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1. 개요
Decameron
조반니 보카치오에 의해 저술된 르네상스 시기의 문학. 당대 산문문학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 중고교 권장도서 목록에 곧잘 등장하는 세계명작이다. 단테의 '신곡(Divina Commedia)'에 빗댄 '인곡(Umana Commedia)'이란 표현도 이따금 볼 수 있다.
취급이 이렇다 보니, 비교의 대상이나 데카뭐시기라는 라틴어 느낌 풀풀 나는 제목만 보고 감성 로맨틱 에세이 같은 내용을 기대하기 쉽다. 후술하겠지만 로맨틱은 맞지만 감성보단 관능적인 느낌이 강하니 주의할 것.
2. 내용
조반니 보카치오 항목에 서술되어 있듯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짐싸서 튀어나온 10명의 남녀의 이야기이다. 열 명 중 일곱이 여성, 셋이 남성.
뭐 작품의 정신을 본받아 노골적인 표현을 쓰자면... 이 책은 '''인싸들이 열흘간 별장에서 썰 풀면서 논 거 모아놓은 책'''이다. 당연히 야설도 잔뜩 들어있다. 저술된 시기가 르네상스고 작가의 본업이 시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1]
물론 기존에 살던 곳은 흑사병이 번지면서 개박살이 났기 때문에 첫 날 첫 문단은 몹시 씁쓸한 분위기지만, 곧바로 이왕 피난온 거 좋은 공기 좋은 물 있겠다 즐겁게 보냅시다! 하고 왕게임을 시작한다.
이 왕게임으로 매일 왕/여왕을 선출해서 무슨 썰을 풀지 고르는데, 분위기나 서로 치켜세워주는 양상이 현대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다음은 각 날짜별 주제 일람.
2.1. 1일차 ~ 5일차
- 1일차: 자유주제 (여왕)
- 2일차: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이야기 (여왕)
- 주로 남주여주가 적당히 구르다가 목숨을 건지거나 예쁜 애인을 얻거나 하는 식이다.
3일차: 입 털어서 뜨거운 밤을 보내는 이야기 (왕)
- 첫 이야기는 수녀원에 문지기로 들어가 문란한 생활을 하는 내용이다. 가장 마일드한 내용은 바람난 남편을 다른 여자인척 꼬셔서 다시 휘어잡는 내용이다. 설명종료.
- 4일차: 끝이 안 좋게 끝나는 사랑 이야기 (여왕)
-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 붙잡혀서 처형당하거나, 절망에 빠져 목숨을 끊거나 하는 내용이 주로 나온다. 3일차를 읽으며 달아올랐던 기분이 싸해지는 것이 일품.
- 5일차: 시련을 겪지만 행복한 결말을 맞는 연인들 (여왕)
- 2일차처럼 주인공을 굴리진 않고, 러브 코미디식의 우스운 상황이 많다. 시련보단 시련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면 된다. 가급적 4, 5일차를 같이 읽어주는 게 현자타임을 막는 데 좋다.
2.2. 6일차 ~ 10일차
- 6일차: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면하는 이야기 (여왕)
- 얼버무림과 역관광과 참교육의 날. 중세인이 입을 어디까지 털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상당히 즐겁고 관능적인 묘사도 적기 때문에 남에게 읊어주기 편한 구간.
- 7일차: 남편을 속이고 멋진 애인과 즐기는 이야기 (왕)
- 읽고 있으면 주부 스트레스가 잘 풀릴 것 같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관능소설 장르 중 불륜물에 해당하며, 수위 또한 상당해서 남편 눈앞에서 남편 모르게 허리를 흔드는 묘사도 등장한다.
- 8일차: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여왕)
- 속임수에 당하거나 속임수로 상대방을 골탕먹이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수위 높은 내용과 낮은 내용이 골고루 섞여있는데, 인과응보인 것이 대부분이다.
- 9일차: 개망신당하는 이야기 (여왕)
- 1일차와 같이 자유주제로 각자 재밌다 싶은 이야기를 한다만 모든 이야기들이 일관적으로 누군가가 개쪽을 당하거나 각잡고 두들겨맞거나 하는 이야기다.
- 10일차: 높은 신분이 관용을 베푸는 이야기 (왕)
- 놀랍게도 전임 왕들처럼 농후한(...) 청소년 관람불가 주제를 내놓지 않았다. 왕과 교황과 술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3. 여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럽권에서는 재평가되고 있는 작품이다. 데카메론이 쓰였던 시기인 흑사병 사태와 다를 바 없는 유럽에서, 작품 속 내용을 떠나서 선조들이 판데믹 상황 속에서도 긍정과 욕구를 잃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고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1] 예를 들어 시집가던 공주가 여기저기 납치당해 떠돌면서 남자 여렷 거친 끝에 숫처녀 행세하면서 결혼하는 얘기라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