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없습니다
1. 개요
'별 일 없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의미의 문화어 특유의 표현으로 여겨지는 단어. "일없다"는 사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로, 붙여써야 어법에 맞다. 표준어로 "일 없습니다"라고 하면 원칙적으로는 진짜 어떤 일이 없다는 뜻으로 써야 한다.
흔히 '''일없습니다'''라는 존대말 형태로 쓰이지만, 친하거나 아래 사람에게는 '''일없소'''라는 반말로도 쓰인다.
2. 상세
사실 이 표현은 남한의 소설에도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용이나 필요가 없다.", "걱정하거나 개의할 필요가 없다."라는 뜻이라고. # 하지만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생소해진 표현이다. 1930년대 경기도 출신 심훈의 상록수에는 "예배당이 터지도록 모여 오너라, 여름만 되면 나무 그늘도 좋고, 달밤이면 등불두 일없다."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약 한 첩이면 일없을 아이가 연이틀이나 설사를 하고 탈진 상태에 떨어진 것이었다."라는 표현이 이문열의 분단이 시작될 무렵의 이야기를 다룬 영웅시대라는 소설에서 등장한다. 그런데 적어도 후자의 용례는 남한에선 90년대 무렵에 거의 사어화된 표현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일없다. (일없습니다.)'라는 표현을 남한에서는 이젠 이를 '네가 신경쓸 일 아니다' 혹은 ''''앞으로 너 볼 일 없다'''' 를 뜻하지만, 북한에서는 '괜찮습니다'와 유사한 말이다. 영어로 하면 남한은 "None of your business." 북한은 "No sweat", "Nevermind", “No worries”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중국어에서도 '괜찮다'를 没事(儿) 메이스(얼) 라고 하는데, 이것을 직역하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일이 없다'는 뜻이 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조선족인 사람들도 중국어를 직역해서 이런 말을 쓰곤 한다. 일본어 옛말에도 "大事無い(큰일없다)"는 표현이 있긴 하다.
남한과의 차이점을 알지 못한 탈북자 김용은 자신을 도와 준 남한 사람에게 "일없습니다."라고 했다가 아주 큰 오해를 산 사연을 텔레비전에 털어놓기도 했다. 본인의 책인 <머리를 빠는 남자>에도 자세히 있다. 반대로 과거 7차 교육과정 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얘기로 기술협력 차 방문한 남한 사람이 북측 버스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하자 상대가 "일없습니다."로 대답해 굉장히 무안해졌다고 한다. 태영호 역시 이 표현으로 자주 오해샀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문화어중 가장 오해를 유발하는 말로 꼽히곤 한다. 실제로 개성 공단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 가장 적응하기 힘든 표현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먼저 고쳐야하는 표현으로 언급된다. 탈북자 유투버들에 따르면 하나원 교육과정중에 이 내용이 꼭 나온다고 한다.
3. 남한에서의 오해
북한에서는 이를 거의 인사말 수준으로 널러 쓰는데, 북한말 특유의 어투로 쓰이다 보니 한국인에게는 쌀쌀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 이를 '단호한 거절'의 의미로 잘못 이해하는 문제가 생기곤 한다. "걱정하거나 개의할[1] 필요가 없다."라는 정의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즉, 괜찮다(no problem) 또는 의례적 거절 정도의 의미이지만, 한국인이 받아들이기에 '당신 일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That's none of your business)'라고 해석하곤 한다. 게다가, 이 표현이 긍정의 뜻으로도 부정의 뜻으로도 쓰일 수가 있기 때문에, 문맥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위와 같은 대화에서 북한 사람은 직역하면 '(저는) 일없습니다.' 즉, '(저는) 괜찮습니다. 유념치 마십시오.'라고 사과를 받아들이는 답을 한 것이지만, 남한 사람이 듣기에는 자기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여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여기서에는 '이렇게까지나 신경쓰실 필요도 없습니다'라는 뜻이다. 즉,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남한 사람은 이를 거절의 의미로 잘못 이해하고 주려던 선물을 도로 집어 넣어 버리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남한 사람은 나름 생각해서 준비한 선물을 냅다 거절한다고 생각하며, 북한 사람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려 했는데 갑자기 주려다 마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똑같은 용도로 쓰이더라도 반대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대화에서는 '아니오. 괜찮습니다. 더이상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라는 뜻이며, 이 경우는 영어의 no thank you 와 동일한 의미이다.
4. 관련 문서
[1] 다소 어려운 표현인데, '남의 말에 개의치 말라'라는 문장을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