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복수정답 사태
1. 개요
2013년 11월 7일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세계지리 8번 문제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해 결국 모두 정답으로 처리된 사건이다.
여러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성태제 평가원장이 끝내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법정 소송전이 벌어졌고, 1년에 가까운 소송전 끝에 수능이 치러진 지 11개월 후인 2014년 10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출제 오류로 정답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교육부는 해당 문항을 모두 정답처리하기로 하고 이 문제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뒤늦게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1년 가까이 지난 일이기 때문에 처리 과정에서 많은 혼선이 있었고 실제로 등급 조정이 없다는 이유로 완전한 구제책이 아니라는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출제부위원장이었던 박모 씨가 경징계를 받았으나 최종 책임자인 성태제 전 평가원장에 대한 아무런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이 사건 지문은 옳은 지문이 될 수 없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지문이 포함된 ②번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는 정답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함에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②번으로 하여 원고들에 대한 세계지리 등급을 결정한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등취소" 서울행정법원 2013. 12. 16., 선고, 2013구합29124 판결 中
당시 제자들의 피해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소송에 참여하게 된 모 강사는 1년 가까이 소송전을 벌이며 평가원 등 외부로부터 압력에 시달리는 등 큰 고통을 당했다고 술회했다.
2. 논란이 된 문제
우선 세계지리를 응시했거나 관심이 있다면 스크롤을 내리지 말고 다음 문제를 한번 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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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문제는 북미자유무역협정권(NAFTA)과 유럽연합권(EU)의 총생산에 대한 보기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르는 것이었다. 최초의 정답은 2번. 2017년 현재 기준 수능개념에선 NAFTA의 총생산이 EU보다 크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교과서에는 유럽연합의 생산이 크다고 되어 있었지만, 세계 금융 위기로 유럽연합이 크게 침체되며 '''2010년부터 북미가 유럽연합을 추월했다.''' 더군다나 지도 하단의 연도는 '''2012년''' 기준으로 나와 있다. ㄷ 선지의 이러한 오류 때문에 정답 논란이 일어났다.
2017년 현재의 세계지리 개념으로 본 문제를 풀 경우 (ㄱ) 보기만이 옳은 보기가 되며, (ㄷ) 보기는 '''명백히 틀린 선지가 된다.''' 기출문제를 풀 경우 이러한 점에 유의하자.
3. 평가원의 대응과 반론
논란 직후 평가원에선 오류가 아니라고 통보했다. 그 근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교과서에 있는 대로 했으니 문제 없다"''' 라는 것.
평가원은 교과서가 정답의 기준이며, ㄷ 선지가 다소 애매하다 해도 확실히 오답인 다른 선지를 소거하면 일반적인 수험생이 정답을 고르는 데 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수험생은 일부 용어 표현이 미흡하거나 부족할 경우에도 정답을 선택하는 데 장애를 받지 않을 정도라면 이를 재량권의 일탈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2010두17267)까지 있다고 주장한다.[1] 또한 이런 식으로 정답을 인정해 버린다면 수험생들이 매년 통계치를 암기해야 하므로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이는 암기위주식 교육을 지양하고 사고력을 위주로 평가하는 수능시험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2] 하지만 수험생 측은 2012년을 기준 년도로 볼 수 있는 점, 선생님들은 교과서가 틀린 것을 안다면 수정해서 가르치는 점,[3] 실제로 NAFTA의 규모가 큰 것을 안다면 그것부터 지우고 풀게 되는 점[4] 을 근거로 전원 정답 처리를 해야 할 것임을 주장했다.[5]
사실 평가원의 주장에는 논리적으로 흠이 있는 것이, 평가원이 말한 '소거법'으로 푼다 하더라도, ㄷ 선지를 틀렸다고 하여 풀면 5번을 제외한 4개 선택지를 놓고 찍어야 한다. 확실히 옳은 내용인 ㄱ 선지가 들어가지 않은 5번을 지운 후 남는 4개는 전부 ㄱ 선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ㄴ 선지와 ㄷ 선지 둘 다 틀렸다고 보면 4개 모두 틀린 선택지가 되므로 적당히 찍는 수밖에 없다. 보기에 'ㄱ'과 'ㄱ,ㄷ'이 있을 경우에는 ㄷ 선지가 틀렸다고 판단해 'ㄱ'을 고를 수 있지만, 문제의 선택지를 보면 1번부터 4번까지는 전부 ㄱ 선지와 ㄴ,ㄷ 선지의 조합이다. 'ㄱ' 선지 하나만 있는 선택지만 있었어도 전원 정답 사태까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문제 보기에서 사용하는 연도 표기는 표기된 당 연도의 상황을 말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자료 및 시험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며, 고교 과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2012'라는 숫자를 '''"2012년 자료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 아닌 '''"2012년에 사용한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해석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스러운 논리. 아주 망언 중의 망언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숫자가 없었다면 어느정도 변명은 가능했겠지만...[6]
2012년 통계를 몰라도 확실한 것만 남기는 식[7] 으로 풀면 정답을 쉽게 고를 수 있었고, 문제를 무효로 해도 모든 수험생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등급이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문제에 오류가 있는 것은 명백하므로 1심 판결이 논란이 되었다.
4. 결과
2014년 10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세계지리 8번 문제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결국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2014년 10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문항이 출제 오류였음을 공식 인정하고 이와 관련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또한 해당 문항은 '''모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번 문항을 정답 처리하고 성적을 재산출하여 이 문제로 지원한 대학에 불합격된 학생들에게 추가 합격 여부를 확인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재산출을 하게 될 경우 절반이 정답처리가 되어 등급컷, 백분위, 표준점수가 작년보다 불리한 사태가 일어나게 되어 실질적인 입시 손해는 복구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좀 더 확실한 구제를 위해 소송을 진행했던 교사는 2008년 물리Ⅱ 복수정답 사태 때처럼 점수컷은 그대로 두고 틀린 학생의 원점수를 3점 올려 원점수가 같은 작년 수험생의 백분위, 표준점수,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작년 수험생의 성적(백분위, 표준점수, 등급) 그대로 부여되었다.
특별편입을 포함한 추가 합격의 법적 근거는 내년 2월까지 국회와 협의해 특별법 제정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은 수능 세계지리 8번 오류 피해 학생모임을 통해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8] , 2017년 5월 10일 부산고등법원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려 평가원은 1인당 200만 원 ~ 1,000만 원을 배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평가원은 다시 상고를 하였으며, 대법원에서 진행중이다.
5. 후폭풍
이 사태는 '''수능 시행 이후에 유례가 없는 복수정답 사태'''라는 점에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기존 수능 복수정답 사태에서는 복수정답을 인정한 뒤 곧바로 등급을 재산정하고 새로 성적표를 발급하여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평가원이 끝까지 버티다가 '''대입 결과가 전부 발표되고 입학처리가 끝난 이후'''에 판결이 나오면서 수많은 수험생들의 인생을 망치게 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대학교수가 아니라 일반인이 봐도 명백히 틀린 문제를 가지고 질질 끌었으니 딱히 할 말이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1심 법원 판결 역시도 엉터리로 나오면서 잘못을 정정할 기회를 사법부가 날려버렸다. 이후 2심에서 평가원이 패소했지만 이미 수많은 학생들이 입은 피해는...
사회탐구 과목의 특성상 50점 만점에 3점짜리인 문제의 정답 여부는 등급 하나, 심하면 두개가 오갈 만큼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사항이다. 특히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느냐의 여부가 걸린 수시 전형에서 해당 문제의 오답처리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못 간 학생들은 재수나 반수를 해서 더 좋은 대학을 간다고 해도 최소 1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셈인데, '''이 시간은 대체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평가원의 대처도 졸렬하기 짝이 없었는데, 우선 위에 적혀 있듯이 평가원 측의 논리에는 결점이 있다. 그리고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에서 정부기관 측은 정부법무공단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송에 평가원은 대형로펌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하였으며 '''1심에만 소송비용으로 6,6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는 소송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려는 의도가 명백한데다[9]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결정적으로 2014학년도 수능 시행 당시의 성태제 평가원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였다.''' 이후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중이나, 2심 판결 이후 해당 교수의 게시판을 차단해 놓고 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책임을 안 지고 퇴임한 사람에게 정부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억울한 피해를 본 수험생들은 이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단 말인가?
이번 사건은 2011학년도 언어영역의 채권가격 관련 문제에 대한 논란과도 비교를 해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언어영역이 지문에 주어진 정보만 가지고 문제를 푸는 것을 전제로 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별 논란 없이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 지문의 내용은 한국경제학회가 지적했듯이 '''현실적인 채권가격 산정 방법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이번 사건의 판례를 근거로 이 문제도 평가원의 잘못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10] 결국 평가원의 쓸데 없는 자존심과 교과서 운운하는 변명, 더 나아가 '정확한 지식을 기반으로 선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소거법으로 문제를 풀라는 식의 논리는 '''수능에 대한 신뢰도를 대폭 하락시켰다.'''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이후 현실과 교과서의 내용이 맞지 않을 때 '''가급적 출제에서 제외하거나 비교기준시점을 명확히 제시하라는 판례를 만들어 냄'''으로써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때 평가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평가원의 검토가 부실함도 같이 명시하여 차후 교차 검토를 더욱 더 강화하여 이렇게 논란이 되는 문제의 출제를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는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심 판결이 나온 지 불과 며칠 후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s-8.1에서 사상 초유의 중복 출제 오류 사태가 벌어지고야 말았다.
[1] 하지만 이것은 대법원 판결문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서 논란이 된 문제는 그 문제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에 명백하게 틀린 지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지만, 이번 세계지리 ㄷ 선지는 하단에 나온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명백하게 틀렸으므로'''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사안이 아니다. 실제로 고등법원 판결문에서도 이를 지적했다.[2] 이것도 문제가 되는 게, '''문항의 내용이 단순히 암기위주냐 아니냐를 검토해야 하는 것은 평가원이 출제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미 출제된 문제를 맞혀야 하는 수험생이 부담을 져야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암기위주를 지양한다면서 이런 식의 문제를 낸 것''' 자체가 난센스다.[3] 이 밖에도 지리 과목은 연도에 따라서 그 자료나 내용이 달라지고, 때문에 정답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 지리의 경우, 2010년 이전 교재들은 에너지 소비의 부분이 석유←석탄←'''원자력←LNG'''←수력이였지만 2010년 통계 이후 석유←석탄←'''LNG←원자력'''←수력 순으로 바뀐 것, 그리고 세종시 관련이 그 예.[4] 그렇게 풀다가 틀려서 수시에 떨어지게 생긴 수험생의 사례가 보도되었다.[5] 더욱 문제인 것은 2012년부터 NAFTA의 국내총생산이 EU를 앞지른 것이 아니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NAFTA의 국내총생산이 EU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세계지리는 대체로 고2 또는 고3때 배우는 과목인데, 현역 기준으로 이들은 고2때 2012년, 고3때 2013년이다.[6] 숫자가 없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를 묻는 ㄷ 선지를 명확하게 대답하기 위해선 기준년도가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므로 이것 역시 문제다. 기준년도가 명시되지 않더라도 'ㄱ' 선지의 등장 시기처럼 간접적인 기준이라도 있어야 한다.[7] 어디까지나 정확한 사실을 모른다는 가정 하. NAFTA가 더 크다고 확신을 가지고 풀게 된다면...[8] 기사[9] 대형 로펌들은 티끌만이라도 소송 쟁점과 연관이 있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있는 대로 증거자료로 제출하여 시간을 끄는 것에 능하다. 재판부는 증거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제출된 증거 자료를 '''모두''' 검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증거자료의 양이 많을수록 소송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 스킬의 본좌가 바로 '''김앤장'''.[10] 물론 언어영역(現 국어영역)의 과목 특성상, 지문 내에서 주어진 정보로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