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사

 



1. 雁丘詞


금나라 때 시인 원호문(元好問, 1190-1257)이 금 황제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1205)에 쓴 다.
원호문이 이 시를 지은 이유를 설명하는 아래 일화가 내려온다.
원호문이 병주(幷州)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에 길에서 우연히 기러기를 잡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새잡이가 원호문에게 자신이 본 이야기를 하였다.
"제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도망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가지 않고 그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원호문은 죽은 기러기 한 쌍을 사서 분수(汾水)가에 묻어 주고,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라 하고[1] 이를 기리는 시를 썼으니, '안구사'란 이름으로 전한다.
참고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問世間 情爲何物 直敎生死相許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

천지간을 가로지르는 새야! 너희들은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느냐!

歡樂趣 離別苦 就中更有癡兒女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는데,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暮景 隻影爲誰去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온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꼬.

橫汾路 寂寞當年簫鼓 荒煙依舊平楚

분수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네.

招魂楚些何磋及 山鬼暗啼風雨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끼는구나.

天也妬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네.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아마 무협소설 팬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봤는 시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김용영웅문 2부 신조협려의 시작에서 이막수가 읊는 시가 바로 안구사. 이후에도 몇 번이나 언급된다.이막수의 등장이 이 노래와 함께요, 이막수의 퇴장 또한 이 노래와 함께다. 이막수의 일생을 관통하는 노래라, 신조협려를 읽은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신조협려 전체를 관통하는 시.
금나라의 유명한 시인이요 문인인 원호문(元好問)[2]이 '어느 짝 잃은 기러기가 먼저 죽은 짝을 따라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사연을 접하고 심혼이 흔들려 지은 안구사의 구절을 김용이 신조협려에서 제대로 잘 써먹었다.
여기서 生死相許란 즉, 生死相依로 풀이하며, 생사를 함께 할 정도로 무한히 의지한다는 의미, 결국 (마치 이 기러기처럼) 생사를 같이할 정도의 그 깊은 情이란 걸 노래한 구절이다. 情이란 것이 이다지도 초월적? 고귀한? .... 으아아아 대체 정이란 무엇인가? 생사상허 공생공사 이다지도 애달프게 만드는가... 이렇게 형식은 질문이되 그 실질은 情의 통절함을 목청 높여 세인들에게 호소하는 문구이다.
글자 분석으로 들어가서, '생사를 가름하다'는 '생사를 가르다'란 의미이므로, 글자 그대로만 본다면 오역이다.[3] 자구 그대로의 직역은 '생과 사를 같이 하게 만드는가.' 다만 소설에서는 좌충우돌 이막수가 저지르는 행위를 감안한다면, '생사를 가름하느뇨?'란 우리말 표현이 적절하다. 바로 이 문구가 신조협려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압축인 관계로 이 자구의 번역은 신조협려 번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번역문을 모아보면 ① 가름하느뇨 ② 가늠케 하는가 ③ 같이 하게 한단 말인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소설을 한국에 최초 소개한 번역자의 선택이 1번이고, 그보다 나중에 나온 번역인 김영사 번역이 3번이다. 1번은 원문에서 좀 벗어나긴 했지만, 시적 운율과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감성적 자극이 돋보이고, 3번은 충실하긴 한데 뭔가 밋밋하다.[4] 2번은 그냥 엉터리일 뿐.
기실 고사를 읽다보면 사조영웅전 때부터 활약한 곽정의 독수리 한 쌍의 최후와도 연관이 있는 시.
위의 번역과 몇 군데만 다르게 번역할 수도 있다.

問世間,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라,

情為何物, 정이란 무엇이길래,

直教生死相許? 이처럼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가?

天南地北雙飛客,하늘 땅 남북으로 쌍쌍이 날아가는 기러기여,

老翅幾回寒暑。지친 날개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함께했나?

歡樂趣,離別苦,함께함을 기뻐하며 이별에 쓰라리는,

就中更有痴兒女。너희 가운데 인간세상의 남녀 사랑보다 더한 것이 있구나.

君應有語:너는 틀림없이 이렇게 말하리라.

君, 2인칭대명사. 기러기

渺萬里層雲,아득히 만리에 뻗은 층층 구름

千山暮雪,천산에 퍼진 저녁에 내린 눈 속에서

衹影向誰去?홀로 뿐인 그림자로 어디로 갈 것인가?

橫汾路,분수의 길 지나감에

寂寞當年簫鼓,적막하기만하네 당년의 피리 소리 북소리,

한 무제가 분수를 지날 때 《추풍사秋風辭》를 지었는데, 그 가운데 "누선을 띄우고 분수를 건너네, 중류를 건널제 흰 파도거품 이는구나, 피리와 북소리에 맞춰 뱃노래 부른다.(泛樓舡兮濟 汾河, 橫中流兮揚素波, 簫鼓鳴兮發棹歌.)"라는 구절이 있고, 이후 횡분(橫汾)은 황제를 칭송하는 작품으로 쓰인다. 그래서 아래에 "당년의 피리 북 소리 사라지고 없구나.(寂寞當年簫鼓)"라는 구절이 따라왔다.

荒煙依舊平楚。황량한 안개만이 여전하네 광활한 숲 속에.

平楚: 평은 광활하다는 뜻이고 楚은 叢生이란 뜻으로 빽빽히 자란 나무.

招魂楚些何嗟及,초혼가로 넋을 불러본들 아 무슨 소용인가,

굴원의 《초사·초혼》은 민가를 문자로 옮긴 것이라 구절 끝에 항상 초사(楚些)라는 후렴구 라임이 있다. 즉 '초혼 어헤야' 해본들 어쩔 수 없다는 뜻.

山鬼暗啼風雨。산 귀신이 아무도 모르게 우네 비바람에서,

《산귀山鬼》역시 초사작품 가운데 하나다. 즉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天也妒,하늘도 이들을 질투하리니

未信與,믿지 못하겠네

鶯兒燕子俱黃土。앵무나 제비처럼 모두 황토가 되어 버린다고!

앵무 제비는 모두 젊고 예쁜 여인을 뜻한다. 즉 앵무새처럼 애교부리고 제비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동작을 의미.

千秋萬古,천추만고의 세월 동안

為留待騷人,여전히 남아 시인들을 기다릴 것이니

狂歌痛飲,미친듯이 노래하고 마음이 풀리도록 마시고는

來訪雁丘處。기러기 무덤으로 찾아오리라.


2. 러시아돌격소총




3. 소녀전선 전술인형의 별명




[1] 보통 구(丘)는 '언덕 구'라고 하지만, '무덤'이라는 뜻도 있다.[2] 당시 금나라 문학의 평균적인 수준은 남송만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송에서도 원호문이 쓴 글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3] 일부 번역에 '가늠'이라는 어휘가 등장하는 경우가 잦은데, 뭐 훈련소 사격장도 아니고 그냥 얄짤없는 오역[4] 김영사판 신조협려 번역은 같은 회사에서 출간한 사조영웅전과 함께 문학성도 없고, 엄밀함도 떨어진다고 지적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