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팩
1. 개요
핫팩의 반대버전. 실온에선 말랑말랑하고 얼면 꽝꽝해지는 어떤 물질이 비닐봉지 안에 들어간 채 이게 밀봉되어 '팩' 모양을 취한 물건이다. 얼려서 주변 온도를 낮추는데 쓴다. 부피를 덜 차지하면서도 주변 온도를 낮게 유지시켜주기에 얼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2. 상세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다수의 아이스팩, 즉 안에 정체불명의 이상한 물질이 들어간 그 아이스팩들은 실은 고흡수성 수지라는 물건이 들어간 것들이다. 정확히 하자면 소량의 고흡수성 수지(일명 SAP)와 이것에 흡수되는 다량의 물로 이루어져있으며, 이 수지는 물을 흡수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망상(網狀)구조(network structure)', 즉 그물과 같은 물리적 형태를 유지한다.
이들이 이루는 망상구조는 고분자 중합(polymerization)이라는 화학반응을 이용하는데 분자들을 연결해 실과 같이 긴 분자사슬을 만들어 물을 붙들어둔다. 그래서 자신보다 수십배 되는 물도 흡수 가능. 그래서 SAP는 아이스팩 외에도 기저귀, 생리대 등 빠르게 많은 물질을 흡수해야 할 물건들에서도 이용된다.
이 SAP가 물을 흡수하게 되면 젤리 비슷한 형태로 바뀌고, 여기서 열을 빼앗겨 언 상태가 될 경우 일반 얼음보다 냉기 지속 효과가 2~3배 높아지게 된다. 바로 이것이 아이스팩의 원료가 되어 비닐팩 안에 넣어지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스팩은 일반 얼음보다 보냉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점을 이용해 신선식품, 냉동식품 운송과 의료는 물론[1] 몸 여러 부위에 부착하는 쿨링 용품 등으로도 쓰이게 된다.
다만 환경오염 논란이 있어서 함부로 싱크대 하수구 같은 데다 버리는건 별로 좋지 않다. 비닐팩과 분리시키지 않고 그냥 그대로 버리거나, 내부 내용물을 바짝 건조시킨 다음 따로 쓰레기봉투 안에 버리는 것이 좋다.
3. 응용법
이 아이스팩 안에 있는 고흡수성 수지는 의외로 다양하게 재활용이 가능한데, 그 문방구에서 판다는 개구리알이랑 비슷하게 토양보수제로 써서 화분의 수분기를 조절하는 데도 쓸 수 있고,[2] 향을 내는 프래그런스 오일, 아로마 오일, 방충향 등을 섞어서 겔형 방향재를 만들 수도 있다.
각종 용기와 색소, 안에 넣을 작은 악세사리 등을 함께 써서 장식품을 만드는데도 이용할 수 있으며[3] SAP만 따로 분리해다가 수제 쿨링 용품 안에 넣는 식으로도 쓸 수 있다. 또 기본 원리는 온찜질팩과도 비슷한 놈이어서 앞면 2분, 뒷면 2분 정도로 비닐에 빵구 안 나는 정도까지 데펴서 온찜찔팩 대용으로 쓸 수도 있다.
4. 기타
여름철에 에어컨 못 킬 때 선풍기와 함께 병행하면 꽤 쓸모있는 물건. 천이나 수건 등에 둘둘 감싸고 몸 어딘가에 놔둔 채 바람을 쐬면 제법 시원하다. 물론 아이스팩이 안 닿는 다른 부위는 여전히 습하고 덥다는게 단점. 그리고 몸 아래쪽에 놓고 뒹굴거리거나 하다보면 점점 언 상태에서 녹아서 말랑말랑해진 아이스팩이 압력 감당을 못해 터지는(!) 괴랄한 사태가 날 수도 있다. 게다가 한 부위에 너무 오래 붙일 경우 동상의 위험도 있으니 일정 시간을 주기로 아이스팩을 옮기는 식으로 아이스팩에 닿는 신체부위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피서용으로 쓰는 아이스팩은 말랑말랑하지만 냉장실 수준으로 차가울 때까진 어쨌든 몸에서 열을 빼앗아주니 쓸만하다. 다만 체온과 거의 같아질 정도면 이제 몸에 붙이기 찝찝한 물건이 된다.
고흡수성 수지를 이용한 아이스팩이 환경문제 논란이 일어난 뒤엔 비닐봉지나 종이팩[4] 등에 그냥 물(...)을 담아서 얼린 물건도 아이스팩이라고 나온다.[5] 당연히 얘들은 일반 아이스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빨리 녹는 편) 버릴 땐 팩 끄트머리를 잘라서 물을 버려준 후 남은 용기를 따로 버려야 한다. 참고로 이런 아이스팩 안에 담긴 물은 무해하지만 먹지 말라고 써져있으므로 그냥 먹지 말자.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스팩에 든 SAP도 당연히 먹지 말아야 한다.
명절 땐 보통 음식들과 함께 따라붙어와선 순식간에 냉장고에 쌓이는 애물단지로 취급된다. 사실 냉동이나 신선식품 배달 잘 시켜먹는 사람이라면 명절때가 아니더라도 잊을법할 때마다 아이스팩이 냉동실 안에 바글바글 한 자리 꾸린 걸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 잊을법하면 알아서 다른 택배식품들 따라서 모이는 놈들인만큼 쌓여서 과하게 자리차지하기 전에 적당량만 남기고 버려주면 된다. 식구 많은 집 + 여름 + 에어컨 자주 못 킴 이런 상황이 합쳐지지 않은 한 한 집에서 아이스팩이 대여섯 개 이상씩 무조건 상비될 필요는 없기 때문.[6]
아니면 재활용 하는 방법도 있는데, 깨끗하게 닦아서 아이스팩이 항상 모자라는 정육점이나 반찬가게, 생활협동조합 등지에 갖다주면 정말 고마워하며 받아간다.
[1] 의외로 치료를 위해 냉찜찔을 할 때 아이스팩이 요긴하게 쓰인다. 이런 용도의 아이스팩은 음식 운송에 쓰이는 아이스팩과 달리 몇 단으로 접이식이 되기도 해서 특정 부위를 보다 잘 감쌀 수도 있다.[2] 물론 지근거리의 과습을 피해야 하는 종류의 식물이 든 화분에 쓰는건 안 좋다. 습기가 적당해야하거나 여행 등으로 오래 주인이 자리를 비워 물이 부족할 식물들에게 쓰는게 적당하다.[3] 기왕이면 무색투명한 용기에 넣고 색소 등을 섞어 장식품으로 만드는게 제일 모양이 이쁘게 잡힌다.[4] 당연히 물에 좀 젖더라도 찢어지거나 풀어지지 않는 특수한 종이를 써서 만든 것.[5] 얘들도 신선식품이나 냉동식품 배달주문하면 어렵잖게 볼 수 있다.[6] 여름이라고 쳐도 보통 3개 정도만 내버려두면 2개를 다 쓸 즘에 하나 정도는 남고 그 하나도 마저 쓰는 동안 또 하나쯤은 좀 얼어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