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구조론
板 構造論 / Plate Tectonics
지질학에서 지각과 맨틀을 포함하는 지구의 규산염질층, 특히 최상부 "암석권(lithosphere)"이 움직이는 양상을 설명하는 모델이다. 암석권 혹은 "판(plate)"이라는 고체지구의 가장 겉을 덮는 약 100km의 단단한 층이 연약권(asthenosphere)의 유동적 성질과 맞물려 움직이며 각각의 상대적 운동 방향과 속도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으로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1910년 경 베게너의 '대륙이동설(대륙표이설)'을 보통 시초로 생각하며 이후 1950~1970년대의 연구 결과로 정설로 인정받았다. 이전까지 지표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이나 기록이 이 하나의 패러다임에 의해 오롯이 묶여 잘 설명되었기에 이 이론은 '''현대 지질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지질학에서 "(판) 구조론"은 그 배경이 상당히 어려워서 지질학 전공을 할지언정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복잡한 구조지질학, 암석학 및 광물학적인 내용이 모조리 섞여들어가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이론 자체가 기존에 존재했던 지질학 분야들이 모두 뭉친 궁극의 이론 같은 느낌.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 판 구조론을 기반으로 대륙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사람은 의외로 수가 적은 편이다.
보통 판구조론에 대한 서론은 알프레트 베게너의 ''''대륙이동설(continental drift)''''로부터 시작된다. 베게너의 대륙표이설을 시초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베게너는 해저탐사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때에, 지표에 드러난 여러 간접적 증거만을 통하여 대륙 간의 상대적 운동이 있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다만 베게너의 설명은 그러한 상대적 운동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했다. 베게너는 대륙 자체가 그 하부의 암석 위에서 '표이'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주장대로 대륙이 움직이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요구하는데 이 메커니즘을 뒷받침할 원리를 제시하지 못했다.[1] 이 점은 지구물리학적으로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1912년에 발표한 대륙표이설은 약 30년 동안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다만 간접적 증거는 꽤 그럴 듯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이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예컨대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즈(Arthur holmes)[2] 는 방사성 물질의 붕괴열로 지구 내부가 액체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액체의 대류 움직임에 편승해 대륙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지금의 판 구조론과 상당히 유사한[3] 가설을 저서에 기록한 바 있다.
그러다가 세계대전을 통해 발달한 해저 탐사 기술이 동원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헤젠이 이끄는 해저 탐사 결과 해저의 형태(bathymetry)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과 전혀 다르며, 특히 대서양 중앙에 거대한 산맥과 계곡이 관통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곧 이는 대서양 중앙 해령(Atlantic Mid-Ocean Ridge)이라고 이름붙여졌으며, 이 새로운 정보는 바다를 담아낸 암석이 새로운 지질학적 역사와 메커니즘을 겪어왔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또한 암석 성분이 전혀 다르고 지각도 매우 얇으며 동시에 주변보다 고도가 높음(바다깊이가 얕음)이 알려졌다.
추가적인 연구가 곧바로 진행되어 이 해령의 지질학적 배경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등장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지진학적 연구 결과는 지진과 화산의 분포가 매우 비균질하며, 이 지진의 진원지가 새롭게 발견된 해령의 구조와 잘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962년 헤스(Hess)와 디에츠(Dietz)는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처음 '''해양저 확장(seafloor-spreading)'''이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구의 전체 면적이 오랜 역사시대에 걸쳐 크게 변화가 없기 위해서는 발산과 함께 반드시 어디선가 반대 작용이 일어나야한다. 그것이 바로 '''섭입(subduction)''' 활동이며, 헤스는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맨틀의 대류에 의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몰리, 메튜스와 바인의 대칭적인 고지자기 탐사 결과는 이에 더 큰 영감을 주었는데, 대서양 중앙 해령은 단순한 산맥이 아니라 해저의 암석 자체가 새롭게 생성되고 '발산'하면서 만들어져가는 결과물이라는 것이 사실상 확인되었다.
베게너의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이 에너지 문제였는데, 어째서 해령의 발견이 결정적이었는지 알려면 베게너의 이론을 살피는 것보다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야외지질학적 근거들을 살펴야 한다. 20세기 초반에는 이미 알프스 조산대를 필두로 한 여러 산지에서 야외 지질학이 오랜 세월 동안 그 이론을 누적시켜오고 있었다. 지구가 옛날과 어떤 방식으로든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했었으며 그 중심에는 야외 산상에서의 증거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알프스 조산대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스러스트 단층이 있었다. 이 단층은 확실히 그 단층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보다 지각의 길이가 "줄어들어야"한다. 이 때문에 지표 면적이 옛날과 달리 줄어들어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보통 지구과학 역사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지향사 이론 내지는 지구수축설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해령이 존재하여 새롭게 판을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면 굳이 지구가 수축할 이유도 없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지구 표면 면적이 유지될 수 있는 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마침내 베게너의 생각과 달리 지표의 운동은 단순히 대륙만의 것이 아니라 지표 전체의 것이며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이면서 발산과 수렴을 거듭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덧붙여 윌슨의 '변환단층'의 개념은 판끼리의 상대운동의 경우의 수를 완성시켰으며 같은 해 1965년 이에 대한 심포지움이 열려 지질학회는 마침내 판구조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였다.
판 구조론의 설명은 해령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령에서 판이 발산하게 되면 이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승류가 발생하게 된다. 맨틀 암석이 상승하게되면서 주변 압력이 감소하며 이 때문에 액체상이 더 안정해지면서 부분 용융이 진행된다. 이 결과 마그마가 형성되며 이 마그마는 지각의 벌어진 곳으로 끊임없이 물질을 공급해주면서 새로운 암석을 형성하게 된다. 맨틀에서 곧바로 기원한 현무암질 마그마가 비교적 짧은 거리 이동과 시간을 들여 분출하기 때문에 형성된 암석은 보통 현무암질 암석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새롭게 만들어진 해령의 암석은 현무암과 반려암이 되며 이는 곧 해양지각의 주구성 암석이 된다. 이 해양 지각은 발산하면서 천천히 식게 되고 밀도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지각 바로 아래에 있는 맨틀도 열을 빼앗기기 때문에 점점 식게되고 단단하게 굳어가게 된다. 따라서 해양지각은 해령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두께가 두꺼워질 뿐만 아니라 밀도가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바다에서 침전되는 다양한 종류의 퇴적암이 두껍게 쌓이게 된다.
해양지각은 마주보고 있는 판과의 상대적 운동 때문에 언젠가 다른 판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때 더 무거운 해양지각이 아래로 파고들게 된다. 이곳이 바로 섭입대가 되며 해양지각은 맨틀로 "가라앉게" 된다. 깊이가 증가하면서 압력과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해양지각은 그 압력에 걸맞게 더 치밀한(고밀도의) 암석으로 변성되며 이 암석을 바로 에클로자이트(eclogite)라고 부른다. 해양지각이 원래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었던 물과 수산기(hydroxyl group)는 고밀도화에 적합하지 않기에 해양지각이 변성(에클로자이트화 변성)되는 과정에서 탈수(dehydration)된다. 따라서 탈수된 물과 이산화탄소는 파고드는 해양지각 위에 얹어진 맨틀로 유입된다. 맨틀로 물과 이산화탄소가 유입되면, 맨틀암은 물과의 혼합계를 형성하며 이때 용융점이 강하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해양지각 위의 맨틀암석은 물과 만나 녹게 되며, 마그마를 형성하게 된다. 이 마그마는 위로 상승하면서 섭입대의 암석권에 끊임없이 열을 공급하고 강력한 화산활동을 일으키게 된다. 한편, 변성된 해양지각(에클로자이트)은 주변 맨틀보다 더 밀도가 높으며 이 때문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침강하게 된다.
판의 '상대적' 이동방향에서 두 인접한 판은 이동방향이 같다고 하더라도 판의 이동속도에 따라 두 판이 섭입하는 수렴형 경계가 만들어질수도, 발산하는 발산형 경계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
판이 자발적으로 침강하게 되면서 뒤따라오는 판은 끌어당겨지게 된다. 이 때문에 해령이 발산하는 강한 원동력을 얻게 된다. 섭입대가 잘 발달한 태평양에서 해령의 발산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섭입대가 크게 발달하지 못하면 해령의 발산은 하부의 열 공급원(예컨대 열점)과 고도차이 등에 의해 지지되는데 이 경우의 구체적인 물리적 모델은 좀 더 다듬어져야할 필요가 있다. 섭입하는 판을 특히 슬랩(slab)이라고 부르는데, 이 차고 단단한 슬랩은 맨틀 속에 들어가게 된다. 어떤 경우 이 슬랩은 맨틀과 핵 경계부까지 파고들어가며 새로운 물질이 상승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판구조론에서 다루는 "판(plate)"은 지각(crust)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판 구조론을 설명할 때 "지각이 맨틀 위에서 움직인다"고 말하면 사실 틀린 설명이다. '''
먼저 지각과 맨틀이라는 단어는 암석학적인 구분이다. 쉽게 말해 성분이 다르다는 게 핵심이다. 구성 광물이 애초에 다르기 때문에 지진파 탐사에서 가장 극명한 불연속면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다. 그러나 판구조론에서는 유동학(rheology)적인 설명이 더 중요하며 비록 성분도 유동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지만 실제 암석의 움직임은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그 때문에 판(plate) 혹은 암석권(lithosphere)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토록 단단한 암석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규산염층이 "대류"할 수 있는 것은 맨틀의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지구 내부에 많은 양의 열이 가둬져 있기 때문인데, 이 높은 열 때문에 맨틀 중상부가 아주 살짝 (이는 맨틀 전체의 두께에 비교해서 하는 말이다.) 용융되어 있다. 이를 연약권(asthenosphere)이라고 부른다. 이 연약권은 약간의 용융물과 열, 그리고 충분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유동적인 움직임이 쉬워지게 된다. 따라서 연약권에서 열의 전달은 전도보다 대류가 더 유리해지게 된다. 역으로 말하면, 연약권 위쪽으로 가면 온도가 더 낮기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지게 되고, 보다 단단하게 행동하는 맨틀이 존재하게 된다. 바로 이 윗부분의 단단한 암석층이 바로 암석권(lithosphere)이다. 암석권은 연약권이 지지하고 있는 상부의 단단한 암석층으로, '''지각 전부와 일부 맨틀을 포함한다.''' 이 암석은 덩이째 움직이려는 성질이 강하며 전도를 통해 온도를 지표로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지구는 유동학적 관점에서는 최상부의 암석권과 그 하부의 연약권,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하부 맨틀, 그리고 그 아래의 핵으로 구성된다. 판구조론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시스템은 바로 암석권과 연약권인 것이다. 암석권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두꺼운 곳은 거의 200km 가까이 된다. 특히 대륙을 구성하는 암석권은 지각 아래에 두껍고 단단한 맨틀이 붙어있는데 이를 특히 대륙 하부 암석권 맨틀(Sub-Continental Lithospheric Mantle, SCLM)이라고 부른다. 판(plate)이라는 단어는 이 암석권의 수평적인 움직임과 이에 따라 암석권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있음을 강조할 때 쓰는 표현이다.[4] 암석권은 연약권에 대비되는 표현으로서, 수직적 분포를 유동학적으로 고려할 때 도입되는 단어이다. 결국 용도는 다르지만 판과 암석권이라는 단어는 같은 물리적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 구조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흘러 행성이 식게 되면 더 이상 대류 활동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천체의 크기가 너무 작거나 열원이 남지 않게 되면 판 구조론이라는 현상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지구에서 일어나는 판 구조론의 성격도 시간에 따라 달라져왔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구의 판 구조론의 원동력에 해당하는 열원은 (1) 지구 형성 초기에 누적된 충돌 에너지 (2) 핵과 맨틀 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텐셜 에너지 변환, (3)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열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열원은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열이다. 1900년 전후에 알려지게 된 이 신비로운 현상이 지구 내부에 가득하다는 발견은 판구조론이 무리 없이 주류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라늄, 토륨, 포타슘은 가장 핵심적인 방사성 핵종인데, 이들은 모두 불호정성(incompatible) 원소의 대표격이라서, 지표 근처에 농집되어 열을 공급해주고 있다.
암석권은 상대적 움직임에 따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이 조각들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판의 경계에서는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경계마다 섬세하게 성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1) 수렴형 경계, (2) 발산형 경계, 그리고 (3) 보존형 경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경계는 서로 다른 현상을 일으키며, 지구화학적, 지구물리적으로 독특한 성질을 갖게 된다.
두 판의 이동 방향이 서로 마주치는 방향인 경우에 발달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두 판이 부딪히면서 압축력이 작용하고 이에 따라 습곡 및 역단층이 누적되면서 조산 운동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계를 따라서는 보통 열도나 산맥이 늘어서게 된다. 이는 또다시 두 판이 각각 대륙판이냐 해양판이냐에 따라 세분화된다.
부딪히는 판 중 적어도 한쪽이 해양지각을 포함한다면 반드시 섭입하는 판이 생기므로 이를 섭입형 경계라고도 부르며, 섭입이 이뤄지는 지점을 섭입대라 부른다. 이때 상반에 해당하는 판 위로 화산활동이 집중되게 된다. 해양지각이 다량의 물과 이산화탄소를 운반해주기 때문에 마그마 형성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섭입하는 경계를 따라 아주 깊은 바다가 형성되는데 이를 해구(trench)라고 한다. 두 판이 모두 해양인 경우 상반에는 호상열도가 형성될 수 있으며, 한쪽이 대륙인 경우에는 대륙지각이 밀려올라가며 습곡산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필리핀 판과 태평양 판의 수렴으로 생겨난 북마리아나 제도,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나스카 판(해양판)과 남아메리카 판(대륙판)의 수렴으로 생겨난 안데스 산맥이다.
한편 두 판 모두 두껍고 밀도는 낮은 대륙지각을 포함하게 되면, 양쪽 모두 섭입하지 않으려 하므로 섭입은 사실상 중지된다. 이를 충돌형 경계라 부른다. 그러나 횡압력이 여전히 두 판을 압박하기 때문에 지각이 한껏 두꺼워지게 되는데, 이때 거대한 산맥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수렴으로 생겨난 히말라야 산맥과 그 뒤편의 광대한 티베트 고원이다. 허나 섭입대가 없으므로 마그마는 생성되기 어려워 화산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이는 일반인들을 위한 비교적 간단한 설명이며, 실제로 수렴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각변동이나 지질구조의 양상은 매우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섭입형 경계였다가 뒤따라온 대륙과 부딪혀 충돌형 경계로 변하는 경우도 심심찮으며[5] , 어느 하나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경계[6] 도 많다. 섭입대 문서에 비교적 자세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으니 해당 문서도 참고.
말 그대로 판이 발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설명했던 해령이다. 그러나 대륙 지각이 찢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는데, 이를 보통 대륙 열곡(continental rift) 시스템이라고 구분하게 된다. 구분하게 되는 이유는 화산, 지진 등의 지질학적 현상들의 성질이 두꺼운 대륙지각의 영향을 받아 보다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열곡 시스템은 동아프리카 열곡대[7] 와 서남극 열곡대가 있다. 그러나 이런 내륙의 발산형 경계는 세월이 지나면 결국 갈라져 사이에 새로운 해양지각이 생성되어 바다가 되므로, 현존하는 발산형 경계는 대부분 해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대서양부터가 초대륙 판게아의 중앙부가 갈라지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바다다.[8]
수렴과 발산 두 경계만으로는 판 경계를 닫힌 도형으로 만들 수 없다. 두 경계를 잇는 구조선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이때 발달하게 되는 것이 바로 보존형 경계이다. 보존형 경계는 판과 판이 소멸하거나 생성되지 않은 채 서로 미끄러지는 경계이다. 특히 변환단층은 핵심적인 단층구조가 되는데, 이 경우 변환단층은 반드시 발산 혹은 수렴 경계에 의해 그 끝이 고정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유명하다.
행성 내부가 과열되어 있거나 식어버린 경우에는 판구조론이 성립하지 않는다. 판구조론은 단순히 땅이 움직인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구의 나머지 권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대량 멸종 사건이나 빙하기 등 여러 지질학적 사건의 배후에는 판구조론이 숨어있다. 또한 판구조 운동이 멈췄다는 것은 이미 내부가 상당히 식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지온구배에서는 외핵과 같은 액상의 철질 핵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양풍과 같은 항성풍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판구조론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물, 이산화탄소 등의 역할이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지구형 행성에서는 판구조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유일하게 확인이 제대로 안된 곳은 두꺼운 대기층에 막혀 내부를 살피기 어려운 금성이 있다. 지구의 판구조 운동이 왜 특별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현재진행형이다.
판 구조 대해 지구 초기에 완료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 개요
지질학에서 지각과 맨틀을 포함하는 지구의 규산염질층, 특히 최상부 "암석권(lithosphere)"이 움직이는 양상을 설명하는 모델이다. 암석권 혹은 "판(plate)"이라는 고체지구의 가장 겉을 덮는 약 100km의 단단한 층이 연약권(asthenosphere)의 유동적 성질과 맞물려 움직이며 각각의 상대적 운동 방향과 속도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으로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1910년 경 베게너의 '대륙이동설(대륙표이설)'을 보통 시초로 생각하며 이후 1950~1970년대의 연구 결과로 정설로 인정받았다. 이전까지 지표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이나 기록이 이 하나의 패러다임에 의해 오롯이 묶여 잘 설명되었기에 이 이론은 '''현대 지질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지질학에서 "(판) 구조론"은 그 배경이 상당히 어려워서 지질학 전공을 할지언정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복잡한 구조지질학, 암석학 및 광물학적인 내용이 모조리 섞여들어가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이론 자체가 기존에 존재했던 지질학 분야들이 모두 뭉친 궁극의 이론 같은 느낌.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 판 구조론을 기반으로 대륙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사람은 의외로 수가 적은 편이다.
2. 역사 - 대륙이동설에서 판구조론까지
보통 판구조론에 대한 서론은 알프레트 베게너의 ''''대륙이동설(continental drift)''''로부터 시작된다. 베게너의 대륙표이설을 시초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베게너는 해저탐사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때에, 지표에 드러난 여러 간접적 증거만을 통하여 대륙 간의 상대적 운동이 있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다만 베게너의 설명은 그러한 상대적 운동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했다. 베게너는 대륙 자체가 그 하부의 암석 위에서 '표이'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주장대로 대륙이 움직이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요구하는데 이 메커니즘을 뒷받침할 원리를 제시하지 못했다.[1] 이 점은 지구물리학적으로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1912년에 발표한 대륙표이설은 약 30년 동안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다만 간접적 증거는 꽤 그럴 듯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이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예컨대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즈(Arthur holmes)[2] 는 방사성 물질의 붕괴열로 지구 내부가 액체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액체의 대류 움직임에 편승해 대륙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지금의 판 구조론과 상당히 유사한[3] 가설을 저서에 기록한 바 있다.
그러다가 세계대전을 통해 발달한 해저 탐사 기술이 동원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헤젠이 이끄는 해저 탐사 결과 해저의 형태(bathymetry)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과 전혀 다르며, 특히 대서양 중앙에 거대한 산맥과 계곡이 관통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곧 이는 대서양 중앙 해령(Atlantic Mid-Ocean Ridge)이라고 이름붙여졌으며, 이 새로운 정보는 바다를 담아낸 암석이 새로운 지질학적 역사와 메커니즘을 겪어왔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또한 암석 성분이 전혀 다르고 지각도 매우 얇으며 동시에 주변보다 고도가 높음(바다깊이가 얕음)이 알려졌다.
추가적인 연구가 곧바로 진행되어 이 해령의 지질학적 배경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등장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지진학적 연구 결과는 지진과 화산의 분포가 매우 비균질하며, 이 지진의 진원지가 새롭게 발견된 해령의 구조와 잘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962년 헤스(Hess)와 디에츠(Dietz)는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처음 '''해양저 확장(seafloor-spreading)'''이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구의 전체 면적이 오랜 역사시대에 걸쳐 크게 변화가 없기 위해서는 발산과 함께 반드시 어디선가 반대 작용이 일어나야한다. 그것이 바로 '''섭입(subduction)''' 활동이며, 헤스는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맨틀의 대류에 의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몰리, 메튜스와 바인의 대칭적인 고지자기 탐사 결과는 이에 더 큰 영감을 주었는데, 대서양 중앙 해령은 단순한 산맥이 아니라 해저의 암석 자체가 새롭게 생성되고 '발산'하면서 만들어져가는 결과물이라는 것이 사실상 확인되었다.
베게너의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이 에너지 문제였는데, 어째서 해령의 발견이 결정적이었는지 알려면 베게너의 이론을 살피는 것보다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야외지질학적 근거들을 살펴야 한다. 20세기 초반에는 이미 알프스 조산대를 필두로 한 여러 산지에서 야외 지질학이 오랜 세월 동안 그 이론을 누적시켜오고 있었다. 지구가 옛날과 어떤 방식으로든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했었으며 그 중심에는 야외 산상에서의 증거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알프스 조산대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스러스트 단층이 있었다. 이 단층은 확실히 그 단층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보다 지각의 길이가 "줄어들어야"한다. 이 때문에 지표 면적이 옛날과 달리 줄어들어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보통 지구과학 역사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지향사 이론 내지는 지구수축설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해령이 존재하여 새롭게 판을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면 굳이 지구가 수축할 이유도 없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지구 표면 면적이 유지될 수 있는 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마침내 베게너의 생각과 달리 지표의 운동은 단순히 대륙만의 것이 아니라 지표 전체의 것이며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이면서 발산과 수렴을 거듭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덧붙여 윌슨의 '변환단층'의 개념은 판끼리의 상대운동의 경우의 수를 완성시켰으며 같은 해 1965년 이에 대한 심포지움이 열려 지질학회는 마침내 판구조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였다.
3. 원리
3.1. 해령에서 섭입까지
판 구조론의 설명은 해령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령에서 판이 발산하게 되면 이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승류가 발생하게 된다. 맨틀 암석이 상승하게되면서 주변 압력이 감소하며 이 때문에 액체상이 더 안정해지면서 부분 용융이 진행된다. 이 결과 마그마가 형성되며 이 마그마는 지각의 벌어진 곳으로 끊임없이 물질을 공급해주면서 새로운 암석을 형성하게 된다. 맨틀에서 곧바로 기원한 현무암질 마그마가 비교적 짧은 거리 이동과 시간을 들여 분출하기 때문에 형성된 암석은 보통 현무암질 암석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새롭게 만들어진 해령의 암석은 현무암과 반려암이 되며 이는 곧 해양지각의 주구성 암석이 된다. 이 해양 지각은 발산하면서 천천히 식게 되고 밀도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지각 바로 아래에 있는 맨틀도 열을 빼앗기기 때문에 점점 식게되고 단단하게 굳어가게 된다. 따라서 해양지각은 해령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두께가 두꺼워질 뿐만 아니라 밀도가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바다에서 침전되는 다양한 종류의 퇴적암이 두껍게 쌓이게 된다.
해양지각은 마주보고 있는 판과의 상대적 운동 때문에 언젠가 다른 판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때 더 무거운 해양지각이 아래로 파고들게 된다. 이곳이 바로 섭입대가 되며 해양지각은 맨틀로 "가라앉게" 된다. 깊이가 증가하면서 압력과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해양지각은 그 압력에 걸맞게 더 치밀한(고밀도의) 암석으로 변성되며 이 암석을 바로 에클로자이트(eclogite)라고 부른다. 해양지각이 원래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었던 물과 수산기(hydroxyl group)는 고밀도화에 적합하지 않기에 해양지각이 변성(에클로자이트화 변성)되는 과정에서 탈수(dehydration)된다. 따라서 탈수된 물과 이산화탄소는 파고드는 해양지각 위에 얹어진 맨틀로 유입된다. 맨틀로 물과 이산화탄소가 유입되면, 맨틀암은 물과의 혼합계를 형성하며 이때 용융점이 강하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해양지각 위의 맨틀암석은 물과 만나 녹게 되며, 마그마를 형성하게 된다. 이 마그마는 위로 상승하면서 섭입대의 암석권에 끊임없이 열을 공급하고 강력한 화산활동을 일으키게 된다. 한편, 변성된 해양지각(에클로자이트)은 주변 맨틀보다 더 밀도가 높으며 이 때문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침강하게 된다.
판의 '상대적' 이동방향에서 두 인접한 판은 이동방향이 같다고 하더라도 판의 이동속도에 따라 두 판이 섭입하는 수렴형 경계가 만들어질수도, 발산하는 발산형 경계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
판이 자발적으로 침강하게 되면서 뒤따라오는 판은 끌어당겨지게 된다. 이 때문에 해령이 발산하는 강한 원동력을 얻게 된다. 섭입대가 잘 발달한 태평양에서 해령의 발산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섭입대가 크게 발달하지 못하면 해령의 발산은 하부의 열 공급원(예컨대 열점)과 고도차이 등에 의해 지지되는데 이 경우의 구체적인 물리적 모델은 좀 더 다듬어져야할 필요가 있다. 섭입하는 판을 특히 슬랩(slab)이라고 부르는데, 이 차고 단단한 슬랩은 맨틀 속에 들어가게 된다. 어떤 경우 이 슬랩은 맨틀과 핵 경계부까지 파고들어가며 새로운 물질이 상승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3.2. 판과 지각, 그리고 판 구조론의 원동력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판구조론에서 다루는 "판(plate)"은 지각(crust)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판 구조론을 설명할 때 "지각이 맨틀 위에서 움직인다"고 말하면 사실 틀린 설명이다. '''
먼저 지각과 맨틀이라는 단어는 암석학적인 구분이다. 쉽게 말해 성분이 다르다는 게 핵심이다. 구성 광물이 애초에 다르기 때문에 지진파 탐사에서 가장 극명한 불연속면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다. 그러나 판구조론에서는 유동학(rheology)적인 설명이 더 중요하며 비록 성분도 유동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지만 실제 암석의 움직임은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그 때문에 판(plate) 혹은 암석권(lithosphere)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토록 단단한 암석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규산염층이 "대류"할 수 있는 것은 맨틀의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지구 내부에 많은 양의 열이 가둬져 있기 때문인데, 이 높은 열 때문에 맨틀 중상부가 아주 살짝 (이는 맨틀 전체의 두께에 비교해서 하는 말이다.) 용융되어 있다. 이를 연약권(asthenosphere)이라고 부른다. 이 연약권은 약간의 용융물과 열, 그리고 충분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유동적인 움직임이 쉬워지게 된다. 따라서 연약권에서 열의 전달은 전도보다 대류가 더 유리해지게 된다. 역으로 말하면, 연약권 위쪽으로 가면 온도가 더 낮기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지게 되고, 보다 단단하게 행동하는 맨틀이 존재하게 된다. 바로 이 윗부분의 단단한 암석층이 바로 암석권(lithosphere)이다. 암석권은 연약권이 지지하고 있는 상부의 단단한 암석층으로, '''지각 전부와 일부 맨틀을 포함한다.''' 이 암석은 덩이째 움직이려는 성질이 강하며 전도를 통해 온도를 지표로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지구는 유동학적 관점에서는 최상부의 암석권과 그 하부의 연약권,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하부 맨틀, 그리고 그 아래의 핵으로 구성된다. 판구조론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시스템은 바로 암석권과 연약권인 것이다. 암석권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두꺼운 곳은 거의 200km 가까이 된다. 특히 대륙을 구성하는 암석권은 지각 아래에 두껍고 단단한 맨틀이 붙어있는데 이를 특히 대륙 하부 암석권 맨틀(Sub-Continental Lithospheric Mantle, SCLM)이라고 부른다. 판(plate)이라는 단어는 이 암석권의 수평적인 움직임과 이에 따라 암석권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있음을 강조할 때 쓰는 표현이다.[4] 암석권은 연약권에 대비되는 표현으로서, 수직적 분포를 유동학적으로 고려할 때 도입되는 단어이다. 결국 용도는 다르지만 판과 암석권이라는 단어는 같은 물리적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 구조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흘러 행성이 식게 되면 더 이상 대류 활동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천체의 크기가 너무 작거나 열원이 남지 않게 되면 판 구조론이라는 현상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지구에서 일어나는 판 구조론의 성격도 시간에 따라 달라져왔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구의 판 구조론의 원동력에 해당하는 열원은 (1) 지구 형성 초기에 누적된 충돌 에너지 (2) 핵과 맨틀 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텐셜 에너지 변환, (3)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열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열원은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열이다. 1900년 전후에 알려지게 된 이 신비로운 현상이 지구 내부에 가득하다는 발견은 판구조론이 무리 없이 주류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라늄, 토륨, 포타슘은 가장 핵심적인 방사성 핵종인데, 이들은 모두 불호정성(incompatible) 원소의 대표격이라서, 지표 근처에 농집되어 열을 공급해주고 있다.
4. 판의 상대적 움직임에 따른 판경계
암석권은 상대적 움직임에 따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이 조각들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판의 경계에서는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경계마다 섬세하게 성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1) 수렴형 경계, (2) 발산형 경계, 그리고 (3) 보존형 경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경계는 서로 다른 현상을 일으키며, 지구화학적, 지구물리적으로 독특한 성질을 갖게 된다.
4.1. 수렴형 경계 (Convergent boundary)
두 판의 이동 방향이 서로 마주치는 방향인 경우에 발달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두 판이 부딪히면서 압축력이 작용하고 이에 따라 습곡 및 역단층이 누적되면서 조산 운동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계를 따라서는 보통 열도나 산맥이 늘어서게 된다. 이는 또다시 두 판이 각각 대륙판이냐 해양판이냐에 따라 세분화된다.
부딪히는 판 중 적어도 한쪽이 해양지각을 포함한다면 반드시 섭입하는 판이 생기므로 이를 섭입형 경계라고도 부르며, 섭입이 이뤄지는 지점을 섭입대라 부른다. 이때 상반에 해당하는 판 위로 화산활동이 집중되게 된다. 해양지각이 다량의 물과 이산화탄소를 운반해주기 때문에 마그마 형성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섭입하는 경계를 따라 아주 깊은 바다가 형성되는데 이를 해구(trench)라고 한다. 두 판이 모두 해양인 경우 상반에는 호상열도가 형성될 수 있으며, 한쪽이 대륙인 경우에는 대륙지각이 밀려올라가며 습곡산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필리핀 판과 태평양 판의 수렴으로 생겨난 북마리아나 제도,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나스카 판(해양판)과 남아메리카 판(대륙판)의 수렴으로 생겨난 안데스 산맥이다.
한편 두 판 모두 두껍고 밀도는 낮은 대륙지각을 포함하게 되면, 양쪽 모두 섭입하지 않으려 하므로 섭입은 사실상 중지된다. 이를 충돌형 경계라 부른다. 그러나 횡압력이 여전히 두 판을 압박하기 때문에 지각이 한껏 두꺼워지게 되는데, 이때 거대한 산맥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수렴으로 생겨난 히말라야 산맥과 그 뒤편의 광대한 티베트 고원이다. 허나 섭입대가 없으므로 마그마는 생성되기 어려워 화산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이는 일반인들을 위한 비교적 간단한 설명이며, 실제로 수렴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각변동이나 지질구조의 양상은 매우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섭입형 경계였다가 뒤따라온 대륙과 부딪혀 충돌형 경계로 변하는 경우도 심심찮으며[5] , 어느 하나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경계[6] 도 많다. 섭입대 문서에 비교적 자세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으니 해당 문서도 참고.
4.2. 발산형 경계 (Divergent boundary)
말 그대로 판이 발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설명했던 해령이다. 그러나 대륙 지각이 찢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는데, 이를 보통 대륙 열곡(continental rift) 시스템이라고 구분하게 된다. 구분하게 되는 이유는 화산, 지진 등의 지질학적 현상들의 성질이 두꺼운 대륙지각의 영향을 받아 보다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열곡 시스템은 동아프리카 열곡대[7] 와 서남극 열곡대가 있다. 그러나 이런 내륙의 발산형 경계는 세월이 지나면 결국 갈라져 사이에 새로운 해양지각이 생성되어 바다가 되므로, 현존하는 발산형 경계는 대부분 해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대서양부터가 초대륙 판게아의 중앙부가 갈라지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바다다.[8]
4.3. 보존형 경계 (Transform fault/Transform boundary)
수렴과 발산 두 경계만으로는 판 경계를 닫힌 도형으로 만들 수 없다. 두 경계를 잇는 구조선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이때 발달하게 되는 것이 바로 보존형 경계이다. 보존형 경계는 판과 판이 소멸하거나 생성되지 않은 채 서로 미끄러지는 경계이다. 특히 변환단층은 핵심적인 단층구조가 되는데, 이 경우 변환단층은 반드시 발산 혹은 수렴 경계에 의해 그 끝이 고정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유명하다.
5. 행성지질학적 관점에서의 판구조론
행성 내부가 과열되어 있거나 식어버린 경우에는 판구조론이 성립하지 않는다. 판구조론은 단순히 땅이 움직인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구의 나머지 권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대량 멸종 사건이나 빙하기 등 여러 지질학적 사건의 배후에는 판구조론이 숨어있다. 또한 판구조 운동이 멈췄다는 것은 이미 내부가 상당히 식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지온구배에서는 외핵과 같은 액상의 철질 핵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양풍과 같은 항성풍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판구조론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물, 이산화탄소 등의 역할이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지구형 행성에서는 판구조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유일하게 확인이 제대로 안된 곳은 두꺼운 대기층에 막혀 내부를 살피기 어려운 금성이 있다. 지구의 판구조 운동이 왜 특별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현재진행형이다.
판 구조 대해 지구 초기에 완료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 현재 존재하는 판들
6.1. 주요 판
- 태평양 판
해양판으로 1억 3천만 평방미터라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현존 최대 판. 동쪽에는 산 안드레아스 단층의 보존 경계를 제외하면 모두 발산 경계가 있으며 후안 데 푸카 판, 북아메리카판, 나즈카 판, 코코스 판 등과 맞닿아 있고, 남쪽에는 남극 판과 발산경계, 유라시아쪽 판과 수렴경계를 형성한다. 남서쪽에는 수렴 경계를 형성하는데 그 주체가 불분명하다.
- 유라시아 판
- 아프리카 판
- 북아메리카 판
- 남아메리카 판
- 인도-오스트레일리아 판[9]
- 남극 판
6.2. 소형 판
7. 같이 보기
[1] 대륙과 그 아래의 땅 사이의 마찰을 생각해보라.[2] 최초로 우라늄-납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정확하게 실시한 지질학자로서, 이를 기초로 가장 오래된 암석의 나이가 16억년에 달한다고 주장했다.[3] 현재의 판 구조론은 대류하는 맨틀은 액체가 아니라 연전성이 높은 고체상태라고 보고 있다.[4] 따라서 '판'은 암석권이라는 단어와 달리 그 각각의 조각을 지칭하여 쓸 수 있다. 예컨대 유라시아 판, 태평양 판 등, 암석권 전체 중 하나의 조각 조각을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5] 애초에 대륙 한복판에서 갑자기 수렴형 경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거의 모든 충돌형 경계는 원래 섭입형 경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예가 히말라야 산맥으로, 원래 바다였기 때문에 해양생물의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6] 대표적으로 그 양상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환태평양 조산대 남서부와 오스트레일리아 판의 경계부.[7] 변환 단층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연약권이 대륙 한 가운데에서 상승하면서 판을 갈라지게 하는 것이다. 변환단층은 맨틀의 상승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8] 대표적인 내륙의 발산형 경계인 동아프리카 열곡대 또한 훗날엔 결국 갈라져 아프리카 대륙이 두 쪽으로 쪼개질 것으로 예상하는 학자들이 많다.[9] 인도-오스트레일리아 판의 경우 단일한 하나의 판으로 보기도 하고 인도 판과 오스트레일리아 판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판으로 보기도 한다. 후자의 학설을 취할 경우 오스트레일리아 판은 주요 판으로, 인도 판은 소형 판으로 분류된다.[10] 비록 소형판이지만 그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상당히 무거운 해양판이며, 안데스 산맥을 이루게 한 매우 중요한 판이다. 내신은 물론 수능에서도 빈출되는 분이다.[11] 한반도와 인접해있는 판이며, 탕산 대지진과 연관있을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