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鄭綮
(? ~ 899)
당나라 후기의 재상, 자는 온무(蘊武).
생년이나 태어난 곳은 알지 못한다. 진사에 급제하여 감찰어사, 좌사낭중 등을 역임했다. 집안이 가난하여 자사로 나가고자 하여 결국 여주자사가 되었다.
임기 중에 황소의 난이 터졌다. 그는 황소에게 무려 공문을 보내 주의 경계를 침범하지 말아 달라는 공식 요청을 했다. 그런데 정말로 황소가 한번 웃고는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니 근방에서 여주만 무사했다고 한다. 그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부고에 모아 놓은 돈이 천 민(緡)이나 되었는데, 도둑들이 이를 '정사군의 돈'이라고 하며 가져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돈은 훗날 오왕이 되는 양행밀이 여주자사가 되자 자신의 목숨을 살려 준 은혜를 갚으려고 그런 것인지 정계에게 그대로 돌려보내 주었다고 한다.
시를 잘 쓰고 웃긴 말을 잘 했다고 한다. 당말 혼란기에 자신의 간언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직하고 틈틈이 시나 노래를 지어서 이를 풍자하곤 했다. 이 노래들이 내관들에게까지 퍼져서 황제 앞에서 불렀다고 한다. 소종이 이를 듣고 깜짝 놀라 관원 명부의 빈 자리를 찾아 그에게 주려고 했는데 그 자리가 예부시랑과, 재상과 동등하게 조의에 참석할 권한이 있는 동중서문하평장사를 겸하는 벼슬이었다.
이 소식을 엿들은 하급 관리가 정계에게 달려가니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왕의 조서가 도착하고 그는 이렇게 탄식했다.괜한 소리로 실수나 하지 말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글자를 모른다고 해도 내가 재상이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딱 3개월 일하고 치사를 청해 물러났다.헐후정오(歇後鄭五)[1]
가 재상이라니 세상 일도 알 만하구나.
[1] 대수롭지 않은 성품을 가진 정씨의 다섯째 아들이라는 뜻으로, 당시 정계가 한문 출신이고 세상 일에 연연하지 않는 성품이라 이와 같은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