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테이스티 사가)
1. 개요
[image]
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맥주.수명이 1만년 가까이 되는 맥주.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심지어 시를 지어 노래를 부를 정도. 하지만 너무 오래 살아온 탓에 행동과 말이 좀 웃기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다.
2. 초기 정보
3. 스킬[3]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여행의 시작
마스터는 장수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수많은 학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웃는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
난 그의 유작을 정리해 도서관에 보낸 후, 짐을 챙겨 여행길에 올랐다.
마스터는 내가 그를 대신해 계속해서 이 세계를 관찰하고 역사를 기록하길 부탁했다.
또한 내가 나만의 답을 찾기를 원했다.
수많은 산과 강을 보았고,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고대 도시와 휘황찬란한 신도시로 가보았다.
마음씨 좋은 인간과 식신의 도움도 받아보고, 슬픈 이야기도 들었으며, 아찔한 순간도 많이 경험했다.
순간순간이 감사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세계로 날 소환해준 나의 마스터, 그가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난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노래로 부르는 게 좋다.
아직 책을 읽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도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벚꽃섬으로 가던 어느 날, 난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어려 보이는 아이는 온 몸이 상처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몸을 일으켜 자신 앞에 있는 낙신과 맞서 싸우려 했다.
겨우 낙신의 포위를 뚫고 나온 아이가 다시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난 내 손에 쥐고 있던 보리로 아이와 함께 낙신을 물리쳤다.
전투가 끝나자 아이는 쓰러질 듯 몸을 휘청거렸다. 난 보다못해 두 손으로 아이를 들어 올렸다.
「...뭐 하는거야! 날 내버려 둬!」
이 정도 무게면 아이가 확실하다.
이런 조그만 아이를 보고 있으니 인생 선배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무서워하지 마. 널 집에 데려다 줄 거야. 참, 이름이 어떻게 되니?」
아이는 부끄러웠는지 시뻘게진 얼굴로 내 품에서 빠져나왔다.
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자기가 다 컸다는 걸 보여주려 하는 성향이 있다는 걸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녀석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하네 그래서 이름이 뭐니?」
내 말을 들은 아이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빠직하고 솟았다. 왜 저러는진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알아가야겠지.
「날 내려다보지 마! 그런 말투로 말하지도 말고! 난 어린 애가 아니야, 다시 또 그런 식으로 말했다간 혼날 줄 알아!」
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었다.
「그래그래, 넌 어린 애가 아니야. 그래서 집은 어디니? 내가 데려다 줄게, 이 길은 혼자 가기엔 너무 위험하거든...」
「...필요 없어, 나 혼자 갈거야. 아! 뭐하는 거야!? 이거 놓으라니까!」
이 아이는 나와 같은 식신으로 이름은 생굴이라고 한다. 왜 혼자 이런 먼 곳에 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결심했다.
마침 방향도 같고 이것 또한 인연이기도 하니까.
6.2. 2장. 요양
생굴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친구의 사숙으로 데려갔다.
「꽁치,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오랜만에 본 꽁치가 반가워,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꽁치는 늘 그랬던 것처럼 날 밀어냈다.
「내 친구가 다쳤는데, 잠깐 머물게 해줘.」
난 내가 너무 막무가내로 보이지 않게, 보따리에 있던 술을 건네줬다.
딱히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벚꽃을 보여 술을 아시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 때문에 늘 가지고 다닌다.
이런 착한 친구가 또 어딨겠어?
「따라와.」
꽁치는 못 이기는 척 우리를 사숙 안쪽으로 안내했다.
등에 업혀서 쿨쿨 자는 생굴을 방안에 눕힌 후, 난 전에 만났던 적이 있는 도라야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이야. 근데 넌 아직도 네 진심을 얘기 안 한 거야?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 무슨 헛소리야!」
도라야끼는 시뻘게진 얼굴로 내 손을 쳐내고 도망가버렸다.
어째서인지 옆에 있던 붕어빵과 사쿠라모찌는 애써 웃음을 참고 있었다.
흠... 내 말에 뭐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
꽁치의 학생들이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생굴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난 머무는 동안 아이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노래로 불러주었다.
생굴은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다.
녀석은 몰래 우리 쪽을 보며,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내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생굴 쪽을 보면, 바로 고개를 돌리고 딴청 부리기 일쑤다.
모른 척 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또 혼내준다고 할지도 모르니까.
난 내 노랫소리를 듣고 다가온 고양이를 다리에 올려놓고, 장든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문을 나서자, 방에서 누워있어야 할 생굴이 삼색 고양이 한 마리와 문에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역시 어린 애라니까.
사숙에 방이 부족해 나와 생굴은 한방을 쓰게 되었다.
대화하다 보니 생굴은 정말로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정확히 몇 살인지 까먹을 정도로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몇만 년이나 산 나에 비하면 애들이지 뭐.
생굴의 키를 보니 갑자기 걱정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키가 쑥쑥 클지 연구해 볼 테니까, 너무 자괴감 느끼지 마.」
「누가 그런 거 신경이나 쓴대!」
6.3. 3장. 둘이서 하는 여행
생굴의 부상이 거의 다 나았다.
나는 생굴과 함께 사숙 문 앞에서 꽁치와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생굴의 풍에 안겨 종종 잠을 이루던 삼색 고양이는 가지 말라는 듯 그의 부츠를 긁었다.
「널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네, 제대로 작별 인사해 줘.」
「...여러모로 귀찮게 하네.」
「하하하... 생굴, 너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이 녀석 엄청 좋아하잖아.」
「시끄러워!」
우리는 도리이 사숙을 떠나 둘만의 여행길에 올랐다.
알고 보면 생굴은 정말 착한 식신이다. 내가 노래하면 조용히 들어주고, 자고 있으면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열매라도 있으면 꼭 내게 건네줬다.
먹다 남은 거라고 말하면서 내게 주지만 사실은 자기 몫으로 남겨놓은 과일이 나한테 준 것보다 더 맛없고 덜 익었다.
「남기지 말고 모조리 먹으라고!」
「네 거는 너무 실 거 같은데, 내 거랑 바꿀래?」
「...너... 이 자식, 난 신 걸 좋아한단 말이야!」
혼자서 갔으면 길게 느껴졌을 여행이지만, 둘이서 다니니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네프라스트 영지에 도착했다.
어디를 가든, 항상 재밌는 소리들이 들려오기 마련이다.
「여기 이 망령이 깃든 왕관 한번 보고 가시죠! 왕관을 썼던 왕의 나라는 항상 망했었답니다!」
「와서 구경 좀 하고 가세요! 오래전에 멸망한 작은 나라의 공주가 죽기 전에 하고 있던 목걸이인데, 단돈 5000 골드 밖에 안 합니다!」
「고대 왕릉의 보물지도 팝니다!」
다 재밌어 보이는 걸?
구경 좀 해볼까 생각하던 찰나, 생굴이 내 옷깃을 붙잡고 날 그곳에서 끌고 나왔다.
「너 바보야? 저거 다 사기잖아!」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같은 건 없어!」
「그래도... 혹시...」
「혹시도 없어! 가자고!」
「하지만...」
「또 말대꾸하면 혼날 줄 알아!」
생굴은 다른 일은 몰라도, 골동품 상인을 볼 때면 항상 나에게 엄격하게 굴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헤어질 시간도 점점 가까워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생굴이 넋 놓고 한 성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았다.
「갈게.」
「그래, 조심해서 가!」
「...너, 너도. 조심해, 사기꾼한테 멍청하게 속지 말고.」
「킁... 그래.」
「대답은 잘하지. 밤에 밖에서 잘 땐 특히 더 조심해야 해, 요즘 낙신이 많이 나타나니까.」
「좋아!」
「간다.」
「응, 잘 가라!」
「잘가...」
그렇게 난 또 혼자만의 여행길에 올랐다.
달이 밝은 밤, 별 대신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 때가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었다.
「생굴, 이것 좀 봐! 아... 맞다.」
이제야 실감이 났다.
둘의 여행은 끝났지, 참.
그래도 괜찮다. 다음에 만날 때, 지금의 이 아름다운 풍경과 네가 겪지 못한 이야기들을 노래로 들려주면 되니까.
6.4. 4장. 재회
「그럼 전에 그 마을 사람들이 지진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분이었네?」
어향육사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최근 전당포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보여줬다. 그리고 흥미롭다는 듯 날 쳐다봤지만, 그날의 기억은 날 다시 한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나 혼자 한 건 아니야. 한 소녀가 나랑 같이 있었거든.」
「많은 사람을 구한 거 치고는 표정이 떨떠름한데?」
「그녀가 원하는 답을 찾았을지 모르겠어서...」
「다른 사람 걱정해 줄 줄도 알아? 그럼 넌?」
「나도 찾아보고 있어. 그녀가 원하는 답을...」
「자기가 직접 찾아야 의미가 있지.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흠...이 얘기는 그만하자. 카오야는 어딨어? 같이 술 한잔하고 싶은데.」
「담배 사러 갔으니 곧 돌아올 거야. 저녁에 촨촨샹 쪽 사람들이랑 식사할 건데, 같이 갈래?」
「좋지.」
난 어향육사와 죽연 미로를 걸어 나왔다. 밖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강력한 바람에 안개가 사라지고, 눈앞에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 둘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나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난 그 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 체 그 둘 사이에 섰다.
「어이, 카오야! 마라롱샤! 둘 다 있었구나, 정말 잘 됐다!」
당장이라도 끝장을 볼 것 같던 두 친구는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황급히 공격을 멈췄다.
급작스레 동작을 멈춘 두 사람은 모두 비틀거리다 넘어졌다.
「죽고 싶어!?」
「아, 맥주군요.」
극도로 다른 반응을 보였지만, 난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난 히죽거리며 두 사람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야~ 정말 오래간만이다! 너희 둘 다 서로를 좋게 보면서 왜 싸우려는 거야? 가자! 같이 술이나 마시자고.」
「누가 이딴 자식을 좋게 본다는 거야!」
「제가 이런 경박한 자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게 사이가 좋은 거야.」
예전과 변함없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났고, 그때부터 나는 더는 두 사람의 말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내 시선은 그동안 내가 가장 그리워하던 그 사람에게 머물렀다.
귀여운 얼굴을 항상 찌푸리고 다녔던 그 녀석은
그때와 변함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굴,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너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정말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