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미 아오이/작중 행적

 



1. 작중 행적
1.1. 1권
1.2. 2권
1.3. 3권
1.4. 4권
1.5. 5권
1.6. 7권
1.7. 8권


1. 작중 행적




1.1. 1권


최초의 등장에선 게임 어택 패밀리즈(이하 어패)의 캐릭터 "파운드"의 플레이어「NO NAME」으로 등장한다. 히나미는 어패 온라인 랭킹 일본 전국2위의 실력자였지만, 유일하게 넘지 못하는 벽이 있었다. 그녀는「nanashi」라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패배를 거듭했다. 꾸준한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한, 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히나미는 nanashi를 동경하게 되었고, 현실에서의 만남을 먼저 건넨다.
히나미는 「nanashi」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충격받는다. 「nanashi」가 같은 학교 같은 반 클래스메이트였다는 점이 아니라, 그가 형편없는 정신과 겉모습을 지녔던 점에서다.
히나미 아오이는 대단히 지기 싫어해서, 손이 닿는 온갖 분야에서 1등이 되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진 상대인 nanashi=토모자키 후미야가, 「인생은 쓰레기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보다 인생이란 게임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녀에겐 토모자키의 주장은 무엇보다 끔찍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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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7~8 히나미로부터 토모자키에게. 오미야 역 근처의 한적한 편의점 앞에서[1][2]
너는 아까 이렇게 말했어. 자기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자신감이 없다고 말이야. 그리고 나는 초기 파라미터가 높다고 했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나는 진짜로 평범한 인간, 아니, 그것보다 못한 사람으로서 살아왔어.
적어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말이야. 그러니 딱 잘라 말할게. 네가 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자신감 같은 건 전부 노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들이야. 그건 중학교 1학년 이후의 내가 증명해왔어.
불평등하다는 소리도 했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생이라는 게임은 몇 개의 심플한 룰에 따라 진행되고 있어. 그게 복잡하게 교차되고 있어서 너는 파악하지 못한 것뿐이야.
나는 「nanashi」를 존경했어. 나는 노력을 통해 그 누구에게도 승리했어. 그러니 그 노력의 방식, 그리고 노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어.
하지만 어패만큼은 아무리 노력해도 「nanashi」에게 이기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nanashi」는 나보다 더 노력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존경했어.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어때?인생에 있어서의 「nanashi」는 지는 건 고사하고 아예 제대로 싸워보려고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것들을 변명 삼으며 도망치는 한심한 인간이었지. 아니, 그뿐만 아니라 자기가 체험해본 적도 없는 즐거움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며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 꼴사나운 패배자였어.
-
나는 대단한 인간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일본에 이렇게 대단한 열여섯 살짜리 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하지만 너는 그런 나에게 한 분야에서 이기고 있어. 그것도 동갑인데다, 성별에 따른 핸디캡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에서 말이야.
그러니 이 말을 해야겠어. 그런 나에게 이긴 네가, 내가 유일하게 존경했던 「nanashi」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는 이렇게 꼴사납다는 게 진심으로 열 받아. 용서 못 해! 완전 최악이야! 내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인간이 이렇게 한심하니까, 나까지 한심한 것 같잖아!
견디지 못한 히나미는 "내게 이긴 사람이 이렇게나 형편없다면, 네게 져버린 나까지 형편없어 보이잖냐며", 토모자키에게 「인생은 갓겜」이고 자신이 공략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뛰어난 게임은 하나같이 심플하다. 그게 내 지론이야. 그리고 인생이라는 게임은 룰이 없는 것 같지만, 실은 심플한 룰이 교차되어서 아름다운 구조를 지니고 있어. 너는 망겜이라고 말했지만, 당치도 않아. 인생은 최고의 갓겜이야.

너는 아직 그걸 모르는 것뿐이야. 천하의 「nanashi」가 이렇게 멋진 게임에서 지고 포기할 거야? 게임 탓을 하며 도망칠 거야? 패배자의 헛소리나 지껄여댈 거야? 토모자키 군. 나는 너에게 제안, 아니, 명령을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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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9

토모자키는 이런 독설을 들으면서도 자신과 뿌리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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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이 게임의 룰을 차근차근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이 인생이라는 게임을, 진지하게 플레이해!”'''

이를 계기로 토모자키와 히나미는 인생이란 게임을 공략하는 전우이자 사제가 된다. 둘은 월~금요일 아침 조례를 하기 전 & 방과 후, 인적이 드문 구교사의 제2피복실에서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는다. 히나미는 인생을 공략하는 것이 게임과 다르지 않다며 토모자키에게 퀘스트 개념의 "과제"를 내어준다.
히나미는 토모자키가 가까스로 할 만한 수준의 과제를 내려고 노력하고, 의외의 성과를 내는 토모자키에게 관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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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1
“저기, 히나미……. 잡담 삼아 물어보는 건데 말이야.” 이러한 말 말이지.
“응?”
히나미는 약간 경계하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내일 하는 매리 존 시사회의 티켓이 있는데, 같이 보러 안 갈래?”
히나미는 한방 먹은 듯한 표정을 잠시 짓더니, 곧 밉살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미안해. 내일은 다른 볼일이 있어서 못 가.”
나는 최대한 밝은 척을 하면서 웃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꽤 충격을 받았다. 실패했네~.
“하지만.”
“……응?”
히나미는 못난 자식을 쳐다보는 부모처럼, 상냥하면서도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시간이 있어. 괜찮다면 다른 영화라도 보러갈래?”
나는 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귀정!”
내가 시험 삼아 그렇게 외치자, 히나미는 ‘그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냐’하고 지적했다.
나는 이 게임의 초심자지만, 앞으로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해볼 거야.
──이상. 일본제일의 엉터리 (인생) 게이머, nanashi 올림.
마지막장에서 토모자키가 제안한 영화관람을 수락하는 것으로 1권은 끝이 난다.

1.2. 2권


1권 마지막에 나온 영화관람 직후 6월 25일 토요일. 두 사람은 쇼핑몰을 거닌다. 히나미는 함께 관람한 액션 영화를 이용해 토모자키에게 예정에는 없었던 어조 연습하기 과제를 만들어준다.
토모자키에게 작은 과제를 낸다.
  • 『히나미 자신 이외의 여자애와 단둘이서 외출하기』
  • 『두 번 이상 자기가 낸 제안을 통과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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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1 오미야 루미네2 플라자 스타벅스
토모자키, 히나미, 미즈사와, 이즈미와 함께 외출한다. 이 외출 동안 토모자키가 『두 번 이상 자기가 낸 제안을 통과시키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시에 미즈사와가 토모자키와 히나미 자신의 관계에서 가지는 의심에 대응한다.
이 외출에서도 소위 「치즈병」이 발휘되어 '베이크드 치즈게이크 티라미수 프라푸치노'를 주문한다. 폭탄 칼로리는 달리기로 해결한다고 자신한다.
히나미는 학생회장 선거에 나선다. 후보 추천인으로 토모자키를 뽑을 예정이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친한 친구 나나미 미나미(이후 미미미로 표기)가 선거에 뛰어들었다. 히나미는 선거 패배시 토모자키에게 쏠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서, 토모자키를 추천인으로 뽑지 않는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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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2 학생회장선거 정식연설 in 체육관
『안녕하세요. ──히나미 아오이예요.』
관중들이 그 손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느라 생긴 한순간의 침묵과 사고회로의 틈을 통해, 히나미의 아름다운 음색이 퍼져나갔다.
(중략)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딱히 유별나지 않은 심플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과 한순간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연기력,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섬세함이 멋지게 웃음을 유도했다. 그 말과 손 움직임 하나하나에 지배당하듯, 관중들은 NO NAME에게 매료됐다. 그리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체육관 안은 히나미의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중략) 바로 그때, 히나미의 입가가 무대 뒤편에 있는 나한테만 겨우겨우 보일 만큼 살짝 올라갔다. 그 순간, 나는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중략) 내 머릿속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히나미가 입에 담은 내용에는 우리(토모자키&나나미 미나미)의 공약과 전략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중략) 대부분의 관중은 저 녀석의 편이 되었다. (중략) 나는 아연실색했지만, 곧 웃음을 흘렸다. 이 관중들의 웃음소리는 히나미와의 압도적인 실력 차를 실감하게 할 정도로, 내 귀 안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히나미는 (나와) 달랐다. 히나미 아오이는, 자기 자신을 관철했다. 선생님이라는 권력자에게도,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과 신뢰와 실적을 통해── 정면에서 돌파한 것이다. NO NAME의 플레이스타일, 『압도적인 노력량을 통한 정면 돌파』. 내가 도모한 『아첨하는 공약』 등 책략을, 연설로 당당하게 박살낸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근본적인 전투방식을 바꾸지 않는다. 그렇게 무시무시할 정도로 철저했다.
『그러니, 저도 최선을 다할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할게요! 공감해준 분들은 히나미 아오이에게 투표해주세요! 그거야말로, 귀정이에요!』
히나미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뒤편에서 아낌없는 갈채가 터져 나왔다.
나는 무심코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에서 박수를 치고 말았다.
히나미는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대기하고 있는 내 옆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마치 무시하듯 지나갔다.
"이래도, 이길 수 있겠어?"
하지만, 내 귀에는 득의양양하고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경쟁자 나나미 미나미의 편에선 토모자키의 활약에, 히나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던 상황이 뜻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갔다. 히나미는 토모자키의 행동에서 낌새를 알아차리고 토모자키 전략에 대항할 방법을 고안한다. 전교생 대상 연설 당일에 토모자키의 전략을 상회하는 실력을 보여준다. 선거는 히나미의 예상대로 다시 흐른다. 미미미를 제치고 456 대 131의 큰 표차로 당선된다.
히나미는 토모자키가 키쿠치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 키쿠치의 관심사인 「앤디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조사하고 그 정보를 알려준다. 토모자키에게 키쿠치와 영화를 보도록 권유한다. 과제도 하나 더 추가한다.
  • 『누군가를 웃기기』
  •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기』
선거에서 패한 미미미의 이상징후를 느꼈다. 미미미는 중학교 때 최선을 다해 자신의 농구부를 이끌었지만, 히나미 자신이 이끄는 농구팀에 패배했다. 지금의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미미미가 히나미를 경쟁자로 삼아 '학력', '체력', '육상' 등 여러 분야에서 도전했다. 히나미는 그 모든 경쟁에서 승리하였다.
히나미는 자신에게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는 미미미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한다. 미미미를 자극해 역효과를 일으킬 문제를 염려해서 스스로 나서지 못하고, 토모자키에게 미미미가 무리하지 않도록 부탁한다.
자포자기해버린 미미미를 홀로 두지 않고 싶어, 히나미는 토모자키가 미미미를 쫓도록 그를 등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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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7 방과 후 운동장에서
히나미는 갑자기 나를 쳐다보았다.
"토모자키 군."
"응?" 나는 당황했다.
"미미미한테서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를 들었지?"
"으음. 뭐, 맞아."
"토모자키 군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
히나미의 말하는 모습은 평소와 다른 것처럼 들렸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는 평소의 히나미라면 저 말을 어떤 식으로 했을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저런 말을 했다.
나는 『인생』이 갓겜인지 아닌지 알 때까지, 이 녀석의 말에 따르기로 결심했었다.
"알았어." 나는 내달렸다.
"미미미가 학교를 나선 시간과 열차 시각을 고려해볼 때, 뛰어가면 미미미를 역에서 잡을 수 있을 거야! 미미미는 27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탈 게 틀림없어!"
"으, 응!"
나는 히나미의 조언을 들으면서 교문을 나섰다.
미미미가 토모자키와 타마의 도움으로 마음속의 갈등을 어느 정도 매듭짓고 평소대로 돌아온다. 히나미도 안심하고 토모자키에게 다시 과제를 낸다.
  • 『나카무라에게 선물을 건네고, 3분 이상 이야기 하기』
토모자키는 과제 수행을 위해서 용기내어 나카무라와 교제할 수 있었다.
히나미는 토모자키, 미미미, 타마와 하굣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간다. 그 자리에서 미미미는 히나미에게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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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0 하굣길 패밀리 레스토랑
"그럼 아오이 양! 진실을 가르쳐주시죠! 예?!"
미미미는 특기인 인터뷰 공격으로 히나미를 압박했다.
히나미는 천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얼버무리듯 미소 지었다.
"으음~."
히나미는 절묘하게 귀여운 목소리를 냈다.
"어느 쪽일 것 같아?"
그녀의 시선은 를 향했다. 그런 히나미의 얼굴에는 소악마 같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뭐, 뭐야. 평소의 히나미라면 절대 짓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네. 솔직히 말해 너무 귀여워. 나는 무심코 눈을 돌렸다.
"어이쿠! 얼굴이 빨개졌군요~? 역시 토모자키는…… 아오이를 좋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나는 미미미가 불길한 소리를 하기 전에 맞장구와 톤 연습을 통해 단련한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 그것, 보, 다! 나도 실은 그게 궁금했거든?! 가르쳐줘, 아오이~. 응~?"
미미미는 히나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아…….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꿀꺽.
나는 무의식적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사귀고 있어."
"뭐?!"
나는 무심코 그렇게 외치고 말았다.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먼저 반응했다.
미미미와 타마 양이 내 목소리에 놀란 나머지 반응을 보이지 못하자…….
"……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
"어이."
히나미는 쿡쿡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가볍게 숨을 내쉬더니, 어찌된 영문인지 내 눈을 쳐다보며…….
"사귈 리가 없잖아."
……하고 딱 잘라 말했다.
마치 나한테만 하는 듯한 말과, 자신만만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처럼 묘하게 매력적인 표정 때문에,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히나미는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나를 쳐다보며 즐거운 듯이 웃었다. 히나미 양, 오늘 너무 귀여우신데요. 너무 귀여워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그럼 토모자키 선수! 진상을 들은 감상을 말씀해주시죠!"
"그, 그게…… 아,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히나미는 도끼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뭐~? 일부러 물어놓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히나미의 시험하는 듯한 눈길이 또 나를 꿰뚫었다. 내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눈동자와, 가학적이면서도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표정을 보며 오들오들 떨고 있을 떄, 히나미는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녀석은 사디스틱한 면은 여전하다니깐.
-
"아, 그것보다 말이야. 이거 샀어."
나는 가방 안에 있던 왁스를 꺼냈다.
"흐음~! 아침에는 안 발랐었지?"
"그, 그래."
히나미는 방긋 웃으면서 내 머리카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쁘지 않아!"
"어, 정말이야?"
나는 놀랐다.
"하지만…… 그저 비기너즈 럭[4]일지도 몰라."
"어이, 잘 됐으면 솔직하게 칭찬해줘도 되잖아."
나는 딴죽을 날리면서 왁스를 가방에 넣었다.
그러자, 미미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 뭐야, 묘하게 호흡이 맞는 것 같네?"
"뭐?"
"역시 아오이와 토모자키는 사이가 좋네!"
히나미는 미미미로부터 하니와 스트랩을 선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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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6 하니와 키홀더
"그게 뭐야?"
히나미는 그렇게 말했다.
"이건 너희에게 사과의 마음을 담아 선물하는 거야. 우정의 증표라고도 할 수 있어!"
미미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종이봉투 안에서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무언가를 꺼내서 우리에게 나눠줬다.
"고, 고마워……."
히나미는 스트랩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히나미는 넑을 잃은 듯한 눈빛으로 그 키홀더를 응시하고 있었다.
히나미가 입을 열었다.
"이 키홀더, 미미미가 가방에 달고 다닌 모습을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귀여워."

1.3. 3권


7월 28일 금요일 오전 11시. 오미야 역 콩나무 앞에서 히나미는 토모자키와 합류한다. 토모자키의 볼품없는 모습을 두고 독설을 날린다. 히나미는 다음의 목표를 위해 토모자키를 불렀다.
  • 히나미 자신 이외의 여자애와 단둘이서 외출하기
  • 이성과의 데이트 연습
[image]
P. 12 오미야 역 콩나무 조형물 앞
"너는 지금까지 나와 몇 번 단둘이서 외출도 했고, 리얼충들과 어울리기도 했어. 그리고 미미미와 오랫동안 단둘이 지내기도 했지. 그러면서 나름 경험치를 쌓았지만, 여자애와 단둘이 데이트를 할 때 뭘 하면 좋을지는 아직 모르겠지?"
"그야, 뭐……."
뭐, 여자애와 데이트를 한 경험 자체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슬슬 필요할 것 같지 않아? 종합적인 데이트 연습 말이야."
(중략)
나는 그제야 그걸 떠올렸다.
"너 이외의 여자애와 단둘이서 외출히기…… 말이구나."
"그럼 이제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어?"
"……데이트 연습을 꼭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히나미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씨익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귀정."
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케이."
그렇게, 히나미와의 전혀 방학답지 않은 방학이 시작됐다.
"그럼 점심이라도 먹으면서 상세한 회의를 하자."
히나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소리에 내가 "역시 오늘도 치(즈)…… 아얏!"
한 마디 해주려던 순간, 그녀에게 발을 걷어차이고 말았다.
두 명은 오미야 역 동쪽 출구 인근의 상점가 양식당에 들어간다. 히나미는 고르곤졸라(치즈 함유) 크림파스타를 먹으며, 데이트 과제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후 토모자키의 자그마한 성장을 칭찬한다. 그녀는 토모자키에게 여름 목표와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계획 중인 합숙 멤버에 토모자키를 포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image]
P. 18 오미야 역 동쪽 출구 인근의 상점가 양식당
"……응, 맛있네."
히나미는 기분 좋은 듯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그녀는 고르곤졸라 크림파스타라는 것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종합적인 연습은 어떤 거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치즈를 즐기고 있는 히나미에게 내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입안에 있던 파스타를 삼키고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해줄게. 오늘은 가게 몇 곳을 돌아볼 건데, 그 전에 너에게 과제를 주겠어."
"저기, 어떤 과제인데?"
"으음……."
히나미는 또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이번에는 내가 쳐다본다는 걸 의식한 건지 표정 관리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그리고 또 파스타를 삼켰다.
"간단히 말해, 데이트 예행연습을 하는 거야. 오늘 갈 장소를 미리 알려줄 테니까, 너는 자기가 데이트를 기획한 것처럼 나를 리드하면 돼."
(중략)
"내가 가르쳐주는 정보를 가지고 「저기, 여기 좀 가보고 싶은걸」하고 말하면서 나를 끌고 다니라는 거지."
"뭐…… 알았어."
"그럼…… 자, 확인해봐."
히나미가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그렇게 말한 순간, 내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LINE을 통해 히나미에게서 가게 세 곳의 이름, 그리고 URL이 와있었다.
* 『레이지블루』[5]
* 빅카메라 오미야 서부 지점
* 스타벅스
나는 두 번째 가게의 명칭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으음…… 그런데 왜, 빅카메라에 가는 건데?"
히나미는 내 말을 듣더니 퉁명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게임 시연대."
"……뭐?" 내가 되묻자, 히나미는 나를 노려보면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게임 시연대말이야. 온라인이 아니라 때로는 오프라인으로도 대전이 하고 싶거든. 온라인은 타임래그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거기에는 어패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시연대가 있어."
"으, 응. 그렇구나. 역시 너는 정말……."
나는 그제야 눈치챘다. 히나미는 화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녀의 볼은 약간 홍조를 띄고 있었다──.
어패에 관한 일에서는 감정이 격해지는 점은 여전한 것 같았다. 이 녀석은 정말 어패를 좋아한다니깐.
"왜?"
"아…… 아무 것도 아냐."

히나미는 나를 놀리듯 웃음을 흘렸다.
"눈치 못 챈 거야?"
그녀는 어딘가 가학적인 표정을 지으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전에 옷가게에 갔을 때는 그렇게 불안해했으면서 지금은 옷가게에 가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지? 오히려 빅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다니, 여유가 넘치네."
"아……."
나도 그제야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레벨이…… 올랐다는 거구나."
히나미는 만족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 눈을 진지한 표정으로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표정을 풀더니…….
"참 잘했어요."
어른스러운 느낌의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연상의 누나가 어린애 같이 웃었다, 같은 모순된 분위기를 지닌 미소가 나를 엄습했다.
"으, 응."
그 매력적인 표정을 본 순간, 나는 무심코 쑥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본 히나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큰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 "이번 여름 목표는 『키쿠치 양과 사귀기』야."
"다른 과제는……."
히나미는 검지를 입술에 살며시 댔다.
"합숙 계획이 진행 중이다, 라는 것만 알려줄까?"
"합숙?!"
"시끄러워."
"아얏?!"
히나미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검지로 내 볼을 찔렀다.
"뭐, 합숙은 뜻밖의 행운 같은 느낌이기도 한데, 현재 여러모로 조정 중이야. 합숙 멤버 중에 완전 음침 캐릭터인 너를 포함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한테 달렸어. 진짜 실력 발휘할 맛이 난다니깐."
히나미는 손가락을 뚜둑뚜둑 소리 나게 풀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 녀석은 진짜 뚱딴지같은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니깐.
"그리고, 그것들 이외에도 생각하고 있는 게 있긴 한데……."
"더, 더 있는 거야?"
내가 우물쭈물하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건 오늘 데이트에서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나 할까?"
"데……."
그 단어가 마음에 걸린 내가 되물으려고 한 순간, 히나미는 어조를 바꾸면서 점원을 불렀다.
"아, 계산 해주세요!"
"아, 예~!"
점원이 오기 전에 나를 힐끔 쳐다본 히나미의 표정은 여전히 가학적이었으며, 또한 소악마 같았다.
흥, 겨우 그런 표정에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 거짓말이 아니라고.
히나미는 토모자키와 양식당을 나섰다. 그 순간부터 두 명은 '''『데이트 예행연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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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8 데이트 예행연습
"맛있었어~!"
아까 말했던 『데이트 예행연습』을 시작한 걸까. 양식당을 나온 순간, 히나미는 평소의 합리적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학교의 퍼펙트 히로인인 히나미 아오이가 되어 있었다.
"다음에는 어디에 갈 거야?"
히나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뒤로 모으더니,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여자애 느낌이 물씬 나는 자세다. 똑바로 쳐다보았다간 여러모로 위험할 것 같았기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으음, 히나미."
나는 약간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결국 입을 뗐다. 예행연습이야. 예행연습이라고.
"응? 왜~?"
히나미의 소악마 같은 말투가 나를 더욱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면서, 말문이 막히게 했다. 히나미는 그런 나를 팔꿈치로 살며시 찌르면서,
『왜 그래~?』
하고 말했다.
"그, 그게 말이야."
나는 다시 기합을 넣으며 말을 이었다.
"좀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같이 갈래?"
"응? 가고 싶은데? 좋아~. 어딘데?"
네가 정한 곳이잖아,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서쪽 출구라면 아르셰 말하는 거지?"
"그, 그래!"
(중략)
"그럼…… 갈까?"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떼자, 히나미는 여성스럽게 "응"하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작은 보폭으로 내 옆에서 걸었다.
으으, 큰일 날뻔 했네. 방금 제대로 대미지를 입을 뻔했다고.
우리는 『아르셰』라는 이름의 화려한 빌딩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가게가 있다니깐~."
히나미는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주위를 둘러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여성용 옷가게가 줄지어 있는 이 딱히 넓지 않은 통로를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 중 8할이 여성이다.
"……휴우."
리드를 하게 되니,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피곤하네……. 일단 이야깃거리라도 꺼내는 편이 좋을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히나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토모자키 군은 보기보다 믿음직하네!"
히나미가 활기찬 어조로 그렇게 말하며 나를 칭찬해주자, 나는 또 가슴이 뛰고 말았다. 으으, 뭐랄까, 완전히 저 녀석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네.
히나미는 토모자키의 패션과 옷 쇼핑 때 사용할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준다. 그 과정에서 토모자키의 옷을 직접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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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5 레이지블루 아르셰 오미야점[6]
"오늘은 특별히…… 내가 옷을 골라줄게."
보는 이가 다 짜증이 날 만큼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히나미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기습 공격을 당한 듯한 기분을 맛봤다.
히나미가 티셔츠 두 벌을 골랐고 내가 한 벌을 골랐다. 그렇게 총 세 장의 티셔츠를 샀다.
히나미는 토모자키에게 선물을 주려 시도한다. 당초 3곳에 들르기로 된 데이트 예행연습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다.
토모자키는 이 돌발상황에서 히나미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진다.
작중에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히나미의 발언을 빌어 묘사된 부분으로, 히나미 스스로 합리성에 어긋나는 바램을 보인다.
토모자키는 히나미의 퍼펙트 히로인 포지션 유지 비결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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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6 레이지블루를 나서 다른 가게로 이동하는 중[7]
히나미의 시선은 내가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을 향하고 있었다.
"……왜 그래?"
"으음, 역시 이것도 있는 편이 좋을 것 같네~."
히나미는 자신의 배낭 안에서 시꺼먼 접이식 배낭을 꺼냈다. 별다른 장식이 달려있지 않은 그것은 대학생들이 메고 다닐 듯한 분위기의 심플한 가방이었다. 남녀 겸용 같아 보였다.
"어?"
"토모자키 군은 이런 느낌의 배낭이 없지?"
히나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있던 가방을 내밀었다.
나는 당황하면서 그것을 받았다.
"……빌려주는 거야?"
"빌려준다기보다, 거의 주는 거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돼, 됐어! 뭐, 뭐랄까…… 나, 너한테 잔뜩 받기만 했잖아? 처음에는 마스크를 받았고, 일전에 빌렸던 IC레코더도 아직 돌려주지 않았다고."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히나미는 검은색 배낭을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여기 좀 봐. 뾰족한 곳에 걸렸는지 약간 찢어졌어."
듣고 보니, 검은색 가방의 왼쪽 윗부분의 천이 살짝 찢어져서, 실이 풀려 있었다.
"어, 그래도 이 정도는……."
"나는 신경이 쓰여~."
히나미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망설이자, 히나미는 「으음, 그럼……」하고 말하며 제안을 하나 했다.
"이 근처에 있는 잡화점에서 가지고 싶었던 게 하나 있는데, 토모자키 군이 그걸 사줘! 그럼 나는 이 가방을 줄게. 어때?"
히나미는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했다. 이러니까 정말 착한 애 같았다. 겉보기에는 말이다.
이 녀석이 원하는 건 대체 뭘까? 치즈나 게임 말고는 이 녀석이 좋아하는 걸 알지 못해서 신경이 쓰였다.
흥미를 느낀 나는 히나미와 함께 오미야 서쪽 출구 인근의 다른 빌딩에 있는 잡화점으로 향했다.
-
"아, 이거야!"
히나미가 손에 쥔 것은 약간 큼직한 배지였다.
"흐음."
"이거…… 여름 느낌이 물씬 나지 않아~?"
배지는 검은색 배경에 컬러풀한 축제용 불꽃이 그려져있는 예쁜 배지였다. 히나미가 이런 것을 좋아한다는 게 조금 의외였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거야?"
내가 솔직하게 묻자, 히나미는 약간 망설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으음, 나는 필요 없는 건 사지 않는 타입이지만…… '''왠지, 직감적으로 가지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나는 히나미답지 않은 애매한 대답을 듣고 맞장구를 쳤다. 별다른 이유 없이 뭔가가 가지고 싶을 때가 이 녀석한테도 있구나. 아니면 이것도 연기인 걸까.
종류가 다양하며, 전부 몇백 엔 정도에 살 수 있다. 이 중에서 화려한 불꽃이 그려진 배지를 고르다니, 히나미는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걸까.
통로에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녀가 데이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함께 물건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들을 보고 나서, 히나미를 조금 의식하게 됐다. 무,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데이트가 아니라 종합 연습이지만 말이야!
"으음, 이것과 배낭을 교환하는 거구나."
나는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던 멋쩍음에 가까운 초조함을 숨기면서, 히나미에게서 배지를 넘겨받았다.
"응! 괜찮지?"
배지의 가격표를 보니, 400엔 더하기 소비세 정도였다.
"저기…… 400엔에 그 가방을 넘겨받는 건 좀 그렇다고나 할까……."
"정말~. 내가 가지고 싶은 거니까 괜찮잖아!"
히나미는 두 손으로 내 팔을 감싸더니, 배지를 쥔 내 손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내 등을 밀며 계산대 쪽으로 향했다.
"아, 알았어."
"잘 부탁해~."
나는 그 억지스러운 히나미의 행동을 보며, 문뜩 생각했다.
어쩌면 히나미는 진짜로 이 배지를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와 동시에 내가 받기만 하는 사실로 느끼는 부담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게 하면 나는 부담 없이 배낭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빚을 졌다는 부담감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뭐랄까, 대단하네.
히나미가 하고 있는 것은 자기만족도, 강요도 아닌, '''본질에서 우러난 배려'''다.
이렇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배려해주는 힘이야말로, 히나미가 교내 신분제도의 최정상, 학교의 퍼펙트 히로인이라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는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불꽃이 그려진 배지를 히나미에게 주고, 그녀가 ''예전에 쓰던 검은색 배낭''을 손에 넣었다.
"으음, 저기, 고마워."
"괜찮아~. 나도 이걸 소중히 할게."
히나미는 약간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즐거운 듯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배지를 배낭 안에 넣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마음이 흔들렸다. 젠장, 연기 한 번 정말 잘하네.
히나미와 토모자키는 빅카메라 오미야점으로 간다. 그곳 게임 시연대에서 어택 패밀리즈 대결을 펼친다. 방식은 3스톡(1경기 당 지니는 목숨 갯수) 3선승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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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2 빅카메라 오미야점 게임 시연대
이미 내가 2승을 거뒀고, 이번에도 내가 이긴다면 내 3연승으로 끝난다. 그리고 현재 나와 히나미는 둘 다 스톡, 즉 목숨이 하나씩 남아 있었다.
히로인 모드를 해제하고 NO NAME이 된 히나미는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어……!"
히나미는 스테이지 밖으로 추락할 것 같은 상황에서 복귀하더니, 감정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히나미의 스타일은 여전히 내 전법의 카피 및 대항책이다.
거기까지는 지금까지와 똑같다. 하지만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
히나미는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로 실력을 쌓고 있는 것이다.
나는 1위인데도 불구하고, 성장 폭 또한 가장 크다.
나는 그렇게 일본 1위라는 지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히나미는 다르다.
아마 이 몇 주 동안, 아니, 이 몇 달 동안 계속 그럴지도 모른다.
나보다도 아주 약간 더, 큰 폭으로 성장해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웃고 말았다.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왠지 기뻤다.
이렇게 어패를 사랑하며 노력하는 사람이 나 이외에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그리고 나는 외톨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 것이다.
토모자키가 어패에서 1위이듯, 히나미는 인생에서 1위다.
토모자키가 『인생』을, 히나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로 실력을 쌓고 있는 것처럼.
히나미도 『어패』를, 실력을 쌓고 있다.
토모자키의 독백에서 히나미를 대입해서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이 몇 달 동안 토모자키는 과거의 히나미가 걸어온 인생공략 방법을 더 빨리 걷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인생공략에 있어 이미 완성된 히나미보다, 아주 약간 더, 큰 폭으로 성장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히나미가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처음이며, 그래서 기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생을 사랑하며 노력하는 사람이 나 이외에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그리고 나는 외톨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 것이다.
때문에 히나미는 토모자키와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닐까.
히나미는 토모자키와 스타벅스로 온다. 그녀는 토모자키에게 『키쿠치 후카』의 LINE 어카운트를 등록시켜준다.

"느닷없이 내가 친구 등록을 하면 키쿠치 양이 의아해할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뭐?"

"왜냐면 이미 「토모자키 군이 후카 양의 LINE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가르쳐줘도 돼?」하고 물어봐뒀거든!"

P.49 오미야 스타벅스. 히나미가 토모자키를 위해 키쿠치 후카의 LINE을 소개하며.

히나미는 당일 마지막 과제를 낸다.
  • 아르바이트. 히나미 자신이 소개한 가게에 면접을 보러가기.
  • 키쿠치 후카에게 라인(LINE)으로 데이트 신청하기.

"요즘 들어 옷도 샀고, 외식도 꽤 한데다, 잘하면 합숙에도 참가하게 됐잖아? 그것도 자비로 말이야."

"……아."

"그러니 토모자키 군이 금전적으로 꽤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아르바이트를 하면 새로운 시점을 경험할 수 있는데다……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될 거야!"

"뭐, 언젠가 꼭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러니 이 가게에 면접을 보러 가!"

히나미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P.57 히나미가 카라오케 세븐즈 오미야점을 토모자키에게 소개함

토모자키는 히나미의 도움에 힘입어 키쿠치 후카와 영화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아르바이트도 이른 시간 내에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토모자키와 가치관 차이로 싸운다. 이후 토모자키가 그녀에게 다가와 화해한다. 자세한 내용은 키타요노 역 플랫폼에서의 다툼참고

1.4. 4권



1.5. 5권


나츠바야시 하나비가 콘노 에리카에게 왕따 괴롭힘을 당한다. 히나미는 그 상황에서 평소와 달리 드물게 분노를 드러낸다. 그녀는 직접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든다. 이 사건에서 히나미의 사교력과 분위기를 사로잡는 스킬(기술)이 크게 활약한다. 클래스의 분위기를 읽고 스스로의 입장과 지위를 이용해 적절히 행동한다.
그 노력이 지속되자 클래스의 분위기는 어느덧 히나미에게 유리하도록 흘러간다. 콘노 에리카 주변의 사람들을 흔들고, 콘노 에리카 본인의 연애감정을 약점으로 삼아 치명타를 가한다. 토모자키는 이런 히나미의 모습을 보고 NO NAME답지 않다고 느낀다.
그녀가 스스로의 신념에 맞지도 합리적이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오로지 복수만을 목적으로 잔혹한 방법을 취했다고 토모자키는 평한다. 이후 둘만의 대화에서 히나미는 자신이 평소와 달리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움직였다고 인정한다. 이 장면은 히나미의 과거에 대한 그림자를 시사한다.


1.6. 7권


문화제때 달성한 목표를 내주고 끝에는 후카양이랑 사귀게된 토모자키를 놀리듯이 축하해준다.

1.7. 8권


12월 종반. 키타요노의 이탈리아 음식점. 히나미는 토모자키와 전에 왔던 이 곳에 다시 왔다.
히나미의 '귀정'을 토모자키에게 완전히 간파당한다. 히나미는 토모자키에게 연애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걸 넘어서 자기 수준에 닿기를 원하고 있다.
히나미는 토모자키에게 다음 중간 정도의 목표를 제시한다.
토모자키 시리즈 2부의 시작을 언급한다.
대화 막바지에 겨울방학 숙제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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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1 키타요노 이탈리아 음식점 fino[8]
12월 종반. 키타요노의 이탈리아 음식점. 나는 히나미와 둘이서 마주 앉아있다.
여기는 내가 콘노 에리카 일행에게 기세좋게 한바탕 말한 그 날의 사건[9] 뒤 둘이서 왔던 장소로서, 히나미는 이곳의 샐러드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확실히 이곳의 샐러드는 맛있다.
"역시 맛있네, 여기 샐러드."
"……그렇냐."
히나미는 소녀다운 웃음을 흘리며 우아하게 홍차를 마셨다. 식사를 즐기는 그 모습은 언제나의 마왕 히나미와는 다른 순수함이 있어서, 대화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고 말았다.
"사용하고 있는 야채가 신선한 점도 물론 있겠지만, 역시 맛의 진수는 이 샐러드에 어울리는 조합과 드레싱이겠지."
"그, 그래."
"너 별로 안 먹었네. 내가 먹어줄 수도 있는데? 자?"
히나미는 말하면서 포크를 내 샐러드에 가까이 대어왔다.
"됐어……먹을 거야."
의미심장한 말과 식사를 즐기는 히나미의 묘한 매력이란 이중공격에 여태껏 머리가 돌지 않고 있지만, 우선 내 샐러드를 사수했다.
이건 이거대로 엄청 맛있으니까.
(중략)
주어졌던 중간 정도의 목표, 『3학년으로 진급하기 전까지 여친을 만들기』
이 녀석과 만났던 6월 그때는 어떻게 생각해도 무리라고 여겨졌던 난제였으나, 나는 2학기 말의 문화제에서 키쿠치와 마음이 통했고, 사귀게 되었다. 즉 3개월 이상 여유를 가지고, 중간 정도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 된다.
"여자친구……생겼고 말이야."
내가 감개를 실어 말하자, 히나미는 선뜻 '그렇네'라고 끄덕였다. 머지않아 내게 시선을 맞추더니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했다.
"뭘 히죽거리는 거야, 기분 나빠."
"시, 시끄러, 어쩔 수 없잖아! 일단 겨울방학은 가벼운 과제만으로 괜찮은 거지!?"
이야기를 돌리는 의미도 넣어서, 한 번 더 과제에 대해 확인한다. 히나미는 그런 나를 훗하고 웃으며, 샐러드 먹기를 끝마쳤다.
그녀는 무척 안타까워하는 얼굴로 빈 샐러드 접시를 보고 있었다.
"그러네. 뭐 애초부터 네가 스스로 선택한다고 말했고 그렇게 고른 상대니까, 특별히 과제를 주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진전시키려고 할 거잖아? (중략) 그치만, 뭐. 그 부분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야."
"……, 그 그런 거야?"
되물으니, 히나미는 집게손가락을 슥 세워 나를 가리켰다.
"너의 큰 목표는 뭐였지?"
"으-음."하고 나는 잠시 고민하고 대답했다.
"너하고 같은 수준의 리얼충이 되는 거,였지."
대답하면서 나는, 이 흐름이라면 녀석이 "귀정"이라 말할 거라 생각했다. 히나미가 나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귀정."
"역시."
"역시?"
무심코 새어나온 내 목소리에 히나미가 놀란 듯이 쳐다봤다. 나는 실수했다고 반성하면서도 "아무것도 아냐."라고 이야기를 피했다.
"흐응. 그럼 이야기 맥을 끊지 말아줄래?"
"으, 응. 알았어. 미안."

"나랑 같은 수준이라면, 적어도 전교 규모의 리얼충이란 뜻이야. 그렇다면 네가 키쿠치와 손을 잡든 키스를 하든 그 이상을 하든지 간에,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 둘만의 세계일 뿐, 학교라는 세계에서 리얼충이 되는 것에, 큰 관계가 없어."
"아ー……정말이네."
자연스레 키스 그 이상의 행위를 이야기한 게 좀 신경 쓰이지만, 저 말을 다 듣고 보면 일리있다. 진전시킨 걸로 다소 주변으로부터 날 보는 눈이 바뀔지라도, 키쿠치와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학교에서 리얼충이 되는 거라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슬며시 이야기를 전해들을 친한 남자애들이 '꽤 하는데~'라고 얄궂게 구는 정도란 느낌이다.
"물론 남친여친, 연인동지의 세계 속 행복만 있다면 리얼충이다-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그걸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는 '나와 같은 수준'이란 목표니까 말이야."
"확실히 너…… 연애로 이러쿵저러쿵 리얼충이 된 게 아니었지."
"네가 목표로 했으면 하는 것도 그 위치야. 그러니까 연인이라는 마음 편한 세계를 발견했다고 그곳에 안주하지 말고 신세계로 계속해서 전진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과연 그렇네. 뭘 말하고 싶은지 알았어."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히나미는 "그럼 됐어."라고 짓궂게 웃었다.
언뜻 보기에 골(Goal)로도 보일 『여친을 만들기』라는 목표의 달성. 리얼충을 목표로 했기에 여친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무엇이라도 지침이 없으면 해야할 것을 모르게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전체 슬로건으로서 목표가 있는 자체가 있기에, 고려할 것을 분명히 한다.
"그런 이유로 먼저, 다음 '중간 정도의 목표'를 발표할게."
여친을 만들기, 라는 목표를 대신하는 다음 목표. 하나의 거대한 인생 분기를 달성했고, 그 다음을 향하는 목적지다. '''인생공략 제2부'''라고 하려나.
"조금 난이도는 높겠지만, 뭐 할 수 있다면 여름까지는 달성하기를 원해."
그렇게 말하면서 히나미는 작은 메모장을 닫은 채로 테이블 위에 두었다.
"다음 중간 목표는──『4인 이상의 그룹에서 중심인물이 되는 거』야.
"으─음. 구체적으로 어떤 뜻이야?"
"간단히 말하자면. 예를 들어 우리 반에 몇 개의 그룹이 있지? 어느 그룹이 있는지 기억해?"
"어느 그룹이라…… 나카무라 그룹이라든가, 혹은 네 그룹 정도겠지. 또 콘노의 갸루그룹이라든가."
나카무라 그룹. 히나미 그룹. 콘노 그룹.
"나카무라, 너, 콘노……처럼, 자신의 그룹을 만들어라, 란 말이구나."
거기서 또, 예감이 들었다. 그걸 말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귀정."
"역시나."
"그러니까 뭐야! 역시나는."
나는 점점 이 녀석의 귀정 포인트를 감각적으로 이"귀정."
"역시나."
"그러니까 뭐야! 역시나는."
나는 점점 이 녀석의 귀정 포인트를 감각적으로 이해버리는 모양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퍼뜩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나는 태도를 고쳤다.
"……『토모자키 그룹』을 만들어라, 란 거지?"
말하면서 또다시 예감했다.
"귀……맞아."
"어라?"
또다시 귀정이 올 타이밍이라 생각했는데 오지 않았네. 뭔가 순간 그런 말이 들린 기분도 들지만 너무 짧은 순간이라 정확히 듣지 못했다.
히나미는 이겨서 우쭐해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중략)
"클래스에서도 좋고, 뭔가 새로운 공동체에서도 좋아. 어디에서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토모자키 그룹』이라고 불릴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것. 그게 앞으로 네가 노려야할 목표야."
(중략) 나는 한 가지 깨달았다.
"아, 역시 그런 건가."
"……뭐가?"
히나미는 진동하는 스마트폰의 통지화면을 확인하며 말했다.
"확실히 그런 건, 키쿠치와 무엇을 하는지 간에 그다지 관계없구나, 라고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히나미는 시선과 눈썹을 휙 올리고, 마찬가지로 웃음을 참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깨달은 모양이네. 뭐, 리얼충의 형태엔 연애만 있는 게 아닌 거야."
(중략)
"──세 번째 데이트까지 후우카 짱과 손을 잇는 거, 야."
"어이, 연애는 마음 졸이지 않게 놔두는 거 아니었냐고."
곤혹스러워하며 태클을 날리자, 나를 놀리듯 가학적으로 웃는 히나미가 그곳에 있었다.
* 제2부 중간 정도의 목표:『4인 이상의 그룹에서 중심인물이 되기』
* 연애에 관한 겨울숙제: 세 번째 데이트까지 키쿠치와 손을 잇기.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해를 맞이한 후 신학기인 3학기[10] 첫날 두 명은 다시 만난다.
히나미는 키쿠치와의 데이트를 떠올리고 헤벌쭉하는 토모자키에게 호기심 섞인 심술을 부린다.
내어준 중간과제가 상당함에도 의연한 토모자키에게 감탄한다.
토모자키가 소중한 한 가지 큰 성장을 한 걸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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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6 3학기 새해, 제2 피복실
"새해복 많이 맏아."
"오우, ……새해 복 많이 받아."
신학기 첫날. 제2 피복실. 나는 히나미와 새해 첫 회의를 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겉치레 따윈 필요없는 관계가 되어도 신년 인사 같은 걸 제대로 챙기는 점이, 히나미가 히나미인 까닭이겠지.
"어땠어? 겨울방학."
"아─……뭐어."
말하면서 기억을 더듬으니, 기본적으로 떠오른 건 키쿠치 양과의 추억들 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즐, 즐거웠지."
"너 입에서 침 흘러나올 거 같아."
"시끄러!"
순식간에 간파되어버렸다. 그렇게나 드러나 보였던 건가.
내 대답에 히나미는 뭔가, 굉장히 시답잖다는 어조로 말했다.
"뭐, 그런 느낌이란 건 잘 해내고 있단 거네. 사귄다고 생각해 너무 많이 의식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라는 전개가 되지는 않아서 안심했어. 하아."
"꼭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는 말투다?"
말하고나서 한숨까지 쉬고 있고. 사람의 불행을 바라지 말라고.
"해서, 어땠는데? 후카 짱의 손은."
보통 이렇게 스트레이트하게 묻지 않지 않나. 뭐어 과제인 건 알겠지만, 좀 더 정서란 게 있을 거 아냐.
"손은 손이야. 모르겠어? 손 말이야."
"아니, 알고 있다고."
"제대로 잡았지? 어땠어?"
(중략) (내가 그때 일을) 생각하고 있자, 뭘까. 히나미가 굉장히 즐거운 듯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저기 말야?"
"뭐, 뭔데?"
엄청나게 가학적인 표정. 무언가를 빨리 말하고 싶어서 도저히 어쩔 수가 없을 때의 얼굴이다.
히나미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조금 부추긴 정도로 거기까지 얼굴, 빨개져?"
듣고서 깨달았다. 나 지금, 어마어마하게 얼굴 뜨겁지 않아?
"윽."
시험삼아 만져보니 엄청 뜨겁다. 잠깐잠깐, 이제껏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적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이번처럼 아예 눈치 채지도 못한 적은 없었다.
나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다.
"아, 아니, 그,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으, 으─윽."
내 마음을 통재로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 숨이 막힐 거리에 히나미의 얼굴이 있다.
"흐─음. ……그렇게나 두근두근했구나. 귀여워."
"시끄러엇!!"
그 위에서부터 귀여워하는 듯한 말에, 내 두근거림은 더욱 가속되었다. 잠깐만, 이런 거 반칙이잖아.
(중략)
히나미와 같은 수준의 인싸가 되기 위한 새로운 중간목표. 확실히 거기를 지나가면 그 너머에 더욱 충실한 생활이 있다, 고 어떻게든 상상된다.
"자, 그럼 발표할게."
"오우. 어서 해."
히나미는 검지를 세우고, 당당히 가슴을 폈다.
"네가 주체[11]가 되어, 4명 이상으로 놀러가는 거, 야."
"……주체가 되어."
"요약하면, 어디로 갈지를 생각하고, 멤버를 모아. 집합장소를 정하고, 예약이 필요하다면 예약을 해서, 모두를 즐겁게 해줘. 그러한 역할이야."
"아ー 과연. 분명히 그건 중심이네."
그리고 확실히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런 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중략)
그렇다면 앞으론 과제를 향해서, 시행착오를 할 뿐이다.
"얘기가 빨라서 다행이야. 뭔가 질문 있니?"
"아니, 지금은 괜찮아."
내가 즉시 답하니, 히나미는 무언가 의외라는 듯 눈을 둥글게 떴다.
"……저기 말야, 꽤나 여유있게 보이는데. 한 가지 큰 목표를 클리어[12]했다고 방심하는 거 아니지?"
"음. 아냐. 그런 건 아닌데……."
근데 듣고 보니, 이제껏 스스로 전혀 해보지 않은 분야의 과제를 받았는데도, 마음속으론 초조하지 않았다.
실제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같은 문제에 관한 답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표하게 여유가 있었다.
"뭐랄까……. 처음하는 경험이지만, 뭐어. 일단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같은 느낌이 들어."
"……헤에."
히나미는 뭔가 기대를 담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으로 뭘 해야 좋을지 전혀 상상되지 않지만…… 나라면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그런 나 자신이 있어서 말이야……."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말로 하면서, 자기자신에게 놀랐다.
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방법과 공략방법을 찾은 건 아니지만, 단지 나라면 어떻게든 된다는 감각만으로,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진 나 자신이 있었다.
그건 이제까지 인생에 있어서, 『나 따위가』『약캐에게는 선택할 권리따윈 없어』라는 감각을 질질 끌고 온 내게 있어서, 처음으로 느끼는 감각이다. 내 안에서 둥지를 틀고 있던, '''자기부정'''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떨쳐내어 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면─.
문뜩 고개를 들어 올리자, 히나미가 생각을 읽지못할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고보 있었다.
"……중간 정도의 목표[13]를 달성한 점도 있지만 말이야."
히나미는 천천히, 소중한 걸 가르쳐 주는 듯한 말투로.
"그 이상으로 '''한 가지──커다란 성장'''을 해버린 걸지도 몰라. 축하해, 토모자키 군."
그리고 씨익하고, 짓궂게 웃었다.
"으응……고마워."
그리고 나도 끄덕이며, 히나미의 축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왜냐면 그건, 듣고 보면 나라도 알아차리는, 소중한 성장.
반년 이상을 공들여 도달한, 아주 작은 기분 변화였던 것이다.
히나미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잠시동안 바라보고──나서 마지막에 마지막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친이 생기면, 남자란 건 우쭐해지는 모양이네."
"아니, 거기서 산통을 깨냐."
변함없이, 그냥은 끝내지 않는 히나미 씨였다.
히나미는 토모자키와 도쿄로 외출한다. 7권에서 토모자키에게 권유받은 그 일이다.
[image]
P.106 1월의 어느 토요일, 도쿄. 어패 오프라인 모임
(중략) 며칠 후 토요일. 나는 도쿄의 어느 역 앞을 히나미와 함께 걷고 있다.
"혹시나 했지만 데려오고 싶다는 장소란 게, 설마 그런 곳이었다니."
"하하하, 예상 밖이었지?"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히나미는 넌더리가 난다는 듯 관자놀이를 손으로 눌렀다.
몇 주 전. 나는 문화제가 끝난 뒤, 키쿠치 양과 사귀게 되었다고 히나미에게 보고하는 동시에, 『너를 데리고 가고 싶은 장소가 있어』라고 이 녀석에게 선언했다.
어쩌니저쩌니해서 3학기가 되버리고 말았지만, 마침내 이 날이 왔다.
"알지? 네가 멋대로 하는 건 괜찮지만, 나는 그다지 내 이야기를 할 생각 없으니까."
"어어. 그걸로 괜찮아."
"……하아."
히나미는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자ー 어서 가자고."
"그래 그래."
그래도 이렇게 투덜투덜 대면서도 어쨌든 날 따라온다는 건, 이 녀석도 흥미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NO NAME이란 사람은, 정말로 쓸데없는 일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이렇게 보여도, 나도 꽤나 긴장하고 있고 말이지?"
말하면서 내가 뒤돌아보자, 히나미는 그런 나를 괘념치 않고 지나쳐갔다.
"그딴 건 몰라. 갈 거면 빨리빨리 가자구!"
"야, 야아! 기다려."
그런 느낌으로 터벅터벅 앞으로 가버리는 히나미. 방금까지 투덜대던 주제에 조금이라도 내가 빈틈을 보이면 이 꼴이 난다.
이런 식으로 역시 주도권만은 빈틈없이 잡혀가며, 나와 히나미는 어패 대전 오프라인 모임장소로 향했다.
(중략)
우리들은 오프라인 모임 회장에 도착했다.
(중략)
우리들은 방 앞까지 도착했다. 인터폰을 누르자 「잠금 풀어 놨어요」라고 말해졌기에, 나는 그 문의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들어갈까……:
"그러자."
히나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잡이를 단숨에 꽉 쥐었다. 그리고 몇 초 그대로 멈췄다.
"……들어가도록, 할까."
"어서 해줄래?"
무표정하게 재촉해오는 히나미에게 떠밀려 나는 문을 열었다. 우리들은 회장으로 발을 디뎠다.
내가 작은 보폭으로 황송해하며 안에 들어가니, 그곳에는 벌써 열 명 언저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중략)
"시, 실례합니다──"
내 목소리에 갤러리 중 몇 명이 뒤돌아보았고, 그 시선은 곧바로 내 뒤의 히나미에게 향했다.
그리고 왠지 엄청나게 놀라고 있다. 하긴 그렇겠지.
잘 보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히나미 이외에 전원 남자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디서라도 이 레벨의 여자애가 온다면 그건 꽤나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번화가를 걸을 때도 몇 명인가 뒤돌아 볼 정도니까.
"어서오세요~! 저-기……?"
주최자로 생각되는 남성이 생글생글하게 다가왔다. 30대 전반 정도일까나. 대형가전마트의 점원같은 분위기에 청결감이 있는 남성이다.
나와 히나미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말을 헤매고 있다. 아마도 참가자들 중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기, 오늘 첫 참가자인……"
"아, 네. 첫 참가자 팀이군요~ 성함이?"
남성은 스마트폰을 열어 명부같은 것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하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저-, 이름은 nanashi입니다."
그 순간 모임장소의 시선들이 내게 모였다.
갤러리는 물론, 한창 플레이하던 두 명까지도 이쪽을 향했다. 아니 그쪽은 제대로 게임 플레이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고개를 돌리니, 주최자 남성까지 무언가 긴장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말이지. 어떻게 된 거야.
어느 정도 내 이름이 알려진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노골적으로 놀라버리면 이쪽도 반응하기 곤란해진다.
"저기……. 나, nanashi란 건, 역시 그……."
주최자 남성은 주뼛주뼛 확인하듯이 말하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저기…… 일단, 온라인 레이트 1위의 nanashi이기는 합니다."
그 말에 다시, 모임회장이 술렁술렁 시끄러워졌다. 세트로 뒤쪽의 히나미에게도 시선이 떠돌았지만 곧바로 돌려졌다. 아마도 히나미가 너무나 화사해서겠지. 하긴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겠다. 이 정도의 미인은. 참고로 당사자인 히나미는 친근한 미소를 띄우면서, 사랑스러움을 뽐내며 가볍게 인사하고 있다. 아, 이 녀석 그 모드[14]로 가는 건가.
"와아-! 생각했던 것보다 젊군요. 아, 저는 이번 주최자 '해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쪽은……."
내가 히나미를 소개하려 시선을 돌리자, 벌써 히나미는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nanashi군의 친구인 Aoi라고 합니다."
이번에 히나미는 본명의 로마자 표기인 'Aoi'로 참가하기로 했다.
"그렇군요. nanashi 씨와 Aoi 양이네요."
(중략)
참고로 이 해리 씨라는 사람은 어패 플레이어이자 동시에 게임 실황 해설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다.
듣기 쉬운 목소리로 플레이를 해설하며 대전 영상을 방송하는 스타일로, 일정 수준의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이, 이쪽이 nanashi 씨……?"
해리 씨를 향해 말하며 다가오는 사람은, 아마도 20대 후반정도의 남성. 안경을 걸치고 검정색 단발머리에, 키가 작고 근육질 체형이다. 내게 눈을 마주하다가도 피해버린다. 심하게 긴장한 게 전해져 왔다.
나는 단지 어패를 잘하는 고교생일 뿐이니 이렇게나 굳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되도록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nanashi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가볍게 인사했다. 그러니 남성은 조금 초조한 듯 말을 참고, 머리부터 움푹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맥스'라고 합니다."
"아, 맥스 씨군요."
"어, 절 알고 있으세요?"
나는 끄덕였다. 자세히 알고 있진 않지만, 주최자 해리 씨의 영상에서 이따금 함께 실황 해설을 하는 사람이 맥스 씨다. 해리 씨의 해설을 듣는 역할 비슷한 포지션인데, 셜록 홈즈에 비유하면 왓슨같은 위치라고 할 수 있다.
"해리 씨의 영상에서 몇 번인가 봤어요. 이렇게 이야기해보니, 목소리가 같네요!"
"하하……맞아요. 봐주셔서 영광입니다!"
"아뇨아뇨,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자기소개를 끝내자, 맥스 씨의 시선이 슬금슬금 히나미를 향했다.
'''"저어-, 이, 이쪽 분은 여자친구세요?"'''
"아뇨아뇨아뇨아뇨."
그 말에 정신이 날아가버릴 듯하면서도, 나는 전력으로 부정했다.
"다릅니다. 달라요. 친구에요, 친구."
내가 손을 붕붕 흔들며 부정하자, 히나미는 어째선가 소악마스럽게 웃었다.
"에- 너무해-. 그렇게까지 부정하는 거야?"
"너 말이야……."
히나미가 자신을 NO NAME라고 밝히지 않으려 한 건 알았지만, 그것보다 퍼펙트 히로인 모드를 전력발산하고 있다. 파악했습니다.
"아하하, 어쩐지 사이좋아 보이네……."
맥스 씨가 약간 더듬듯이 소리 낸 말은, 조금쯤 선망하는 울림이 담겨있었다.
(중략)
다른 참가자들도 속속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눈은 부담스럽게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고, 그 시선들은 하나같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저 퍼펙트 히로인 히나미 아오이보다 주목받게 되다니.
(중략)
나는 사람들과 몰려온 대화의 파도를 재치있게 풀어나가던 중, 난데없이 예상외의 말을 뒤집어썼다.
(중략)
"겸손하지 말아주세요, 엄청 멋지잖아요!"
"어쩐지 엄청 인싸라는 느낌인데요!?"
"저기…… 뒤에 계신 여성은 역시 여친이에요?"
다르다고, 이런 건 내가 생각하던 어패 오프라인 모임이 아니야. 내가 생각하던 건 좀 더 진지하게 승부를 다투는 수라장의──.
"그-러-니-까!!"
나는 결국 숨쉬기 괴로워져서, 큰 목소리를 내버렸다.
'''"나는 어패 플레이어인 nanashi!!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멋쟁이라든지는 관계없어! 또 단언컨데, 이 녀석은 그냥 친구니까 여친 아냐!! 이상!!"'''
내가 단숨에 강하게 말하자, 순간 침묵이 흐른 다음, 모임회장은 웃음으로 둘러싸였다.
"nanashi 씨 재미있네요!?"
"역시 인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인생에서도 레이트 1위려나?"
나는 또다시 저 말들을 듣고 그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모든 걸 깨달았다.
"이래선 더 이상, 뭘 말해도 소용 없구나……."
내가 포기하듯 말하자, 뒤에서 히나미가 유쾌하단 듯 웃고 있었다. 어이, 즐기지 말라고!
히나미는 레나와 첫 대면한다.
[image]
P.125 히나미와 레나의 첫 조우
(중략)
레나는 히나미를 보고, 눈을 크게 뜨고 깜빡거렸다.
"……여자애가 있어-!?"
마음속 깊이 놀란 듯 말하고, 레나는 슥 히나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레나예요."
레나는 지그시 히나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관찰하는 듯한 눈빛과, 생글생글 올린 입꼬리.
그리고 부드러운 말투와는 대조적으로 시선은 냉정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처음 뵙습니다! Aoi예요."
히나미는 밝은 목소리와 만점짜리 미소로 대답하며, 레나의 전신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 이거 예뻐요!"
히나미는 레나가 손목에 하고 있던 검고 투박한 브레이슬릿[15]를 가리키며 말했다.
"와-, 알아주는 거예요!? 이거 투박해서 에쁘죠!"
"맞아요-! 어울려요!"
그나저나 어쨋든 예뻐 보이는 듯하다. 리얼충 특유의 『예쁘다』에 대한 감각. 예전의 스트랩[16]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왜 『투박하면서 예쁘다』라는 건지. 투박함과 예쁨은 동거라도 하는 모양이다.
"Aoi 씨야말로 엄청 세련되네요! 이 피어스 좋아해요-!"
"고마워요-! 이거 마음에 들어하던 거예요-! 취미가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죠-! 와-! 것보다 머리카락 살랑살랑거리고 얼굴도 조그맣고 피부도 깨끗해-! 인형같아-!"
"레나 씨야말로 무척 스타일 좋잖아요-!"
뭐랄까. 모르는 두 사람이 서로를 칭찬하고 있고,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느낌이다. 배틀처럼 되어간다고.
(중략)
레나는 쓴웃음을 하고, 계속 말했다.
"Aoi 씨는…… 혼자서 온 거예요-?"
「아, 저기-」라고 말하면서 히나미는 시선을 빙 돌려 나를 바라봤다.
"저기에 있는 nanashi군하고 함께 왔어요."
그러자.
레나는 뜻밖이란 듯 놀라, 나와 히나미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런가요? ……서로 친구?"
"그렇네요! 어패 친구라고나 할까, 뭐라고 할까."
"흐음……?"
무표정이라고 할까 무감정이라고 할까, 얼어붙은 표정이다.
머지않아 레나는 또다시 우리들을 번갈아 보고, 빙긋 웃었다.
"'''굉장한 미남미녀란 느낌!''' 앞으로도 질리지 말고 모임에 자주 와주실거죠?"
"아하하. 그럴 생각이에요."
둘은 함께 웃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말을 사용하여 굉장한 인파이트를 응수한 느낌이다. 첫 대면의 여자애들의 대화는 이렇게 격렬한 걸까나. 템포가 너무 빨라서 따라갈 수가 없다고.
내가 미지의 세계에 충격을 받고 있을 때, 대화를 끝낸 레나가 스윽 옆으로 와서, 내 등과 옆구리 사이를 쿡쿡하고 두 번 두드렸다.
단지 부르려고 하는 움직임인데도 그 손놀림은 묘하게 간지러워, 방심하면 소리를 내버릴 것 같다.
"응?"
내가 평정을 가장한 채 대답하자, 레나는 내 귀에 얼굴을 가져다대었다. 몸 통째로 기대어 온 탓에 내 옷과 레나의 옷이 맞닿고, 초조한 감각이 두 팔 근처를 덮쳤다.
"저기……."
한숨 섞인 목소리와 함께, 달달한 향기가 또다시 의식으로 흘러들어온다.
"으, 응?"
내가 얼굴을 정면을 향한 채 말하자, 레나는 더욱 한숨을 크게 섞은 목소리로.
'''"깨놓고 말해서, 사귀고 있는 느낌인데요?"'''
라고 엄청난 소리를 해왔다.
나는 그 말을 그 말을 부정하려고 레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나는 내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었기에, 서로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레나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지그시 내 쪽을 계속 바라봤다. 너는 어째서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거냐고.
근거리에서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지만, 나 또한 저 새까만 눈동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정말로. 그냥 친구일 뿐이야."
내가 한발 거리를 두며 대답하자, 레나는 시험하듯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정말이에요?"
"응."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히나미는 오프라인 모임 토너먼트 대회에서 토모자키와 결승전을 치른다.
토모자키를 놀래킬 정도로 우수한 성장을 보여주며 치열하게 대결을 펼친 끝에 지고 만다.
히나미는 다음주 월요일 토모자키와 제2 피복실에서 만난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 합리주의자도 퍼펙트 히로인도 아닌, 단지 감정적인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image]
P.196 1월의 어느 월요일, 제2 피복실
"어라, 토모자키 군. 우선은 우승 축하할게."
히나미는 기분 좋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만남에, 느닷없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야 이 녀석.
"아니 그거부터?"
"응. 그거. 축하해."
명백하게 토너먼트에서 졌다는 걸 마음에 담아둔 히나미가, 일부러 짜증나는 말투로 내게 부딪혀왔다.
거기엔 퍼펙트 히로인은 커녕 평소 냉철한 마왕의 그림자조차 없다. 있는 건 단지 승부에 진 것을 분해하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도발에 넘어가주기로 했다.
"고마워. 꽤나 여유로웠지."
"으응-?"
히나미의 머리에서 혈관이 '빠직'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런 소리는 본래 존재하지 않을텐데 들렸다는 말은, 상당히 열 받아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이상 자극하면, 실제로 살해당할지 모른다. 어떻게든 냉정하게 달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시 막바지에 판단이 어설프네. 하긴, 확률에 구애받고 있으니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겠지. 수고했어."
"응응응-?"
'뽀각'하고 머리의 혈관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런 소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텐데 들린다는 건, 상당히 폭발하기 직전이란 소리겠지.
그러나 히나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몇 초 동안 호흡을 멈췄다. 그리고 분노를 어둠의 불꽃과 함께 콰아아하고 내뱉고서, 나를 쏘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변명은 하지 않을게. 이번에는 졌어. 다음에는 이길 거야. 이상."
그렇게 선언하고 '흥'하면서 얼굴을 돌려버렸다. 화를 참고 똑바로 대응하는 점은 대단하지만, 그 뒤의 행동이 흉하다.
이런 어린아이같은 점도 노리고 한 걸까나.
"너, 애냐."
"시끄러워! 과제 늘려버릴 거야."
"갑질하는 거야?"
"시끄러!"
풍부히 있을 어휘 중에서 『시끄러워』 한 단어만 주장하고 돌파하려는 히나미.
픽시[17]로 공중N밖에 쓰던 것처럼 이것도 나름대로 강력하다.
명백하게 지능지수가 떨어졌지만, 이 이상 반항해서 진짜로 과제를 늘려버리면 곤란하니까, 나는 솔직하게 물러서기로 했다.
장하다 나. 어른이네.
히나미는 토모자키의 권유를 받아 프로게이머 아시가루가 참여하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히나미와 토모자키는 각자 따로 앉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앉지 못하더라도 함께 붙어 서가는 걸 택한다.
[image]
P.349 전철 안 히나미와 둘이서
전철 안, 히나미와 둘이서.
살짝 보이는 히나미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웬일인지 트위터가 비춰지고 있어서, 오늘 모임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무언가 쓰여있는 것이라도 체크하고 있는 걸까나, 라고 생각했다.
엿보기는 좋지 않아 나는 냉큼 시선을 돌렸다. 분명히 이 녀석, 오늘은 이따금 자기 파운드 캐릭터를 내보냈었고 말이지.
"있잖아, 히나미."
"……뭐야."
히나미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슬쩍 시선을 주며 대답했다가,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즐거웠어?"
내가 물어보자, 히나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기 말야. 너, 내 보호자라도 되는 거니?"
"그, 그런 뜻은 아니지만……."
말하고 나니 그런 대사가 되버렸네. 지금이라면 아이를 과학미래관에 데리고 간 아빠의 기분을 기분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어……너를 부른 건, 그걸 위해서였고."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히나미는 스마트폰 화면의 불빛을 끄고, 그대로 검은 화면을 바라봤다.
분명히 그곳엔, 히나미 자신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을 거다.
"그렇네……."
'''붐비지는 않지만 둘이서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전철의 차내'''. 덜컹덜컹, 덜컹덜컹하고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찻바퀴 소리가, 둘을 떼어놓은 공간을 메웠다.
"즐거웠어. 평범하게 말이야."
퉁명스러운 톤으로 새어나왔지만 그 말에는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어패는, 괜찮은 게임이네."
히나미는 시선을 창문 밖으로 향하며 말했다.
눈에 띄게 어두워진 사이타마 변두리. 창문에 반사된 히나미의 입가는, 기분 탓인지 즐거운 듯 웃고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창문에 비친 모습이 선명하지 않아서,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래. 즐거웠다니, 안심되네."
"그러니까, 너 보호자니?"
질렸다는 말투로 말하는 히나미는, 내 끈질김에 포기해버린 모습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앞으로도 끈질기게 너를 즐겁게 해줄 거니까 말이야'''.
"보호자 아니야. 난 네 제자."
"그래, 그래."
적당히 다루듯, 히나미는 이쪽을 보고, 잠시나마 유쾌한 듯 웃었다.
그 표정은 마치 아이와 같아서, 언제나 사람을 휘감아 잡는 아름다움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나는 그 말에 태클을 걸려고 했으나, 뭐 오늘만은 용서하기로 했다.
이케부쿠로에서 오미야로 향하는 전철은, 슬슬 키타토다역을 통과했다.
[1] 미니스탑의 이름을 비튼 것.[2]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녀의 집에서 이 대사를 말한다.[3] P.130[4] Beginners'luck: 초심자에게 따르는 행운[5] 해당 점포 레이지블루 오미야 아르셰점은 2019년 12월 현재는 폐점 상태. 출처 레이지블루 점포 현황 [6] 해당 점포는 오미야 아르셰 5층에 위치했었다. 2016년에 개장, 2019년 12월 05일 현재 폐점 확인. 위의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대체사용된 레이지블루 샷포로점의 모습.[7] 위의 이미지는 6.5권 일러스트의 편집본.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8] 무대탐방 참고[9] 1권 후반, 구교장실에서 있었던 사건[10] 일본의 고등학교 제도는 2학기를 마친 뒤, 짧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이듬해 1월~3월까지를 3학기로 두고 있다.[11] 원문: 幹事 간사.[12] 키쿠치와 사귀기[13] 키쿠치 후카와 사귀기[14] 퍼펙트 히로인 모드[15] 팔찌의 한 종류[16] 미미미가 선물한 하니와 스트랩[17] 어패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