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다
1. 개요
한국어에서 '파괴'(?)의 의미를 나타내는 동사.
주로 종이나 얇은 것을 양쪽에서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서 지그재그한 선형으로 분리시키는 동작을 '찢는다'라고 자주 표현한다. 하지만 '얇은 것'이라는 제한은 사람의 평균적인 악력이 주로 얇은 종이 정도만 찢을 수 있기 때문에 걸려있는 것으로 힘이 더 강한 존재라면 '사람'에도 찢어버린다는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사람을 수레로 찢는 거열형(車裂刑)이 존재하기도 했다.
비유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비유적으로 '날카롭다'고 여겨지는 높은 소리가 귀를 '찢는 듯'하다든지. '하늘을 찢어버린다'라는 것도 하늘을 갈라질 수 있는 무언가로 비유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라는 표현도 쓰인다.
2개 이상으로 조각조각 분리하는 것 역시 '찢다'를 써서 표현한다. 이 때문에 '찢다' 자체가 '분열'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갈기갈기 찢어져서 제 갈 길을 갔다' 등. '사분오열'이라는 한자 사자성어도 있다. 아예 파괴 행위의 어감 자체가 옅어져서 '흩어놓다, 흩뜨리다'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일단은 사전적 의미로는 실려있지 않다. 스타크래프트 중계 중 한 해설자가 유닛을 '흩뜨려야 한다'라는 의미로 ''''오버로드를 찢어버려야 해요!!''''라고 했다가 옆에 있던 캐스터가 이를 '찢어서 파괴한다'라는 의미로 오해해서 촌극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유명한 합성어로 '찢어발기다'가 있다. '흐트러뜨려 못쓰게 만들다'라는 뜻의 '발기다'가 붙은 것인데 최근엔 잘 쓰이지 않고 '발기'가 들어가 영 머쓱하면서도 강한 어감을 준다. 이 '발기다'를 의태어처럼 써서 '발기발기 찢다'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 때는 '갈기갈기 찢다'도 쓰인다. '찢어갈기다'는 아직 사전에 등재돼있지는 않다.
ㅈ이 세 개나 쓰여 같은 자음이 많이 쓰인 글자이다. 한국어에 쓰이는 한글 중 비슷한 글자로는 '씻다'의 '씻'이 있다. 이보다 더 많은 자음이 여러 번 쓰이는 케이스는 '꺾다/깎다(ㄱ 네번)'가 있다.
피동형은 주로 '-어지다'를 써서 '찢어지다'라고 한다. 발음이 [찌저지다]가 되어 'ㅈ'이 세 번이나 겹친다. '똥꼬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표현도 있다. 피동접사가 붙는 경우, '찢기다'를 쓰기도 한다. 사전의 예문을 봐도 대체로 '찢어지다'와 교체해서 쓸 수 있는 편. 빈도 자체는 '찢어지다'가 더 자주 쓰이는 듯싶다. 의미적으로도 약간 차이가 있는데, '찢어지다'는 '저절로 찢어진' 상황, 중간태도 포함하는 한편 '찢기다'는 '누군가에게 찢기다'를 상정해야 하여 피동의 의미가 더 강하다. 그래서 우산이 너무 낡아서 찢어진 경우 "우산이 낡아서 찢어졌다"는 되어도 "우산이 낡아서 찢겼다"는 쓸 수 없다.
2. 비슷한 '파괴' 동사들
만약에 우둘투둘한 선형으로 분리되지 않고 깔끔한 선형으로 양분된다면 '찢는다'라고 하지 않고 보통 '자르다/오리다'나 '베다'를 사용한다. 이 두 동사의 경우 사람의 맨손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동작이기 때문에 '-로 자르다/오리다/베다' 등 도구격 '-로'를 필요로 한다. 반면 '찢다'는 엔간해서는 보통 손으로 찢는 걸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파괴되는 형상 자체는 비슷하지만 조금 덜 파괴적인 의미로는 '뜯다'가 있다. '뜯다'는 양쪽이 완전히 분리될 필요도 없고('과자 봉투를 뜯다') 떨어져나가는 부분 중 한 쪽이 훨씬 작은 경우가 많다('자물쇠를 뜯다').
선형이 아니라 면 단위, 부피 단위로 잘게 쪼개지는 현상은 보통 '부수다'를 쓴다. 구어에서는 이 의미로 '부시다'도 자주 사용하지만('뿌셔뿌셔' 등), 규범적으로 '부시다'는 '설거지'한다는 뜻이므로 주의.
유리 같이 원래 어느 정도 좀 단단하여 형태가 있던 것이 큰 힘을 받아, 직접적으로 힘이 가해진 부분 외에도 더 많은 부분이 조각조각 나눠지는 것은 '깨다'라고 한다. 종이처럼 애초에 단단하지 않은 것은 깬다고 하지 않는다.
이들 파괴 동사는 강한 어감으로 된소리를 가진 경우가 많고, '자르다'나 '부수다' 역시 '짜르다', '뿌수다'로 말하는 일이 많다. 단, '베다'는 '뻬다'라고 말하는 일이 거의 없다.
3. 역사
[image]
월인천강지곡에서 '·ᄧᅳᆽ다' (ᄧᅳᆺ/ᄧᅳ저)로 등장한다. 어간 'ᄧᅳᆽ'이 거성. 15세기의 ㅂ계합용병서는 대체로 ㅂ발음이 났던 걸로 추측된다. 이후 ㅂ계 합용병서가 된소리화되고 된소리를 ㅅ계 합용병서로 적게 되면서 ㅾ로 적었다. 이후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년)에서 된소리에 각자병서(쌍자음)를 쓰도록 다시 돌아오면서[1] '찢다'가 되었다.금金·시翅:됴ᇢ鳥ㅣ나·니그료ᇰ龍ᄋᆞᆯ자·바:올:오·리'''·ᄧᅳ·저''':다머·거ᄇᆞ·리·니
가루다가 나니 그 용을 잡아 올올이 '''찢어''' 다 먹어버리니
'''월인천강지곡(1449), 161 <59a> '''
ㅡ가 ㅣ로 변한 것은 19세기로 꽤나 최근 현상이다. 치경구개음 ㅉ의 영향을 받아 전설모음화되어 ㅣ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모양이 비슷한 '짖다' 역시 '즞다'에서 '짖다'로 변했다.
'(만두를) 찌다'가 'ᄠᅵ다', '찍다'가 '딕다'였던 것에 비하면 'ㄷ'를 거치지 않은 건 오늘날의 어두 'ㅉ' 동사치고는 꽤 특이한 부분이기도 하다. '(살이) 찌다' 역시 15세기부터 '지다'이긴 했었다. 15세기의 ㅂ계 합용병서는 ㅂ소리가 나긴 했지만, 결국에 '찢다'에서 'ㅉ'의 강한 된소리 어감은 15세기부터 있었던 일인 듯. 중세국어에는 된소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된소리인 것이 과거에는 평음인 경우가 많다. ('꺾다', '깎다' 등)
4. 모양이 비슷한 용언
'찌'를 포함하고 있는 용언으로는 '찌다(1,2)', '찍다', '찌르다', '찌그러뜨리다', '찌근대다(치근덕거리다)', '찌글거리다', (그 외 '의성어'+거리다) 등이 있다. 'ㅉ' 동사들은 과거에 ㅂ계 합용병서였던 때가 좀 많은 것 같고, 'ㄷ'에서 구개음화된 것들도 종종 보인다.
받침에 'ㅈ'을 품고 있는 용언은 많지 않은 편이다. ㅈ 참고.
5. 유행어, 신조어에서
앞서 말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를 줄여 '맘찢', '맴찢' 같은 표현도 쓰인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이 잘생겼다는 의미에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같은 말도 있다.
'파괴'를 나타내는 단어라는 점, 어감이 과격하고 본래 무생물에 쓰는 단어라는 점 때문에 위협용 대사로 쓰이기도 한다. 이 경우는 찢어버린다 항목 참조.
근래에는 단순히 '찢었다' 로만 사용되기도 한다. 본래 래퍼들의 랩 배틀 등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발라버렸을 때 '상대방을 찢어놓았다' 라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사용례가 넓어지면서 여러 사람이 있을 때 그 중 한 사람이 논리와 말빨[2] 등으로 압도했을 때 사용된다. 그리고 랩 뿐만 아니라 댄스 가수들이 무대에서 화려한 춤이나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을때 '무대를 찢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6. 다른 언어에서
파괴 행위에 대한 분류는 언어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의 '찢다'의 의미 영역과 정확하게 겹치지는 않을 수 있다.
영어로는 'tear'로, '눈물'을 뜻하는 단어와 철자가 같지만 '눈물'은 [tɪ\(e)r\], '찢다'는 [ter]로 발음이 다르다.[3] 이곳 위키에는 이 단어를 쓴 테어링(tearing)이라는 문서가 있다(수직동기화로 리다이렉트).
WoW에서는 드루이드 스킬 중에 'ravage'가 있었는데, '유린하다'라는 의미지만 한국어판에서 '''"찢어발기기"'''라는 센 단어로 번역되어 찢어버린다라는 표현이 유행하게 되었다나 보다. 같은 직업의 스킬로 'rend and tear'도 있는데 이쪽도 '찢다'를 써서 '상처 찢기'로 번역됐다. 'rend' 역시 '거칠게 찢다'라는 의미. 아예 갈기갈기 찢어 썰어버린다는 의미로는 'shred'라는 단어가 있다. 슈레더나 고블린 슈레더 등.
'break'도 'skin'과 같은 단어에 쓰이면 '찢다'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도 있다. 대체로는 '부수다'나 '깨다'에 더 많이 대응되긴 하지만.
일본어의 'やぶる'는 '찢다'라는 뜻도 되고 '깨다'라는 뜻도 된다. 한자로는 '깨뜨릴 파(破)'를 쓴다. 함께 얽혀 '파괴(破壊)'라는 단어를 이루는 壊를 훈으로 읽으면 '부수다'라는 뜻의 '壊(こわ)す'가 된다. 'さく'는 비교적 '쪼개다', '찢다'의 의미만을 한정되게 가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찢는가를 표시하기 위해 'きりさく(베어 가르다, 째다)', 'ひきさく(잡아찢다)' 등의 합성어가 있다.
한자로는 주로 '찢을 열(裂)'이 자주 쓰인다. 앞서 언급한 '거열형' 역시 그렇다. 나뉘어진다는 의미를 살려서 '사분오열(四分五裂)'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 한자는 이따금 '렬'로 읽기도 한다. '결렬(決裂)', '지리멸렬(支離滅裂)', '음렬(陰裂)' 등.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 '찢다'와 같은 파괴 동사를 통해 '가슴(심장, 마음 등)이 찢어지다'라는 표현을 쓰는 언어들이 꽤 많이 보인다.
- '가슴이 찢어지다'
- 張り裂ける思い (부풀어 찢어지는 마음)
- tear somebody apart (누군가의 (마음을) 찢다)
- J'ai eu l'impression la sensation que mon cœur se déchirait. (나는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撕心裂肺 (심장과 폐를 찢는 듯하다)
7. '찢다'가 사용된 나무위키 문서
- 찢어버린다
- 포확찢
- 다리찢기
- 영혼 찢기
- 갑옷 찢는 버보
- 연인들을 잡아찢는 악마의 공중전화
- 찢어진 입
- 찢어진 바지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리다이렉트)
- 입 찢어진 여자 (빨간 마스크 리다이렉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