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image]
1. 개요
양전하를 띠는 핵자.
2. 표기
양자(陽子)라고도 할 수 있으나 양자(量子)와 동음이의어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영문 표기는 수소의 이온을 가리키기도 한다. 왜냐하면 수소 양이온이 실제로 양성자이기 때문. 정확히 말하자면 수소원자의 가장 흔한 동위원소인 프로티움,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소원자는 양성자 하나에 전자 하나가 붙은 것이기 때문에, 전자가 떨어져나가고 양이온이 되면 양성자만 남는다. 양성자만 남았으니 당연히 양성자라고 부르는 것. 참고로 수소의 동위원소에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있는데, 얘들의 이온은 프로톤이라 부르지 않고 듀터론, 트라이톤이라 부른다. 만약 동위원소별로 나누지 않고 모든 수소의 양이온을 함께 지칭하고 싶다면 하이드론이라 하면 된다. 물론 그런 거 없이 그냥 "수소 이온(hydrogen ion)"이라 불러도 당연히 OK다!
3. 물리적 성질
이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양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전하의 크기가 전자와 동일하지만 부호가 반대인 경우. 다만, 질량은 약 1.67×10−27kg 혹은 938 MeV/c2로, 전자(0.511 MeV/c2)의 약 1,873배에 달한다.
반경이 측정되었다. 0.833 ± 0.01 펨토미터. 이는 서로 다른 두 팀이 서로 다른 방법을 이용해 측정한 결과이므로 신빙성이 높다.영문기사
3.1. 질량 및 내부 구조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중입자이며, 두 개의 업 쿼크와 하나의 다운 쿼크, 그리고 수많은 글루온으로 이루어져 있다. 쿼크 문서를 주의깊게 읽으면 다소 이상한 점을 하나 찾을 수 있을 텐데, 업 쿼크와 다운 쿼크의 질량, 그리고 글루온의 질량(=0)을 다 합쳐도 13 MeV/c2를 넘기지 못하는데 이는 양성자 질량에 비해 턱없이 작은 값이라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상대성 이론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는 현상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계(system)의 전체 질량은 질량만 합친 것이 아닌, 그 계에 속하는 입자들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모두 합친 걸 가지고 얻어야 하는 값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주어진 계에 속한 $$i$$-번째 입자의 에너지와 (3차원) 운동량을 각각 $$E_i$$, $$\vec{p}_i$$라 하면 그 계의 '전체 질량'의 제곱은 $$\left( \sum_i E_i \right)^2 - \left( \sum_i \vec{p}_i \right)^2$$과 같다.[2] 단순히 입자 두세 개만 있는 계에서 에너지와 운동량을 아무렇게나 세팅하고 계산해 보면 알겠지만 이게 원래 입자들의 질량을 단순히 다 합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입자들의 모든 질량이 0이더라도 전체 계의 질량은 0이 아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양성자의 질량은 대부분 글루온으로부터 온다'''고 말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양성자 안에 있는 '''쿼크가 세 개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들끓는 글루온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쿼크들을 쌍생성하고, 이들 쌍생성된 쿼크들이 도로 쌍소멸하든가 아니면 옆에서 쌍생성된 쿼크들과 원래 있던 글루온들과 상호작용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도가니를 형성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양성자 안에는 업 쿼크와 다운 쿼크 뿐만 아니라 이들의 반 쿼크, 다른 나머지 네 가지 쿼크들(과 그 반입자)들이 공존한다. 심지어 에너지가 높아지면[3] 무거운 쿼크들의 분포가 슬금슬금 올라가며, 이들에 의한 반응이 더 많이 생기기도 한다. 다만 우리가 업 쿼크 두 개와 다운 쿼크 한 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평균을 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 세 개의 쿼크들, 혹은 더 일반적으로 흔히 강입자(hadron)를 이루는 쿼크들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valenced quark이라고 불리운다. 아무튼 양성자, 혹은 주어진 강입자를 이루는 글루온들과 쿼크들의 분포를 정리한 걸 가리켜 parton[4] distribution function(PDF)라고 부른다. 다만 이들 PDF들은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예측되지 않고 있으며[5] 물리학자들이 입자 이론/실험에서 쓰는 PDF는 주로 실험에서 측정된 것들이다.
3.2. 수명
조건이 갖추어지면 양성자로 붕괴되는 중성자와 달리, 양성자는 표준 모형에 의하면 안정하지만 대통일 이론 상에 의하면 파이온과 양전자로 붕괴되는 것으로 예측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양성자 붕괴가 관측된 사례는 없기 때문에 실제로 붕괴가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수명은 붕괴할 경우 하한 1.29×1034년 또는 무한(붕괴하지 않을 경우)하다고 여겨진다.[6]
양성자의 붕괴 여부는 우주 멸망 시나리오 중 하나인 빅 프리즈에서 우주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양성자가 붕괴하지 않는다면 원자는 그대로 영원히 남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마지막 블랙홀이 증발된 후에도 흑색왜성이나 소행성의 잔해들은 영원히 우주를 떠돌 것이고, 이들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양자 터널링을 통해 영겁의 시간에 걸쳐 전부 철로 변하여 우주는 절대영도의 철 덩어리들이 날아다니는 상태로 남을 것이다. 이 절대영도의 철 덩어리들을 가리켜 '아이언 스타'라고 부른다. 만약 양성자가 붕괴하지 않는다면, 아이언 스타는 대략 101500년 후에 생성될 것이며, 아이언 스타의 수명은 대략 10(10^26)년에서 10(10^76)년 정도이다. 실로 영겁의 시간이라 할 만하며, 양성자가 붕괴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블랙홀이 증발하는 데에 10(10^120)년이라는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양성자마저 붕괴한다면 원자 역시 형태를 이루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사라지게 되며, 영겁의 시간 끝에 마지막 블랙홀이 증발된 후 방출된 양성자와 광자까지 붕괴되어 사라진다면 우주는 완벽하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영원 불변히 지속될 것이다.
4. 화학적 성질
4.1. 주기율표
원자의 구성 입자 중 양성자의 수가 원소의 성질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원자핵 내에 존재하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에 따라 원자의 성질이 달라지는데, 질량이나 방사성 등의 물리적 성질이 변화하는 중성자[7] 와 달리 양성자의 수가 바뀌면 성질 자체가 달라진다. 이를 이용하여 제정한 것이 원자 번호. '''"원자 번호=해당 원소가 가지는 양성자 수"'''[8] 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이런 이유로 핵융합이 극도로 발전하면 양성자를 조립해 원하는 원소를 만든다는 구상도 존재한다. 당연히 현재는 말도 안 된다.
4.2. 수소 이온
화학에서는 수소 이온(H+)을 의미[9]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때는 산(acid) 그 자체였던 적도 있으나, 후에 산-염기의 정의가 새로이 내려지면서 산을 나타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널리 알려진 산이 수소 이온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게 꽤나 있다. 예를 들자면, 용액 내 H+의 농도가 산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이용한 것이 pH.[10]
그런데 실제로 수용액 내에서 수소 이온은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고 물 분자 내 산소 원자의 비공유전자쌍에 배위결합하여 하나의 분자처럼 행동한다. 옥소늄 이온(H3O+)이 대표적인 형태중 하나[11] 이며, 이 배위결합은 외부 자기장 등의 에너지에 의해 수소결합으로의 전환이 매우 자유로워[12] , 옥소늄 이온의 전하를 용이하게 전달할 수 있다.[13] 앞서 언급된 pH도 엄밀히 말하자면 수소 이온의 농도가 아니고 옥소늄 이온의 농도로 봐야 맞는다.
4.3. 수소핵자기공명법
Proton Nuclear Magnetic Resonance. 일반적으로는 단순히 NMR이라고 표기하지만, 탄소 NMR과 구분짓기 위해 1H-NMR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14]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외부 자기장에 의해 정렬된 수소로 인해 야기된 자기장 변화를 통해 물질의 구조를 규명하는 것. 수소 주변의 원소나 구조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 변화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조 파악에 도움이 된다.
[1] 동위원소 표에서 양성자를 Z로 표시한다.[2] 4-momentum을 가지고 설명하면 그냥 총 4-momentum의 불변 질량(invariant mass)인 셈이다.[3] 충돌하는 타겟이 정지한 계에서 봤을 때 양성자의 에너지[4] 참고로 parton이라는 이름은 아직 쿼크 모델이 정립되기 전에 리처드 파인만이 제안한 모델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 모델은 이제 잘 쓰이지 않으나, 입자물리학자들은 편의 상 쿼크들과 글루온들을 싸그리 다 묶어서 parton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다.[5] QCD는 낮은 에너지에서 perturbative하게 계산되지 못하고 따라서 lattice QCD 같은 걸 이용해야 하는데, 이 툴들이 아직까진 완전하지 않아서 그렇다.[6] 일본의 고시바 교수가 폐광에 세운 관측장비인 슈퍼 카미오칸데를 이용해 양성자의 수명을 측정하려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관측장비를 이용해 중성미자 간의 진동(이게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을 발견한 고시바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다.[7] 중성자 수의 차이는 해당 원소의 동위 원소를 형성[8] 수소의 원소 번호 1 = 양성자 한개[9] 실제로는 물리적 의미를 부여할 때는 양성자, 화학적 의미를 부여할 때는 수소 이온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동일한 입자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인 것.[10] 다만 이쪽도 깊게 들어가 가면 pH의 범위인 0~14 내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pH가 '''음수값'''을 나타내는 마법산.[11] 물 분자들은 서로 수소결합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옥소늄 이온 하나에 여러 물 분자가 들러붙은 형태를 띠기도 한다.[12] 공유결합을 실선(―), 수소결합을 점선(···)으로 나타내면 H2O···H―O+H2 ⇄ H2O+―H···OH2이다.[13] 생물 내의 수많은 화학 반응에서 수소 이온 전달이 이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옥소늄 이온 분자가 열심히 수많은 물 분자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는(……)게 아니고, 처음 옥소늄 이온의 위치는 (분자 진동에 의해 다소 이동할 수는 있으나 쉽게 설명하자면)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수소 - 산소 간 결합 종류만 바꿔서 저 멀리 있는 물 분자에게 전하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수소 이온 릴레이(proton relay)라고도 한다.[14] 탄소의 경우는 13C-NMR. 이쪽은 탄소의 동위 원소인 탄소-13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