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러 지표
1. 개요
Euler characteristic
'오일러 표수'라 번역되기도 한다.
도형의 위상수학적 불변량 중 하나로, 다양한 도형에 대해 정의될 수 있는 만큼 나름 등장이 다양하다.
다면체의 경우 면의 수 $$f$$, 변의 수 $$e$$, 꼭지점의 수 $$v$$에 대하여 $$\chi:=v-e+f$$로 정의되고, 2차원 곡면의 경우 곡면을 삼각화한 뒤에 저 값으로 정의할 수 있다. 면이 없는 그래프의 경우 단순히 $$\chi=v-e$$. 보다 고차원 도형에서도 일반적으로 얼추
(점)-(선)+(면)-(3차원 무언가)+(4차원 무언가)- ...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충분할 것이다.대수적 위상수학에서의 가장 엄밀한 최종적 정의는 호몰로지(homology)를 이용한 $$\chi(X) = \sum (-1)^i h_i(X) $$의 정의이고, (여기서 $$h_i = \dim_{\mathbb{Q}} H_i(X;\mathbb{Q})$$는 베티 수(Betti number)) 만약 $$X$$가 단체 컴플렉스(simplicial complex) 혹은 CW 컴플렉스(CW complex)와 호모토피 동형이라면 위의 정의인 $$k$$차원 셀의 개수의 교대합 $$\chi(x) = \sum (-1)^i k_i$$으로도 오일러 지표를 계산할 수 있다.
오일러 지표가 신비하다는 것은 이게 위상수학적 불변량이란 것인데, 즉 늘리거나 줄였을 때에 똑같다는 걸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위상동형 뿐만이 아니라 호모토피에 대한 불변량(homotopy invariant)이다.
예로 볼록다면체들은 모두 구면이랑 위상동형이므로 오일러 지표가 모두 2로 똑같다. 이렇게 말하면 무덤덤해 보일 수도 있지만 웬만한 다면체에 대해서 $$v-e+f=2$$라고 생각해보면 꽤 놀라운 사실이다. 토러스같이 '구멍'이 뚫릴 때에만 오일러 지표가 다른 값으로 바뀌게 된다.
2. 초등적 예시
2.1. 평면그래프에서
그래프, 즉 선을 점으로 이은 도형에서 오일러 지표인 (점)-(선)의 값은 고리의 개수와 관련이 있다. 연결되어 있는 그래프라면 고리의 개수 $$h$$에 대해 $$\chi = 1-h$$로 나타난다. 알파벳을 예시로 생각해 보면 C, I, J, K 같은 애들이 $$h=0$$, O, P 등은 $$h=1$$, B는 $$h=2$$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알파벳을 그리고 어떻게 점을 찍고 선을 이어서 모양을 만들어도 (점)-(선)의 값은 항상 동일하게 나온다.
초등수학에선 '10m 직선 가로수길 위에 1m마다 나무를 심으면 몇 그루를 심게 될까?'라는, 간격은 10개이지만 양끝 점이 둘다 세어져서 +1이 되어 11그루가 답인 낚시 문제가 나오고는 하는데, 여기서도 사실 직선의 오일러 지표가 1이므로 1이 더해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v-e=1$$에서 $$e=10$$이므로) 만약 가로수길이 호숫가를 따라 만들어진 원형이었다면 답은 10그루가 되었을 것인데, 원의 오일러 지표가 0이기 때문.
2.2. 다면체에서
아마 가장 익숙할 예시일 것이다. 보통 '모든 볼록다면체에 대해 $$v-e+f=2$$이다'는 식으로 등장하게 된다. 아는 다면체(각기둥류, 각뿔류, 정다면체 등등)등에 대해 직접 계산해서 확인해 보자. 정다면체 문서에는 저 값이 계산되어 있기도 하다. 자연계 지구과학2를 선택한 고등학생 한정으로 광물 파트에서 잠시나마 스쳐 배우거나, 수학경시대회를 했다면 좀더 일찍 봤을수도 있다.
다면체의 오일러 표수가 2가 아닐 때는 도넛처럼 구멍이 뚫릴 때로, 정육면체 중간에 일자 구멍을 파놓은 다면체에 대해서 오일러 지표를 계산한다면 0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다면체에서 '구멍'이 $$g$$개 뚫렸다면 $$\chi = 2 - 2g$$의 공식을 따른다.
평면그래프에서 $$v-e+f=1$$이 되는 것도 이와 연관지어 볼 수 있는데, 볼록 다면체의 한 면에 다른 면들을 모두 사영시키면 둘이 동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볼록다면체의 표수 증명도 이 사실을 이용해 증명하는데, 점과 선의 개수에 대한 코시의 귀납법 증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온갖 평면그래프에 대한 정리들, 심지어 4색 정리를 생각할 때도 기초적인 정리가 된다.
3. 위상수학 및 기하학에서
오일러 표수는 도형에 대한 일종의 '합'처럼 행동하는데, $$M,N$$이 컴팩트라면 다음이 성립한다.
$$\chi(M \cup N) = \chi(M) + \chi(N) - \chi(M \cap N) $$
즉 도형들을 합쳤을 때의 오일러 표수는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다. 닫힌 2차원 곡면을 모두 분류하면 가향인 것은 토러스들의 연결합(connected sum), 비가향인 것은 사영평면들의 연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연결합인 경우 오일러 지표는 2가 빠진다. 토러스의 오일러 지표는 0이고 사영평면의 오일러 지표는 1이므로, 다음을 알 수 있는 것.$$\chi( \mathbb{T} \# \mathbb{T} \# \cdots \# \mathbb{T} ) = 0-2(g-1)=2-2g$$
$$\chi( \mathbb{P} \# \mathbb{P} \# \cdots \# \mathbb{P} ) = k-2(k-1)=2-k$$
즉 닫힌 2차원 곡면은 가향성과 오일러 지표만으로 모두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안해도 삼각화 등등을 통해 오일러 지표를 구할 수도 있다. 물론 오일러 표수는 불변량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삼각화, 심플렉스, CW구조를 주어 계산해도 그 값은 똑같다.$$\chi( \mathbb{P} \# \mathbb{P} \# \cdots \# \mathbb{P} ) = k-2(k-1)=2-k$$
가우스-보네 정리(Gauss-Bonnet theorem)는 유향 옹골곡면[1] 에 대해 전곡률(total curvature)과 경계에서의 측지곡률(geodesic curvature)의 합은 곡면의 오일러 지표의 $$2\pi$$ 배수라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경계가 없는 경우는 곡면의 전곡률이 오일러 지표의 배수로 나타나게 된다. 이 가우스-보넷 정리가 스토크스 정리에서 얻어지는 것처럼, 보다 높은 차원에서도 오일러 지표는 특정 미분형식의 적분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것을 서술한 버전이 천-가우스-보넷 정리(Chern-Gauss-Bonnet theorem)이다. 보다 고급 과정에서 오일러 지표는 벡터 다발(vector bundle)에 할당되는 특성류(characteristic classes)로서 일반화되기도 한다.
[1] 유향 곡면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곡면이다. 곡률 자체가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바뀌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