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술
1. 개요
일부 전통주에 붙은 별명으로, 한번 마시기 시작하고나면 앉은뱅이처럼 자리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술을 뜻한다.
말 자체는 꽤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의 민속주인 한산소곡주의 별명으로 잘 알려져있다. 한산소곡주를 소개하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서울로 가던 선비가 한 번 손댔다가 주야장천 마셔대서 과거시험을 못 봤다거나, 집 털러 들어온 도둑이 손댔다가 술맛에 취해 주저앉았다든가, 어떤 전래로는 손님에게 이 술을 대접했다가 술맛이 좋아서 안 떠나고 진짜 앉은뱅이가 됐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일화들은 후세에 한산소곡주의 홍보를 위해 술작된 일종의 썰에 가깝다.[1] 그래도 앉은뱅이 술이라고 불리는 술을 한번 맛보고 나면 정말로 발생할 수 있을 법한 사례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이니, 너무 따지진 말자.
2. 특징
도수 15도 이상으로 알코올 함량이 어느정도 되면서도 알코올의 쓴맛과 쓴내가 거의 없고 맛과 향이 식혜나 곡차처럼 좋으며 혀와 목에 부담이 없기에 알코올의 쓴맛을 잘 못견디는 사람도 조금씩 홀짝이거나 쩝쩝거리면서 마실 수 있다. 레이디 킬러 칵테일과 개념이 비슷한데, 이쪽은 섞지않은 그냥 술이라는게 다르다. 당연히 도수가 낮은 과일소주나 KGB는 해당이 안되며[2] , 알코올의 쓴맛이 상당히 가려지는 스위트 와인이나 가당주 계열도 이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3] 섞지않은 술 하나로 KGB의 맛과 참이슬의 도수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데 이게 쉬울 리가 없다.
3. 효과
도수는 소주인데 소주처럼 혀와 목에 알코올이 들어간다고 경보를 울려주질 않기 때문에 술술 들어가며 마시는 사람에게도 술이라기보다는 향이 신비로운 맛난 음료를 마시는 느낌이다. 소주처럼 취기가 바로 확 올라오는 것도 아니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결국은 소주의 도수를 가진 막걸리를 맥주처럼 갈증난다고 한모금 두모금 계속 들이키는 꼴이라서, 취기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올라가며 한번 취하면 취기가 잘 가라앉지 않아서 취해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먹다가 자리를 옮길 때 쯤 되면 일어나려다 도로 주저앉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4. 마실 때의 주의점
상술한 연유로, 술에 약한 사람은 공석에서는 웬만하면 입에 대지 않는 게 상책이며 술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소주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입에서 땡긴다고 음료마냥 한모금 두모금 넘기다가 몇 병을 비우는 단계까지 갔다면 당신은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있다.
5. 기타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나오는 술인 아르히에 대해서도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 케이건 드라카의 말로는 '자리에 앉을 땐 어린 소녀도 마실 수 있는 술이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땐 판막음 장사[4] 의 다리도 잡아챈다'라고 한다. 멋모르고 아르히를 과음한 티나한과 비형은 완전히 인사불성이 됐다.
현대에는 전통주에서 말하는 의미인 '''맛이 너무 좋아 자리에서 뜰 수 없는 술'''이 아니라 '''쉽게 마실 수 있고 쉽게 취하는 술'''이라는 뜻으로 변용됐다.
특히 여성들도 쉽게 마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업주라 불리며 흑심을 품은 남성들에 의해 '''애용'''되기도 한다(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많다).
[1] 그렇다고 해도 현대에 창작한 이야기는 아니고, 꽤 옛날부터 전해지던 설화인 것 같다. 서천과 그 근방 마을의 노인분들에게 여쭤보면 앉은뱅이 술에 얽힌 이야기(도둑이 손댔다가 주저앉았다거나, 선비가 손댔다가 과거를 못봤다거나, 일어날 때가 되면 술기운이 확 올라와서 거꾸러지기 때문에 앉은뱅이 술이라던가...)를 들을 수 있다.[2] 취할수는 있는데 화장실 갔다 올 정도로 들이켜야 한다.[3] 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무지막지한 단맛때문에 쉽게 질리고 속이 쓰려져서 스트레이트로 넘기기 힘들다.[4] 이 세계관에서 씨름으로 더 이상 도전자가 없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천하장사와 같은 느낌