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아스

 


Γοργίας
1. 철학자
1.1. 개요
1.2. 사상
2. 플라톤의 대화편
2.1. 개요
2.2. 줄거리
2.3. 주요 내용
2.4. 발 췌


1. 철학자



1.1. 개요


소크라테스이전 시기의 철학자이자 소피스트, 수사학자
기원전 485 - 380
시칠리아렌티니 출신. 프로타고라스와 함께 첫 세대 소피스트.

1.2. 사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니힐리즘을 주장했다고 여겨진다. 그에 따르면 태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후에 뭔가가 있었다고 해도 그건 인간이 알아챌 수 없는 것이고, 만약 그걸 인간이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거나 해석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을 그가 썼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섹스투스 임피리쿠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후세에 쓴 그에 대한 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의 유명한 글 중 몇 개가 있는데 헬레네 찬양도 유명하다. 이는 헬레네를 그리스인들이 비난하는 것에 대해 논파할 목적으로 쓴 글인데, 그에 따르면 헬레네는 1. 신들의 엄청난 힘에 의한 것이거나, 2. 파리스 등의 힘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거나, 3. λόγος의 힘에 설복했거나, 4. 사랑의 신의 행위였다.
1과 4의 경우 인간은 신은 거역할 수 없으므로 헬레네를 비난할 수는 없다. 2의 경우도 헬레네는 당해낼 수 없는 힘에 져서 끌려간 것이다, λόγος, 즉 논리, 말, 논변, 이치 등에 설득이 되었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말은 갸우뚱하게 들린다. 그러나 고르기아스의 주장에 따르면 설득과 같은 λόγος 의힘은 정말로 강력하다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 인간이 진실된 앎, 지식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얼마 없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행동은 앎이나 지식이 아닌 의견(δόξα)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이 의견은 완전한 앎이 필요 없고 λόγος의 힘으로, 수사학의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가정과 가정으로 논쟁을 거듭하면서 확인할 수 없는 물체에 대한 의견을 로고스의 힘으로 개진할 때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또, 법정에서의 싸움 역시 훌륭한 로고스의 기술을 통해 마치 역전재판처럼, 배심원이나 심판관 역할을 하던 고대 그리스의 청중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었다. 또, 철학자들끼리의 싸움에서도 로고스의 기술로 빠르게 빠르게 몰아붙이면서 상대가 당황해 말이 궁한 상태에 잠시라도 빠지게 하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렇게 로고스의 힘으로 의견에 영향을 강하게 끼쳐 버리면 인간의 영혼은 그에 설복된다. 로고스의 힘은 이토록 강력하고 인간은 대항하기 어렵다. 이것이 고르기아스의 주장이다.
이같은 고르기아스의 주장은 팔라메데스 옹호에서 한층 풍부한 일면을 보인다. 로고스, 수사학은 이토록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그것은 오히려 로고스나 수사학이 진정한 진리나 앎, 지식과 동떨어져 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진정한 앎, 지식, 진리를 알고 있다면 결코 로고스나 수사학이 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말이나 로고스 같은 것들은 결코 사실, 사물, 실재 존재하는 것에 대한 완벽한 재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수준은 앎, 지식의 수준이 아니라 의견의 수준이다. 로고스는 이 의견의 수준에 거부하기 힘든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이러한 로고스는 잘 만들어내면 잘 만들어낼수록 좋으며, 로고스 사이에는 우열 관계가 있다. 로고스로서 보다 더 우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시에 사용해야 하고,[1] 또 실제 일어난 사례를 잘 인용해야 한다.
고르기아스는 수사학에 능했던 모양이며 이로 인해 소피스트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의 수사학적 논변과 철학적인 조예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글로 'On what is not'(비존재에 관하여)에서는 총 세 가지 논제를 통해 인간의 존재 능력에 대한 회의를 나타낸다.
그것은
1) 존재란 있을 수 없다.
2) 설령 존재가 있어도, 그것을 지각할 수 없다.
3) 설령 존재를 지각할 수 있어도, 그것을 (타인에게)설명할 수 없다.
로 나뉜다.
우선 논항 1)에 대하여 고르기아스는 세 가지 상태, [A] 존재가 실존하는 경우, [B] 비존재가 실존하는 경우, [C] 존재 혹은 비존재가 실존하는 경우를 가정하였다. 우선 [A]의 경우가 참이라면 그것은 [a] 영원불멸하거나 [b] (무에서) 발생했거나 [c] 영원불멸하고 동시에 (무에서)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a]가 참이라면 만물은 영원불멸하고, 따라서 출발점이 없이 영원히 존재해왔다. 그것은 한계가 없는(아페이론;ἄπειρον) 상태일 것이나, 실제로 한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다. 따라서 [a]는 거짓이다. 또한 [b]가 참이라면 이는 만물이 무에서 유로 상태가 변화하는 창조 과정을 거친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파르메니데스와 제논 같은 엘레아 학파에 의해 부정된 사실이므로 [b] 또한 사실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c]는 둘 다 말이 안되는 [a], [b]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 [A]를 가능케하는 모든 조건이 부정되었으므로 존재가 실존할 수는 없다.
물질에 대해서는 엠페도클레스처럼 사물이 계속 흘러나가는데 물체의 다양한 구멍에 맞고 안 맞고가 있어서 인식이 된다고 여겼다.

2. 플라톤의 대화편



2.1. 개요


<고르기아스>는 플라톤의 <국가>, <향연> 등과 같이 중기에 해당하는 대화편 중 하나이다.

2.2. 줄거리


대화장소 칼리클레스의 집
등장인물
칼리클레스 정치가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20대 중후반의 아테나이청년
소크라테스
카이레폰 소크레테스의 죽마고우
고르기아스
폴로스 Polos '망아지'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남자. 시칠리아 아크라가스 출신의 젊은 수사학 교사로, 고르기아스의 숭배자 중 한명이다. 수사학이야말로 권력 쟁취의 관건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가 수사학이 무엇인지 정의해달라고 요청하자, 고르기아스가 정치가로서의 성공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조언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연설로 설득하는 요령을 터득하는 데 달려 있으므로, 수사학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간사라고 말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연설가는 옳고 그르고를 떠나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고르기아스가 토론에서 발을 빼고 그의 제자 폴로스가 토론을 이어받자, 소크라테스는 불의를 행하는 것보다는 불의를 당하는 것이 더 좋으며 불의를 행했으면 처벌받지 않는 것보다 처벌받는 것이 좋다는데 그가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만든다.
폴로스가 토론에서 발을 빼자 이번에는 칼리클레스가 토론을 이어받는데, 이 젊은이는 미덕과 행복은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법을 무시하고 권력 의지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갑자기 칼리클레스가 옹호하는 정치가의 활동적인 삶과 소크라테스가 대변하는 철학자의 삶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 하는 토론으로 바뀐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철학자의 삶을 선택한 이유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지난날 아테나이의 유명 청치가들이었던 테미스트콜레스, 페리클레스, 밀티아테스 등의 업적을 깍아내리며 잣니만이 동료 시민들을 도덕적으로 더 훌륭하게 만들었으니 자신이 아테나이의 하나뿐인 진정한 정치가라고 주장한다. 대화의 마지막에는 사후에 혼이 심판받는 설화가 나오는데, 불의를 행하지 말라고 거듭 권고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세부차례
447a~d 소크라테스 일행이 칼리클레스의 집을 방문하다.
447c~461c 고르기아스와 나눈 대화
461c~481b 폴로스와 나눈 대화
481b~527e 칼리클레스와 나눈 대화

2.3. 주요 내용


플라톤의대화편의 으레 그렇듯, 처음에는 아주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한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죽마고우 카이레폰과 함께 칼리클레스집에 도착하였지만 잔치에는 늦고 만다. 그의 집에는 고르기아스와 폴로스도 함께 있었는데 소크라테스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들은 다시 답변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르기아스, 폴로스, 칼리클레스 순으로 대화를 진행 해나간다.
447c~461c에 해당하는 고르기아스와 소크라테스의 주요 문답은 다음과 같다.

問 1 직조술은 의복제작에 관련이 있고 음악은 작곡에 관련이 있듯이 수사학도 어떤것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사학은 실제로 무엇과 관련이 있는가?

答 1 연설과 관련있다.

問 2 수사학은 모든 연설에 관련이 있는것 같지는 않다. 예를들면 어떻게 해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연설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학은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의술과 체육과 같은 기술 또한 환자의 상태에 대해 말하는 활동이나 몸의 상태에 대해 말하는 활동을 하므로, 수사학만이 유일하게 말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아보인다. 따라서 의술과 체육과 같은 기술을 수사학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뭔가?

答 2 수사학의 활동과 권위는 말하기에 달려있는 반면 예를들어 설명한 의술과 체육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問 3 여러 기술 중에는 그 활동의 비중을 제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말하기를 조금 밖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있고, 아예 말하기의 배중이 없는 침묵상태에서도 그 기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회화와 조각과 같은 기술이 있는데 이것들은 수사학과 무관한가?

答 3 그렇다.

問 4 여러 기술 중에는 말하기의 비중이 큰 수학, 기하학, 장기두기가[2]

있다. 당신은 아마 이 기술과 수사학을 동일시 하지 않을 것이데, 그 이유는 말하기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서는 동일하지만 '무엇에 대한 말하기'인가에 따라 서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가령 수학은 '홀수와 짝수'에 대해 말하고, 천문학은 '태양과 달, 별의 운행'에 대해 말한다. 이렇듯 수사학 또한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答 4 수사학은 인생에서 가장 중대하고 가장 좋은 일들에 대해서 말한다.

問 5 시인에 따르면 가장 좋은 것은 건강, 외모, 부 순이라고 한다. 의사와 체육교사는 건강을 만들어내고, 사업가는 부를 만들어내듯 당신 또한 무언가 좋은 만들어 낼텐데, 그것이 무엇인가?

答 5 공동체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을 만들어 낸다.

問 6 그 힘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答 6 그것은 바로 설득이다. 설득으로 의사와 체육교사, 사업가를 노예로 부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건강, 부를 얻을 수 있다.

問 7 설득 또한 수사학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르치는 자는 배우는 자를 설득하며 수학자는 수를 이해시키기 위해 설득한다. 이것들의 설득과 수사학의 설득은 '무엇에 대한 설득'인가에 따라 서로 구별된다. 수사학의 설득은 무엇에 대한 설득이라고 생각하는가?

答 7 정의과 불의에 대한 설득이며 주로 법정이나 집회장에서 하는 것이다.

問 8 설득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것 같다. 한가지는 지식없이 확신을 가져다주는 설득이고 나머지 한가지는 지식을 가져다 주는 설득이다. 수사학의 설득은 어떤 종류의 설득인가?

答 8 수사학의 설득은 확신을 가져다주는 설득이다.

問 9 나라에서 전문가 선발을 하고자 할 때 그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지, 연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는다. 전문가 선발 뿐만 아니라, 성축조안, 부대배치, 요충지 점령과 같은 문제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다. 수사학은 나라에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는가?

答 9 실제로 아테나이에 성벽을 축조하고 항구를 건설하도록 조언한 사람은 테미스토클레스와 페리클레스이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였다. 보다시피 문제의 결정에는 연설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問 10 연설가는 옳음과 그름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지식을 모르더라도 설득의 묘안을 생각해 전문가 보다 더 전문가처럼 보이게 하는것 같다. 아니면 그러한 지식은 필수적이라 생각해 수사학을 배우기 전에 미리 배우거나 당신이 가르쳐주는가?

答 10 만약 그런것을 모른다면 나에게 수사학을 배우면서 그런것들 또한 배우게 될 것이다.

問 11 목공술을 배운 사람은 목수이고 의술을 배운 사람은 의사이듯이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아 옳고 그름에 대한 지식을 배운 연설가는 옳은 사람이다. 옳은 사람은 부정의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전에 당신은 연설가가 만약 수사학을 부정의하게 사용한다면 그 기술을 부정의하게 사용한 제자를 처벌해야지 그를 가르친 스승은 처벌하면 안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 주장은 연설가가 부정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 아닌가? 또한 答 7 에서 정의와 불의에 대한 설득이라고 답했을 때에도 정의와 불의 모두에 대한 설득이라고 하니, 고르기아스, 당신에게 배운 제자는 옳고 그름에 대한 지식을 배웠고, 그 연설가는 옳은 사람이고, 옳은 사람은 부정의한 행동을 하지 않다고 했는데 이전에 자네가 답했던 것과 생각해보니 이는 앞뒤가 안맞지 않은가?

答 11 고르기아스는 침묵하며 퇴장한다.


2.4. 발 췌


"칼리클레스, 나는 오늘날 아테나이에서 나야말로 진정한 통치술을 실천하려 시도하는 하나뿐인 진정한 정치가라 확신하네."

521d~e

"그러니 자네는 내가 시키는대로, 우리의 논의가 말해주듯, 자네가 도착하면 살아서나 죽어서나 행복을 누리게 될 그곳으로 나를 따라오게. 사람들이 그러고 싶다면 자네를 우습게 보고 바보 취급하며 망신시키도록 내버려두게. 아니, 그들이 치욕스럽게 자네 따귀를 때리도록 내버려두게. 자네가 진실로 미덕을 연마하는 신사라면 자네는 어떠한 끔찍한 일도 당하지 않을 테니. 그리고 함께 미덕을 연마한 뒤에야 우리는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되면 정치에 입문하거나, 적절한 주제에 관련해 조언할 수 있을 걸세. 그때는 우리가 지금보다는 더 훌륭한 조언을 할 수 있을 테니까."

527c~d


[1] 고르기아스는 적시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2] 소크라테스는 이들의 기술이 말하기의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오늘날에 생각하면 그 괴리감이 있어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