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포주
發泡酒
일본어 : 発泡酒(はっぽうしゅ)
1. 개요
일본에 존재하는 주류의 일종. 드라이 맥주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쯤 된다고 생각하면 빠르다. 원재료 중 맥아[1] 함량이 50% 이상에 곡류, 호프, 물 이외의 부재료는 법령에 지정된 것으로 맥아 대비 5% 이내로 첨가된 것에 한해 '맥주'(ビール)로 표기할 수 있으며 50% 미만은 발포주. 명칭의 한자를 보면 알겠지만 '''거품나는(發泡) 술(酒)'''이란 뜻으로, 맥아함량이 미달이니 맥주라 부를 수 없기에 붙인 이름이다. 단 맥아 또는 맥류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므로 샴페인 등의 스파클링 와인이나 탄산을 넣은 탄산주는 들어가지 않는다.
2. 상세
2018년 4월 개정 전에는 일본 주세법에서 맥주의 원재료는 물, 맥아, 쌀, 옥수수, 감자, 효모, 홉, 전분, 설탕, 캐러멜로 한정되었다. 이 기준 때문에 개성적인 맛을 위해 코리앤더 같은 독특한 부재료를 사용하는 벨지안 화이트 (대표적으로 호가든)나 트라피스트 에일 등의 유럽산 맥주가 일본내에서는 맥아함량과 무관하게 주세법상 발포주나 '기타 잡주'로 분류되었다. 코리앤더 씨, 오렌지필 같은 법으로 지정되지 않은 부재료가 들어가기 때문. '지비루'(地ビール)로 통칭되는 소형 양조장에서 나오는 개성파 상품 중에서도 첨가물 때문에 발포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2] 그것도 맥아 함량은 높아서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도 없었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맥아함량이 25% 이내로, 67%~100%인 맥주보다 매우 낮다. 이는 맥아 함량이 낮을 수록 주세가 싸기 때문이다. 그 대신 원가와 세금이 낮기 때문에 가격도 맥주에 비하면 제법 싸다. 대부분의 맥주가 오프라인 소매가로 200엔을 넘지만 발포주는 최소 20~30% 이상 싸며 반값 가까운 놈도 있다. 발포주도 시장이 커지고 20년 이상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이제는 맛도 많이 개선되고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맥주'라는 기준에서 보면 맛있는 맥주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본래 발포주는 일본의 주세법 때문에 생겨난 주종이다. 일본의 주세법상 맥주에 매겨지는 주세는 맥아함량에 따라 차등책정되는데, 이를 이용하여 1990년대 초부터 일본 맥주 회사들은 맥아 함량을 줄이고 부재료의 사용을 늘려서 세금(과 재료비)을 절감, 비슷한 이윤을 남기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발포주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였다. 원래는 세제상의 이점을 발판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상품이었으나 지금은 저렴한 가격 덕에 시장이 꽤 커져서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발포주가 시장에 나와있다. 상품의 종류가 오히려 맥주보다 더 다양할 정도. 최전성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맥주 시장의 1/3 이상을 발포주가 점유하기에 이르렀으나, 세제 개편과 하술할 제3의 맥주(신 장르)의 등장으로 인해 발포주의 점유율은 점점 하락세를 걷게 되었다.
2003년의 세제 개편에 따라 발포주의 세율이 올라가자, 한단계 더 다운그레이드한 '제3의 맥주'(第3のビール)라는 주종도 나왔다. 주세법상 존재하는 주종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부르는 명칭. 법으로는 그냥 '그 외의 양조주(발포성)'나 '리큐르(발포성)'다. 전자는 '''아예 맥아를 넣지 않고''' 대두단백이나 완두콩, 옥수수 같은 재료만 써서 제조한 황당한 물건이고, 후자는산토리의 '킨무기'처럼 발포주 베이스에 스피리츠[3] 와 같은 다른 주류를 섞은 물건이다. 이러나저러나 발포주보다도 맥아함량이 떨어지니 '''당연히 맛없다.''' 이쯤 되면 맥주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고 그냥 '''맥주맛 알콜음료'''. 제 3의 맥주라는 표현은 매스미디어 등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고, 맥주회사의 공식 광고나 제품표기 등에는 법률상 맥주가 아닌 이상 맥주라는 단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신 장르'(新ジャンル)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2008년에 신 장르(제 3의 맥주)가 발포주의 점유율을 넘어섰으며, 2010년대 전반의 점유율을 보면 대략 맥주가 50%, 발포주가 15%, 신 장르가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4월 1일 주세법이 개정되면서(일본 국세청 자료) 발포주 분류에 변경이 생겼다. 우선 맥주의 맥아 함량이 67%[4] 에서 50%로 낮아지고 과일, 향료 등의 첨가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과거 맥아 함량이 많음에도 첨가물 때문에 발포주로 분류되고 그것도 주세는 주세대로 냈던 벨지언 화이트 등이 정식으로 맥주 분류를 받게 된다. 덩달아 맥주와 발포주의 주세는 2020년 이후 인하 예정이며, 반대로 '신 장르'는 2023년 이후 발포주로 편입되고 맥아 25% 이하 발포주와 같은 주세가 부과될 예정이다.[5] 이 경우 신 장르의 수요가 대거 발포주로 이전되겠으나, 아예 제대로 된 맥주로 그대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3. 해외의 경우
한국 맥주도 일본 기준으로는 발포주 수준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제법 있는데, 카스나 하이트 같이 한국에서 대표적인 맥주는 일본에서도 맥주로 불릴 수준의 맥아함량을 갖추고 있다.[6] 다만 실제 한국 제품이 그대로 판매되는 건 맥주로 분류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발포주나 리큐르 분류되는 제품이 일본 오리지널 혹은 유통업체에 PB 납품되는 식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라쿠텐 사이트의 한국산 맥주 카테고리를 보면 카스와 하이트 빼고는 한국에서 접하기가 어렵고, 이 둘 빼곤 맥주(ビール)라고 불리지도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통업체가 한국 메이커에 발포주, 리큐르 스펙의 제품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일본의 발포주가 미국 등지에서 'low malts beer'라는 이름으로 수입되어 꽤 인기리에 팔린다고도 한다. 애초에 미국이 부가물 라거의 본산이라 어느 정도 맥락이 통하는 발포주도 먹히는 모양.
한국에서도 뜬금없이 2017년 4월, 하이트진로가 최초로 발포주를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제품명은 필라이트. 한국엔 주세법상 '발포주' 분류가 없고 기타주류에 해당한다.[7] 어쨌거나 출고가 자체가 싸고 주세법상 기타 주류로 분류되어 주세는 30%를 적용받는다고 한다. 출고가가 기존 하이트 대비 58%인데다 주세도 반 이하인 30%(당시 맥주의 주세는 72%)밖에 적용받지 않으니 가격경쟁력은 확보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다. 주세법상 발포주 분류는 없지만 원가절감과 주세법상의 틈새를 이용해 가성비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발포주와 동일한 컨셉트의 제품인 건 틀림없다.
그리고 2019년 2월, OB맥주또한 제품명 필굿이라는 이름으로 발포주를 발매하였다.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를 대놓고 의식한 듯한 작명센스를 발휘하고 있으며, 캔 상단 부분에 HAPPOSHU라고 적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1] 한국 법령의 용어는 엿기름. 흔히 오해하기 쉬우나 맥아에는 밀맥아를 포함한다. 또한 발아하지 않은 보리, 밀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2] 보너스로 제조 면허의 시설 기준이 맥주는 60kL, 발포주는 6kL이다. 맥주의 시설 기준은 시가로 환산하면 3~4천만엔 정도로, 부업 삼아 시작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3] 럼 같은 증류주를 가리키지만 제3의 맥주에 들어가는 스피리츠는 밀가루 같은 것으로 빚는 싸구려가 많다.[4] 정확히는 쌀, 전분 등을 맥아의 1/2 이하. [5] 맥주의 주세는 현재 L당 220엔에서 2020년 200엔, 2026년 155엔으로 내리는 반면 맥아함량 25~50%의 발포주는 178엔에서 2023년부터 155엔으로 고정, 신 장르는 현 80엔에서 2020년 108엔, 2023년 134.25엔으로 올라 주세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6] 일본 법에서 따지는 건 어디까지나 원료 중 맥아의 비율이고, 당연히 하이 그래비티 공법 등은 신경쓰지 않는다.[7] 단, 일본 주세법에 의하면 소량의 맥아와 보리를 원료로 하는 필라이트는 발포주의 정의에 부합한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도 상품 컨셉트를 따왔을 뿐더러, 한국 법에 없다고 괜시리 잡술 취급하느니 이미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발포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