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자리
[clearfix]
1. 개요
'''Corvus, Crv'''
초여름 무렵 처녀자리 남서쪽 지평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 바로 옆에는 컵자리가 있다.
2. 상세
까마귀라는 이름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한 개를 제외하고는 2~3등성으로 이루어진데다 이 별자리가 있는 봄에서 초여름 무렵의 남쪽 하늘은 크게 눈에 띄는 별이 없고 어두워서 생각보다 눈에 잘 띄는 별자리이다. 반면 바로 옆에 있는 컵자리는 한 눈에 봐도 컵 모양이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모양 자체는 뚜렷하지만 주로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image]
이 별자리에는 통칭 '까마귀자리 충돌 은하'로 불리는 특이한 은하가 있는데, '고리무늬 꼬리 특이 은하', 또는 '더듬이 은하'라고 한다.[1] 이 은하가 생성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NGC 4038과 NGC 4039의 두 은하가 충돌하면서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지구에서 보면 모양새가 마치 하트 모양처럼 보인다.
바로 옆에 있는 컵자리가 컵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비해 까마귀자리는 아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래 이 까마귀는 아폴론의 심부름꾼으로 원래는 은색 깃털을 갖고 있었는데, 이 까마귀가 별자리가 된 유래에 대해서는 가장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전해진다. 참고로 하늘에서 까마귀자리의 위치를 보면 컵자리 옆에 약간 떨어져 있는데, 신화에서는 이에 대해 아폴론이 벌로 까마귀의 부리가 컵 속의 물에 닿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폴론의 심부름꾼이자 애완조였던 까마귀는 본래 인간의 말을 사용하는 은빛 깃의 새였다. 아폴론은 테살리아의 왕녀 코로니스와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까마귀를 내어주었다. 까마귀는 천상과 인간계를 오가며 아폴론에게 코로니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보고했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한 남자와 친숙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세한 사정도 알아보지 않은 채 아폴론에게 날아가 "코로니스가 바람 핀대염"이라고 알리고 말았다. 분노한 아폴론은 까마귀의 말만 듣고 코로니스에게 화살을 쏘고 마는데, 그 때 임신한 상태였던 그녀는 죽어가면서 '하다못해 뱃속에 있는 당신과 나의 아이만은 살려달라'는 호소를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코로니스가 죽고 나서야 까마귀가 하는 말만 듣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아폴론은 크게 후회했다. 그리고 죽은 코로니스의 배에서 꺼낸 아이를 켄타우로스족의 현자 케이론에게 맡겼다. 이 아이가 바로 아스클레피오스.
어쨌든 까마귀의 무책임한 한 마디 때문에 큰 실수를 하게 된 아폴론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격노한 아폴론은 까마귀의 아름다운 은색 깃털을 새까맣고 보기 흉하게 바꿔버렸다. 전승에 따라서는 태양의 신인 아폴론이 분노해 "이 고자질쟁이 같으니!" 라고 외쳤는데 그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에 털이 까맣게 타버렸다고도 한다. 그리고 더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인간의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그걸로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아예 까마귀를 하늘에 매달아 버렸는데, 이것이 까마귀자리라고 한다.
또 다른 신화는 바로 옆에 있는 컵자리와 바다뱀자리도 함께 얽혀 있는 이야기로, 하루는 아폴론이 까마귀에게 물컵을 주며 샘에서 물을 길어오라고 심부름을 보냈다.
그 샘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까마귀는 샘으로 가는 도중에 열매가 맺힌 무화과 나무를 보고 신의 명령도 잊은 채 열매가 익을 때까지(…) 나뭇잎 그늘 속에서 기다렸다.
이윽고 잘 익은 무화과를 모조리 먹어치운 후에야 아폴론의 명령을 떠올린 까마귀는 변명거리를 찾느라 고심한 끝에, 샘 근처에서 뱀 한 마리를 잡아 늦은 이유를 뱀에게 떠넘길 심산으로 컵과 함께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인 아폴론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고, 잔뜩 열이 받은 나머지 "변명은 죄악이라는 걸 모르나!"라는 일갈과 함께 까마귀와 뱀, 그리고 컵까지 한꺼번에 하늘로 집어던져 버렸다. 이 때문에 뱀(바다뱀자리)은 하늘에서 컵(컵자리)을 지키게 되었고, 까마귀는 컵을 옆에 두고도 목을 축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뱀자리의 바다뱀은 헤라클레스에게 퇴치된 히드라라는 설이 가장 지배적인 만큼, 이 이야기는 단순히 세 별자리가 모여 있는 형태만을 보고 붙였을 가능성이 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