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초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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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노인은 우디네세 칼치오의 구단주 잠파올로 포초, 왼쪽의 인물은 왓포드 FC의 구단주이자 잠파올로의 아들인 지노 포초다.
1. 개요
포초 가문은 이탈리아 우디네세 지역의 사업가 잠파올로 포초와 아들 지노 포조가 속한 가문이다. 이 두 사람은 이탈리아의 우디네세, 스페인의 그라나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왓포드 축구 구단을 소유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유형은 축구 역사에서도 유례 없는 사례라고 한다.
2. 우디네세, 그라나다, 그리고 왓포드의 구단주
잠파올로 포초는 오랜 세월 동안 우디네세에서 나름의 명성을 날렸던 명문가인 포초가문의 후손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1910년에 목재 가공업을 다루는 회사인 'Udinesi Frese'를 설립했다. 잠파올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회사의 CEO가 되었고 스페인와 프랑스 등지로 사업을 확장했다.
잠파올로는 1986년에 우디네세를 인수했다. 그런데 우디네세는 그해 축구 경기에 대한 배팅에 가담한 혐의에 걸리는 바람에 세리에B로 강등되고 말았다. 이후 클럽은 승점 9점이 삭감되는 징계를 받았지만 강등된 지 불과 한 시즌 만에 세리에A로 재승격할 수 있었지만 우디네세는 1987-88시즌에 또 강등되고 말았다.(...) 이에 포초는 안토니오 데 비티스, 쥐세페 미나우도, 앙젤로 올랜도, 세티미오 루치치, 안토니오 파가닌 같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스쿼드를 강화했고 클럽은 한 시즌만에 세리에A로 승격했고 이후 현재까지 세리에A에서 생존하고 있다. 한편 잠파올로는 1990년부터 조반니 카탈로졸로에게 회장직을 넘기고 자신은 구단주로써 팀을 운영해오고 있다.
1993-94 시즌, 잠파올로의 아들 지노가 스카우팅 시스템을 총괄하는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후 우디네세는 1994-95 시즌 이래로 유로파 컵, 인터토토 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고 1997-98 시즌에 세리에 A 3위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잠파올로와 아들 지노는 전 세계로 뻗어있는 스카우팅 시스템을 활용해 클럽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했고, 그 결과 이 축구 클럽은 인구 10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 우디네세를 연고지로 한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만만치 않은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2007-08 시즌, 잠파올로는 이 공로로 세리에 A 최고 구단주에 선정되었다.
그러던 2009년, 잠파올로는 스페인 라리가의 축구 클럽 그라나다 CF를 인수했다. 당시 그라나다는 스페인 2부리그에 있었는데, 포초 가문이 인수한 후 많은 우디네세 소속 선수들을 그라나다로 임대보내는 등 지원해준 것에 힘입어 2011-12 시즌에 무려 35년 만에 프리메라리가로 승격했으며 다음 시즌에는 치열한 잔류 경쟁 끝에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2012년 6월, 잠파올로는 이번엔 로렌스 바시니로부터 잉글랜드의 축구 구단 왓포드를 인수했다. 이후 그의 아들 지노 포초가 왓포드의 회장으로 부임하고 왓포드의 경영을 전담하게 되었다. 왓포드는 포초 가문의 인수 직후 그라나다와 우디네세로부터 알멘 아브디, 마테이 비드라, 가브리엘레 안젤라 등 많은 선수들을 보급받았으며 홈경기장도 18M 파운드에 리모델링했다. 왓포드는 이에 힘입어 2014-15 시즌에 EPL로 승격했고 2015-16 시즌도 잔류에 성공했다. 그러나 잠파올로는 그라나다를 중국의 데스스포츠에 넘겼다.
3. 경영 스타일
3.1. '''셀링 클럽'''
포초 가문이 맡은 팀들, 특히 우디네세, 그라나다는 좋은 선수들을 비싼 값에 영입하고 오랜 시간 보유하기엔 입지가 취약한 구단들이다. 우디네세는 인구 10만 명 가량의 소도시라서 돈을 많이 쓰기엔 수입이 저조하고 그라나다는 오랜 세월 2부리그와 3부리그를 전전한 약소팀이다. 그래서 포초 가문은 한정된 돈으로 무리하게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유망주들을 키워서 좋은 선수로 만든 뒤 비싼 값에 팔아 수익을 챙기는 사업을 오랜 세월 진행하고 있다. 흔히 축구계의 거상으로 FC 포르투가 거론되지만 포초 가문 또한 거상으로 불릴 만하다.
3.2. 독특한 스카우팅 시스템
이 글에 따르면, 포초 가문의 스카우팅 방식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질보다는 양이다: 선수의 기량을 중시하기보다는 실패한 자유계약 선수 또는 저가의 선수들을 무조건 쓸어담는다. 그 결과 한 해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빈도의 이적이 발생한다.(약 250~350명)
2. 쓸어담은 선수들은 각자 가장 잘맞을 듯한 클럽으로 임대된다: 2~300명의 선수들이 모두 뛸 수는 없으니 대부분 자신과 잘 맞는 클럽으로 임대되며 정신적으로 편하게 뛸 수 있는 고향 클럽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알렉시스 산체스는 우디네세로 오자마자 다시 칠레로 임대되었고 아르헨티나에서도 1년을 뛰었다.
3. 스카우팅의 메카는 가나이다: 포초 가문은 유럽 쪽은 거의 노리지 않는다. 유럽을 겨냥하기에는 경쟁팀이 너무 많아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우디네세 스카우팅의 대부분은 남미와 아프리카에 집중되며 이중 스카우팅의 요충지는 바로 가나다. 이 가나에서 스테판 아피아, 콰두 아사모아, 아사모아 기안, 숄리 문타리를 발굴했고 얼마 후 비싼값에 이적시켜 짭짤한 수입을 얻는다.
4. 이탈리아 선수들은 가능성을 본다: 무조건 쓸어담는 식의 해외 선수들과는 달리, 이탈리아 선수들은 가능성을 매우 중시한다. 때문에 높은 클래스에 한 번 도달했다가 많이 떨어지거나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주로 영입된다.
5. 우디네세 감독에게는 유망주를 키우는 미션이 주어진다: 우디네세 감독들에게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를 키워내는 일이다. 예를 들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우디네세의 감독이었던 프란체스코 귀돌린에게 주어진 과제는 루이스 무리엘, 로베르토 페레이라, 엠마누엘 아기예망-바두, 알랑 로우레이루, 니코 로페즈를 키우는 것이었다. 이중 무리엘, 페레이라, 알란이 성공적으로 육성되어 빅클럽들에게 비싼값에 팔렸다.
6. 오퍼가 오면 무조건 판다: 이때 가격을 너무 따지지 않는다. 행여 흥정 때문에 그 시즌 협상에 실패하면, 우디네세는 바로 팀 재정이 무너진다. 이때문에 우디네세의 건당 이적 수입료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다만 안토니오 디 나탈레는 팀 애정도가 대단히 훌륭하고 우디네세에서의 가성비가 매우 좋기 때문에 절대로 이적보내지 않는다.
7. 우디네세의 확실한 팀컬러는 괜찮은 가치의 선수 영입에 도움이 된다: 큰 꿈을 꾸는 선수라면 우디네세는 좋은 경유지다. 우디네세는 높은 확률로 선수들을 빅클럽으로 보내주며, 특히 이적료 가지고 흥정도 안하고 쿨하게(...) 보내준다.
8. 셀링클럽은 오명이 아니라 자부심이다: 대부분의 구단과 팬들은 팀이 키워낸 스타가 돈의 유혹에 흔들려 팀을 떠날 때 자존심이 상하며 그 선수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다. 그러나 우디네세는 다르다. 우디네세에게 셀링은 그들만의 생리이며 수많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팀의 자존심은 디 나탈레 하나로 충분하다.
3.3. 3국 무역 정책(...)
2009년 그라나다를 인수한 포초 가문은 우디네세와 자매결연을 맺고 우디네세에 속한 선수들 중 상당수를 그라나다로 보냈다. 그라나다는 우디네세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전력을 꾸려나가고, 이들 중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은 다시 우디네세로 돌아갔다. 2011-12 시즌에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질레르메 시케이라 역시 우디네세에서 그라나다로 임대온 선수다.
그리고 2012년 왓포드를 인수한 뒤, 포초 가문은 왓포드를 살리기 위해 그라나다와 우디네세 선수들을 대거 왓포드로 이적 또는 임대보냈다. 왓포드의 주전 공격수 오디온 이갈로는 우디네세에서 그라나다로 다섯 시즌 동안 임대갔던 선수이고 알랑 뇽 또한 우디네세에서 그라나다로 임대갔다가 왓포드로 완전 이적했고 공격수 마테이 비드라도 우디네세에서 왓포드로 임대되었다.
4. 비판
4.1. 주객전도: 왓포드를 살리기 위해 우디네세, 그라나다를 망치고 있다
포초 가문이 그라나다와 왓포드를 연이어 인수했을 때, 사람들은 두 클럽이 우디네세의 위성구단이 될 것이라고 봤다. 우디네세는 국제 대회에도 자주 나간 만큼 두 클럽에 비해 위상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라나다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우디네세에서 그라나다로 선수를 임대보낸 후 선수가 잘 키워지면 우디네세로 보내 주전 선수로 기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그런데 왓포드를 인수한 뒤, 포초 가문의 정책이 변한 징조가 포착되었다. 우디네세와 그라나다에 소속된 선수들 중 상당수가 왓포드로 보내진 반면 왓포드에서 두 클럽으로 보내지는 선수는 전무한 것이다! 특히 2015-16 시즌, 포초 가문은 왓포드를 EPL에 확실히 잔류시키기 위해 우디네세, 그라나다로부터 선수를 보내는 동시에 나폴리로부터 센터백 미겔 브리토스를 영입하고 피오렌티나로부터 중미 마리오 수아레스를 영입했으며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로부터 공미 호세 마누엘 후라도를 영입하는 등 꽤나 많은 지원을 해줬다.
당연히 두 클럽, 특히 우디네세 팬들에게는 이런 정책에 불만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왓포드가 우디네세의 위성 구단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디네세가 왓포드의 위성 구단이게 생겼으니(...) 35년 만에 프리메라리가로 승격된 그라나다라면 모를까, 우디네세는 비록 최근엔 쇠락했지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에 종종 나간 나름대로 견실한 구단이었다. 특히 2000년엔 유로파 인터토토컵을 우승하여 국제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런 팀이 2부 리그를 오랜 세월 동안 전전하는 왓포드의 위성구단이 된다는 게 어찌 납득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포초 가문은 우디네세 출신이고 1986년에 우디네세를 인수한 이래 현재까지 30여년 의 세월 동안 팀을 이끌어왔으니 우디네세는 포초 가문의 본거지나 다름없다. 그런 그들이 왓포드를 살리기 위해 우디네세를 죽인다는 것은 주객전도나 다를 바 없다.
물론 그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중계권료 등 기대할 만한 수익을 얻기 어려운 우디네세와 그라나다와는 달리, EPL에 속한 왓포드는 EPL의 독특한 수익분배 시스템 덕분에 막대한 중계권료를 확보할 수 있고 인기가 가장 많은 리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폰서, 소비재 상품 판매, 해외 시장 공략 등 온갖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해타산을 따지는 포초 가문으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두 구단에게 피해를 끼치더라도 왓포드에게 전력을 다하는 건 사업가인 그들에겐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비즈니스가 아닌 팬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행위는 문제가 많다. 왓포드 팬들이야 최고의 구단주라고 칭송하겠지만[2] 그라나다, 우디네세 팬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구단을 인수할 때는 자신들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더니 정작 전혀 엉뚱한 팀을 위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약화시키니 어찌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겠는가. 이런 불공정한 거래가 지속된다면 팬들은 언젠가 불만을 폭발시킬 지도 모른다.
4.2. 구단의 장기적 비전 부재
포초 가문의 스카우팅 및 판매 정책은 기반이 열악한 우디네세를 오랫동안 견실한 클럽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정책이 우디네세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디네세에의 레전드 안토니오 디 나탈레와 함께 뛴 우디네세 선수들 중 그와 2시즌이라도 함께 한 선수는 드물다.(...) 이러다보니 우디네세는 매시즌 조직력을 다시 맞춰야 하고 선수들간의 팀워크 또한 다시 맞춰야 한다. 또한 오래지 않아 떠날 게 분명한 클럽에 충성심을 가질 이가 몇이나 되겠나. 디 나탈레가 유별난 거지, 현재 우디네세 선수들 대부분은 우디네세를 오랫동안 함께할 클럽이 아닌 경유지로 여긴다. 이런 식이니 클럽에게 장기적인 비전이 있을리 없다.
우디네세가 주전 선수들을 붙잡아두기엔 연고지가 취약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포초 가문의 판매 정책은 지나칠 정도로 선수진을 매년 갈아엎고 있다. 선수를 판매하더라도 디 나탈레 외에 지킬 선수들을 몇 명 더 선정해서 지켯더라면 우디네세는 이보다 더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포초 가문의 정책은 팀을 장기간 생존시키는데 기여했지만 생존한 팀이 발전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볼 수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