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계 합용병서

 


1. 개요
2. 상세
3. 기타


1. 개요


현대적인 한글 표기법 개정 이전에 널리 쓰이던 합용병서 중의 하나로, ㅂ과 ㄱ, ㄷ, ㅌ, ㅅ, ㅈ이 결합한 ㅲ, ㅳ, ㅷ, ㅄ, ㅶ을 말한다.


2. 상세


중세국어에 쓰이던 초성의 합용병서에는 ㅅ계, ㅂ계, ㅄ계가 있었는데, 이 중 ㅂ계는 ㅷ를 제외하고 모두 된소리로 합류하였으며 ㅷ는 ㅂ이 탈락하였다.[1] 표기법의 추이는 ㅷ의 ㅂ 탈락 현상이 제일 먼저 일어나며 ㅲ, ㅳ, ㅄ, ㅶ의 표기법은 길게는 18세기까지 유지되지만 그 전에 ㅲ, ㅳ, ㅶ는 대부분 ㅺ, ㅼ, ㅾ로 합류하며 된소리로 수렴하였다. 표기법상 제일 오래 남은 ㅄ도 된소리로 합류한 시점은 훨씬 이전일 것으로 생각된다.[2]
ㅅ계 합용병서의 15세기 음가에 설이 갈리는것과 달리 ㅂ계 합용병서는 ㅂ음이 실제로 발음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1. 쌀, 씨, 쓰다, 짝, 짜다, 뜨다의 중세국어형이 모두 ㅂ계 합용병서 형[3] 이 어휘가 만든 합성어 (햅쌀, 좁쌀, 찹쌀), 볍씨, (몹쓸, 몹시), 사립짝, 짭짤하다, (부릅뜨다, 홉뜨다)에서 ㅂ음이 덧난다.
  2. '함께, 솜씨'의 중세국어형은 '한(하나) + ᄢᅴ(때, 시간을 나타내는 고어로 끼니의 어근)와 '손(手)+ᄡᅳ+이)의 합성어인데 받침 ㄴ이 ㅂ에 동화되어 ㅁ 받침이 되었다고 분석된다.
  3. ㅷ의 형태는 ㅌ의 음이 된소리 등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ㅂ음이 어떻게든 발화가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발음이 된소리로 합류된 이후로도 민간에서 관습적으로 ㅂ계 합용병서가 쓰이기도 하였는데, '물건을 쓰다'라는 의미의 '쓰다'에서 파생된 '~로ᄡᅥ'가 주로 以(써 이)의 직역투의 형태로 조선 후기까지 꽤 오랫동안 쓰였다. '찢다'라는 단어도 'ㅶㅡㅈ- > ᄧᅵᆽ-'이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ㅅ계 합용병서가 된소리의 표기로 몇백 년에 걸쳐 사용되면서 관습적인 용법을 확보하였고, 사이시옷과 같은 비슷한 경음화 현상에 기반하고 있는 데에 비하여 이 ㅂ계합용병서는 정말로 예전의 흔적으로만 남은 표기였으므로 근대 이후 폐기되었다.
현대 한국어 맞춤법에서 쓰이는 '' 받침은 20세기에 형태음소 중심의 표기를 도입함에 따라 쓰이게 된 표기로, 현재 초성 ㅂ계 합용병서는 쓰이지 않는다.

3. 기타


중세국어의 ㅂ계 합용병서로 표기되는 발음은 그리스어에도 존재한다. 고대 그리스어 계통의 단어나 인명 등에서 볼 수 있는 pt-로 시작되는 철자 (예: 프톨레마이오스, 프테라노돈 등)나 ps-(예: 프시케 등) 등이 중세국어의 ㅂ계 합용병서와 비슷한 발음이며, 이들 발음의 표기는 앞의 p가 묵음처리되어 발음이 되지 않지만 현대 영어 등의 철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4]

[1] 예사소리는 무성음 뒤에 올 경우 된소리가 되지만 거센소리는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ㅌ는 그대로 유지된 것.[2] 이태희(2005), "합용병서 'ㅂ'계에 대한 음운사적 연구", '언어연구" 22, 35-50.[3] ᄡᅡᆯ, ᄡᅵ, ᄡᅳ다, ᄧᅡᆨ, ᄧᅡ다, ᄠᅳ다[4] 현대 한국어로 치자면 발음은 된소리인 '뜯'으로 하지만 ㅂ계 합용병서로 'ᄠᅳᆺ'으로 표기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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