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 적합도
'''inclusive fitness'''
윌리엄 D. 해밀턴이 처음 창시한, 현대 진화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다윈이 처음 '종의 기원'을 펴냈을 때는 유전자 개념이 없었다. '종의 기원'에서는 개체의 자손 중 환경에 더 잘 적응해 더 많이 살아남은 특성을 가진 것들이 퍼져나간다는 식으로 설명했으나, 실은 여기에는 문제가 숨어 있다; 이 관점만으로는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 인간에게 매우 익숙한 행동조차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윈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간접적 서술이 있으나, 이 문제의 해결은 해밀턴이 1964년에 내놓은 전설적 논문[1] 에서야 처음 나타났다.
해밀턴은 이 논문의 서론에서 이렇게 주장한다.[2]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의 적어도 1/2을 공유하며[3] 형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전자가 전파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자신 대신 부모, 자식, 형제를 위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100% 손해는 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이익이 될지는 이익을 받는 쪽의 유전자 공유 비율과 숫자가 중요하다. 형제의 예를 들자면, 내가 먹을 것을 동생에게 주는 경우 나는(또는 내 유전자는) 당연히 손해지만 동생은 이득이다. 내가 이 행동을 할 때 동생이 받는 이익이 더 크다면, 동생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도록 하는 유전자는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유명한 생물학자 존 B.S.홀데인(J.B.S.Haldane)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어떤 환경에서는 한 개체가 양육 [노력]과 자원을 자신의 생존과 번식 잠재력(fecundity)을 위해 남겨 놓기보다, 이미 태어난 자손에게 사용하여 더 많은 성숙한 자손을 남길 수 있다. 그 소유자에게 부모 양육 성격을 주는 유전자는, 그때 반대 성향을 갖는 대립 유전자보다 다음 세대에 더 많은 유전자 사본을 남길 것이다. 해당 유전자를 운반하는 절반의 기회를 가진 각각의 친척의 집합에게 차별 없이 주어지는 이득을 통해 선택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정식화한 것이 '해밀턴 규칙(Hamilton's rule)'이다.형제 한 명을 위해서 죽기는 싫습니다. 하지만 두 명 이상이면 괜찮지요. 사촌이면 여덟 명 이상이고요.
'''C < rB'''
C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개체가 치러야 하는 비용(cost), r은 근친도(relatedness; 유전자를 적어도 공유하는 비율. 위에서는 1/2), B는 이타적 행동으로 이익을 보는 개체가 받는 이익(benefit)이다.[4] 포괄 적합도는 해당 개체 자신을 포함하여 1+ΣrB로 정의된다.[5] 즉 어느 개체가 이타적 행동을 했을 때, 그 수혜자들이 받는 개별 이익에 개별 근친도를 곱한 총합이 비용보다 크다면 '''이타적 행동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부모의 자식 양육이다. 그 시간에 새로운 자식을 만드는 데 노력하기보다 자식을 양육하는 데 진력할 경우 이익이 더 크다면[6]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게 될 것이다.[7]
해밀턴은 이 논문에서 "개체는 자신의 포괄 적합도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라 암시한다. 결국 이타적 행동은 수혜자에게 들어 있는 자신의 유전자 사본을 이롭게 하는 '이기적 행동'에 불과한 셈이다.[8] 조지 윌리엄즈는 한 발 더 나아가
라 말한다. [9]일반적으로 생물학자들은 이타적 행동을 보면 타자에게 조종받고 있거나 교묘하게 위장된 이기주의로 간주한다.
포괄 적합도로 잘 설명되는 이타적 행동에는 다음 것들이 있다.
- 일벌이나 일개미의 희생적 행동
- 부모의 자식 양육
- 집단을 위한 경계 행동
- 족벌주의(nepotism)
[1] The Genetical Evolution of Social Behaviour I and II, J. Theor. Biol. v7, pp 1–16, and 17-52. I편의 번역은 http://fischer.egloos.com/4802370에서 볼 수 있다.[2] 번역은 앞 각주의 링크에서 가져왔음[3] 엄격하게 말하면 1/2보다 더 많다. 인간 두 명을 임의로 잡을 경우, 인간에게 독특한 유전자는 당연히 공통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 사이에 차이가 나는 유전자들 중에 적어도 1/2'이라 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 유전자들은 '물려받아 같은(identical by descent)', 소위 '직계 동형'이어야 한다. 이보다 더 엄밀한 정의는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경희대 교수의 프리젠테이션 파일 '유전자의 눈' 관점을 볼 것.[4] 여기서 근친도는 대개 촌수에서 계산할 수 있지만, 여기에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딱 일의적으로 결정되진 않는다. 형제라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은 보통의 형제와 이복/이부 형제는 근친도가 다르다. 자세히는 http://www.genetic-genealogy.co.uk/Toc115570138.html를 참고하면 좋다.[5] 구체적으로, "1 + 1×(근친도 1인 개체들에 미치는 영향) + 1/2×(근친도 1/2인 개체들에 미치는 영향) + 1/3×(근친도 1/3인 개체들에 미치는 영향) + 1/4×(근친도 1/4인 개체들에 미치는 영향)... " 이렇게 된다. 맨 앞 항이 당연히 자신 아니면 일란성 쌍둥이에 해당하며, 다음 항이 부모, 자녀, 동복 형제자매들이다. 위에 적은 해밀턴 규칙은, 포괄 적합도의 변화 ΣrB에서 행위자 자신에게는 손해(즉 유전자 공유도 1인 개체에겐 이익이 minus)라 첫 항은 음수나, 다음 항들의 총합이 양수가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6] 가령, 인간은 양육을 하지 않을 경우 자식이 살아날 가능성이 전무한 동물이다.[7] 굳이 이 규칙이 '친척'에게 국한되지는 않는다. 가령 눈에 띄는 특성을 특정 유전자가 발현한다면, 이 특성을 가진 개체들끼리 이타적 행동을 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이를 '녹색 수염 효과'라 부른다. 대체로 두 개체가 공유하는 유전자 비율을 확인하는 방법으로서 '친척'이 쉽고 확실하기 때문에 친척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 친척이 대표적 사례기 때문에,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이 경우를 친족 선택(kin selection)이라고 불렀다.[8] 실은 한 가지 가능성이 더 있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서로 호의를 주고받는 경우다. 이것은 로버트 트리버즈의 소위 '상호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 논문에서 처음 발표되었다.[9] 사실 포괄 적합도의 개념을 다른 생물학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킨 장본인이 윌리엄즈로, 1966년 출판된 전설적 책 '적응과 자연선택(Adaptation and natural selection)'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