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언어학
1. 개요
인지언어학(認知言語學, Cognitive Linguistics)은 언어 능력을 인간의 일반적 범용 인지 능력의 일부분으로 파악하는 언어학의 하위분야이다. 언어 능력은 다른 모든 인지 능력과 구별된다고 보는 생성언어학과 대립되며, 사상적으로 사피어-워프 가설의 먼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로널드 웨인 랭어커(Ronald Wayne Langacker), 레너드 타미(Leonard Talmy), 존 리 바이비(Joan Lea Bybee), 조지 필립 레이코프(George Philip Lakoff) 등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말은 인지언어학자들이 입증하려는 학설이 사피어-워프 가설이라는 말이 아니다. 언어로 발화되기 이전의 '사고의 언어'인 멘털리즈(Mentalese, 정신어)라는 개념을 창안하여, 사피어-워프 가설을 비판한 스티븐 핑커도 인지언어학자로 불린다.[1] 인지언어학은 사피어-워프 가설을 추구하는 학파가 아니라, 그러한 담론의 타당함과 거짓됨을 다른 언어학 종파에 비해서 좀 더 진지하게 연구하려는 학파일 뿐이다.
'언어학은 인지과학의 일종이다.'라고 말할 때의 '인지'는 인지언어학에서 말하는 '인지'와 사용되는 문맥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등학생 시절의 문학 수업을 떠올려보자. 시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시어들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어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원관념(사물, 사고, 현상, 사태 등)을 호소력과 심미성을 얻기 위한 보조관념(시어, 메타포)을 동원해 꾸며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지언어학에서는 이러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낱말로 말할 수 있는 원관념 vs 수사적인 목적에 불과한 보조관념' 이라는 도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메타포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특정한 원관념이 전달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것과, 왜 인간이 어떠한 발화를 그러한 메타포를 이용해서 말하게 되었는지의 사정과, 화자의 입에서 떠나간 메타포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떠한 인식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를 규명하려고 한다. 이것은 단지 문학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며 일상 생활에서 등장하는 모든 언어 현상이 은유적인 메커니즘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고 말한다. 메타포는 단순히 미사여구나 에둘러 말하기나 음침한 의도를 감추거나 현학적인 목적만을 위한 부차적인 장치가 아니며, 화자의 멘털리즈(Mentalese) 내지는 인지적 대상물을 구사하기 위하여서 더는 감축될 수가 없는 이미 최소한의 전략이라는 얘기. 심리언어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2. 언어관
- 언어기관(language faculty)의 부정
인간의 언어 능력은 인간의 일반적 인지 능력(general cognitive faculty)과 구별되지 않는다. 즉 갖가지 용도로 쓰이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언어에도 고스란히 활용되는 것이며, 언어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기관 같은 것은 인간의 뇌에 없다.
- 자율언어학(autonomous linguistics)의 부정
음운론, 통사론, 의미론 등의 문법 층위는 언어학자가 연구의 편의를 위해 나누어 놓은 것에 불과하며, 이들 층위들은 실제로는 명확한 경계가 없는 연속체(continuu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