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시만드로스
'''Ἀναξίμανδρος'''(BC 610 ~ BC 546)
밀레투스학파의 자연 철학자 중 한 명이다. 비슷한 이름으로 아낙시만드로스의 친구이자 제자인 아낙시메네스, 클라조메나이 출신의 철학자 아낙사고라스가 있다.
기원전 610년, 지금의 터키와 그리스의 일부인 이오니아의 밀레토스에서 태어났으며, 최초의 철학자 중 한명이라고 불리우는 탈레스에게 수학했다.
그러나 만물의 근원을 놓고 탈레스와 주장이 갈렸는데, 이것이 그의 아페이론(ἄπειρον)이다. 탈레스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여긴 반면, 아낙시만드로스는 실체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사라지지 않고 무한히 운동하는 물질인 아페이론에 의해 생긴다고 생각했다. 먼저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이 대립하고 여기서 물, 불, 흙, 바람이 생긴다고 여겼다. 그리고 이 물, 불, 흙, 바람에서 여러 사물들이 생겨나지만 '시간의 질서'[1] 에 따라 다시 아페이론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또한 아낙시만드로스는 최초로 우주론을 설계하고 제시한 사람으로 여거진다. 지구가 물 위에 떠 있다는 탈레스와는 달리 아낙시만드로스에 따르면 지구는 평형을 통해서 그 위치를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즉, 지구가 공간상에서 중심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굳이 어느 다른 한 방향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어서[2] 그 자리(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또 지구가 원통형의 구조물이라고 생각했고, 별, 달, 해의 순서로 지구에 가까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와 같은 천체들은 원통형의 지구를 둘러싼 커다란 수레바퀴 모양을 한, 불로 채워진 구조물에 난 구멍을 통해 보이는 빛이라고 설명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철학적 주장이 철학의 발전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우주 전체의 질서, 즉 코스모스라는 개념을 철학적으로 도입한데에 있다. 아낙시만드로스 이전 및 동시대 그리스인들이 변덕스러운 신들의 기분에 따른 세계관을 바탕으로 둔 데에 비해 아낙시만드로스는 이성과 질서에 의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따라서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 할 수 있는, 우주관을 확립했고, 이는 이후의 자연철학자들의 우주관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최초의 철학책인 《자연에 대하여》를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으나,[3] 출판하지 않았으며 현대에 전해져 있지 않다. 또한 최초로 인간의 기원을 물고기에서 찾아내었으며, 최초의 해시계인 그나몬과 최초의 세계지도를 고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웹툰 아이소포스#s-2에서도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탈레스가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구해낸 아기로 등장한다. 실제 역사에서 아낙시만드로스가 탈레스의 제자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매우 극적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중국이 예수회 선교사가 알려주기 전에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말처럼 하늘이 둥글고 땅이 네모나다는 개념에 너무 몰두하여 땅이 둥글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서 '''중국에는 아낙시만드로스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아낙시만드로스가 '''스승(탈레스)의 권위에 도전하여''' 스승이 내놓은 주장을 '''비판하고 검증하며 의문을 가진''' 최초의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1] 이 시간의 질서에 대해 논란이 많다. 우선 시간이 물리적 시간인지, 아니면 역사적 시간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고, 질서에 대해서도 그가 질서를 어떻게 이해했는가도 논란이 있다. 물론 그가 남긴 저서는 하나도 없으므로 정확하게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기는 힘들다. 다만 심플리키오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 주석'에 단편으로서 언급되어 있기는 하다.[2] 이러한 사고는 중세 장 뷔리당의 인가의 자유의지와 관련된 사고실험인 '뷔리당의 당나귀'와 라이프니츠의 '충족이유율의 원리'의 사고와 같다.[3] 이후 많은 철학자들이 그들의 저서 제목을 자연에 대하여로 지었다. 즉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저술해 보겠다는 뜻이다. 한편 소피스트 시대에 이르러서는 자연에 대하여 - 무에 대하여 - 라는 제목의 책이 저술되었다. 만물의 가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뜻으로 비꼬는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