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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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네 산맥 중부의 내륙 지역에 있는 스페인의 자치 지역이다. 사라고사, 우에스카, 테루엘 3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인구의 대부분은 사라고사 주에 거주하고 있다. 스페인 본토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주도는 사라고사다. 지대는 상당히 험한 편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피레네 산맥에서 내려오는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고지 아라곤 일대(현재의 우에스카 일원)는 아라곤 왕국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같은 아라곤 연합 왕국의 일원이었던 카탈루냐, 발렌시아와는 차별되는 특색이 있다.
  • 언어적으로는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는 카탈루냐 지방과 그 방언을 사용하는 발렌시아 지방과는 달리 아라곤어라는 독자 언어를 사용한다. 이 언어는 바스크어 영향을 받아 피레네 산맥 중부 내륙 지방에서 사용되던 언어로써 카스티야어와도 훗날 영향을 받아 유사점이 발생한 언어로 아라곤의 융성과 더불어 언중이 크게 확대되었지만 현재는 그 세가 많이 줄어 아라곤 지방에서도 3만명 가량이 사용한다.
  • 정치적으로는 독립파가 상당한 세력을 차지하는 카탈루냐와는 달리 발렌시아처럼 자치권 확대 정도만을 주장할 뿐 독립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있다. 독립파는 상당한 소수다.
  • 해양성 기후인 카탈루냐, 발렌시아와는 달리 피레네 산맥 한 가운데 있는 만큼 대륙성 고산 기후를 띄고 있다.
  • 경제적으로는 관광업과 금융업 중심인 카탈루냐, 관광업과 농업 중심인 발렌시아와는 다르게 제조업이 중심이 되는 지역이다. 산악 지역임에도 경제력이 탄탄한 지역으로 북부 지역에서는 산악 지형을 살린 광업과 수력 발전을, 중남부 지역에는 오펠로 대표되는 자동차 제조업과 전기 전자 산업이 발달해 있다.
  • 스포츠에서는 FC 바르셀로나, RCD 에스파뇰 같은 강력한 팀에 지로나 FC 같은 준수한 팀이 있는 카탈루냐, 발렌시아 CF, 비야레알 CF, 레반테 UD, 엘체 CF, 에르쿨레스 같은 유수의 팀의 거점인 발렌시아와는 달리 지역을 대표하는 한 때 라리가 생존왕 레알 사라고사가 리가 아델란테를 전전하는 등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D 우에스카나 테루엘 같은 팀도 있지만 우에스카는 2부 리그와 3부 리그를 전전하다가 사상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진출, 2018-2019 라리가에서 뛰게 되었다. 테루엘은 3부리그 조차도 몇 년 버티지 못하고 4부 리그로 떨어지기 일쑤인 팀이라 사라고사의 분전이 절실한 상황.
특유의 산지 지형은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깊어 이베리아 반도 전쟁에서 사라고사 공성전 같은 대프랑스 항전의 중심지였기도 했고 스페인 내전 당시 카탈루냐를 차지하고 사라고사까지 함락시켜 아스투리아스-칸타브리아-바스크 지방 사이 공화파 점령지였던 북부 전선과 연계하려고 했던 아나키스트 CNT의 연맹 민병대 중심 공화파의 치열한 공세와 이것을 막기 위한 국민군 진영의 혈전이 벌어지기도 했고 공화파 최후의 대규모 공세였던 에브로 공세의 중심지기도 했다. 기후도 겨울이 일찍 찾아 오는 산지에 한번 비가 오면 한기가 빠지지 않는 지형이라 스페인 내전 당시 테루엘, 에브로 전투와 같이 아라곤 산지를 중심으로 치루어진 전투 수기들을 읽어 보면 '''누더기짝 담요 하나 같이 덮고 있다 아침 서리에 얼어 죽은 전우들''' 같은 내용도 많다.
그 이전 이베리아 반도 전쟁 당시 1, 2차 사라고사 공방전은 호세 팔라폭스 장군의 지휘 아래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 10만명의 시민들이 함락 이후로는 1만 2천명으로 줄었을 만큼 피튀기는 항전을 하면서 길목마다 건물마다 싸워서 프랑스군에게 1만 5천명에 가까운 희생을 강요해 결국 남은 방어자들이 도시에서 물러나고 도시는 약탈을 면하는 조건부 항전을 받은 바 있는 치열한 전투였다. 훗날 소설가 베니토 갈도스는 스페인 근대사를 다룬 연작인 에피소디오스 나시오날레스에서 '''도시가 가루가 되어도, 그 역사적 건물들이 벽돌 단위로 무너져도, 수백개의 성당들이 무너져도 사라고사는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1]라고 썼는데 당시 스페인인들의 심금을 울린 명문이 되었다. 반대편 프랑스에서도 소설가 빅토르 위고레미제라블에서 부르봉 왕정 복고 이후 프랑스군이 스페인 내 자유주의자들에게 맞서 보수파인 페르난도 7세의 왕정을 수호한다고 파견한 성 루이의 십만 아들들이라는 이름의 간섭군이 사라고사를 넘는 대목에서[2] '''이 와중 십몇년전 이 도시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항전을 기억했던 노병들은 그때와 대비되는 수비자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며 '팔라폭스'라는 이름을 한숨으로 되뇌겼다'''라고 묘사한 바 있다.
스페인이 낳은 거장 루이스 부뉴엘이 이 지역 시골 출신이다. 부뉴엘은 공화파였으며, 자유의 환상에서 대놓고 이베리아 반도 전쟁를 언급하기도 했다.


[1] 원문: Zaragoza no se rinde. La reducirán a polvo: de sus históricas casas no quedará ladrillo sobre ladrillo; caerán sus cien templos; su suelo abrirase vomitando llamas; y lanzados al aire los cimientos, caerán las tejas al fondo de los pozos; pero entre los escombros y entre los muertos habrá siempre una lengua viva para decir que Zaragoza no se rinde.”[2] 레미제라블이라는 책의 반 가까이가 본래 스토리와 전혀 상관 없는 동시대 프랑스, 유럽 정계, 사상, 사회에 대한 위고 본인의 독백과 평론이다. 게다가 이런 줄거리와는 전혀 무관한 평론들이 귀찮으면서도 또 재미있는 것이 원서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