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에츠무하나
1. 개요
末摘花
겐지모노가타리의 등장인물.
설정상 헤이안 시대 친왕인 히타치 친왕(常陸の宮)의 딸이기 때문에 여왕(女王)의 신분으로 보인다. 스에츠무하나 후일담인 요모기우에서는 히타치 친왕 댁 아씨(常陸の宮の君)로도 나온다.
2. 행적
2.1. 신비주의
「스에츠무하나」 편의 히로인.
본래는 히타치 친왕의 늦둥이 딸로 고귀한 신분에 거문고를 잘 탄다고 하여 미녀로 소문이 난 아가씨로 매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으며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겐지와 토노츄조는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결국 시녀를 잘 구슬린 히카루 겐지가 아가씨의 침소에 숨어들게 된다.
이때까지는 유가오의 뒤를 이은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2.2. 반전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그 실체는 거문고 연주 이외에는 유행이나 풍류라곤 모르는 고지식한 모습과 더불어 엄청나게 소심한 성격의 아가씨. 너무 낮을 많이 가리는 바람에 겐지가 뭐라고 말을 해도 대답도 못하고, 편지를 받아도 부끄럼을 너무 많이 타서 늙은 시녀들이 조언하고 시키는 대로 동문서답의 시를 답장으로 써서 보냈다(...). 거기다 그 늙은 시녀들 패션부터가 옛날 그림에서나 볼 듯한 중국풍에다가, 아버지 히타치 친왕의 취향을 따라 집안 가재도구도 거의 골동품 수준이라고 겐지가 언급한다. 이를 초반부에 작가가 교묘히 서술트릭으로 숨겼다 반전을 준 것.
작중에서 스에츠무하나의 외모는 곱고 긴 흑발을 제외하면 코가 길고 끝이 빨간, 즉 딸기코[1] 의 엄청난 추녀. 작중 언급되는 묘사에 따르면, 긴 딸기코와 더불어 이마가 넓다고 한다(...). 하지만 '키가 크고 마르고 지나치게 흰 피부에 높은 코'라고 묘사와 붉은 코, 넓은 이마를 볼 때 서양인같은 외모였던 걸지도 모른다.
헤이안 시대에서 저런 지나치게 오래된 취향의 재주와 추한 외모는 매우 박한 대우를 받았다. 그 때문에 자동으로 개그 캐릭터가 된 것.
2.3. 후일담
겐지는 스에츠무하나를 아내로 들이지는 않았지만, 외모가 너무 추하고 생계도 어려운 모습을 보자 오히려 동정심이 들어서(...) 겐지가 생계 지원을 해 주게 된다. 스마 퇴거와 복귀 과정을 거치면서 완전히 잊혀져 생활이 매우 궁핍해지게 된다. 귀족들 중 골동품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 찾아와 가재 도구를 사주겠다는 권유도 받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동시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인지라 팔지 않았다.
그러다 지방관의 아내가 된 이모는 옷을 던져주면서 황녀 의식은 내버리고 지방관 후처나 되어버리면 못 먹고 살지는 않는다 핍박한다. 결국 식솔들까지 거의 반강제로 떠나버리고, 늙은 하녀 한 명만 남아 굶어죽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몰렸지만 수 년 동안 끝까지 겐지를 믿고 기다린다. 그러던 도중 우연히 겐지가 그녀의 집 문 앞을 지나면서 꽃향기를 맡고는 10년 전 만남이 있던 스에츠무하나를 떠올리게 되고, 더더욱 낡은 집에 들어간 겐지는 하녀를 통해 사정을 들은 뒤 스에츠무하나를 만난다.
이 때 입고 입고 있던 옷이 너무 낡았기에 스에츠무하나는 평소에는 거뜰어보지도 않던 이모가 던져준 옷으로 갈아입고 겐지와 대면하는데, 이 옷은 스에츠무하나가 거부해서 한동안 향이 있던 궤짝에다 넣어둔 덕분에 향이 배어들어서 겐지는 스에츠무하나가 오랜만에 봤더니 이전보다 보기 좋다고 평하고 동정심도 들어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이 향은 히타치 친왕의 유품 중 하나로, 작중에서 스에츠무하나의 물건들이 죄다 구닥다리 취급당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일단 하나치루사토가 여주인을 맡고 있던 니조히가시노인으로 데려다놓고, 로쿠조노인 개축이 끝난 뒤 육조원으로 옮겨가 겐지의 비호를 받아 살게 된다. 원래 겐지는 니조히가시노인에서 여자들을 살게 하려고 했고 하나치루사토를 니조히가시노인의 여주인으로 삼았으나 계절 건물의 개축이 끝나자 옮겨서 영화를 표현하게 된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 나오는 스에츠무하나는 처음 나왔을 때의 개그 캐릭터가 아니라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긍지와 신뢰로 버텨나가는 고고한 황녀의 모습으로 나온다. 추한 외모도 이모가 잠깐 조롱하는 것으로만 표현될 뿐 부각되지 않으며 고귀한 신분이 계속 강조된다. 그런 점에서 전편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2차 반전을 준다.
2.4. 평온한 여생
육조원으로 온 뒤 스에츠무하나는 생활의 안정을 찾게 되는데 겐지는 어디까지나 보살펴준다는 느낌일 뿐 여전히 받은 시가 나라시대나 헤이안 초기의 와카에서나 볼 법한 너무 오래된 양식이라 무라사키노우에나 타마카즈라에게 뒷담까는 등 마음에 안 드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마카즈라에게 신년 기념으로 모두에게 보낼 쥬니히토에를 보여줄 당시 스에츠무하나의 취향에 맞게 고풍스러운 색과 무늬도 지정해준 걸 볼 때 집주인으로서 거주자에게 신경은 써주고 있는 사이다.[2]
3. 기타
겐지모노가타리 정편의 개그 캐릭터 중 한 명이다. 작중에는 볼품없고 추하다는 이유로 박한 대우를 받지만 사실 마냥 나쁜 사람도 아니다. 또 스에츠무하나의 이야기는 당시 시대에서 아무리 신분이 고귀하더라도 마땅한 후견인이 없거나 잊혀진 여자들이 어떠한 비참한 신세에 놓이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1961년에 제작된 영화인 신 겐지이야기(新源氏物語)에서는 원작과는 다르게 딸기코 추녀가 아닌 평범한 인상의 아가씨로 등장한다. 비파를 타는 고풍스런 취향을 가진 것을 제외하면 겐지의 물음에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또박또박 응답하는 건 물론, 먼저 다가가 자신은 히카루 겐지라는 물고기를 요리한다는 시적인 비유까지 해가며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는 직접 밥까지 해서 겐지와 코레미츠에게 대접한다.
[1] 겐지가 붙여준 별명인 스에츠무하나는 원래 베니바나(紅花), 즉 잇꽃이라는 뜻으로 붉은 코를 뜻하는 베니바나(紅鼻)와 음이 같다.[2] 참고로 스에츠무하나가 보답으로 보낸 선물은 형식에 맞는, 속에 받쳐입기는 좀 뭣한 노란색 겹옷과 소매부리가 까맣게(...) 변색된 단벌옷이었다(...) 겐지가 언짢아하는 것을 눈치챈 스에츠무하나의 심부름꾼이 슬며시 나갈 정도로 고전적인 취향은 여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