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이글 4184편 추락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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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와 같은 기종의 ATR 72 항공기
1. 개요
1994년 10월 31일 오후 아메리칸 이글 4184편이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이륙해 시카고로 향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탑승 인원 68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다.
2. 사고 과정
아메리칸 이글 항공 4184편이 기장 올란도 아귀아[1] 와 부기장 제프 갈리아노를 포함한 4명의 승무원과 64명의 탑승객을 태운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이륙해 시카고로 향하던 중이었다.
비행기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이륙해 시카고로 향하던 중 구름을 통과하다가 난기류를 만났다. 부기장 제프가 이 구간을 맡아 자동조종장치로 난기류가 적은 고도까지 상승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으로 향하면서 10,000ft(3,050m)로 하강했고, 기상 악화로 오헤어 항공편이 정체되어 몇 대가 대기된 상태였다. 4184와 같이 잔여 연료에 여유가 있는 항공기들은 상공에서 대기중이었다.
공항 남동쪽 V7이라 불리는 홀딩패턴에서 트랙을 맴돌듯이 대기중이었고, 기장은 항공사 일정을 조절하도록 지연 상황을 알리고 교신에 지장이 없게 운항관리부에 문자를 전송했다. 이후 8,000ft(2,440m)로 하강했을때 보조익을 펼친채 과속해서 경고음이 울렸다. 보조익을 내렸지만 동체에서는 이상한 소음이 들리는 상황이었고 갑자기 '''항공기가 우측으로 꺾이고 조종간이 굳은채 움직이지 않았다.''' 약 5초 후 항공기는 균형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또 다시 조종간이 틀어지며 추락하고, 그로부터 23초 뒤 들판에 고속으로 얕게 추락하면서 탑승 인원 68명 전원이 사망했다.
3. 사고 조사
다음날 아침 교통안전국 조사팀이 도착했고, 추락 지역에 조각난 유해가 넓게 퍼진 것으로 인해[2] 생물학적 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꼬리 부분서 블랙박스를 발견한뒤 복원했고, 조사팀은 잔해를 수색했다. 자세지시계(인공수평의)도 수거했는데 이게 오작동하면서 조종사가 판단착오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설이 나왔다. 그러나 충돌 당시의 충격으로 인해 지시계 표면의 형광페인트가 지시계유리에 찍혀 남아있었고, 이를 통해 계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충돌 당시 비교적 수평에 가까웠다는 것 또한 밝혀지면서 해당 설은 배제됐다.
한편 4184기와 함께 대기하던 비행기는 모두 착륙했으나, 대부분이 날개가 결빙된 상태였고, 그중엔 두께 2cm까지 결빙된 비행기도 발견되어 날개가 결빙되면서 저항이 가중되어 양력이 감소해 조종에 악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설이 나왔다. 당시 시카고 상공에는 한랭전선이 있었고, 영하 8 ~ 12도의 한랭전선을 통과할때 생기는 결빙량은 미미했지만 4184기는 해당 전선을 연속적으로 통과하면서 결빙이 계속해서 쌓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근처서 비행 중이던 부기장은 기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다른 조종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으나 기장이 무시했단 사실도 나오면서 해당 설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조종사들이 결빙상태를 모른채로 계속해서 비행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 설이 사실이라면 제빙장치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사고기의 제빙장치 잔해를 수거해 프랑스의 제작자로 가져가 내부 밸브의 타이머와 충격 당시 표시 마크를 분석했다. 제빙장치엔 문제가 없었다.
한편 추락 3주후 아메리칸 이글 조종사 프레드릭이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 ATR 72의 결빙문제가 심각하며, 항공사와 당국에 시정을 요청했으나 무시당했단 사실도 밝혔다. 1달 후 조종사들은 악천후시 비행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항공사는 조종사가 없는 편의 운항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프레드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익명으로 아침방송에 나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 항공사로부터 무급정직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일이 생기자 사고기 이력을 조사하고, 운항 사고의 전력을 조사하면서 비슷한 사례를 5건 발견했다. 1988년 11월 위스콘신 모즈니에서 아메리칸 이글 ATR 42가 실속후 양력이 떨어져 추락했지만 출력을 최대한 높이고, 프로펠러 RPM을 86%에서 100%로 올린 끝에 겨우 실속에서 탈출했다. 당시 실속 경보장치는 울리지 않았었다. 또한 이탈리아 항공사의 ATR 42가 1987년 10월 알프스 산맥을 넘어서 독일로 가다가 추락해 탑승객 37명 전원 사망한 사고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결빙이 원인이었으나 조종사의 실수로 최종 보고된 상태였다. 또한 설계자 역시 결빙문제를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빙장치의 뒷부분이 얼어버리면 얼음을 제거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3]
날개에 과냉각 상태의 물방울이 부딪히면서 얼어붙으면 얼음층이 날개에 생기고, 그러면서 저항이 가중되어 양력이 감소해 비행기가 추락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얼음은 날개의 앞부분에 얼어서 제빙장치로 제거가 가능하지만, 물방울이 크면 날개 앞부분을 타고 흐르다가 좀 더 뒷편에 얼어붙어 제빙장치로 제거가 불가능했다. 또한 해당 항공기는 고익기 특성상 조종사가 날개 상단의 결빙 여부를 조종실에서 확인할 수 없었기에 결빙의 존재, 심화나 제빙장치의 무력화 상태 자체를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제조사는 결빙이 아닌 조종사 실수라 주장했으나, 비슷한 사고에서 보조익이 모두 비슷한 형태로 움직인 것을 확인했다. 결빙으로 기류저항이 커진 것과 동시에 보조익 바로 위에서 난류가 발생하여 보조익을 끌어올린 탓이었다. 조종간이 우측으로 꺾인 것도 조종간이 보조익과 케이블로 연결된 상태여서 우측으로 꺾였고, ATR 조종간에 동력 조타장치가 없어 조종사에게 이 저항이 그대로 전달되어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조사의 주장은 무시되었다.
이후 미국 항공당국에선 결빙 사태에 취약한 항공기의 운항을 정지시켰고#, 지역 항공사는 큰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 제조사는 제빙장치의 앞-뒤 폭을 넓혔고, 구형 ATR기는 항공사 차원에서 비교적 따뜻한 남쪽 항로에 배치해서 결빙 기후 조건을 최대한 피하게 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