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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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기호학자이자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두번째 소설이다. 출간 당시 독자와 평단으로부터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으나, 교황청으로부터는 신성 모독으로 가득찬 쓰레기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성전기사단에 대한 음모론이 주제로, 푸코의 진자가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도 에코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빠심이 들어있는 작품으로 보르헤스의 단편인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Tlön, Uqbar, Orbis Tertius)" [1] 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장미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고인이 된 이윤기씨가 번역하였다. 구(舊)판의 제목은 '''푸코의 추'''로 아직도 일부 도서관과 많은 이들의 책장에 구판이 구비되어 있고, 구판을 읽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푸코의 진자 대신 푸코의 추라고 표기된 정보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푸코의 추 역시 장미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움베르토 에코 특유의 난해한 소설로 여겨지지 않는 뛰어난 번역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대한 주석으로 유명하다. 개정판 푸코의 진자를 내놓을때는 구판 번역본에 대한 독자들의 지적이 담긴 편지 등을 검토 후 수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분수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번역하는 마음으로 재번역하였다.
주인공 까소봉이 가라몬드 출판사의 벨보와 디오탈레비를 만나, 성전기사단에 관련된 음모론을 재구성한 전집 "너울 벗은 이시스"를 기획하는 것이 스토리의 주 내용. 이 두꺼운 소설의 거의 대부분 분량이 이 전집 내용을 구상하며 음모론에 그럴듯한 살을 붙이는 내용이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압도적인 인문학적 지식량을 바탕으로 한 지적 유희 덕분에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으며 오히려 웬만한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것이 책의 포인트.
주인공들이 만들어 낸 엄청난 (가짜)비밀은 결국 푸코의 진자에 그 열쇠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야코포 벨보는 점점 광증과 흡사한 증상을 보이며 자신이 만들어 낸 가짜 음모에 몰입하기 시작하고, 디오탈레비는 암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세 사람이 만들어 낸 "가짜 음모론"을 정말로 믿어버린 음모론자들이, 이 비밀을 독점하기 위해 야코포 벨보를 납치, 그 비밀을 알기 위해 그를 협박하지만 벨보는 이를 거부하고 목매달려 살해당한다. 그 현장에 숨어 있다가 벨보의 마지막을 목격한 주인공 또한 음모론자들에게 쫓기게 되며 작품의 막이 내린다.[2]
요약하자면 음모론자들을 상당히 신랄하게 까고 있는 소설로, 특히 수비학적 비밀에 대해 까소봉의 여자친구(리아)가 신랄하게 까는 장면[3] 은 그 주제를 대변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야코포 벨보가 남긴 유언 "마개 뽑고 김 좀 빼시지"라는 말은 이러한 무지의 소치에 대해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만하다.
또한 음모론의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철학적으로 보자면, '과연 사유가 실체(또는 현상)으로써 작용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작품 속 내내 진행되어 왔던 성전기사단 전설은 결국 까소봉, 벨보, 디오탈레비가 장난스럽게 만들어 낸 장난에 불과했지만(사유), 이 장난을 믿어 버린 음모론자들은 이를 그대로 실체화시켜[4] 결국 주인공들 역시 실체화된 죽음의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에코의 주장은 "제아무리 인간의 망상일지라도 실체화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음모론은 함부로 주장되어서는 안 된다"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5][6]
푸코의 진자를 중요한 상징으로 채택한 이유는, 그 자체가 인류의 지성과 이성을 상징하는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목적인 지구의 움직임(자전) 자체는 진자 하나만으로는 완벽히 규명해 낼 수 없는 신비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이성적인 현대인들이 어째서 신비주의와 미신에 몰입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에코는 인터뷰에서 댄 브라운을 푸코의 진자에 나오는 캐릭터 취급(즉 사이비 음모론에 빠진 인물)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의 백부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
[1] 보르헤스의 1944년 단편집인 '픽션들' 에 수록된 작품이다. 보르헤스적인 면모를 가장 먼저 드러낸 작품들 중 하나로, 보르헤스 자신도 약 40여년 뒤 이 작품에 대해 별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크게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말을 남겼다. 극단적인 관념론자들이 몇십 명의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가상의 국가, 세계, 행성계를 만들고, 그것이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2] 정확히는 자신이 단서를 너무 많이 남겨놨고 그들이 결국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여 그들이 믿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기 위해 기다리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벨보의 사망 이후 주인공도 반쯤 미친 모습을 보이기에 그저 또다른 망상일지도 모르지만...[3] 이 모든 음모론의 시작은 작중에서 아르덴티 대령이라는 인물이 가져온 한 장의 편지였다. 까소봉과 벨보, 디오탈레비는 이 편지가 성전기사단의 잔당들이 푸코의 진자를 통한 세계 정복을 위해 재결합할 시간과 장소를 공지한 비밀결사의 암호문이라고 생각했으나, 까소봉의 여자친구 리아는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 다시 조사해 보게 되고, 그 편지의 정체는 단순한 상품 청구서 및 배송지 안내임을 알아낸다.[4] 실제로 음모론자들은 성전기사단 전설 및 그 후에 등장하는 여러 추종자들의 비밀결사를 실제로 만들어 내며, 심지어는 전설 속의 성전기사단이 그래 왔던 것처럼 상당한 파워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물론 주인공들에게 그렇겠지만)[5] 사실 사회학적으로 보자면 에코의 반파시즘적 사고방식과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 허무맹랑하고 반인류적인 사고방식에 불과했던 파시즘이 여러 사람에게 널리 퍼져 결국 세계 대전이라는 끔찍한 실체를 낳았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면 쉽게 생각할 수 있다.[6] 이런 맥락에서 후반부 디오탈레비가 죽기 전에 했던 말(그들이 역사를 뒤섞는 유희를 디오탈레비의 세포들이 듣고 지켜 보면서 똑같이 따라한 결과가 암세포라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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