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지(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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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종이는 한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화지(和紙)란, 일본식 종이로, 일본어로는 와시(わし)라고 읽는다. 고구려담징이 제작법을 전해준 것이 기원이다. 화지는 닥나무를 비롯하여 삼지닥나무나 안피나무 등 나무껍질을 섬유형태로 만들어 강물에 담근 후, 불려서 대나무 발로 걸러 만든다는 점에서 대한민국한지와 비슷하다. 실제로 제지 기술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그 다음에 일본으로 전래되었으므로 기원이 같다. 스케타(簀桁)라는 틀 위에 물에 녹인 섬유의 원료를 넣고, 천천히 흔들어 물을 빼면서 남은 섬유를 균일한 두께로 조절하여 제작하는데, 이 기법을 '종이뜨기'라고 한다.[1] 자연계의 산물인 나무의 섬유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장 한장 서로 표정이 다른 종이로 완성된다. 한지와 마찬가지로 서양식 종이에 비해 섬유가 매우 길고 질기다. 재료로는 꾸지나무(カジノキ)뿐만 아니라 산닥나무(ガンピ), 삼지닥나무(ミツマタ) 등 나무도 사용한다.
화지는 그림과 글씨 등 서책을 만드는 용도로 활용될 뿐만이 아니라, 창호지의 역할인 미닫이 문(쇼지障子), 방 사이를 막는 후스마(襖) 등 실내 건축자재로도 사용된다. 화지는 세계적인 고문화재의 복원에도 활용된다. 대표적으로는 1966년 피렌체 대홍수로 수해를 입은 고문서 복원에 일본 화지가 쓰였다. 수십 년 동안 장기보존 문화재의 대표적인 기록매체로 활용되어 왔다. 뛰어난 보존성과 함께 반대로 부드럽고 균일한 특성을 보이는 화지는 일본화, 목판화, 종이접기(오리가미) 등 다양한 용도로 널리 쓰인다.
조선에서는 왜지(倭紙)라고 불렸는데 무겁고 털이 일어나는 한지보다 가볍고 윤택하다고 높이 평가되었다. 주로 대마도에서 수입해 왕실 전용 고급 종이로 사용했다. 세종대왕이 원료인 왜닥나무를 대마도에서 들여와 전국적으로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 경상남도와 남해안, 황해도 등지에서 재배하여 왜지를 자체 생산하기도 했다. #
일본 엔화 지폐의 재료로도 쓰이는데, 이 때문에 면 소재 용지를 쓰는 타국 지폐에 비해 수명이 짧은 편이다. 한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 용지로 교체한 적이 있었는데, '''위조지폐가 창궐하는 바람에''' 도로 화지로 바꿨다고...

[1] 화지는 손잡이가 하나인 발로 종이를 뜨는 외발뜨기 방식을 사용하는 한지와 다르게 손잡이가 두 개인 발로 종이를 쓰는 쌍발뜨기 방식으로 종이를 뜬다. 쌍발뜨기 방식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지 제조 방식에도 도입되었는데, 외발뜨기에 비해 종이를 뜨기 편한 대신 종이의 질은 떨어진다고 한다. 화지는 그 특성에 맞게 개량된 제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지의 특성과는 잘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