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설
1. 개요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가 쓴 고전 수필.[1] 이규보의 저서인 동국이상국집에 실려있다. 제목의 의미를 직역하면 '''집을 수리한 설'''. 여기서 설이란 단순히 말한다는 뜻이 아니라 고전수필의 한 갈래로 취급되는 설#s-8이다. 대표적인 고전수필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설[2] 들에 비해 오늘날 기준에서 그다지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는 교훈도 담고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많이 실려 있는 작품. 아마 고전수필을 이 글로 배운 학생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슬견설, 괴토실설, 경설 등과 함께 이규보의 설을 이야기할 때 가장 흔히 언급되는 작품이다.
2. 내용
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하였다. 그런데 그 중의 두 칸은 앞서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 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 지 오래 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버린 재목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3. 분석
집을 고친다는 일상적 소재 속에서 깨달음을 얻은 내용에 관한 글이다. 집과 자신의 자세를 유추를 통해 단순히 깨달음을 사람의 몸에 적용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그것을 확장시켜 나가 나라의 정치에도 적용시키고 있다.
[1] 이규보 문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무신정권 시기의 인물로 문학적 재능에 비해서 현실적 어려움이 많았던 인물이다. 덕분에 현실주의자가 되어서 무신정권에 아부도 했다고 하는 등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지극히 현실밀착적인 글도 많이 써서 상당히 독특하다. 정철이나 윤치호의 대선배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능력적인 면에서는 둘을 능가한다.[2] 대표적으로 슬견설은 생명의 무게가 같음을 논하기 위해 해충인 이와 개를 비교하는 무리수를 저질렀고, 괴토실설 역시 냉장고와 냉난방기, 비닐하우스를 사용하는 현대인에게는 무리수를 넘어 헛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