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아스
1. 개요
동로마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 1세의 장녀 안나 콤니니의 역사서로,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전기를 다루고 있다. 동로마의 시각에서 바라본 당대 사회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2. 내용
《알렉시아스》는 동로마 입장에서 바라본 제1차 십자군 원정에 대한 시각과 당대의 주변 세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지만, 안나가 황제 알렉시오스 1세의 딸이다 보니만큼 아버지의 문제 되는 행동[1] 들은 상당수 언급하지 않거나 암시만 주었다. 처음에 자신의 아버지라고 좋게 보지 않고 공평히 서술할 것이라고 언급해놓지만,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그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사실 이런 류의 지배층에 대한 미화와 같은 요소는 서구 역사가들에게서도 대단히 자주 발견되며 안나는 명함도 못 내미는 거의 소설가 같은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를 유독 파더콤 취급하는 데는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남존여비 사상, 동방에 대한 나쁜 인식 등이 한 몫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알렉시오스가 뭘 할 때마다 "내 아버지는 훌륭한 계략으로...", "내 아버지는 마치 헤라클레스의 재림과도 같았다" 하는 식으로 얘기한다. 아니면 "우리 아버지는 누구누구와 싸웠는데, 그 사람은 키도 크고 지휘력도 뛰어나고 힘도 세고..." 하는 식으로 나가다가 결국 "내 아버지가 누구누구를 물리쳤다. 고로 우리 아버지 좀 짱인 듯?" 하는 식의 수사법도 애용한다. 이렇게 보면 안나가 객관적 시선이 없는 걸로 곡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동로마 측에 우호적이기는 하나 비교적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파더콤이라는 비판은 있지만 자신의 아버지인 황제 알렉시오스 1세가 처음으로 전쟁에 나가는 장면을 묘사한 루셀 진압전은 초기의 알렉시오스가 군사 지휘보다는 뛰어난 재치와 지혜[2] , 가문의 후광 등으로 성공하였다는 등의 암시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동로마 제국의 황녀가 집필했다는 점에서 동로마에게 있어 십자군 전쟁은 어떻게 비쳤는지 동로마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그 '동로마인'의 시각이 지나쳐 십자군에 대한 묘사에서는 편견을 감추지 않아 객관성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특히나 아버지와 싸우기도 했던 타란토의 보에몽에 대한 적대적인 서술이 심한 편. 물론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전기인 만큼 그의 적대자에 대한 서술에 감정이 배제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수는 있다.
문학적 수사도 매우 많이 사용하고 그 수준도 높기에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다. 역사서로만 보자면 이 같은 문학적 수사는 좋지 않으나 당시의 시류 자체가 전문적 역사서로서 현대와 같이 본격적인 구분은 본격화되지 않은 때라 그렇다. 그리고 글을 정말로 잘 써서 읽기에는 즐겁다. 《로마제국 쇠망사》라든지 《비잔티움 연대기》를 비롯한 각종 동로마 제국 역사 관련 저서에 단골로 인용되지만[3] 동로마사가 한국에서 마이너한 분야라 그런지 《알렉시아스》는 그 유명세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어 번역본이 없다. 읽고 싶다면 이곳 혹은 이곳을 참조하자. 단, 원서 자체를 읽고 싶다면 펭귄 클래식의 비양장본 알렉시아스는 오직 글자만 빽빽하게 적혀 있어 가독성이 심히 떨어지므로 다른 걸 구입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