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매리스
''' 난 베이브 루스가 되려는 게 아니다. 다만 61홈런을 치고, 로저 매리스가 되고 싶을 뿐이다.'''[1]
1. 소개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뉴욕 양키즈에서 활약했던 선수로,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한 시즌 60개 홈런 기록을 넘어섰던 선수로 유명하다.
혹자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를 넘어선 진정한 단일 시즌 홈런 타자라고 부르기도 한데, 당시엔 스테로이드를 맞아도 문제가 없던 시즌이라 로저 매리스를 비롯한 선수들이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2] 당시 팀 동료였던 미키 맨틀도 로저 매리스와 함께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에 도전했던 1961년에 의사로부터 스테로이드를 맞았다가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한 탓에 부상을 입었다.[3]
2. 선수 생활
1953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입단한 매리스는 1957년 빅리그에 데뷔, 1958시즌 도중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로 트레이드되었고 그 해 도합 2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59년에는 생애 첫 올스타 무대를 밟게 되는데, 시즌이 끝난 후 다시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되었다.[4] 이적 첫 해 미키 맨틀과 함께 공포의 듀오를 형성하며 .283, 39홈런 112타점으로 맹활약, 동료인 맨틀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으며,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한다.
'''그리고 1961년,''' 아메리칸리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LA 에인절스 두 팀이 늘어나면서 리그의 수준, 특히 투수들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경기수도 기존의 154경기에서 162경기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로저 매리스는 팀메이트이자 같은 'M&M포'의 일원인 미키 맨틀과 함께 역사에 남을 홈런 레이스를 벌이게 된다. 전반기가 끝난 가운데 매리스는 33개의 홈런을, 맨틀은 29개의 홈런을 때려낸 상황이었고,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 같았던 베이브 루스의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60개를 경신하는 것도 꿈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후반기에도 매리스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고, 그 해 8월 말 시즌 50홈런을 돌파하면서 사실상 루스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분위기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은 매리스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양키즈 선수로 활약하여 루스의 후계자이자 양키즈의 황태자로 공인받아온 프랜차이즈 스타 맨틀이 아닌, 이적생 출신의 '굴러들어온 돌' 매리스가 영웅 베이브 루스의 기록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 양키스 팬들과 기자들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매리스는 홈런을 칠 때마다 다른 팀도 아니고 자신의 소속 팀인 양키스 팬들에게 야유와 욕설을 들어야 했으며, 기자들도 불화설 등의 기사로 매리스를 흔들기에 바빴다. 심지어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1951~65년 재임)였던 포드 크리스토퍼 프릭(Ford Christopher Frick,1894~1978)은 '''"루스가 뛰었던 1927년에는 경기수가 154경기였으니, 매리스 역시 154경기 안에 60홈런을 때려야 유효한 기록으로 인정할 것"''' 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매리스의 기록을 내리깎았다.[5] 이 이야기는 루스의 위인전에 루스의 60개 기록과 매리스의 61개 기록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고 써있기도 했었다.
이런저런 악재 속에서도 매리스는 묵묵히 신기록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비록 커미셔너가 말했던 154경기 안에 신기록을 세우지 못했지만,[6] 157번째 경기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전에서 60홈런 고지를 밟았고, 시즌 마지막 경기인 보스턴 레드삭스 전에서 대망의 61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루스의 기록을 넘어선다 (선의의 경쟁을 했던 맨틀은 부상으로 시즌을 중도에 마치면서 최종 54개를 기록). 그리고 2년 연속으로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메이저리그 불멸의 전설인 밤비노의 기록을 넘봤다는 이유로 야구계의 눈총과 야유를 한 몸에 받았던 매리스 개인에게 이 해는 영광보다 상처를 더 많이 남긴 시즌이 되고 말았다.[7]
1962년, 매리스는 33홈런 100타점으로 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1963년에 당한 손 부상은 그를 정점에서 급격하게 내려오게 만든다.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뛰다보니 부상은 더욱 악화되었고, 성적도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결국 1966시즌이 끝난 뒤 매리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된다. 매리스는 1967년 월드시리즈에서 26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공헌했고, 이듬해인 1968시즌이 끝난 뒤 유니폼을 벗게 된다.
통산 성적은 .260 .345 .476 1325안타 275홈런 850타점.
3. 은퇴 이후
매리스는 현역 마지막 팀이었던 카디널스의 구단주인 구시 부시의 배려로 부시가 소유한 맥주 회사에서 근무하며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1983년, 매리스는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8] 이듬해인 1984년 뉴욕 양키스는 그의 등번호였던 9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1985년 12월 14일, 매리스는 휴스턴의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51세.
4. 기타
-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는 15수까지 갔지만, 결국 최종 득표율 43.1%로 입성에 실패했다. 루스의 기록을 넘었다는 점에서 당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선수였지만, 전성기가 너무나 짧았고 선수 생활도 그다지 길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누적 스탯이 많이 부족했다.
- 루스의 기록에 도전할 당시 커미셔너였던 포드 프릭의 발언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리스의 기록 옆에 일종의 낙인으로 *(별)표 딱지가 붙을 것이라는 카더라가 돌기도 했다. 실제로 매리스의 기록에 별표가 붙는 일은 없었다고 지금은 얼버무리지만, 당시의 기네스 북이나 거의 모든 기록책에는 분명히 별표가 있었다. 법적으로 없었다고 우기더라도 본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으니, 있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1994년 당시 커미셔너인 페이 빈센트가 공식적으로 매리스의 기록에서 별표를 '제거' 한 후에야 별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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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로저 매리스와 미키 맨틀의 일화를 다룬 2001년작 영화의 제목인 '61*'은 여기서 착안한 것이다.[9] 이 영화에서 매리스 역을 맡은 배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저격수 잭슨 역으로 유명한 배리 페퍼. 영화 내내 위에서 설명한대로 루스의 기록에 도전하려는 매리스에 대한 양키즈 홈팬들의 텃새, 포드 프릭 커미셔너의 노골적인 거부감, 그리고 기자들의 악의적인 반응들을 보여주고 있다.[10] 그나마 마지막 경기에서 61번째 홈런을 치고서는 관중들이 환호를 보내주지만, 비공인 기록으로 취급되어 선심 써준 것인지, 아니면 매리스의 열정을 진심으로 인정해준 것인지는...
- 지금도 악명이 자자한 극성 뉴욕 언론들에게 피해를 본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현재도 뉴욕 언론들은 뉴욕의 스포츠팀 선수들을 끊임없이 루머와 깎아내리기 등을 동원하며 괴롭히고 있다. 그나마 뉴욕 양키스는 이 언론의 공세를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올리는 몇 안되는 팀 중 하나다.
5. 연도별 성적
[1] 1961년 시즌, 베이브 루스가 가지고 있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도전하던 당시 자신을 비난하던 사람들에게 했던 말[2] 물론 이 당시에는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이 금지약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록이 폄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3] 또한 당시에는 약물 복용이 잘못이라는 인식조차 없다시피 했다. 올림픽에서 도핑 금지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그로부터 수년 후였을 정도.[4] 이 당시 캔자스시티 어슬레틱스의 구단주는 양키스 구단주와의 친분 때문에 일부러 좋은 선수들을 양키스에 넘겨줬다는 의혹이 있다.[5] 이걸 한국야구에 대입하자면, "80경기 이내로 22개 홈런을 못치면, 남은 시즌 동안 홈런을 아무리 더 날려도 김봉연보다 홈런을 많이 못친 것이다"라고 우기는 격이다. 김봉연이 1982년 원년 홈런왕을 수상했을 당시에 기록한 홈런수가 22개였고, 그해 팀당 경기수는 80경기였기 때문. [6] 154번째 경기 기준으로 루스에 불과 1개 뒤진 59개의 홈런을 기록한 상태였다.[7] 흥미롭게도 로저 매리스는 19'''61'''년에 총 1'''61'''경기 중에 1'''61'''경기 째에서 '''61'''홈런을 쳤다.[8] 아이러니하게도 호지킨 림프종은 미키 맨틀이 자신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병이다. 맨틀의 친척과 조상 중에 이 병을 걸려 40대에 생을 마감한 이가 많았고, 맨틀은 자신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여 몸을 사리지 않고 플레이했으며 술에 쩔어 살았다. 그러나 그는 호지킨 림프종에 걸리지 않고 60대까지 살았다.[9]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매리스의 기록을 경신하는 장면으로 장식했다.[10] 극중에는 베이브 루스의 과부 클레어 여사도 남편의 기록에 도전하는 매리스에게 못마땅한 반응을 취한 것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그녀는 훗날 루스의 통산 기록에 도전하려는 행크 아론을 흑인이라는 이유로, 일부 백인 팬들이 살해 협박을 하자 "남편은 누구보다도 이 기록의 경신을 바랄 것"이라고 아론을 옹호하였다. 그러므로 아마 그 부분은 극적인 요소를 위한 각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