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
1. 개요
렙톤의 한 종류. 어원은 '작은 중성자'다.
2. 상세
약력과 중력에만 반응하며, 다른 힘엔 무관심하여 거의 모든 물질을 다 통과해 버린다. 중성자가 붕괴할 때(베타 붕괴) 양성자와 함께 나온다. 처음에 중성자가 붕괴할 때는 양성자만 검출되었으나, 에너지 보존 법칙에 어긋나는 결과가 되어버려 도입한 게 이것이다. 이런 발상을 한 사람이 바로 파울리의 배타원리로 유명한 볼프강 파울리다. 파울리가 이 입자를 처음 제안했을 때 '검출될 수 없는 입자를 가정했다'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그러나 다행히도 살아 생전에 중성미자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왼손잡이 입자만 존재한다'''. $$(\vec{S} \cdot \vec{p}) / \left| \vec{p} \right|$$ ($$\vec{S}$$: 스핀, $$\vec{p}$$: 운동량)으로 정의되는 나선도(helicity)라는 값이 있는데, 예를 들어 전자나 쿼크, 중성미자와 같이 스핀 1/2인 입자는 helicity가 $$\pm \hbar/2$$ 이 두 가지 값을 가지게 된다. 그 중에서 +를 갖는 녀석은 오른손잡이, -를 갖는 녀석은 왼손잡이라고 부른다. 패리티(parity) 반전[2] 으로 둘이 서로 교환된다는 게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질량을 가지는 모든 스핀 1/2짜리 입자들은 전부 오른손잡이과 왼손잡이 둘 다 관측이 된다. 그런데 관측된 모든 중성미자들은 전부 왼손잡이들뿐이다! 이 사실은 약력이 오로지 왼손잡이 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오른손잡이 입자들과는 상호작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데, 이 성질은 타우-세타 문제[3] 로부터 양전닝과 리정다오가 제안한 것이며, 나중에 우젠슝의 실험으로 중성미자 중에 왼손잡이들만 관측된다는 것을 확인해[4] 그 제안이 맞다는 것이 확인되었다.[5][6] 주석에서도 밝혔듯이 워낙 충격적인 일이었는데, 파울리는 실험 결과를 듣고 '''"신이 왼손잡이였다니!"'''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현재 태양에서 1입방 센티미터당 650억 개가 방출되고 있으며, 그중 300만 개가 매 순간 인체를 뚫고 지나가지만 아무런 영향을 느끼지 못한다. 1광년 두께의 철판을 두고 중성미자를 쏘면 겨우 입자 1개와 반응할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물론 태양뿐만 아니라 초신성 폭발 순간이나 우주선이 대기를 때리는 순간, 원자붕괴로 인한 방사선 방출 시[7] 라든가 양성자가 붕괴할 때 나온다.
xkcd에서 계산한 바에 의하면 초신성이 폭발할 때 약 1057개의 중성미자가 생기며 2.3AU에 있을 때 5시버트, 즉 치사량의 중성미자 방사선을 맞게 된다고 한다. 물론 빛의 속도보다 약간 느린 중성미자가 도착하기 전에 X선등 강력한 전자기파에 의해 증발해 버리겠지만.
3. 관측과 물리량
중성미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다보니 웬만한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다. 강력과 전자기력은 완전히 씹고, 중력은 있다고 생각되지만 중력의 힘은 터무니 없이 약해서 사실 약력으로 상호작용 할 때만 검출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체를 들고 다니면서 공기를 붙잡아 두려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관찰한다.
관측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잘 알려진 방법은 중성미자가 물분자를 이루는 원자핵과 아주 낮은 확률로 상호 반응하여 발생하는 고 에너지의 해당 렙톤(전자, 뮤온, 타우)이 물 안에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체렌코프 현상을 관측하는 것이다.[8] 반응도 매우 적기에 관측기 크기가 매우 커야한다. 예전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과학 학습만화에 일본에 있는 중성미자 관측기인 카미오칸데 시리즈를 그려뒀던 적이 있다. 현재 동작하고 있는 슈퍼 카미오칸데는 높이 41.4m, 너비 39.3m의 증류수탱크이다.
현재 제일 거대한 중성미자 관측기는 미국이[9] 남극에 박아넣은 아이스큐브라는 물건인데, 이 물건은 남극점 얼음을 뚫어 거기다가 줄줄이 소시지로 연결한 관측기를 집어넣어둔 것이다. 줄 하나당 길이가 2.5km에 달하며, 이 줄이 86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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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이 아이스큐브를 설치한 지역의 연구시설을 보여주며,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이 아이스큐브 내에 설치된 관측기의 모습이다. 마지막 사진은 설치형태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
이렇게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중성미자의 물리량은 아직까지 수수께끼였는데 중성미자의 질량이 2015년 들어 밝혀졌다. 0에 가깝지만, 0은 아니다.기사
그럼 중성미자의 속력은? 빛의 속도와 '거의' 같다. 여기서도 거의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는데, 중성미자의 이동속도가 빛의 속도에 근접한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아직 정확하게 속도값이 측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빛보다 느릴 수도 있고 빛과 같을 수도 있고 심지어 빛보다 빠를 수도 있다! 만약 중성미자가 진공 속의 빛보다 빠르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근간이 깨어지게 된다. 물리학계에 어마어마한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다만 중성미자는 기본적으로 매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빛처럼 매질에 따른 굴절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중성미자 진동으로 질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밝혀졌기 때문에 타디온으로 분류될테니 빛보다는 느리다는건 확실하다.
2006년과 2011년 CERN에서 중성미자가 광속보다 더 빠르다는 연구결과를 내었으며, 이후 실시한 2차 실험에서도 중성미자가 60ns만큼 더 빠르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더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기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충공깽스러운 실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다른 물리학자들도 공개된 실험 조건을 토대로 재현 작업에 들어갔으나, 11월 2차 실험 결과는 해당 연구팀에서'''만''' 빛보다 수나노 초 빠르다는 결론을 냈고, 다른 연구팀에서는 결과 재현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인 관계로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것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나 하는 의견이 물리학계에서는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결국 측정상의 문제로 인한 오류로 결론이 났다.한겨레 사이언스온 기사
2011년 한국은 국내 기술로 구축한 중성미자 검출 시설 '리노(RENO)'를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완공하였고 운영하면서 2016년 연구성과를 내고있다.
2015년 노벨물리학상은 중성미자가 질랑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인 중성미자 진동을 밝혀낸 카지타 타카아키(梶田 隆章)와 아서 B. 맥도날드가 수상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가 100억 원의 연구비로 영광 원전 근처의 산속 지하 터널에 중성미자 검출 장치를 건설해 중성미자의 질량값 등 성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이분은 얼마 전에 중성미자 세 가지 중 가장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의 질량 차이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 종류가 뭔지만 알면 중성미자 각각의 질량도 알 수 있을 듯하다.
2017년 8월 6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종희 KAIST 물리학과 교수(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그룹리더)를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등 4개국 18개 대학과 기관 소속 과학자 90명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파동 성질을 가진 중성미자가 원자핵을 미세하게 흔드는 ‘결맞음 상호작용’ 현상을 처음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했다고 한다. 실험에 쓰인 중성미자 검출 장치는 토스트기 정도라고 한다. 이는 기존의 중성미자 검출 방식이 Inverse Beta Decay 혹은 Charged-Current 방식인데 반해, 해당 실험에서는 기존 방식보다 반응단면적(Cross section)이 100배 이상인 Coherent Elastic Neutrino-Nucleus Scattering(약칭 CEvNS) 방식을 검출에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7년 이후 각국은 대규모 차세대 중성미자 검출 시설을 건설 및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은 일본과 협력하여 공동연구로 한국중성미자관측소(KNO· Korean Neutrino Observatory)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별개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 실험 연구단은 정선군 철광산 지하 1100m에 중성미자의 질량을 확인할 '우주 입자 연구 시설'을 2019년 완공 목표로 구축할 계획이다.
4. 오른손잡이 중성미자(Sterile neutrinos)
약력과 상호작용을 하게 하는 이러한 왼손/오른손잡이 성질은 전자와 같은 입자들도 가지고 있다. [10] , 그리고 전자와 같이 질량이 있는 입자들은 힉스 보손과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왼손/오른손잡이 성질이 서로 지속적으로 바뀌는 현상을 가지는데 중성미자도 질량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왼손/오른손잡이 성질이 서로 지속적으로 바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서 이러한 추측을 바탕으로 간접적으로 오른손잡이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5. 매체에서
영화 2012(영화)에 보면, 태양 중성미자의 반응성이 급격하게 커져서 물이나 맨틀을 데우기 때문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면 이 우주를 구성하는 물리법칙이 통째로 무너진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중성미자가 관여하는 기본힘은 약력뿐인데, 이 약력의 미세작용계수[11] 의 크기가 터무니 없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 덧붙여서 약력의 미세작용상수의 크기가 커지면 당장 베타 붕괴는 우주에서 사라지게 되며(정확히는 존재는 하겠지만 확률이 터무니 없이 낮아진다), 중성미자 때문에 지구 속이 데워져서 재앙이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성미자의 발생률이 급감하지 늘어나서 위험해지지는 않는다.
폴란드의 SF 문호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인 솔라리스에서는 외계 행성에 머무르고 있는 지구인들에게 수수께끼의 방문자들이 찾아오는데, 이들은 신체가 뉴트리노로 구성된(...) 존재들이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커버넌트 호가 중성미자 폭풍에 의해 고장이 나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상술했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말이 안 되는 얘기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헌터즈에 나오는 무기인 쇼크 코일은 설정상 중성미자를 사용하는 무기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죽은 과거 (The Dead Past)에서는 시간 탐사기를 만드는데 중성미자를 활용했다.
[1] 보통 짝렙톤을 첨자로 붙인다($$\nu_{\rm{e}}, \nu_{\mu}, \nu_{\tau}$$).[2] 거울 반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거울 맞다.[3] 1950년도 초 무렵 타우 메존(타우 렙톤과는 다르다)과 세타 메존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각각 파이온 2개, 3개로 붕괴하는데, 붕괴 후 결과물들의 총 패리티(각각 +1, -1) 말고 이들 메존들의 질량이며 전하며 수명이며 모든 게 다 똑같았다. 결국 패리티 보존이 약력에 의하여 깨진다는 것으로부터 두 메존이 사실 같은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입자는 케이온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재밌게도 또다른 종류의 케이온(이건 중성 입자다)으로부터 CP 역시 깨지는 것을 볼 수 있다.[4] 어차피 중성미자는 약력 외의 다른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만약 오른손잡이 중성미자가 있다고 해도 사실 상 상호작용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러면 아예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알 길이 없고 존재 안 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으므로 없다고 하는 편이 더 낫다. 그래도 표준모형 너머의 다른 이론들 중에 오른손잡이 중성미자를 가정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얘네들은 워낙 무거워서 간접적으로 보는 것조차 어렵다.[5] 워낙 충격적인 발견이라 제안된 지 1년 밖에 안 지났음에도 양전닝과 리정다오에게 바로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업적들에 노벨상이 주로 수여된다는 사실을 보면 놀라운 사실. 실제로 이 업적은 '''노벨물리학상이 제일 빠르게 수여된 업적'''으로 꼽힌다.[6] 다만 결정적인 실험을 수행한 우젠슝에겐 상이 수여되지 않았다. 분명 한 명 분이 남았음에도!(노벨 물리학상은 한 해에 최대 3명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은 여성 과학자에 대한 차별로 인한 피해 사례로 오랫동안 회자되기에 이르렀다.[7] 같은 원리로 원자력 발전 중에도 뉴트리노가 생성된다.[8] 고에너지 하전입자가 해당 매질에서 빛의 위상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때 파란색의 빛이 발생하는 현상이다.[9] 물론 본부는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 매디슨 교에 있지만 한국과 일본, 유럽에 소재한 많은 대학이 공동 연구자로서 참여하고 있다.[10] 따라서 왼손잡이 전자는 약력과 상호작용하지만, 오른손잡이는 약력을 무시한다.[11] 현재 측정값은 1/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