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절규

 


1. 개요
2. 비판

The Silent Scream

1. 개요


1984년에 산부인과 전문의 버나드 나단슨(Bernard N. Nathanson)이 제작한 낙태 반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에 잭 대브너(Jack D. Dabner).
임신 12주차[1]의 태아를 대상으로 수술적 낙태(surgical abortion)를 하기 위하여 의사가 어떤 시술을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초음파로 촬영하여 공개했다고 여겨지는 28분짜리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에 따르면 낙태가 진행되는 동안 이 작은 태아조차 수술도구가 달려드는 것을 피해서 좁은 자궁 속을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며, 심지어 몸이 산산조각나서 석션으로 빨려들어갈 때에는 고통스러워하는 듯이 비명을 지르는 입 모양을 하고 있다. 제목인 "침묵의 절규" 란 바로 이 표정을 의미하는 것.
일부 교사들이 학교나 교육시설 등에서 이런 시술의 영상을 가정이나 체육 등의 과목에서 성교육을 할 때 틀어주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본 문서에서 설명하는 영화일 가능성이 있다.[2] 보기에는 정말 연출인 것 같은, 아니 그러기를 바랄 정도로 잔인한 영상들로, 위와 같은 낙태아들의 시신이나 과정 등이 꽤나 생생하게 나온다. 음성에 있는 꽃동네에 봉사활동 수련회를 가서 틀어준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여학교를 나온 여성들의 경우 해당 비디오를 보았다는 증언이 심심찮게 나온다. 정말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로 잔혹한 장면을[3] 포함하고 있어 많은 여학생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2. 비판


방영 당시부터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지만, 의학계 및 낙태에 우호적인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상당히 우려스러워하는 시선을 견지해 왔다. 특히, 이 영상이 시청자들을 호도할 수 있을 만큼 센세이셔널하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으며, 영상에 등장한 시점의 태아는 통각발달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데 의견을 모아 왔다. 물론 이 영상이 제작될 당시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태아통각 발달'''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영상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불필요하게 충격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해당 영상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보더라도 태아가 고통스러워하는 듯하다고 믿을 수 있을 만큼 묘사되어 있지만, 수술이 진행 중일 때의 영상이 부분부분 빨리감기가 되었다는 의혹이 있는 데다가[4] 원래 태아의 평소 표정 자체가 입을 헤 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영상 속 음영을 명확하게 식별하기 어렵고, 태아의 움직임 역시 성인의 그것을 연상하게 하는 "의도성 짙은" 회피동작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반사작용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영상에서 보여주는 제1주기의 태아는 통각발달 자체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는 연구들이 속속 보고되어 왔다.
과학적인 접근 이외에도 영상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이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인간다움' 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하여 결정해야 할 문제인 낙태 이슈'''에 대하여 대중의 공포심과 동정심을 자극하는 등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 특히 이것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감과 혐오감, 역거움은 청소년이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면 아동학대감이며, 특히 여학생에게는 더욱 끔찍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출산과 낙태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은 성교육상 중요하지만, 이런 충격요법으로 교육하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다.
더불어 태아통각 발달에 대한 연구가 완료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낙태에 대한 찬반을 논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도 나타났다. 통각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개인이 얻게 되는 것이 아니며, 태내기에서부터 심지어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이산적이라기보다는 연속적인 발달을 거치면서 정교화되어 가는 것이다. 예컨대 태아의 통각이 온전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낙태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태아에게 통각이 원시적으로나마 존재한다는 이유로 낙태에 도덕적 비난을 하기도 힘들다. 이는 결국 "과연 어디부터 사람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에 대한 묵은 논쟁으로 다시 연결되게 된다.



[1] 제1주기(the first trimester)는 그래도 그나마 적당히 긁어내는(?) 정도로 덜 잔혹하다고 여겨지는데, 그런 낙태과정을 묘사한 것치고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2] 혹은 1996년 작의 《더 월》(If These Wall Could Talk)일 수도 있다. 끔찍하기로는 이쪽이 한 수 위라고 한다.[3] 태아의 뼈를 부러트리고 온몸을 토막내 긁어내는데 여성의 질에서 피가 홍수처럼 쏟아진다.[4] 그러나 버나드 나단슨은 이 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