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의 구별

 

1. 개요
2. 구별 방법
3. 설명
4. 문제점
5. 예시
6. 옛 혼용례
7. 원인
7.1. 일본어의 잔재?
7.2. 사회 분위기의 영향?


1. 개요


자주 틀리는 한국어 단어로, 혼동해서 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두 단어 뜻이 다르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후에는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건 변함이 없는 상태다.
  • 다르다: 같지 않다. (어떤 대상을) 비교할 때 쓰인다.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을 때 쓴다. (같다)
  • 틀리다(=어긋나다): ①옳지 아니하게 되다. 잘못되다.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을 때 쓴다. 주로 판단할 때.(맞다) ②방향이 꼬이게 돌다. 나사나 열쇠 따위가 돌다. '틀다'의 피동사.

2. 구별 방법


옳고 그름(正誤)을 가릴 수 있는 때에 '틀'''린'''다'나 '틀렸다'를 쓰고, 그럴 수 없으면 '다르다'나 '달랐다'를 쓴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연히 서로 '''다른''' 단어이며,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면 '''틀리는''' 것이다.[1]
더구나 '틀리다'와 '다르다'는 그 서술어로 만들 수 있는 문법 구조부터가 다르다. '틀리다'는 서술의 대상이 하나만 명기되어도 되지만, '다르다'는 서술의 대상과 그 비교 대상이 반드시 같이 명기되어야 된다. 두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명백하게 된다. '틀리다'의 완료상은 '틀려 있다'.
영어로 생각하면 \''''err'''(not fit)'명사형 'error'와 \''''different'''(not the same)'명사형 'difference'로 확연히 구별된다.
간단히 하여 \''''틀리다'''' 자리에 \''''잘못되다'''(wrong)'를 넣어서 의미가 통하면 올바른 사용이 된다.

3. 설명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고[2], 그 반대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 '틀리다'가 '다르다'를 포함한다고 오해한 글이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틀리다'를 '다르다'의 뜻으로 써도 된다고 한 적이 없다. 이는 사용자가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의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리가 다르다는 뜻으로 '틀리다'를 사용할 때는 형용사로서 쓰는 것인데, 형용사로서의 '틀리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절대적으로 부정하며, '잘못되다'의 뜻과 '틀어지다'의 뜻의 동사로서의 '틀리다'만 인정한다. 참고. 그러기에 시간에 따라서는 '틀'''린'''다'나 '틀렸다'를, '틀린'이 아닌 '틀'''리는''''을 써야 맞'''는''' 것도 있다. <맞다> 문서 참고.
국립국어원의 규칙과는 어긋나지만 실제 언중이 틀리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내용을 혼동하는 일은 없다. 비교대상이 있는 틀리다의 경우(예: 이 그림과 저 그림은 틀리다.) different의 의미를 가지며 비교대상이 없는 틀리다의 경우(예: 너의 대답이 틀렸다.) wrong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4. 문제점


엄연히 다른 두 단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므로
1. 기본적으로 각 단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문제.
- 예를 들어 화자가 부사어 '다르게'를 이용해 청자를 타인과 비교하여 칭찬해주려는 목적으로 말을 할때 잘못하여 "너는 James와는 틀리게 아주 잘했다!"란다면 올바른 서술이 아닐뿐더러 청자(제삼자 포함)는 '잘못하면서 잘했다.' 내지는 'James를 잘못되게 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 다만 ②의 뜻이면 '옳게 틀리다'도 그르지 않다.
2. 잠재적으로 생각의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3]

5. 예시


맞은 예시
  • 다르다
    • 민수와 영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
    • 이건 차원이 달라![4]
  • 틀리다
틀린 예시
  • '리보솜'과 '리소좀'은 틀린 거야 → '리보솜'과 '리소좀'은 다른 거야. (국어(교과) 예문)
  • 틀린그림찾기 → 다른 그림 찾기[5]
  • 역시 우리는 틀려. → 상대방과 비교 우월함을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부정하는 아이러니.
  • 피부 색깔, 말은 모두 틀려도 → 룩셈부르크의 후반부 가사 중. 이 다음 가사가 '우리는 자랑스러운 인간이다'이어서 모순이 되어버린다. 말과 피부 색깔에는 정답이 없다.
'틀리다'와 '다르다'를 명백하게 구별하는 예시
  • '다름'과 '틀림'은 서로 달라서 이 둘을 혼용하는것은 틀린 것이다.[1]
  • \'회색분자'는 '중도파'의 틀린 표현이며, 다른 표현은 '박쥐'이다.
간혹 '틀리다'와 '다르다'가 복수 인정되는 것도 있다.
  • '우리 둘은 얼굴이 틀리다'와 '우리 둘은 얼굴이 다르다'의 두 문장에서 두 명의 얼굴이 둘 다 가관이면 '얼굴이 틀려먹었어'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이 '틀리다'는 동사이므로 '틀렸다'로 바꿔야 옳다.
  • 이것과 저것은 틀렸어. - 대개 '이것과 저것은 달라.'로 고쳐야 옳다. 하지만 규칙/규율 위반 같이 부정적인 두 개가 이것과 저것이면 아주 잘못되지는 않았다.
  • 신발짝이 틀렸다. 젓가락이 다르다. - 젓가락, 채인, 신발처럼 똑같은 모양의 여러 물건이나 대칭의 물건이 짝을 이루어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 다른 짝을 지으면 본래의 기능에 문제가 있어 잘못된,틀린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짝이 달라서 틀림)이면 둘 다 사용해도 괜찮지만, 원인을 강조하고 싶으면 '다르다'를, 결과를 강조하려면 '틀리다'를 써야겠다.

6. 옛 혼용례


과거 용법이 현재와 달리 명확히 구별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혼용례와 마찬가지로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쓴 것이 확인된다. 이때는 '틀리다'를 '다르게 되다'의 뜻으로도 쓴 듯하다. 언어학 연구상은 한국 언중의 두 단어의 의미 분화가 명확해진 때는 18~19세기 경이다.
  • 숙향전: "초왕에게 그 족자를 보이고 오랑캐 출신의 종과 비교하여 보였더니, 그 그림과 종의 얼굴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으니"
  • 옹고집전: "이것도 염문하와 하나라도 틀리오면"
  • 콩쥐팥쥐전: "젓가락 짝이 틀린 것은 그렇게 똑똑히 아시는 양반이 사람짝이 틀린 것은 어째서 그토록 모르시나요?"[6]

7. 원인



7.1. 일본어의 잔재?


일제시대 이전에 쓰인 한글 기록들에 이미 '틀리다'와 '다르다'의 의미가 혼용례가 발견되어 근거가 희박하다.
일본어에서는 '틀리다'와 '다르다'의 혼용이 더 심해서 '다르다'와 '틀리다'가 똑같은 '違う(치가우)'로 표기된다. 이를 번역할 때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문맥에 맞게 번역해야 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틀리다'에 해당하는 단어로 '間違う(마치가우)'가 있긴 한데 이것도 어차피 '違う(치가우)'에서 파생된 거라 엄격히 구별되지 않는다. '틀리다'의 다른 표현으로 'ダメ(다메)'가 있고 '다르다'의 의미로는 '異なる(코토나루)'가 따로 있긴 하다.
이 때문에 '틀리다'와 '다르다'가 혼동되는 것이 일본어의 영향인가 추정도 하지만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한 연구[7]에 따르면 1920년에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어사전[8]에서는 표제어 틀니다(틀리다)를 '틀어지다'와 같다고 적었는데, '틀어지다'의 첫 번째 뜻을 '상이(서로 다름)'로 적었다. 또한 1898년에 나온 매일신문의 자료에서도 "그 위인도 듯든 말과 대단히 틀리는지라 김쇼사가 분함을 익이지 못 하야"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 이미 19세기의 한국 어중이 '틀리다'를 '다르다'의 의미로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어 잔재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違う'는 '틀리다'와 마찬가지로 동사이다.
'틀리다'는 위에도 적혀 있듯이 '다르게 되다'의 뜻으로도 쓰였을 수도 있고, 이는 방향, 나사, 열쇠 따위가 돈다는 뜻과도 유관해 보인다.

7.2. 사회 분위기의 영향?


이 단어 하나 때문에 한국 사회 자체가 '다른 것'이 '그른 것'으로 되어 배척받는 사회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수자들에게 대하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경계하려고 하는 소리지 진짜로 그러는 건 아니다.''' 말이 사람의 사고·행동을 결정한다는 이론은 학계의 주류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한국 사회응 동질의식이 아주 세서 '다른 것'을 배척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심리 경향이 언어의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즉, 사회 구성원의 사고·행동이 말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1] A B 이 문장은 이 문제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차이점을 나타내는 좋은 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르다'/'틀리다'를 못 구별하는 다수는 이 문장이 뭔소린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생각에는 이음동의어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 이 둘의 구별을 차이 없는 구별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 문장의 이해에 문제가 없으면 둘의 차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념 확인용 테스트 문장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다.[2] 대표적인 예시로 아예 '틀린그림찾기'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다른 그림 찾기나 '틀리다'를 자주 잘못쓰기로 유명한 김성모가 있다.[3] <언어적 상대성> 문서의 '상세' 부분 참고.[4] 영어로는 'It's another level'. 비교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역시 비교를 나타낸다.[5] 전자를 이름으로 하는 게임(Hidden Catch)이 있으나 원래는 '서로 다른 부분 찾기'가 옳다. 이유는 <틀린그림찾기> 문서 참조.[6] 이 '틀리다'는 '달라지다'의 뜻으로 쓰였을 수 있다.[7] <틀리다 의미 오용(誤用)의 언어학적 제(諸)고찰> 박병선, 인문학연구, 2013년 제24권 293~323쪽.[8] 정식 뜻풀이 사전이 아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번역어를 실은 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