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야마 카이이치로

 

철냄비 짱!의 등장인물로 별명은 '중화요리의 패왕.'[1] 남주인공인 아키야마 짱의 친할아버지이자 요리 스승이다. 더불어 짱이 성격 파탄자가 된 가장 큰 이유이자, 요리 철학이 '요리는 승부다'가 되게 만든 일등 공신.
요리에 대해서 광적이라고 할 정도로 치밀한 장인정신과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실력을 지니고 있는 요리사. 고반초 무츠쥬와는 절친한 친구[2]이자 둘도 없는 라이벌 사이로 젊었을 적에는 중국 대륙을 여행하면서 우연히 일본군 장교의 행패를 목격하고는 무츠쥬와 합심해서 그 장교를 엿먹인 적도 있었다.[3] 그런데 그 장교가 바로 '''오타니 니치도의 아버지''' 오타니 게츠도우였다. 그때 어린 니치도도 같이 엿먹었다. 그래서 짱을 처음 만났을 때 화를 내던 니치도가 '아키야마'라는 성을 듣자 금새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4]
젊어서부터 요리사로 꽤나 유명했지만 항상 이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작중 백란왕과 대결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카이이치로와 무츠쥬가 힘을 합치고도 만두 빚기 속도 대결에서 백란왕과 무승부가 났다. 즉 1대1로 싸웠다면 졌을 것. 그나마도 백란왕이 맛으로 하면 둘이 질 게 뻔하다고 일부러 속도와 개수로 평가하기로 한 거였다. 그리고 카이이치로는 이 때 백란왕이 썼던 기술을 습득, 개선하여 카이이치로 진화판이라는 이름으로 아키야마 짱에게 가르쳐줬다. 그리고 짱은 이걸 한 단계 더 발전시켜서 리쿠 가의 백란왕 후보 중 하나를 방법해버린다. 물론 짱이 이 기술의 출처를 물었을 때는 자존심 때문에 애꿎은 짱한테 화만 냈었다. 그래도 백란왕 정도를 제외하고는 라이벌 무츠쥬와 함께 중화요리계의 정점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건 확실하다.
그러나 너무나도 과격한 행보 때문에 업계에서 배척당했고, 설상가상으로 암까지 얻어서 결국 행방을 감추고 말았다. 이후 군마현의 산속에서 손자인 짱에게 혹독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교육'''을 실시해 라이벌인 무츠쥬를 무찌를 자객인 요리사로 키워낸다.
이때 짱에게 실시한 교육을 보면, 사실상 말이 교육이지 교육을 빙자한 극기 훈련, 즉 아동 학대나 다를 바 없는 짓을 행하며 애를 잡다시피 강제적으로 기술을 가르쳤다. 그의 요리 교육이라는 건 조금이라도 요리를 잘 하지 못하면 지팡이로 애를 두들겨 패고, 철저하게 온몸으로 요리를 익혀야만 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부인이자 짱의 할머니인 밍후이가 카이이치로가 키워서 짱이 저 따위로 컸다고 할 정도.
일단 냄비를 쥐고 제대로 흔들지 못하면 손발을 다 동원해 어린 애를 줘패는 것은 예사고, 계란찜을 찔 때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주의가 흐트러지자 언제까지 찜통을 내버려 둘 꺼냐면서 지팡이로 어린 아키야마를 뜨거운 찜통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들이밀기도 하고, 특정한 술과 같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져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두리안의 부작용을 '''선심을 쓰듯이 먹여서 온 몸으로 배우게''' 해주었다. 심지어 생선 찜의 요령을 가르칠 때는 다 찐 생선에 '''손을 집어넣어 화상을 입게 하면서''' 얼마나 익혀야 하는지 가르쳤다. 그것도 몇 번 하면서 오른손 화상이 심해지자 '이번엔 왼손' 하면서 왼손을 집어넣는다(...).[5] 아무리 봐도 아동 학대와 다를 바 없는 짓을 저지른 셈.
물론 무조건 쥐잡듯 학대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강제로 시켜서 배울 수 없는 기술이라는 도삭면을 스스로 연습하는 짱을 발견했을 때엔 조언을 아끼지 않는가 하면,[6] 무언가 가르칠 땐 잘못한 점을 제대로 지적해주며 요리 철학 강의와 함께 시범을 보이는 모습 또한 보여주었다. 그리고 저 생선찜에 손을 넣는다든가 하는 몸을 아끼지 않는 방식도 그저 짱에게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그런 자세를 보인다. 한참 요리중이던 찜통이 쓰러지려 하자 양손에 화상을 입는 것을 마다않고 그대로 붙잡아서 다시 올려두며 요리사에겐 오직 요리가 제일이라고 말하는 모습도 나온다. 그 결과 짱은 할아버지의 학대로 입은 흉터를 가문의 긍지(...)로 여기며 뼛속까지 요리사가 되어버린 듯.
하지만 확실히 제대로 된 교육법은 아니다. 짱은 요리사가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요리사가 되기로 한 게 아니라 어느날 눈을 떠보니 요리사가 돼 있었다'고 답하는데, 이걸 좀 비틀어서 보면 '''어릴 때 최고의 요리사가 되어야 된다고 강요당하며 학대당한 끝에 제대로 된 판단도 없이 강제로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었고, 나중에 그걸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고 자기합리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밤중에 혼자서 도삭면 연습을 하는 등 짱 스스로 전혀 요리사가 되고 싶지 않아 한 건 아니긴 한데, 이것도 이미 그 동안의 교육 때문에 요리사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게 이미 세뇌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어서 은근히 찝찝하다. 작중 초반 짱이 오코노기 타카오와 둘이 캠핑을 갔을 때 "왜 요리사가 되었냐?"라는 오코노기의 질문에 짱의 대답도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다. 눈을 떠보니 요리사가 되어 있었다."였다.

'''"요리는 마법이다! 요리사는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마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

그가 짱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아키야마 요리의 덕목이다. 이 때 조리 과정만 5일이 걸린다는 말린 사슴 힘줄 요리, 혼샤오르칭을 아키야마의 요리라면 1시간 만에 만들 수 있다며 시범을 보여주는데, 이 때 거의 광기에 사로잡힌 철학 강의는 명장면에 가까울 정도. 그런데 시작이 사슴 힘줄을 폐유에 10일간 재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론 연출상 이미 폐유에 담궈둔 사슴 힘줄을 꺼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7]
하여간 자기 철학 말마따나 자신만의 마력으로 짱을 사로잡은 결과(...) 짱을 자신의 대를 이어갈 요리사로 키워냈지만, 앞서 말한 사건에서 손자가 자신이 만든 혼샤오르칭을 먹고 맛이 없다고 하자 소금을 한 움큼 입에 넣어보고 자신이 맛을 못 느끼게 됐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이후 짱에게 심부름을 빙자해 유산과 유언장을 맡기고 내보낸 다음 무츠쥬한테 전화로 너를 쓰러뜨릴 자객을 보냈다 고 한 뒤 스스로 집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서 사망한다.[8] 온 몸이 불타면서 껄껄대는 걸 보면 이게 요리 만화인가 무협 만화인가 싶다(...).
그의 유언은 '''"맛을 느낄 수 없는 요리사는 살 가치가 없다."''', '''"자네와의 승부는 저 세상에서 가리자구!"'''[9] 짱은 뒤늦게 돌아와서 불타는 집을 보고는 울면서 '겁쟁이'라고 외치며 오열한다.[10]

[1] 라이벌인 고반초 무츠쥬는 '중화요리의 제왕.' 왕도와 패도의 차이일 듯 싶다. 왕도인 무츠쥬는 자신의 가게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유명세를 널리 퍼뜨린 반면 카이이치로는 남들을 찾아다니면서 승부를 걸어 이겨대며 유명해졌기 때문.[2] 아키야마 짱이랑 고반초 키리코는 라이벌이고 매번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젊을 적 카이이치로랑 무츠쥬는 그냥 친한 친구 정도고 죽이 잘 맞는 것처럼 나온다. [3] 일본군이 식량을 무지막지하게 수탈하는 바람에 식당에서 더 이상 식재가 없다고 하자 망연자실하다가 일본군 장교가 행패 부리는 걸 보더니, '''최고의 중화요리사가 되겠다는 자신들의 꿈을 짓밟았다며''' 체온을 엄청 낮추는 음식을 먹여 일본군을 죄다 쓰러지게 만들고 그 사이에 마적단이 와서 일본군의 물자를 싹싹 털어가게 했다. 뭐 저게 동기라고 하긴 했지만 완전히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고 어느 정도 선의는 있었던 듯 하다. 아키야마 짱도 그렇고 악랄하게 나오긴 하지만 완전히 악인은 아니기 때문.[4] 이때 도와준 조그마한 여자 마적 두목이 밍후이로, '''짱의 할머니'''다. 즉 그 사건 이후 둘이서 성관계했다는 이야기(...). 근데 이 시점에서 나이가 각각 18살, 13살(...)이므로 결혼한 건 먼 후일 이야기일 듯. 밍후이는 철냄비 짱 마지막 권에서 무츠쥬의 장례식에 나타나, 짱과 키리코를 중국으로 데려간다.[5] 사실 이 시점에서 짱이 생선찜을 완성시켰기 때문에 '실패작'을 맛본 오른손과 달리 '성공작'의 감각을 새기기 위해 집어넣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해도 심한 짓인건 마찬가지고 뭐가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6] 작 중 유일하게 짱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훈련하는 것도 모자라 밤에 몰래 어려운 기술을 연습하는 짱이 대견한 듯한 표정으로, 별다른 질책도 없이 '이것만큼은 내가 아무리 때리고 닦달해도 배워지는 게 아니다'고 하며 설명만 해준다. 그래서인지 짱이 마지막 무츠쥬와 마지막 대결을 할 때도 자신은 도삭면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한다. 키리코와 셀렌느에 패배한 기억 때문이 제일 크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할아버지에 배운 기술이 졌다는 점도 화가 난 듯.[7] 단 확실히 간단한 방법이긴 하다. 저 5일 걸린다는 방식은 끓는 물에 넣었다가 또 다음날은 이것저것 넣고 또 삶고 하는 걸 5일간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요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아키야마의 방식은 일단 10일 간은 그냥 담궈놓기만 하면 되니 훨씬 간단하다. [8] 이후 약사의 말을 들어보면 암 환자들이나 먹는 모르핀 계통의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데,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아 뇌종양이나 전신에 퍼진 암이었던 듯. 하여튼 겉으로는 정정해보이지만 원래 시한부였을 가능성이 높다.[9] 짱도 이 때 받은 충격이 컸었는지 무츠쥬를 도발할 때 미각이 둔해졌을 거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 말을 들은 무츠쥬는 평소에 어지간한 도발에도 끄떡 않던 것과 달리 깊은 빡침을 느껴 표정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요리사 중엔 나이가 들면서 미각이 둔해지거나 그렇게 느껴지는 것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10] 비록 비정하고 막장스러운 인물이지만 부모가 없는 짱에게는 밍후이 할머니와 함께 남아있는 유이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는데다 ''''자신이 더 이상 요리사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비관한 자살'''이기 때문에 상당히 아스트랄한 스토리들 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에피소드이자 짱에게는 가장 슬픈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