면 문태주의 아내, 문태주의 여자 위치를 다른 사람도 아닌 한승희가 가져가버린 것처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서지은이 낳지 못했던 아들, 그루의 존재도 이를 심화시킨다. 남들 눈에 한승희가 문태주의 여자로 보일 만한 행동에 분노하는 것[16] 역시 그것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가는 일이기 때문.
그러나 문제는 한승희가 서지은의 단순한 안타고니스트가 아니라 는 점이다. 한승희는 서지은의 유일하고 절친한 친구이며 때로 그것이 연애감정처럼 묘사될 정도' 이쯤 되면 문태주가 서지은을 바람으로 이혼 청구해도....응? 로 감정의 수위가 장난 아니게 깊다. [17]
한승희의 암 투병 사실을 알고 서지은이 이혼을 결심하는 것도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레임 전환이다. '''서지은이라 쓰고 문태주 아내로 읽는''' 정체성에서 서지은을 그냥 서지은이라는 인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그래서 서지은은 집을 나가고, 일자리를 찾고, 한승희에게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한승희 친구 서지은이 아니라 그냥 서지은이고, 한승희야말로 서지은 친구가 된다.
결국 '크로구스타의 빚 독촉'이라는 사건을 겪은 노라가 자아를 찾고 집을 나간 것처럼, 서지은도 자신의 페르소나를 파괴하는 한승희라는 경험 끝에 자아를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1] 지은은 승희의 편지를 보며 오열하고, 승희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내가 사과해야 한다고 지은을 쫓아가는 등.[2] 심지어 호칭도 '자기'다. 게다가 초반 서지은에 대한 호칭을 '그쪽'으로 일관하던 한승희마저 중후반부로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자기'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그 연령대 여성들한테는 흔한 호칭법이긴 하다만.[3]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댄서로 자유롭게 사는 것이 꿈이라는 지은의 말에 승희는 레스토랑을 통으로 빌려 지은에게 잠시나마 댄서로서 무대를 만들어주었고 탱고 슈즈, 의상, 부에노스 아이레스 티켓도 주었다.[4] 앉으나 서나 한승희 생각에 너무나 괴롭다고 말한다.[5] 근데 정작 그루는 서지은과 만나기 이전에 문태주가 자기 아빠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6] 정말 펑펑 운다. 한승희도, 서지은도. 이 장면은 캡쳐되어 마마팬들이 마마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는 것으로 패러디 되었다.[7] 이때 한승희는 '귀찮게 해서 미안해...'라고 서지은에게 말한다. 이 대사는 주로 지은이가 승희한테 했던 말.[8] 문태주가 조용히 있었던 것도 원인 중에 하나인데, 이것은 한승희가 부탁한 내용이기도 하다. 아프다고 용서받는 것은 비겁한 것 같다며 조용히 캐나다로 떠나고 싶다고 했다.[9] 이쪽은 어렸을 때부터 거의 10년 이상을 믿어왔던 사람들에게 고작 '잘 살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배신당한 상황이다. 오히려 흑화해서 모든걸 다 아작낼 사람은 솔직히 한승희 쪽이다(...).[10] 문제는 대충 흘겨보는 시청자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그저 문태주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고 열폭하는 것으로 오해를 많이 한다는 것.[11] 이제 절대 만나지 말고, 소문을 사실로 만들지 말라는 것.[12] '인형의 집' 속 사교파티 참석자들은 대사를 통해 언급만 될 뿐이다.[13] 심지어 헬머와 겹치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다.[14] 실제로 아사모 멤버들도 표면적으로는 친구라 할 수 있지만 '''서지은을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한승희 뿐'''이다. 진효정이나 권도희는 '''보나엄마'''라고 부른다.[15] 사실상 사교육 일번지인 대치동에 비견됨[16] 문태주와 만나지 말라고 요구하고, 이를 어기자 격렬히 분노하는 것[17] 한승희는 서지은의 남편의 내연녀까지 만났다. 서지은은 겉보기로 완벽한 이 여자 한승희가 아들과 거의 파탄난 상태라는 걸 안다. 한 마디로 서로 볼 장 다 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