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펜
1. 입력장치
1950년대 초 미국 MIT에서 발명된 컴퓨터 입력장치. 이름대로 광감지 센서가 말단부에 장치된 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컴퓨터와 유선으로 연결되어 컴퓨터의 CRT 화면에 직접 입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늘날의 액정 태블릿이나 스타일러스 펜의 먼 조상뻘 쯤 되는 장치이다.
많은 IT 기기의 기원이 그랬듯이 원래는 군용으로 쓰려고 만든 것이다. 대략 1955년 무렵, 훨윈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군사용 장비인 SAGE에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물건이다. 아래의 사진이 SAGE 시스템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최초의 라이트펜 프로토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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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60년대부터는 주로 IBM 2250같은 그래픽 작업용 터미널에 이용되었으나, 일부 텍스트 작업에도 사용되었다(IBM 3270 등). 원래 목적인 군사용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주로 레이더 스크린같은 화면에 입력할 때 사용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1980년대의 MSX나 아미가 같은 개인용 컴퓨터에서 오늘날의 그래픽 태블릿, 특히 신티크 같은 액정 태블릿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다만 가격은 조금 있었던 편. MSX용 라이트 펜인 산요 MLP-01이 1984년 당시 정가 3만엔이었는데 이 가격은 MSX 본체에 맞먹는 가격이었다.
MSX용 라이트펜(산요 MLP-01) 실제 사용영상.
아미가용 라이트펜 실제 사용 영상
다만 영상에서 보듯 스크린에 펜을 대고 직접 그려야 하는데, 이 시절의 거대한 CRT를 오늘날의 액정 그래픽 태블릿처럼 눕혀서 작업하기도 마땅치 않은 일이라 마치 벽화를 그리듯이 수직으로 서있는 화면에 그림을 그려야했다. 덕분에 작업할 때 팔이 많이 아파 악평이 자자했다. 가격도 비싸고 사용도 불편하다보니 개인용 라이트펜의 보급률은 매우 낮았고, 실제로 그래픽 작업을 할때는 라이트펜 보다는 마우스나 스캐너[1] 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1990년대 이후 등장한 그래픽 태블릿+스타일러스는 화면(즉 출력물)에 직접 펜을 대고 작업할 수는 없지만 작업자의 신체에 훨씬 무리가 덜해 그래픽 분야에서 라이트펜의 위치를 금방 대체하였다. 물론 오늘날엔 터치 스크린의 존재 덕에 신티크나 애플 펜슬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태블릿처럼 편안한 자세로 라이트펜 '''이상'''의 작업 정밀도를 얻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으로 오늘날엔 완전히 사장된 기술이며, 이제는 아무도 라이트펜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를 오래 사용한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라이트펜이라 하면 다음 항목인 펜라이트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아듣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1.1. 원리
오늘날의 정전식 터치스크린이나 구식(압력식) 터치스크린 등과 달리 CRT 화면에 표시된 화소의 명암을 펜 머리에 붙어있는 광센서로 감지하는 것이 기본 원리로, 광센서로 빛을 감지한다는 면에서는 패미컴의 재퍼와 비슷한 데가 있다. 라이트펜은 CRT 스크린이 아닌 LCD 스크린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는데, LCD에서도 광센서의 빛 감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모니터 위에 접촉한 펜의 X, Y축 좌표를 검출하기 위해 CRT의 특성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CRT 디스플레이는 전자총의 전자빔이 매우 빠른 속도로 왼쪽 맨 위부터 오른쪽으로, 한줄씩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형광점을 때리고 지나가면 전자빔이 형광점에 충돌해서 형광점이 빛이 나는 것을 이용하여 전체 화면을 생성한다. 이 때 전자빔을 맞은 형광점은 매우 짧은 시간동안 빛이 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빛이 사라진다. 화면이 계속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람의 눈으로 빛이 사라지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 주사율에 따라 다시 형광점을 때려서 화면을 갱신하는 타이밍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라이트펜이 X, Y축의 위치를 검출해내는 원리는 이 CRT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라이트펜은 전자빔이 원점, 즉 왼쪽 맨 위 점을 때리는 시간과 펜의 광센서에 들어온 형광점이 빛났다가 사라지는 시간차를 가지고 X, Y축의 위치를 검출해낸다. 따라서 LCD처럼 특정한 위치에 있는 픽셀의 광량이 화면 갱신 후 타이밍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갱신 시간까지 일정한 광량을 유지하는 구조의 디스플레이에서는 라이트펜이 위치를 검출해낼 수 없는 것이다.
2. 펜라이트의 별명
펜 형태의 소형 회중전등. 올바른 명칭은 펜라이트다. 라이트펜은 위의 입력장치를 가리키는 단어. 그러나 국내에선 반디라는 회사가 “라이트펜”이란 상품명의 펜라이트를 판매하여 이 상품명이 일반명사화되어 라이트펜이란 명칭이 널리 이용되는 듯 하다. 위 항목의 라이트펜이 오늘날 완전히 사장되었으니 혼동될 위험도 없기도 하고.
반디 사의 라이트펜은 팁이 있는 방향에 LED가 있어 불이 들어오는데, 노란색 LED를 사용하는 흰색 일반형과 백색 LED를 사용하는 검은색 고급형이 있으며 고급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밝기가 좀 더 밝아 밝기가 적당히 밝고 값싼[2] 손전등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립 부분을 돌려서 라이트를 켜고 끌 수 있다. 군대, 특히 신교대에서 밤에 잠 안 자고 이불을 덮어쓴 채 편지를 읽는 용도로 사용된다.
시위에서 LED 촛불도 어떻게 보면 라이트 펜의 한 종류.
2.1. 오덕계의 활용
- 참고 문서: 응원봉
밀리시타의 Just be myself!!
BanG Dream!의 EXPOSE ‘Burn out!!!’
두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관중석을 보면 관중들이 들고 휘두르는 것이 펜라이트다. 일본의 대중음악, 특히 아이돌 그룹 공연장의 상징이 저 펜라이트로 저걸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돌 덕후라고 해도 좋을 정도. 아이돌계에서는 그룹별로 명칭이 갈리긴 하지만 대부분 응원봉이라는 말을 더 쓴다. 실제 아이돌 공연계나, 가상 아이돌 공연계 모두 같은 개념으로 쓰는 응원도구.
아이돌 덕질의 기본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펜라이트의 색깔이 아이돌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때문에 색 배정에서 캐릭터를 훼손하지 않거나, 색 중복을 피하기 위한 아이돌 프로듀싱의 배분이 중요한 개념. 실제로 색중복은 풍선색 시절부터 분쟁의 대상이기도 했고.
그래서 색으로 모자라는 펜라이트의 형태를 보강하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펜라이트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IZ*ONE같은 경우 펜라이트 여러개를 따로 가지고 다니기 힘드니까 공식에서 색깔별로 돌려쓰는 펜라이트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