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월드 시리즈
1. 개요
10월 5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로, 13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에서도 2020년 현재까지도 유일한 7차전 끝내기 홈런이 나온 시리즈이다. 빌 매저로스키는 이 시리즈의 끝내기 홈런으로 명전을 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임팩트 있는 홈런이었으며, 객관적 전력에서 양키스가 확실히 셌기 때문에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기도 했다.
2. 양팀 상황
2.1. 피츠버그 파이리츠
영구결번 대니 머토 감독이 이끌던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95승 59패의 성적을 거두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전신인 밀워키 브레이브스를 7경기 차로 제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명예의 전당 멤버로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와 이 시리즈의 활약으로 베테랑 위원회에 헌액된 빌 마제로스키 밖에 없었으나, 당해 MVP이자 타격왕이었던 유격수 딕 그로트가 버티고 있었다. 또한 투수진에는 사이영상을 탄 20승 9패의 투수 베른 로가 버티고 있었다.[2] 그러나 베른 로도 투수 지표에서 1등을 차지한 지표는 없었으며, 그밖에 파이리츠 선수 중 타이틀을 차지한 이는 없었다. 파이리츠는 4월을 압도적으로 시작하였으나, 7월에 15승 14패로 갓 5할을 넘는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그러나 후반기 질주로 여유롭게 우승을 확정지었다. 또한 모든 내셔널리그 팀들에게 상대전적 5할 이상을 거두는 꾸준한 모습도 보여주었으며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양키스에 비해 다소 불리하다고 지적 되었으나, 홈에서 52승 25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둔 파이리츠에게 7차전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진 점은 호재였다.
2.2. 뉴욕 양키스
메이저리그를 아우르는 명장 케이시 스텡겔이 이끌던 뉴욕 양키스는 97승 57패의 성적을 거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8경기 차로 제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노쇠화로 인해 포수 포지션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 외야수 자리에 포진한 명예의 전당 선수인 요기 베라가 있었으며, M&M포의 미키 맨틀, 로저 매리스는 각각 홈런왕, 타점왕을 차지하며 위력적인 타선을 만들고 있었다. 이 두 선수는 도한 79홈런과 200점이 넘는 타점을 합작했으며 이 중 매리스는 해당 연도의 MVP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거기에 1963년 MVP를 받게 되는 양키스의 또다른 영구결번 엘스턴 하워드가 포수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투수진에서는 양키스 역대 최고의 빅게임 피쳐로 통하는 명예의 전당 좌완 화이티 포드와 1952년 MVP 바비 섄츠가 투수진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당해 연도 에이스인 아트 디트마르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3. 경기 진행
3.1. 1차전, 빌 마제로스키 승부에 쐐기를 박다.
대망의 1차전은 피츠버그의 홈인 포브스 필드에서 열렸다. 피츠버그는 해당 연도 사이영 수상자인 베른 로가 선발로 출격했으며, 양키스 역시 해당 연도에 에이스 역할을 했던 아트 디트마르가 선발로 나섰다. 피츠버그는 1회초 로저 매리스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헌납하며 기분 나쁘게 시작했으나, 말 공격에서 곧바로 3점을 내며 앞서나갔다. 1번 타자 빌 버든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친 후 유격수 토니 쿠벡의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한다. 이후 내셔널리그 MVP였던 딕 그로트의 2루타로 손쉽게 동점을 만든 피츠버그는 3번 타자 밥 스키너의 안타로 게임을 역전시킨다. 스키너는 다시 한 번 도루를 시도해 2루를 훔쳤고, 5번 타자였던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안타로 득점에 성공하였다. 결국 디트마르는 1아웃만 잡은채로 강판당했고 짐 코아테스가 등판해 불을 껐다. 4회초 양키스의 3, 4번 타자였던 로저 매리스, 미키 맨틀이 각각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하였고, 요기 베라가 진루타가 되는 플라이를 날려 매리스를 3루에 보낸다. 이후 6번 타자인 빌 스커런이 안타를 날려 매리스를 홈으로 불러들였으나 이후 공격에서 더이상 득점하지 못했다. 1점차로 좁혀진 쫄깃한 상황에서 피츠버그는 다시 한번 일격을 가하는데, 1아웃 상황에서 7번 타자 돈 호악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8번 타자였던 마제로스키가 투런 홈런을 날린 것. 흔들린 코아테스는 상대팀 투수 로에게 사구를 던져 출루시켰으나, 이후 두 타자를 잘 막아냈다. 양키스는 9회 엘스턴 하워드의 투런 홈런으로 쫒아가 봤지만 너무 늦었고 결국 피츠버그가 1차전을 가져가게 되었다.
3.2. 2차전, 양키스의 타선 대폭발, 승부는 원점으로
2차전에서 양키스는 밥 털리를, 피츠버그는 밥 프렌드를 선발로 내세웠다. 양키스는 1회부터 토니 쿠벡의 안타와 도루 그리고 매리스의 안타로 2사 1, 3루의 기회를 맞았으나 득점에 실패한다. 피츠버그 역시 2회말 6번 타자 지노 시몰리의 볼넷과 마제로스키의 2루타로 2사 2, 3루의 기회를 맞이하나 득점에 실패하였다. 양키스는 3회 바비 리차드슨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투수인 밥 털리에게 번트를 대게 하여 리차드슨을 2루로 보냈다. 이후 1번 타자인 쿠벡이 안타를 쳐 리차드슨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다음 타자인 길 맥도갈드가 2루타를 쳐 쿠벡마저 득점에 성공한다. 4회에는 다시 리차드슨이 2아웃 이후에 안타로 출루하였고 프렌드의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다. 직후 투수인 밥 털리가 안타로 리차드슨을 불러들이는데 성공한다. 피츠버그는 4회말 시몰리와 스모키 버게스의 연속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든 뒤 돈 호악의 2루타로 1점을 쫒아갔지만 이후에 계속된 무사 2, 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1득점에 그쳤다. 양키스는 5회초 길 맥도갈드가 교체된 투수인 프레드 그린을 상대로 볼넷으로 출루한 뒤 침묵을 지키던 맨틀이 투런을 날려 2점을 더 달아났고, 6회초에는 요기 베라와 바비 리차드슨이 각각 2타점씩 뽑는 등 총 7점을 몰아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7회 3점, 9회 1점을 내며 피츠버그의 마운드를 맹폭했다. 이후 피츠버그는 시몰리와 버게스가 9회 1타점씩 올리지만 큰 점수차를 극복할 수 없었다. 밥 털리는 이날 8.1이닝을 3실점으로 막으며 호투했고 바비 섄츠가 9회 마지막 2아웃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3.3. 3차전, 화이티 포드의 역투 그리고 식지 않는 양키스 타선
3차전은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는데, 양키스는 최고의 카드인 화이티 포드를 이에 반해 피츠버그는 비네갈 벤드 미첼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낸 양키스는 1회말 바로 대량득점에 성공한다. 선두타자인 밥 커브가 안타로 출루한 뒤, 2번 타자인 매리스가 아웃당했지만 맨틀, 스커런의 연속 안타로 홈으로 들어온다. 이후 맥도갈드가 볼넷으로 출루한 만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클램 래바인을 상대로 엘스턴 하워드가 안타로 1점을 추가한 뒤, 바비 리차드슨의 만루 홈런이 터진다. 1번의 공격에서 6점을 뽑은 양키스는 4회 다시 한번 맨틀의 투런 홈런, 리차드슨의 2타점 적시타로 4점을 뽑아 승기를 굳힌다. 피츠버그는 화이티 포드에게 산발 4안타로 꽁꽁 틀어막히며 영봉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포드는 이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자신의 어마어마한 월드시리즈 경력에 한 줄을 더 추가했다.
3.4. 4차전, 베른 로우 불을 끄고 피츠버그를 구하다.
2:1로 시리즈 전적을 뒤지고 있는 상태 그리고 경기장 역시 양키스의 성지인 양키스 스타디움 상황에서 피츠버그는 상황 반전이 필요했다. 피츠버그는 낼 수 있는 최고의 투수인 베른 로를 출격시켰으며, 양키스는 이에 맞서 랄프 테리가 선발로 나섰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건 양키스였는데, 4회말 6번 타자 빌 스커런이 로로부터 솔로 홈런을 뽑아낸 것. 하지만 피츠버그는 바로 다음 공격인 5회초에 반격에 나섰는데, 시놀리와 버게스가 각각 안타와 야수 선택으로 출루한 것. 이후 호악의 번트 실패와 마제로스키의 1루수 플라이로 찬스가 무산되는 듯 했으나, '''투수'''인 로가 2루타를 쳐 동점에 성공하고 이후 1번 타자인 빌 버든이 안타를 쳐 2점을 더 뽑고 역전에 성공한다. 양키스는 7회말 스커런의 2루타와 길 맥도갈드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에서 리차드슨이 땅볼을 쳐 한 점을 쫒아갔지만, 흔들리는 로를 구원 등판한 로이 페이스가 나머지 타자와 이닝을 깔끔히 틀어막으며 결국 패배하였다.
3.5. 5차전, 식어버린 양키스 타선, 승기를 잡은 피츠버그
양키스는 베른 로를 피해 5차전에 출격한 에이스 디트마르가 나왔고, 피츠버그는 이에 맞서 하비 해딕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1차전에 흔들렸던 디트마르는 1회는 잘 넘겼으나 2회에 3실점하고 만다. 선두타자인 4번 타자 딕 스튜어트가 출루한 뒤, 다음 타자인 시몰리가 병살을 피하며 1루에서 살아남았고 6번 타자인 버게스가 2루타를 날려 1사 2, 3루의 기회를 맞는다. 여기에 상대 유격수인 쿠벡의 에러로 1점을 올린 뒤 마제로스키가 2루타를 날려 3:0을 만든다. 양키스는 2회말 엘스턴 하워드의 2루타 이후 리차드슨과 쿠벡의 연속 땅볼로 1점을 쫒아가지만 피츠버그는 3회초 딕 그로트의 2루타와 클레멘테의 안타로 간단히 다시 3점차를 만들었다. 이후 양키스는 로저 매리스의 홈런으로 3회말 한점을 쫒아가지만 더이상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피츠버그가 9회 1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다.
3.6. 6차전, 화이티 포드, 위기의 양키스를 구하다.
양키스는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인 화이티 포드를 냈고 피츠버그는 밥 프렌드를 선발로 냈다. 양키스는 2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화이티 포드의 안타로 1점을 득점하고, 3회를 맞이한다. 3회에 양키스는 쿠벡의 데드볼, 매리스의 2루타로 무사 2, 3루에 기회를 맞았고 맨틀의 2타점 적시타로 3:0을 만든다. 이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요기 베라의 안타 때 3루를 밟은 맨틀을 스커런이 희생 플라이로 불러들인다. 또한 쟈니 블랜차드가 안타를 쳐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바비 리차드슨이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다. 아직 3회였지만 6:0이 된상황에서 상대 투수는 포스트시즌 극강 포스의 투수 중 하나인 화이티 포드. 피츠버그는 쫒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6, 7, 8회에 각각 2점씩을 헌납하며 대패하고 만다. 바비 리차드슨은 이날 3루타만 2개 치는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었고, 화이티 포드 역시 상대를 9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리즈 2완봉승을 거둔다.
3.7. 7차전, 고전의 완성, 유일한 7차전 끝내기 홈런
대망의 7차전에서 피츠버그는 에이스였던 베른 로를, 양키스는 밥 털리를 선발로 내세운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피츠버그였다. 1회말 2아웃 상황에서 3번 타자 스키너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다음 타자 로키 넬슨이 투런 홈런을 터뜨린 것. 2회말 털리가 선두타자 버게스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양키스는 바로 빌 스태포드로 투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스태포드는 호악에게 볼넷을 마제로스키한테 번트 안타를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투수인 로를 병살타로 잡긴 했으나 빌 버든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점수는 4:0으로 더 벌어지고 만다.
로에게 틀어막히던 양키스 타선은 5회초부터 반격에 나섰는데, 먼저 스커런이 솔로 홈런을 날려 추격을 시작한 뒤 6회초 리차드슨의 안타와 쿠벡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든 뒤 로를 강판시킨다. 피츠버그는 로이 페이스를 구원 등판시켰는데, 로저 매리스를 팝플라이로 처리하여 한숨 돌리는 듯 하였으나, 미키 맨틀에게 안타를 맞으며 2점 차의 추격을 허용한 뒤 곧바로 요기 베라의 쓰리런이 터지며 역전당하고 만다.
이후 8회 양키스는 요기 베라의 볼넷 이후 스커런, 블랜차드, 클리트 보이어가 각각 내야 안타, 안타, 2루타로 2점을 만들어내며 승기를 굳힌다. 하지만 피츠버그의 진정한 반격을 8회말에 시작되는데 바비 섄츠를 상대로 시몰리, 버든, 그로트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쫒아간 것. 그러자 양키스는 짐 코아테스를 투입해 2아웃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클레멘테의 1타점 적시타와 이어진 할 스미스의 '''쓰리런 홈런'''으로 대거 득점에 성공하며 다시 재역전에 성공한다.
하지만 9:7로 뒤진 상황에서 양키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밥 프렌드를 상대로 리차드슨과 데일 롱이 연속 안타를 터뜨린다. 피츠버그는 프렌드를 내리고 하비 해딕스를 투입시키며 로저 매리스를 잡아내지만 이후 맨틀의 안타와 요기 베라의 희생플라이로 인해 동점을 내준다. 이후 해딕스는 스커런을 범타 처리하며 내려오지만 기사회생한 양키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9회말''' 마운드에는 랄프 테리가 서있었고 타석에는 시리즈 타율 .320, 장타율 .640을 찍고 있던 마제로스키가 등장했다. 마제로스키는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를 통타해 포브스 필드의 담장을 넘겨버리는 '''끝내기 홈런'''을 쳤다. 이 홈런으로 피츠버그는 10:9 신승을 거뒀으며, 팬들이 경기장으로 뛰쳐 나오는 등 엄청난 명장면을 연출했다.
4. 기타
- 마제로스키가 끝내기 홈런을 쳤음에도 시리즈 MVP는 양키스의 바비 리차드슨에게 돌아갔다. 리차드슨은 .367 - .387 - .667의 타-출-장을 남겼으며 중요한 때마다 타점을 내며 총 12타점을 기록하였다. 리차드슨은 2019년 현재까지도 시리즈를 패배한 팀에서 나온 유일한 MVP로 남아있다.
- 총 스코어 양키스 55: 피츠버그 27로 양키스가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점수를 뽑아냈으나 시리즈는 내주었다. 피츠버그가 이긴 모든 경기는 3점차 이내에 접전이었으나, 양키스가 이긴 모든 게임은 전부 10점차 이상의 관광 경기였다.
- 마제로스키의 7차전 끝내기는 2019년 현재까지도 유일한 7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남아있다. 마제로스키는 10회 올스타, 8회 골든글러브를 따낸 준수한 2루수였으나, 통산 안타가 겨우 2000개를 넘기는 등 타격 성적은 명예의 전당과 멀었다. 그러나 이 끝내기 홈런 한 방으로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49년이 지난 후, 아시아의 어느 반도 국가에서 세계 프로야구 역사상 2번째 7차전 끝내기가 나왔다.
- 요기 베라는 이 때 외야수로서 자기 머리 위로 끝내기 홈런 공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 이 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랄프 테리는 절치부심하여 1962년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한다. 덕분에 단순히 불명예의 희생양으로만 남지 않고 당당히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 이로부터 49년뒤, 한국에서 이선수가 kbo리그 최초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이란 대기록을 썼다.
[1] 뉴욕 양키스 소속이다. 패배팀에서 월드 시리즈 MVP가 나온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2] 당시에는 양대리그에서 사이영상을 한명에게만 수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61년의 사이영상을 양키스의 화이티 포드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