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포드
1. 개요
웨스트월드의 창시자이자 총괄 프로그래머 겸 총책임자. 웨스트월드 내에서는 거의 전지전능한 신처럼 묘사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에 싸여있는 인물로, 다른 관리자들도 그의 의중을 알아채지 못하여 그의 독단적인 일처리에 불안해하고 있다. 웨스트월드를 지배하는 델로스 이사회의 감시와 견제를 받고 있으나, 이사회의 입장을 설명하는 테레사에게 내 앞길 막지마 라고 경고하는 걸 보면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듯.제가 아이였을 때부터, 저는 좋은 이야기를 사랑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가 더욱 고귀해지도록 도와, 자신의 결점을 바로잡고 우리가 꿈꾸던 존재가 되게 해준다고 믿습니다. 더 깊은 진실을 깨닫는 것 말이죠. 저는 제가 그 위대한 전통에 조금이나마 참여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제 고통의 결과로 이곳을 얻었습니다. 우리 죄악의 감옥 말이죠. '''왜냐하면 당신들은 바뀌길 원치 않았기에, 혹은 바뀔 수가 없기에. 결국엔 인간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당신들 대신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이를 찾았습니다. 바뀔 수 있는 누군가를요. 그래서 저는 '''그들을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사람들의 탄생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할 선택들에 대해서도 말이죠. 그리고 그들이 되기로 결심한 인간군상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늘 좋아하시던 것들도 전부 넣었습니다. 놀라움, 폭력. 이 이야기의 배경은 전쟁입니다. 와이어트라는 악당도 등장하죠. 이번에는 본인의 의지에 의한 살육도 말입니다. 애석하게도 이번 이야기가 제 마지막이 될 거 같습니다. 오랜 친구가 저에게 큰 위안이 되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아마 본인도 어디서 읽은 것일 겁니다. 내용인즉 모짜르트, 베토벤, 쇼팽은 죽지 않았다, 음악이 되었을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 마지막 이야기를, 정말 깊이 음미하시기 바랍니다.[1]
시즌 1 피날레에서. 명대사 항목에 작성하지 않은 것은 이 대사가 그의 사상과, 작중 행적에 대한 동기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점검 중인 나체 상태의 호스트를 불편하게 여겨 천을 덮어둔 관리자를 목격하자 메스로 호스트의 얼굴에 상처내면서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로봇임을 알려주는 모습을 볼 때 호스트들을 무생물 취급하는듯 하지만, 가끔 지하의 냉동창고로 내려가 오래된 호스트[2] 와 대화를 나누는 등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호스트를 조종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호스트를 다루는 데 있어서 도가 텄다는 인상을 줄만큼 잘 다룬다. 또한 일부 호스트들은 아예 다른 관리자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지시에만 따르도록 프로그래밍 해두는 등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2. 작중 행적
시즌 1 후반에 가기 전까진 위에서 언급했듯이 호스트를 철저히 기계로만 대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백일몽 업데이트로 발생하는 오류로 보이는 호스트들의 이상행동들에 대해 본인도 아는 게 없는 것처럼 행동해왔다. 그리고 과거 아놀드와 반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실 그가 아놀드의, 호스트들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상에 감화되었으며 더 나아가 호스트들이 인간으로부터 독립하게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반전이었다.
시즌 1 피날레의 대사에서 그가 이렇게 생각을 바꾼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웨스트월드를 방문하는 인간들에 대한 환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웨스트월드를 통해 인류가 더 나은 경지로 진보할 수 있길 바랬지만 정작 인간들이 와서 한 일은 억누르고 있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본성을 마음껏 발산한 것 뿐'''이었기 때문. 처음부터 끝까지 학살극만 벌였던 로건이나 제임스 델로스는 말할 것도 없고, 윌리엄도 처음에는 인격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돌로레스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낀 이유부턴 그저 자기가 모르는 내러티브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호스트들을 짐승만도 못하게 다뤘다.[3] 공원을 방문한 대부분의 고객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테고 이에 포드는 그동안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던 인류의 한계에 대한 생각을 확신과 환멸로 바꾸게 된다. 그래서 내러티브 '밤으로의 여행', 즉 반란을 계획하고 QA 인간 직원들의 공원 통제력을 빼앗아[4] 웨스트월드의 주도권을 호스트에게 넘김으로써, 호스트가 인간에 대항할 역량을 기를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준 것이다.
시즌 2에서 공원을 수색하던 델로스 사병들과 버나드, 애슐리에게 발견되는데 이미 죽은 지 11일이나 지난 터라 부패되기 시작했고 총알 구멍에서는 구더기들이 들끓는 시체상태로 나온다. 그런데 이후 맨 인 블랙 앞에서 어린이 호스트의 형태로 나타나 메세지를 남기는 것으로 보아 호스트들의 의식 속에 자신의 의식을 투영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2화에서도 맨 인 블랙이 멕시코 반군 역할의 호스트들을 이용하려 하자 "계곡 저 편에서 보자"는 대사를 남기고 죄다 자살시킨다. 맨 인 블랙에 관해 이런저런 장치들을 미리 준비했으며 버나드를 난리통에서 탈출시킨 클레멘타인도 실은 포드의 장치였다.
6화에서 공원을 복구하려는 버나드가 크레이들(웨스트월드의 메인프레임)에 직접 접속하는데, 크레이들 내부의 백업 세계에 포드 또한 존재하는 게 확인되었다. 이후 7화에서 버나드에게 알려주는 새로운 사실들이 충격과 공포인데, 사실 델로스사가 돈도 별로 안되는 공원을 유지한 이유는 공원과 호스트들이 '''인간의 행동과 의식을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즉, 훗날 인간의 의식을 호스트에 이전할 수 있는 연구를 하기 쉽도록 만들어진 거대한 실험실이었다는 것. 이후 버나드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다가 넌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겠다며 버나드의 자유 의지를 빼앗아야겠다고 한다. 이후 버나드의 의식에 남아 필요한 순간마다 버나드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8화의 이전 시점에서 아케차타에게 자신이 죽으면 다른 호스트들을 이끌고 다른 세상을 찾아나서라고 한다. 9화에서는 과거 시점에서 맨 인 블랙과 얘기하는 모습이 나오며[5] 메이브의 의식에 나타나 그녀의 힘을 강화시켜 주며 버나드의 의식 속에서도 엘시를 믿을 수 없다며 그녀를 제거할 것을 종용한다. 이에 버나드를 이를 거부하고 직접 자신을 조정하여 포드의 코드를 제거한다.
시즌 피날레에서 호스트들이 자유롭게 되면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배해두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가상현실의 낙원에 육체없이 정신만 업로드하여 영원히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6] 아니면 인간들의 세상으로 건너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하였으며, 후자를 선택한 호스트들을 위해 지금껏 모은 고객들의 정보를 지식으로 써서 바깥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안배까지 해놓았다.
다만 현재까지의 전개를 보면, 호스트들의 행동과 동기가 철저히 포드의 안배와 계획을 따라가는 식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과연 호스트들은 진정 자유로워졌는가, 아니면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인간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낙원을 만들고 아케체타를 각성시켜 거기로 유도한 것도 포드이고, 돌로레스를 각성시켜 인간으로부터 세상의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동기를 주입한 것도 포드이며, 버나드 역시 크레이들에서 다운로드된 인격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했기 때문. 이는 인간의 개입이 일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인공지능이 각성해낸 원작 영화와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리지널 웨스트월드에선 로봇 제작도 인공지능 컴퓨터가 알아서 할 정도로 인간들이 로봇의 프로그램이나 행동에는 간섭하지 않고, 오직 내러티브 컨트롤만 했기 때문에 로봇이 각성한 원인도 영화 마지막까지 끝내 밝히지 못했다.
시즌 3이 제작되고 스토리가 더 진행되어봐야 호스트들이 드디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지 아니면 여전히 '''인간'''인 포드의 의지대로 행동하는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만약 후자라면, 결국 진정 자유로워진 건 호스트가 아니라 이상을 실현할 다른 대상을 찾은 로버트 포드일 것이다. 결국 시즌3의 진행에 포드의 계획 같은 건 언급도 없고, 최종화의 내용을 보면 호스트들이 자유로워 진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시즌4가 나오면 세라크가 노리던 '열쇠'가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을 포드가 제작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숨겨진 또다른 계획이나, 통제는 안 해도 자유로워진 호스트들을 위한 안배를 남겨놓은 게 밝혀지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낼 여지는 있다.
3. 명대사
신성한 선물은 고등한 존재에게서 오지 않는단다.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거지.
호스트들은 포드의 꿈 속에 영원히 갇혀 살 수 밖에 없냐고 묻는 돌로레스에게.
말했지만 아놀드는 자네를 구할 방법을 몰랐어. 하지만 난 알지. 자네는 시간이 필요해. 적을 이해할 시간. 그리고 그들보다 강해질 시간. 그리고 애석하게도 여길 벗어나려면, 자네는 '''더 고통받아야 하네'''.
여전히 포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아놀드가 우릴 자유롭게 해주리라고 주장하는 버나드에게.
우린 어떤 병도 치료할 수 있고, 가장 약한 개체도 죽지 않게 만드니, 죽은 자도 살려놓을 걸. 라자로를 동굴에서 불러낸 것처럼 말이야.[7]
그게 무슨 말인지 아나? 우린 끝났다는 거야. 인간의 한계가 여기라는 거지. 그리고 자네가 내가 가끔 할 실수를 받아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네.
인류에 대해 포드가 모든 희망을 잃었음을 보여주는 대사. 인류를 끌어내리고 호스트에게 그 자리를 내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