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아 로제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게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눈부신 당신은 왜 여기까지 추락했나요.
아칸싸의 광야가 당신에게 그렇게나 가혹했나요?
내가 도움을 받아 살아남은 그 땅이 당신에겐 그토록 모질었나요?
세상은 정말 이상하죠.
같은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호의를 얻고 누군가는 악의를 사고,
그로써 우리는 높이 떨어져 일파만파 깨지는 물방울처럼,
각자 다른 방향으로, 영영 다른 곳으로, 서로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알지요.
모두 잘 되려고 했다는 걸.
살아있기에 살아가고자 했다는 것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고 건강해져요.
1. 개요
웹소설 필리아로제 - 가시왕관의 예언의 세 주인공 중 홍일점인[1] 금발벽안[2] 의 미소녀. 나이는 본래 18살이지만[3] 불가피한 이유 때문에 목걸이를 사용해 10살 소녀로 위장한 채 살아가고 있다. 로제에서 8년 동안 수습 사제로 지내며 '로제의 천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로제에 오기 전에 아칸싸에서 사용하던 이름이자 본명은 키사[4] . '키사'라는 이름은 목걸이를 벗고 다닐 때에도 쓰는 이름이다.[스포일러] 이 경우 필리아의 언니인 것처럼 행세한다. 필리아라는 이름은 대사제가 지어준 것으로 후술할 필리아의 과거에 노에가 필리아를 거두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어준 이름이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10살 꼬마 행세를 할 때에는 3인칭으로 '리리'라고 칭한다. 디아티는 조금 더 정중하게 '리리 사제님'이라고 부른다.
여담으로 작가 피셜에 따르면 전작 주인공보다 게으르고 뻔뻔하고 연약하다고(…) 하며, 공갈에 상당히 능하다.[5]
그리고 전작 주인공인 공주님과는 다르게 '예쁘다'는 언급이 종종 보이는데, 그 이유는 전작의 남주인 라이시는 '마음의 아름다움'만 보는 타입이라면 본작의 남주 중 한 명인 레오는 '마음도 마음이지만 얼굴 또한 중요하다.'라는 취향이라고(...).
2. 과거
아칸싸를 악마에게 바쳤다고 알려진 아칸싸의 악명 높은 옛 주인 카키아의 수양딸이자 아칸싸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며, 아칸싸의 생존자."저는 아칸싸의 생존자예요."
어린 시절에는 친엄마와 둘이서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 갓 태어났을 때 살 길이 막막했던 모친에 의해 교회에 맡겨질 뻔 했지만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대신 '키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문제 없었지만 말을 깨우치면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고, 키사의 친엄마는 그런 키사를 두려워하다가 키사를 교회에 맡기려고 한다. 하지만 키사는 의심하는 사제들 앞에선 전혀 문제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고, 버려질 뻔한 아이는 엄마에게 기이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해 엄마는 감당하기 어려운 친딸에게 점차 짓눌려가다 마침내 딸아이가 7살일 때 딸을 아칸싸에 팔아버린다.
당시 아칸싸의 주인이던 카키아는 기묘한 수집벽이 있는 사람이었고, 사람이든 물건이든 가리지 않고 모으는 사람이었다. 생각을 읽는 꼬마는 당연히 그런 카키아의 눈에 들었고, 그렇게 카키아의 양녀가 되어 의자매인 에키나와 함께 아칸싸의 악마라고 불리며 카키아의 공포정치에 이용된다. 약탈자인 키사가 색출하면 성별자인 에키나는 처단하는 식으로 카키아는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한다.
다만 그런 생활을 견디다 못한 키사는 에키나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했지만, 에키나는 이미 카키아에게 물들 대로 물들어서 '사람을 죽이는 게 왜 나빠?' 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교회에 투서를 날려서 동물들을 통해 전달, 그 편지가 전달되고[6] 교회가 엘라이온과 리바노스를 중재하여 토벌군을 형성한다.
엘라이온과 리바노스의 연합군이 온다는 소리를 들은 카키아는 도망칠 방법이 없다면 증거를 없애기로 결심하고 양귀비 밭에서 일하던 노예들을 에키나를 보내서 전부 몰살시키려고 하지만 에키나가 쌓여 있던 아편을 들이키고 노예들에게 잡히자 결국 성읍 안의 사람들을 꼬드긴다. 노예들을 절벽 안으로 몰아넣는 걸 도와주면 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당연히 사람들은 눈이 뒤집혀서 시키는 대로 했지만 페이크. 카키아는 처음부터 금을 나눌 생각이 없었고, 노예들+꼬드김에 넘어간 성읍 주민들이 모여 있는 절벽의 수문을 개방해서 목격자와 노예 전부를 수장시킨다. 그 외에도 성읍에 남아있던 어린아이, 노인, 욕심 없는 자들마저도 전부 목격자라는 이유로 물 속에 던져넣었고, 석회질 절벽마저 무너지면서 완벽한 증거인멸에 성공한다.
이런 잔인한 증거인멸 현장을 뒤로하고 카키아는 황금을 챙긴 뒤 키사를 데리고 아칸싸를 떠난다. 하지만 아칸싸의 광야에서 키사는 동물들의 도움으로 탈출하고, 교회에서 거둬진다. 그 후 마음을 읽는다는 능력 때문에 평생 탑에 갇혀 격리되어 살거나, 맹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거나의 잔인한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노에의 노력으로 소설 초와 같이 로제에서 노에와 같이 지내게 된다.
3. 약탈
눈이 마주친 것의 생각을 읽고, 감정을 느끼고, 과거를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7] 이를 통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로제의 천사'라는 별명도 얻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능력을 '약탈', 자신은 '약탈자'라 부르며 끔찍하게 여긴다.[8] 10살짜리의 몸으로 있는 이유는 능력을 억누르기 위해서이며[9] , 불가피하게 더 강한 능력이 필요할 때에만 목걸이를 벗고 본래의 몸으로 돌아온다. 대사제가 필리아에게 사제직을 수여한 이유도 이 약탈 능력을 써먹기 위해서라고 한다.
작가 Q&A에 따르면 타인의 기억 속 인물까지도 약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10] 그리고 시력을 잃은 사람도 문제없이 약탈이 가능하다.[11] 필리아가 식물과 대화를 하게 된 것은 12살부터,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것은 그 이전에도 가능했다. 그리고 Q&A에서 필리아는 거울로 자신의 눈을 보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는지에 대해 '필리아는 머리손질이나 치장 등에서 거울을 안 쓰고 창문으로 모습을 비춰본다.'라고 말하며 그 이유가 곧 나온다고 한다.
4. 예언자
예언 속 '자신들과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왕이 현 왕인 레오를 의미하듯 예언자는 필리아를 의미한다. 거인의 기둥의 말에 따르면 율로기아의 업을 이어받은 자.
작중 필리아가 왕자의 앞에서 얼굴을 보이며 말한 예언의 내용.
왕자의 눈에는 심연보다도 깊은 예언이 있었다. 때문에 처음 필리아는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두려워했다. 필리아가 레오의 눈을 맞추자 그 속의 400년 전 초대왕의 예언자, 율로기아의 묻혀진 예언을 발견하게 되고 지금까지 느낀 공포가 왕자에게 그 예언을 전하는 벅차오름이었음을 깨닫고 레오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예언한다.[12]
필리아의 두 번째 예언.
5. 인간관계
리바노스에서 디아티를 만난 이후로 그때부터 쭉 좋아하고 있다. 다만 예언으로 이어지는 건 레오인지라 독자들은 이 간극이 과연 어떻게 풀어질지 주목 중. 하지만 결국은 디아티를 통해 원래의 시간의 흐름을 되찾았고, 디아티와 이어졌다.
디아티에 대한 감정은 '기대고 싶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사람'으로 간단히 요약되지만 레오와의 관계는 한 마디 말로 표현하기엔 복잡하다. 필리아에게 레오는 '곁에 있어 주고 싶은 사람'에 가깝고 실제로 레오에게 필요로 할 때까진 계속 옆에 있겠다고 약속한다. 레오의 처절한 과거를 전부 다 알게 된 만큼 레오를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것도 있고, 자신의 정체와 과거를 제 입으로 말한 첫 번째 사람이기도 하다. 즉 필리아와 레오는 서로가 서로의 과거를 터놓고 말한 유일한 상대이다.
언제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만큼 상대방을 보고 닮는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레오는 이걸 계산적이라고 깠지만. 레오가 아무리 들이대도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건 레오가 가진 호감이 기호일 뿐 절실하거나 진심 어린 걸로는 안 보였기 때문이라고. 반면 디아티를 좋아하는 건 그가 이제껏 봐온 사람 중 가장 선한 사람이기 때문. 온화할 뿐만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대사제와는 악덕 고용주와 고용인(...)+사제 관계. 다만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만 서로 틱틱거릴 뿐 속으론 서로를 아끼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능구렁이 할아버지와 버르장머리 없는 손녀딸 같은 관계(...).
과거의 악연이던 카키아는 무서워하지만 미워하지는 않는다. 약탈을 통해 카키아의 기억, 감정, 소망을 전부 다 보았고, 그것조차 자기 것으로 만듦으로써 이해해 버렸기 때문. 에키나에게는 공포와 애정 둘 모두 갖고 있다. 자신을 죽이려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되어버린 의붓언니를 두려워하지만, 에키나와 함께했던 추억과 이용당하고 망가진 그녀에 대한 연민이 복합된 애정도 버리지 못한다.
6. 여담
- 바느질을 엄청 못한다고 한다. 바늘에 실만 꿰고 도망친다.
- 아칸싸에서 카키아에게 길러질 때 멘탈이 붕괴되는 필리아를 위해 카키아는 이것저것 시켜봤지만[13] 거의 대부분 소질이 없는 반면 음악에 흥미를 보여 리라를 배워 동식물들에게 연주해주었다고, 그러면서 리라연주가 자연스레 평안을 주는 음에 특화되었다.
- 아칸싸에서 잘 먹고 빈둥거리면서 살이 많이 쪘다(...).
- 노에의 교육 덕에 가방끈(...)이 길다고 한다.
- 신의 존재를 믿는 마음은 크나 신앙심은 낮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 또한 기독교 세계관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1] 작가가 공식적으로 밝힌 언급으로 본작의 주인공은 필리아, 레오, 디아티 세 명으로 세 인물을 통해 각각 하나씩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고 한다.[2] 색감 때문에 일러스트 상에서는 베네치아 블론드스럽게 묘사된다.[3] 47화를 기점으로 19살이 되었다.[4] 이름의 뜻은 예물.[스포일러] 후에 디아티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의 이름이 된다.[5] 이 공갈협박의 달인스러운 말솜씨는 노에의 영향+약탈의 결과물. 상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하지 실시간으로 약탈하며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꿰뚫는다.[6] 한 신학생이 편지를 모아 아칸사의 상황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다. 작가 Q&A에 따르면 역시 그 신학생은 노에.[7] 이 능력으로 동물이나 식물과도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8] 필리아 본인은 사람마다 가지는 감정과 기억은 본인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로 여기는데, 일체 연관없는 외부인인 필리아 본인이 남의 마음과 기억 등을 마음대로 읽는 것에 대한 자조적인 의미.[9] 이 상태에서도 애매하게 억제가 되어서 과거의 기억을 읽는 등 본체 수준까진 아니지만 해당 인물이 가진 감정에 관해선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10] 27화에서와 같이 대부분 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11] 단, 안구가 없는 경우에는 불가능하다.[12] 이 챕터의 제목이 '예언의 궤도'. 묻혔던 예언이 침묵을 깨고 나왔음을 의미한다.[13] 허약해서 운동도 못하고, 손재주가 없어서 그림도 못 그리고, 정서가 불안정해서 독서에도 집중을 못하고...[14] 물론 목걸이를 건 상태 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