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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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구조론에서 섭입대란, 섭입(subduction)이 일어나는 곳이다. 섭입은 서로 다른 두 판이 수렴[1] 할 때, 한쪽 판이 나머지 판의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대륙지각 성분은 너무 가볍기 때문에 섭입대에서 침강하는 판은 언제나 해양 지각이다. 섭입할 때 지각에 들어있는 물이 방출되고 맨틀 암석을 용융시켜 활발한 화산 활동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지속되는 화산 활동으로 화산호나 산맥이 발달하게 된다.
두 판과 판의 상대속도가 서로를 향하게 되면, 두 판의 경계를 "수렴 경계(convergent boundary)"라고 말한다. 수렴 경계는 부딪히는 두 판의 성질에 따라 그 특성이 달라진다. 화강암과 같이 밀도가 낮은 암석이 풍부하게 섞여 있는 대륙 지각은 너무 가벼워 침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렴형 판 경계에서 두 판이 모두 대륙 지각으로 맞닿아 있는 경우 두 판 중 어느 것도 침강하지 못한다.[2] 그러나 부딪히는 판 중, 밀도가 비교적 무거운 해양지각이 포함되면 섭입이 발생한다.
섭입이 '어떻게' 시작되는가는 아직도 연구 중인 문제이다. 섭입이 시작되는 순간이 지구조적으로 어떤 형태여야하는 지는 대략적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경우라도, 아무 내부구조가 없는 판을 조각내어 섭입하는 것은 많은 힘을 요구한다. 섭입은 섭입하기 전부터 판 전체[3] 를 관통하는 구조[4] 가 이미 존재해야 발달하기 유리하다. 만약 아무 대륙지각으로서의 요소가 없는 해양판이 맞닿아있는 경우라면, 이전에 발달해 있는 변환 단층이 어긋나면서 섭입이 시작된다. 마리아나 해구는 가장 대표적인 변환단층이 섭입대로 변화한 곳으로 꼽힌다. 덧붙여, 마리아나 해구 일대는 본래 해양판 자체가 무거웠기 때문에 '자발적인 섭입 시작(spontaneous nucleation of subduction zone; Stern, 2004)'이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즉, 섭입대의 시작에 두 판을 밀어붙이는 벡터가 따로 없었다는 뜻이며, 말 그대로 한쪽 판이 '무거워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이런 경우, 위쪽판은 압축력은 커녕 강한 장력이 발생해서 넓은 배호분지(back-arc basin) 발달을 수반하고 일찍이 화산 활동이 발생한다.
만약 이미 섭입대가 발달해 있는데, 이 섭입대로 작은 대륙조각이 부딪혀 판경계가 충돌대로 변환된 경우, 충돌하는 힘은 그대로기 때문에 두 대륙 중 한쪽 혹은 양쪽의 반댓편이 새로운 섭입대로 발달할 수 있다. 대륙지각과 해양지각 경계는 이미 열곡 단계에서 발달한 큰 단층대가 산재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섭입대의 전환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두 판을 부딪히게 하는 힘이 가해지는 상태로 섭입이 시작된 것이므로, 강제적인 섭입 시작(induced nucleation of subduction zone)이 일어난다고 표현한다.
한번 섭입이 시작되면, 아래로 내려간(>100 km) 해양 지각은 높은 압력과 열에 의해 강한 변성을 받게 된다. 해양 지각의 대부분은 현무암이나 반려암으로 되어 있으며, 이들이 높은 압력에 노출되면 탈수가 일어나고 에클로자이트라는 무겁고 물이 적은 암석으로 변화한다. 에클로자이트의 밀도는 주변 상부 맨틀의 것보다 높아서 섭입하는 판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 섭입된 해양판의 덩어리는 '슬랩(slab)'이라고 부른다. 한편, 판이 섭입하게 되면, 주변 맨틀에 강한 전단 응력을 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섭입대는 상판[5] 아래에 놓인 맨틀에 강한 수평 흐름을 발생시키며 이 흐름은 슬랩을 따라 아래로 끌려내려간다.
섭입대를 중심으로 양쪽 판이 압축력을 강하게 받는 환경인 경우, 섭입되는 해양판은 자연스럽게 상판에 의해 '긁히거나' 상판을 '긁으며' 내려간다. 즉, 위쪽 판의 일부를 삭박하여 끌고 내려가든지 혹은 해양판에 얹어져 있던 해양 퇴적물이 섭입되지 않고 해구 근처에 겹겹이 쌓이게 된다. 해구 근처에 일련의 스러스트(thrust)[6] 로 누적된 퇴적 구조 덩어리를 '부가 프리즘(accretionary prism)'[7] 이라 말한다. 만약 두 판이 서로 압축을 그리 강하게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잘 밀려들어간다면 이 프리즘은 발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퇴적물이 해구에 누적되지 않으므로 해구의 깊이가 특별히 깊게 발달하는데, 이곳이 바로 마리아나 해구가 되는 것이다.
섭입되는 판으로부터 방출된 물이 상판과 하판 사이에 놓인 맨틀[8] 에 섞여들어가면서 맨틀의 용융점이 강하한다. 이 때문에 섭입대는 지속적으로 맨틀의 용융이 발생하며, 이에 따라 일정한 깊이에서 지속적인 마그마 발생이 수반된다. 이 때문에 상판에서는 해구로부터 일정한 거리 뒤편에 평행하게 늘어선 화산대가 발달한다. 지구는 구면이기 때문에 섭입하는 판 경계는 보통 직선이 아닌 호(arc) 모양을 갖는다. 알류샨 열도는 가장 교과서적인 호 모양의 섭입대이다. 이 때문에 화산이 일련으로 늘어선 이 구조를 화산호(volcanic arc)라고 부르게 된다.
섭입대는 호화산(arc volcano)과 호화산에 평행하게 놓여 있는 깊은 골짜기가 핵심 지표 구조가 된다. 골짜기는 해구(trench)라고 부른다. 일본 열도와 그 앞의 해구는 전형적인 섭입대 구조의 예가 된다. 섭입대의 화산은 다른 지역의 화산에 비해 특히 첨봉을 이루는 성층화산이 많으며, 화산이 늘어선 산맥을 만들어낸다.
호화산을 기준으로 해구(trench)와 호화산 사이는 전호(fore-arc)라고 하며, 호화산 뒤편을 배호(back-arc)라고 한다. 화산이 많이 만들어져서이든, 압축을 받아 산맥이 만들어져서이든 어쨌거나 호화산이 있는 곳은 고지대를 만들기 때문에 조산운동을 일으키는 셈이다. 따라서 조산운동의 결과 만들어지는 다량의 풍화산물은 전호 혹은 배호로 흘러들어가고 그곳에는 보통 퇴적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배호분지가 인장력을 받는 경우 땅이 찢어지면서 배호분지에서 대륙 열곡(rift) 내지는 해령이 만들어진다. 배호분지의 해령은 마리아나 해구 뒷편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며, 동해 북부의 일본분지(Japan Basin)도 배호분지에 해령이 발달한 사례이다. 또한 동해의 울릉분지는 열곡 구조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독일과 프랑스에 걸쳐 발달한 배호분지에서도 열곡 구조가 보고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신생대에 독일 일대는 판경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산 활동들이 많이 있어왔다.
한편, 섭입하는 해양지각은 그 위에 물이 잔뜩 포함된 퇴적물이 함께 존재한다. 이것이 지각 밑으로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이 퇴적물은 물을 더 이상 머금지 못하고 방출하게 된다. 이 물은 곧 섭입하는 지각 그 위에 얹어진 암석, 즉 맨틀로 스며들게 된다. 맨틀암, 즉 감람암은 물을 먹고 교대작용을 일으켜 감람석과 휘석이 변질되어 사문석이 되고, 이 연약한 광물은 바스라져 다량의 물과 함께 지표까지 뿜어져나온다. 이를 이화산(mud volcano)이라고 한다. 이 이화산은 전호분지에 흩어져 발달해 있으며 간혹 지표에서도 보고된다.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화산'''과 '''지진'''이 대표적이다. 이를 포함한 각종 현상을 아래 정리한다.
섭입대의 상징과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화산 활동이다. 섭입된 해양지각과 퇴적물은 다량의 물을 포함하고 있다. 퇴적물 내의 다량의 물은 압력이 올라가면서 방출되는데, 상당량의 물이 다 방출되지 못하고 지하 깊은 곳까지 끌려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약 100 킬로미터 정도까지 내려가면, 광물 격자 구조로 저장된 물마저도 안정하지 않게 되면서, 해양지각은 거의 무수(無水) 암석(에클로자이트)으로 변해버리고 이 방출된 물은 이미 온도와 압력이 어느정도 높아져 있는 주변 암석의 용융점을 확 내린다. 이 때문에 해양지각이 완전히 탈수되는 지점 근처에서는 다량의 마그마가 만들어지는데, 이 마그마가 올라와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해양지각은 꾸준히 들어가고, 탈수되는 위치(압력 조건)는 대체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그마가 비슷한 지역에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특정 일대(zone)에 지속적으로 화산 분출이 일어나 점점 지각이 두꺼워지고 궁극적으로는 일렬로 늘어서는 화산체가 발달하게 된다. 이렇게 두꺼워진 지각을 마그마가 지나면 마그마는 점점 규산염이 풍부해지고 점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잘 발달한 섭입대에서는 규산염이 풍부한 안산암질 내지는 석영안산암질, 유문암질 마그마가 곧잘 만들어지며 이것들이 굳거나 분출해 쌓이면서 규산염이 많은 지각이 형성된다. 따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발달한 섭입대는 두껍고 가벼운 지각 물질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폭발적인 화산 활동이 보고된다. 보다 구체적인 화산 활동은 성층화산을 함께 보라.
섭입대에서는 섭입하는 해양판과 상부판의 마찰 등에 의한 취성 변형에 의한 지진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관동대지진, 발디비아 대지진, 남아시아 대지진, 도호쿠 대지진 등이 바로 섭입대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지진들이다. 도호쿠 대지진 말고도 M 8.5 넘는 지진은 죄다 섭입대에서 발생하는거라 봐도 무방하다.[9] 심부로 갈수록 온도와 압력의 증가에 의한 변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취성 변형보다는 연성 변형이 발생한다.
어떤 섭입대는 배호 분지에 인장력이 가해져 열곡이 발생하게 된다. 이 과정이 심해지거나, 배호분지가 해양지각으로 구성된 경우 해령으로 발전한다. 배호분지에서 분출하는 현무암의 지화학적 특성은 섭입대의 그것과는 상이하여 배호분지현무암(Back Arc Basin Basalt, BABB)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동해 역시 배호분지의 확장이며, 동해 북부는 해령이 발달해 있고, 남부는 비대칭 열곡 구조로 북남 방향으로 열려 있으리라 생각되고 있다. 또한 마리아나 해구 뒤편에는 잘 발달한 배호분지 해령이 놓여 있다. 어떤 경우에는 진입하는 섭입대의 운동 방향이 매우 어슷하여 상부 지각에 전단력을 가해 큰 규모의 주향 이동 단층이 형성되기도 하며, 미얀마 등지가 대표적이다.
섭입대에서는 다른 지구조적 환경과 달리 규산염이 풍부한 화성암을 만들고, 특히 오늘날 대륙지각의 성질을 갖는 화성암을 다량으로 만든다.[10] 이 때문에 대륙이 성장하고 대륙물질이 만들어지는 곳이 섭입대라고 생각되며 오랫동안 섭입대가 발달하여 대륙 지각 물질을 구축하고, 나중에 충돌대로 변하여 안정한 대륙지괴로 발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 개요
판 구조론에서 섭입대란, 섭입(subduction)이 일어나는 곳이다. 섭입은 서로 다른 두 판이 수렴[1] 할 때, 한쪽 판이 나머지 판의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대륙지각 성분은 너무 가볍기 때문에 섭입대에서 침강하는 판은 언제나 해양 지각이다. 섭입할 때 지각에 들어있는 물이 방출되고 맨틀 암석을 용융시켜 활발한 화산 활동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지속되는 화산 활동으로 화산호나 산맥이 발달하게 된다.
2. 섭입대의 역학
두 판과 판의 상대속도가 서로를 향하게 되면, 두 판의 경계를 "수렴 경계(convergent boundary)"라고 말한다. 수렴 경계는 부딪히는 두 판의 성질에 따라 그 특성이 달라진다. 화강암과 같이 밀도가 낮은 암석이 풍부하게 섞여 있는 대륙 지각은 너무 가벼워 침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렴형 판 경계에서 두 판이 모두 대륙 지각으로 맞닿아 있는 경우 두 판 중 어느 것도 침강하지 못한다.[2] 그러나 부딪히는 판 중, 밀도가 비교적 무거운 해양지각이 포함되면 섭입이 발생한다.
섭입이 '어떻게' 시작되는가는 아직도 연구 중인 문제이다. 섭입이 시작되는 순간이 지구조적으로 어떤 형태여야하는 지는 대략적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경우라도, 아무 내부구조가 없는 판을 조각내어 섭입하는 것은 많은 힘을 요구한다. 섭입은 섭입하기 전부터 판 전체[3] 를 관통하는 구조[4] 가 이미 존재해야 발달하기 유리하다. 만약 아무 대륙지각으로서의 요소가 없는 해양판이 맞닿아있는 경우라면, 이전에 발달해 있는 변환 단층이 어긋나면서 섭입이 시작된다. 마리아나 해구는 가장 대표적인 변환단층이 섭입대로 변화한 곳으로 꼽힌다. 덧붙여, 마리아나 해구 일대는 본래 해양판 자체가 무거웠기 때문에 '자발적인 섭입 시작(spontaneous nucleation of subduction zone; Stern, 2004)'이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즉, 섭입대의 시작에 두 판을 밀어붙이는 벡터가 따로 없었다는 뜻이며, 말 그대로 한쪽 판이 '무거워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이런 경우, 위쪽판은 압축력은 커녕 강한 장력이 발생해서 넓은 배호분지(back-arc basin) 발달을 수반하고 일찍이 화산 활동이 발생한다.
만약 이미 섭입대가 발달해 있는데, 이 섭입대로 작은 대륙조각이 부딪혀 판경계가 충돌대로 변환된 경우, 충돌하는 힘은 그대로기 때문에 두 대륙 중 한쪽 혹은 양쪽의 반댓편이 새로운 섭입대로 발달할 수 있다. 대륙지각과 해양지각 경계는 이미 열곡 단계에서 발달한 큰 단층대가 산재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섭입대의 전환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두 판을 부딪히게 하는 힘이 가해지는 상태로 섭입이 시작된 것이므로, 강제적인 섭입 시작(induced nucleation of subduction zone)이 일어난다고 표현한다.
한번 섭입이 시작되면, 아래로 내려간(>100 km) 해양 지각은 높은 압력과 열에 의해 강한 변성을 받게 된다. 해양 지각의 대부분은 현무암이나 반려암으로 되어 있으며, 이들이 높은 압력에 노출되면 탈수가 일어나고 에클로자이트라는 무겁고 물이 적은 암석으로 변화한다. 에클로자이트의 밀도는 주변 상부 맨틀의 것보다 높아서 섭입하는 판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 섭입된 해양판의 덩어리는 '슬랩(slab)'이라고 부른다. 한편, 판이 섭입하게 되면, 주변 맨틀에 강한 전단 응력을 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섭입대는 상판[5] 아래에 놓인 맨틀에 강한 수평 흐름을 발생시키며 이 흐름은 슬랩을 따라 아래로 끌려내려간다.
섭입대를 중심으로 양쪽 판이 압축력을 강하게 받는 환경인 경우, 섭입되는 해양판은 자연스럽게 상판에 의해 '긁히거나' 상판을 '긁으며' 내려간다. 즉, 위쪽 판의 일부를 삭박하여 끌고 내려가든지 혹은 해양판에 얹어져 있던 해양 퇴적물이 섭입되지 않고 해구 근처에 겹겹이 쌓이게 된다. 해구 근처에 일련의 스러스트(thrust)[6] 로 누적된 퇴적 구조 덩어리를 '부가 프리즘(accretionary prism)'[7] 이라 말한다. 만약 두 판이 서로 압축을 그리 강하게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잘 밀려들어간다면 이 프리즘은 발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퇴적물이 해구에 누적되지 않으므로 해구의 깊이가 특별히 깊게 발달하는데, 이곳이 바로 마리아나 해구가 되는 것이다.
섭입되는 판으로부터 방출된 물이 상판과 하판 사이에 놓인 맨틀[8] 에 섞여들어가면서 맨틀의 용융점이 강하한다. 이 때문에 섭입대는 지속적으로 맨틀의 용융이 발생하며, 이에 따라 일정한 깊이에서 지속적인 마그마 발생이 수반된다. 이 때문에 상판에서는 해구로부터 일정한 거리 뒤편에 평행하게 늘어선 화산대가 발달한다. 지구는 구면이기 때문에 섭입하는 판 경계는 보통 직선이 아닌 호(arc) 모양을 갖는다. 알류샨 열도는 가장 교과서적인 호 모양의 섭입대이다. 이 때문에 화산이 일련으로 늘어선 이 구조를 화산호(volcanic arc)라고 부르게 된다.
3. 구조
섭입대는 호화산(arc volcano)과 호화산에 평행하게 놓여 있는 깊은 골짜기가 핵심 지표 구조가 된다. 골짜기는 해구(trench)라고 부른다. 일본 열도와 그 앞의 해구는 전형적인 섭입대 구조의 예가 된다. 섭입대의 화산은 다른 지역의 화산에 비해 특히 첨봉을 이루는 성층화산이 많으며, 화산이 늘어선 산맥을 만들어낸다.
호화산을 기준으로 해구(trench)와 호화산 사이는 전호(fore-arc)라고 하며, 호화산 뒤편을 배호(back-arc)라고 한다. 화산이 많이 만들어져서이든, 압축을 받아 산맥이 만들어져서이든 어쨌거나 호화산이 있는 곳은 고지대를 만들기 때문에 조산운동을 일으키는 셈이다. 따라서 조산운동의 결과 만들어지는 다량의 풍화산물은 전호 혹은 배호로 흘러들어가고 그곳에는 보통 퇴적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배호분지가 인장력을 받는 경우 땅이 찢어지면서 배호분지에서 대륙 열곡(rift) 내지는 해령이 만들어진다. 배호분지의 해령은 마리아나 해구 뒷편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며, 동해 북부의 일본분지(Japan Basin)도 배호분지에 해령이 발달한 사례이다. 또한 동해의 울릉분지는 열곡 구조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독일과 프랑스에 걸쳐 발달한 배호분지에서도 열곡 구조가 보고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신생대에 독일 일대는 판경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산 활동들이 많이 있어왔다.
한편, 섭입하는 해양지각은 그 위에 물이 잔뜩 포함된 퇴적물이 함께 존재한다. 이것이 지각 밑으로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이 퇴적물은 물을 더 이상 머금지 못하고 방출하게 된다. 이 물은 곧 섭입하는 지각 그 위에 얹어진 암석, 즉 맨틀로 스며들게 된다. 맨틀암, 즉 감람암은 물을 먹고 교대작용을 일으켜 감람석과 휘석이 변질되어 사문석이 되고, 이 연약한 광물은 바스라져 다량의 물과 함께 지표까지 뿜어져나온다. 이를 이화산(mud volcano)이라고 한다. 이 이화산은 전호분지에 흩어져 발달해 있으며 간혹 지표에서도 보고된다.
4.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들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화산'''과 '''지진'''이 대표적이다. 이를 포함한 각종 현상을 아래 정리한다.
4.1. 화산 및 조산운동
섭입대의 상징과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화산 활동이다. 섭입된 해양지각과 퇴적물은 다량의 물을 포함하고 있다. 퇴적물 내의 다량의 물은 압력이 올라가면서 방출되는데, 상당량의 물이 다 방출되지 못하고 지하 깊은 곳까지 끌려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약 100 킬로미터 정도까지 내려가면, 광물 격자 구조로 저장된 물마저도 안정하지 않게 되면서, 해양지각은 거의 무수(無水) 암석(에클로자이트)으로 변해버리고 이 방출된 물은 이미 온도와 압력이 어느정도 높아져 있는 주변 암석의 용융점을 확 내린다. 이 때문에 해양지각이 완전히 탈수되는 지점 근처에서는 다량의 마그마가 만들어지는데, 이 마그마가 올라와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해양지각은 꾸준히 들어가고, 탈수되는 위치(압력 조건)는 대체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그마가 비슷한 지역에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특정 일대(zone)에 지속적으로 화산 분출이 일어나 점점 지각이 두꺼워지고 궁극적으로는 일렬로 늘어서는 화산체가 발달하게 된다. 이렇게 두꺼워진 지각을 마그마가 지나면 마그마는 점점 규산염이 풍부해지고 점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잘 발달한 섭입대에서는 규산염이 풍부한 안산암질 내지는 석영안산암질, 유문암질 마그마가 곧잘 만들어지며 이것들이 굳거나 분출해 쌓이면서 규산염이 많은 지각이 형성된다. 따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발달한 섭입대는 두껍고 가벼운 지각 물질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폭발적인 화산 활동이 보고된다. 보다 구체적인 화산 활동은 성층화산을 함께 보라.
4.2. 지진
섭입대에서는 섭입하는 해양판과 상부판의 마찰 등에 의한 취성 변형에 의한 지진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관동대지진, 발디비아 대지진, 남아시아 대지진, 도호쿠 대지진 등이 바로 섭입대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지진들이다. 도호쿠 대지진 말고도 M 8.5 넘는 지진은 죄다 섭입대에서 발생하는거라 봐도 무방하다.[9] 심부로 갈수록 온도와 압력의 증가에 의한 변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취성 변형보다는 연성 변형이 발생한다.
4.3. 배호분지의 확장
어떤 섭입대는 배호 분지에 인장력이 가해져 열곡이 발생하게 된다. 이 과정이 심해지거나, 배호분지가 해양지각으로 구성된 경우 해령으로 발전한다. 배호분지에서 분출하는 현무암의 지화학적 특성은 섭입대의 그것과는 상이하여 배호분지현무암(Back Arc Basin Basalt, BABB)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동해 역시 배호분지의 확장이며, 동해 북부는 해령이 발달해 있고, 남부는 비대칭 열곡 구조로 북남 방향으로 열려 있으리라 생각되고 있다. 또한 마리아나 해구 뒤편에는 잘 발달한 배호분지 해령이 놓여 있다. 어떤 경우에는 진입하는 섭입대의 운동 방향이 매우 어슷하여 상부 지각에 전단력을 가해 큰 규모의 주향 이동 단층이 형성되기도 하며, 미얀마 등지가 대표적이다.
4.4. 대륙 성장
섭입대에서는 다른 지구조적 환경과 달리 규산염이 풍부한 화성암을 만들고, 특히 오늘날 대륙지각의 성질을 갖는 화성암을 다량으로 만든다.[10] 이 때문에 대륙이 성장하고 대륙물질이 만들어지는 곳이 섭입대라고 생각되며 오랫동안 섭입대가 발달하여 대륙 지각 물질을 구축하고, 나중에 충돌대로 변하여 안정한 대륙지괴로 발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 서로 마주보는 벡터 (방향)로 움직임을 의미함. 즉, 두 판이 서로 부딪히는 방향으로 이동함.[2] 이런 경우를 충돌대(collisional belt)라고 한다. 이 충돌대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인 히말라야 산맥.[3] 수직적 규모 측면에서[4] 커다란 단층선 등을 말한다[5] 섭입대에서 섭입되지 않고 얹어져 있는 위쪽 판[6] 스러스트(thrust)는 큰 역단층의 일종이다.[7] 통일된 번역 표현은 따로 정해지지 않은 듯하다.[8] 이 사이에 놓인 맨틀을 맨틀웻지(mantle wedge)라고 부른다.[9] 1920년 간쑤성 대지진(M 8.6)이 거의 유일한 예외이다.[10] 예컨대 니오븀과 탄탈륨이 결핍된 성분을 갖는데, 이러한 성분상의 특징을 갖는 화산 활동은 섭입대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