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행생즉사

 

1. 소개
2. 의미
3. 왜곡
4. 성서
5. 그 외


1. 소개


必死則生 (필사즉생)

반드시 죽으려 하는 자는 살고

幸生則死 (행생즉사)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

오자병법 제 3편 치병(治兵)편이 출처로 전쟁터에서 장수의 마음가짐에 대해 기술한 내용이다. 전쟁터에서는 죽음을 각오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만 요행히 살고자 하면 죽을 수밖에 없으므로, 항상 필사적인 심정으로 싸움에 임하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 비슷한 예로 손자는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서 속히 싸우면 살아남아도 속히 싸우지 않으면 멸망하는 땅을 '사지(死地)'라 하고, 사지에서는 다만 싸워야 한다고 말하여 전장에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난중일기에도 사용된 표현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난중일기에서는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 아래는 그 전문이다.

2. 의미



'''이순신: “아직도 살고자 하는 자가 있다니,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정녕 싸움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냐? 육지라고 무사할 듯 싶으냐? 똑똑히 봐라! 나는 바다에서 죽고자 이곳을 불태운다. 더 이상 살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목숨에 기대지 마라!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고, 또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병법에 이르기를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적도 떨게 할 수 있다 하였다.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형국을 두고 하는 말 아니더냐?”''' - 영화 명량 중에서 - [1]

여기에는 부하들의 충무공에 대한 '신뢰'도 포함되어 있다.

정유년 9월 15일(명량 해전 전날)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 약속하되,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고 하였고,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너희 여러 장수들이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기는 일이 있다면 즉시 군율을 적용하여 조금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고 재삼 엄중히 약속했다. [2]

즉, 상관인 충무공의 명령을 어기고 도주하면 전투에서 패해서 왜군에게 죽기 전에 먼저 군율로서 죽이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상관을 신뢰하고 끝까지 죽음을 각오한 채 전투에 임한다면 싸움에서 이겨서 살 수 있다는 의미.

3. 왜곡


종종 이 문구와 같은 의도를 왜곡하여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정신론으로 정당화하거나 또는 억지로 개인의 의지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를 요구할 때 이를 합리화하는 의도로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세기 초반 프랑스 육군의 엘랑 비탈[3]에 영향을 잘못 받은 일본군의 반자이 어택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말의 대명사인 이순신부터가 자신의 연설에 처음부터 "병법에 이르기를"이라고 말했다. 곧 이 말의 출처는 '''병법'''이다. 병법이라는 게 원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군사 운용방식과 군사전술이론을 설명하는 것인데, 이런 병법에서 비합리적인 정신론을 주장할 리가 없다.
필사즉생행생즉사의 원전 오자병법 제3 치병편을 보면 시작부터 四輕(사경), 二重(이중), 一信(일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싸움에 이기기 위해선 먼저 보급, 전투병기, 병사의 사기를 충만하게 해야하는 것이다.[4] 그 이후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명령에 의거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잘 육성한 군대'를 갖추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터란 항상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서 죽기를 각오한 자는 살고 요행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자는 죽는다고 하였다. 또한 다음 구절에서도 '용병에서 주저함은 가장 큰 병폐이며, 군대를 재앙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의구심을 갖는 것에서 비롯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구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문제를 해결할 때 일단 결정을 한 후에 그 뒤에 행동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지, 그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의 합리적인 선택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정신력만으로 해결하라는 뜻이 아니다.
즉 이 문구를 쓴 오자의 원 뜻은 '의지드립'이 아닌 '준비를 철저하게 하여 전투에 임해야 하고 전투에 임하여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하며 한번 싸움에 임하여서는 주저하지 마라'라는 의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이순신은 의지드립으로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이 아니다. 이 오자병법의 정수를 깊숙히 체득한 이순신은 자신이 싸우고 싶은 장소인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에 비해 상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던 판옥선과 각종 화포들을 활용하여 말도 안되는 교전비로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즉 무과급제를 한 조선군 장수답게 조선군 장수의 교과서 오자병법의 FM대로 승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의 의미는 '싸움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도 못하였는데 준비가 잘되어 있는 상대와 싸워 이기고자 하는 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제 멋대로 해석하여 결론을 내리기 이전까지의 합리적인 과정을 마치 겁쟁이의 행동인 것처럼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구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끝난 이후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문제를 회피하는 행동을 경계하는 것이지, 그 이전의 모든 과정들을 무시하고 아무 생각없이 닥치는 대로 강행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손자병법에서도 '상황이 불리할 때는 처음부터 전투를 피해야 한다', '무능한 장수는 일단 싸움을 한 뒤에 요행수로 승리를 바란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승패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불리에 따라 전투의 여부를 결정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며, 불리한 싸움을 피하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선택하는 것 또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 멋진 격언을 '의지드립' 따위의 쓸데 없는 아집에 대입하는 것은 꼭 경계해야 할 것이다.

4. 성서


구체적인 맥락과 의미의 차이는 있지만 신약성경마태복음 10장 39절, 16장 25절, 마가복음 8장 35절, 누가복음 9장 23절, 17장 33절, 요한복음 12장 25절에도 비슷한 구절들이 있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마가복음 8장 35절


5. 그 외


제3보병사단에서는 '필사즉생必死則生 골육지정骨肉之情'이라는 구호로 바꿔서 여기저기서 사용하고 있다. 사단 구호라든가 연대 마크라든가.
NC 다이노스의 유니폼 중 매년 4월 28일 홈경기에만 착용하는 충무공 유니폼이라는 게 있는데, 유니폼 안쪽 윗부분에 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K리그1에서는 2부리그로 내려가기 일보 직전인 팀에서 흔히 쓰인다.
농담 좀 섞어서 충무공이 부하들에게 한 이 말이 '''(너희들이 도망가서) 살고자 한다면 (나한테) 죽을 것이고 (너희들이 싸우다) 죽으려 한다면 (내가) 살려줄 것이다'''라는 해석도 있다.

[1] 위 영상의 1:15 부터 나온다.[2] 충무공의 부대는 전사자보다 군율 및 군령 위반으로 처형된 사람이 더 많았다. 당시 충무공 휘하 장병들의 사망 원인 1순위는 전염병, 2위는 처형이고 전사는 3위였다고. 물론 이순신이 포악했다는 게 아니라 부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대단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순신에게 처형당했던 병사들의 죄목을 보면 현대의 기준으로도 중형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죄를 범한 경우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3] 공세우선주의라고도 한다.[4] 오자병법의 해당항목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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