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리 레인
Drury Lane
1. 엘러리 퀸(버너비 로스)이 창조한 또다른 명탐정
사촌지간인 작가 프레드릭 더네이(1905~1982)와 작가 맨프레드 리(1905~1971)가 공동으로 '엘러리 퀸'이라는 필명을 통해 엘러리 퀸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동시에 '''버나비 로스'''라는 필명을 따로 만들어 만든 작품들의 주인공이다. 두 작가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각각 엘러리 퀸과 버나비 로스의 역할을 맡아하면서, 서로에게 디스를 하기도 했다는 것은 이제는 유명한 일화.
Y의 비극으로 잘 알려진 비극 시리즈(전 4권)[1] 에서 활약했다.
2. 드루리 레인의 특징
은퇴한 연극배우로, 현역 시절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전문으로 연기했다. 실력과 명성이 전설적인 수준의 대배우로, 은퇴한 후에도 사교계에 모습을 나타내면 다들 오오~하고 반기는 수준. 그러나 본인은 배우로서의 명성보다도 탐정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이미 은퇴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지만 나이가 상당히 많다. 첫 등장에서 이미 60을 넘겼을 정도. 그러나 건강 관리에 철저하고 운동도 열심히 한 탓에,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머리카락도 그리 빠지지 않아 도저히 그 나이로 안 보인다. 말하자면 동안에 중년 간지.
또다른 큰 특징은 역시 그가 청각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선천적인 것은 아니고 후천적인 질병에 의한 것(전문용어로 중도실청자)인데, 사실 그가 연극계에서 은퇴한 것도 청력 상실 때문. 그러나 오히려 장애를 역으로 이용하면, 정신 집중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탐정의 길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본인의 말에 의하면, 눈을 감기만 해도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사색에 빠질 수 있다고).
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독순술을 써서 대화한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못 챌 정도.
3. 탐정으로서의 능력
원로 전설의 연극배우답게 변장과 연기에 대단히 능하다. 연극용 특수 분장을 하고 누군가의 행세를 하기 시작하면 당사자의 가족들도 눈치 못 챌 정도. 심지어 연기 도중 청각 장애인이라는 티도 전혀 안낸다. 이렇듯 변장과 연기에 능하다는 점은 셜록 홈즈와도 비슷한 감이 있다. 셜록 홈즈와는 달리 이쪽은 변장과 연기가 원래 본업이고 탐정은 나중에 시작했지만.
60이 넘은 사람답지 않게 신체능력도 뛰어나지만, 작 중에서 딱히 완력으로 뭔가를 해결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묘사로 보건데 젊은이들에게도 완력으로 밀리진 않는 편.
추리 능력에 대해선, 같은 작가의 다른 주인공인 엘러리 퀸과 흡사한 감이 있다. 즉 논리학을 중시하여 상황을 분석한 후 반증을 통해 추론을 걸러낸다. 그러나 젊은 엘리트라서 그런지 조금 냉정하고 거만한 감이 있는 엘러리 퀸과는 달리, 이쪽은 관록이 있는 노장이다보니 좀 더 인간미가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탐정이 본직은 아니기도 하다보니 그의 추리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논리학에다 오랜 세월 연극을 해오며 깨달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더해지다보니 명탐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추리 능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앞서 설명했듯이 뛰어난 변장과 연기 실력이 있다보니, 함정을 파서 범인을 잡는 능력도 뛰어나다.
4. 여담
연극배우를 했을 만큼 잘생긴 외모와 중년 간지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결혼은 하지 않았고, 연애 관계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시리즈 후반부에서 젊은 여자를 건지기는 하는데, 연인 관계는 아니고 사제 관계에 가깝다. 사실 엘러리 퀸 소설의 주인공들은 다들 연애와는 인연이 없다.
전설적인 연극 배우답게 재산은 대단히 많은 편으로, 중세의 성과 같은 거대한 저택에서 하인들과 같이 살고 있다. 딱히 탐정 일을 안해도 먹고 사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에, 사실 그가 탐정 일을 하는 건 사회봉사 차원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면 때문에 시리즈 초반에는 경찰들이 약간 불신을 하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말해 돈 많은 부자가 시간이 남아돌아 탐정 놀이를 한다고 여긴 것인데, 본인은 자신의 능력으로 어떻게 해서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새로운 길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고.
시리즈 도중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해서(Y의 비극), 시리즈 후반에는 폭삭 늙어버렸다는 묘사가 있다. 전개상 충분히 그럴 만 하다. 덕분에 몸도 많이 불편해져서 완연히 노인이 됐지만, 그래도 추리 능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아 활약한다.
재밌게도 다른 명탐정인 에르큘 포와로와 비슷하게,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법적 질서와 도덕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사실 셜록 홈즈도 그런 적이 있다. 명탐정에게 있어서는 사건의 해결이냐 혹은 사회도덕의 회복이냐 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인 듯.
5. 드루리 레인의 마지막 인사
레인 시리즈의 마지막인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의 '''범인'''. 주인공이자 탐정이 바로 범인인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유산을 인류 전체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깨끗이 사라짐으로써 빚을 갚았다. '''
범행을 은폐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후계자라고도 할 수 있는 페이션스 샘이 눈치채자 음독 자살한다. <Y의 비극>에서 범인의 음독 자살을 방조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참 씁쓸한 엔딩.
여담으로 엘러리 퀸은 "엘러리 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과 드루리 레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중, 엘러리 퀸 쪽이 더 잘 팔려서 그쪽에 올인하려고 레인 시리즈를 끝냈다"고 한다.
[1]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